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1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신준 옮김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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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도시·공간·자본주의를 결합해 분석하는 세계적 석학이며, 자본의 축적 논리를 공간 구조(도시화·부동산·금융·제국주의) 속에서 해석한 이론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도시, 국가, 정치, 문화, 일상생활 전체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파악했고,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 신자유주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반란의 도시(Rebel Cities)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화, 불평등, 도시 공간의 계급화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특히 맑스 <자본> 강의에서는 난해한 자본론을 현대 자본주의 현실과 연결해 해설하며, 맑스를 고전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비판 이론으로 복원한 해설자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단순한 강의 해설서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해를 먼저 요구하는 꽤 집요한 안내서이다. 2010년 출간 당시에도 시의성이 있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격변과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떠올려보면 하비의 문제 제기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의 형식까지 흔들 수 있다면, 그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책은 상품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는 돈이 아니라 상품의 집합으로 나타난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지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관심은 점점 교환가치, 곧 가격으로 쏠린다. 서로 다른 물건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가격표 뒤에 숨어 있는 노동의 흔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숫자를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인다. 하비가 짚어내는 상품 물신성은 바로 이 지점, 인간이 만든 관계를 자연법칙처럼 믿어버리는 착시를 가리킨다. 익숙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교환과 화폐의 분석은 시장을 더 이상 순진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교환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적 소유와 법적 인정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화폐는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매개이다. 상품화폐상품의 순환에서 돈은 수단이지만 화폐상품화폐의 구조에서는 더 많은 돈이 목적이 된다. 이 전환이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돈이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삶이 돈의 증식을 돕는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일반적 정식 G-W-G을 따라가면 이윤의 비밀이 드러난다. 단순한 유통 과정에서는 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잉여가치는 생산 영역에서, 특히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을 통해 창출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결과가 아니라 일정 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다. 임금은 그 능력을 유지하는 비용일 뿐, 노동자가 실제로 만들어낸 가치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은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나뉘고 그 차이가 자본의 몫이 된다. 월급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익숙한 생각이 조금은 흔들리는 대목이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은 자본이 실제로 어디서 증식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기계와 원자재는 자신의 가치를 이전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오직 노동력만이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잉여가치율, 노동일의 연장, 상대적 잉여가치의 확대라는 개념들은 자본이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압박하는지 설명한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 역시 중립적 진보가 아니라, 필요노동을 줄이고 잉여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협업과 분업, 매뉴팩처와 대공업, 그리고 기계의 도입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의 자동화와 플랫폼 노동을 떠올리게 한다. 협업은 연대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와 관리의 정교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분업은 효율을 높이지만 노동자를 전체 과정에서 분리시키고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기계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는 인간을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킨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편입된 체제라는 점이 또렷해진다.

 

임금과 단순재생산, 축적의 논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반복·확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자는 임금을 통해 다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자본은 잉여가치를 축적해 규모를 키운다. 축적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이며, 경쟁 속에서 자본가는 멈출 수 없다.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실업과 불안정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성장의 이면에 상대적 빈곤과 집중이 뒤따르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마지막으로 본원적 축적의 분석은 자본주의의 출발 신화를 재검토하게 한다. 성실과 절약의 미담 대신, 토지로부터의 추방과 박탈, 제도화된 폭력의 역사가 놓여 있다.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말은 이미 생산수단과 분리된 존재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체제임을 상기시킨다.

 

이 책의 의의는 단순히 자본을 쉽게 풀어냈다는 데 있지 않다. 하비는 자본주의를 도덕적으로 규탄하기보다, 그 운동 법칙을 차분히 해부한다. 왜 위기가 반복되는지, 왜 불평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지, 왜 돈의 논리가 정치와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집값 그래프나 주가 지수, 월급 명세서와 뉴스 속 국제 정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 책은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선뜻 이해되지 않던 용어들과 두꺼운 분량으로 사회과학 지식이 일천한 헛똑똑이 필자를 불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사유의 시작이다. 자본주의를 원래 그런 것으로 넘기지 않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게 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계정세와 경제 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분노나 체념 대신 독수리처럼 맑은 눈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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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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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거짓 정보에 속지 않는 선구안을 키워 한 번쯤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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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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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고상한 읽씹사건은 아마 이 장면일 것이다.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테가 예수 앞에서 진리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놓고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일이다. 이런 질문은 철학 교양 수업 첫 시간에 나올 법한데, 태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람의 그것이다. 이를 두고 400년 전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이란 진실 자체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더 사랑하는 존재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은 오늘날 스마트폰을 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보고 싶은 기사만 읽고, 듣고 싶은 주장만 공유하며, 마음에 드는 해석에만 좋아요를 누르며,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일상 말이다. 윈스턴 처칠의 표현처럼 거짓이 세상을 반 바퀴 도는 동안 진실은 아직 바지를 입는 중인 세상이다. 요즘은 바지에 벨트를 매기도 전에 타임라인이 이미 점령당하는 느낌이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 어울리는 이 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품 경고문과 같은 형식이다. 원래 이 문구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섞였을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붙는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미국, 유럽 연방의 제도 정비 와중에서 자리 잡은 표현이다. 흠결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숨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양심선언인데, 저자는 이 경고문을 정보에 응용했다. 뉴스에도, 연구 결과에도, 그래프에도 거짓이 조금 섞여 있을 수 있음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보자는 제안이다.

 


책은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1만 시간의 법칙부터 건드린다.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정상에 설 수 있다는 달콤한 공식이다. 듣기에는 참 희망이 차오른다. 하지만 연구의 표본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재능과 환경이라는 변수를 지운 채 노력만 남긴 서사는 깔끔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을 채우겠다고 인생을 갈아 넣었지만 통장 잔고와 허리 통증만 남은 의 사례를 읽다 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괜히 내 이야기 같아 뒤통수를 긁적이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배웠지만, 가끔은 노력이 미안, 이번 판은 여기까지하고 손절하는 순간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대한 분석도 통쾌하다. 이미 성공한 기업만 모아 공통점을 찾아내는 이른바 생존자 편향이다. 살아남은 기업의 습관을 정리해 놓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마치 로또 1등 당첨자의 아침 루틴을 분석하며 역시 새벽 기상이 답이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실패한 수많은 사례는 애초에 분석표 밖에 있다. 화살을 먼저 쏘고 나서 나중에 그 자리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 셈이다.

 

모유 수유와 지능의 상관관계 이야기도 흥미롭다. 겉으로 보면 모유가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결론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사회경제적 환경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모유 수유가 가능한 가정의 여건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우리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쉽게 착각한다. 자연이 최고라는 믿음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단순한 설명은 늘 달콤하다.

 

확증편향의 사례는 웃기면서도 서늘하다. 처음부터 범인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증거만 모으는 답정너수사처럼, 우리 역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정보를 고른다. 나와 같은 편의 실수는 맥락이 있다고 감싸고, 반대편의 실수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단정한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현실은 거기에 맞춰 편집된다. 이쯤 되면 빌라도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묻기는 묻되, 들을 생각은 없는 태도이다.

 

저자는 다행히도 훈계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수업 중 과거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이론을 인용했던 경험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쿠바 침공 실패 이후 참모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의사결정 방식을 바꾼 존 F. 케네디의 사례처럼, 일부러 반대 의견을 회의 안으로 들여오는 태도이다. “그거 정말 확실한건가라고 묻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듣기에는 좀 성가시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가장 고마운 친구 유형이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에 널린 정보에는 거짓 함유 가능표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치킨을 주문할 때도 별점 낮은 리뷰부터 확인하면서, 왜 뉴스와 연구 결과는 제목만 보고 공유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 3초만 멈추는 습관, “이거 진짜 맞나?”라고 자신에게 묻는 태도 말이다.

 

결국, 이 책은 세상을 불신하라고 부추기지 않는다. 다만 우리 머릿속에 작은 경고문 하나를 붙여준다. 이런 생각에도, 이런 확신에도, 이런 분노에도 거짓이 조금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이다. 웃으며 읽다가도 슬며시 뜨끔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가짜정보 #허위선동 #확증편향 #주의거짓이포함되어있을수있음 #위즈덤하우스 #가짜뉴스 #팩트체크 #카더라 #속지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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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회복력 - 아파서 시작한 일, 몸을 살리는 회복의 비밀
박희연 지음 / 바이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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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운동을 멀리하던 내가 오십 대 중반이 되자, 건강은 더 이상 관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며칠 무리해도 금세 회복되었지만, 이제는 한 번 컨디션이 떨어지면 오래 간다. 손발이 차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으며, 이유 없이 짜증이 쌓이는 날이 잦아졌다. 휴양지에서 23일을 보내고 와도 하루는 꼬박 쉬어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쯤 되니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된다. 그런 시점에 읽은 체온회복력은 단순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몸은 따뜻한가.”

 

저자 박희연은 두 차례 유산의 후유증과 오랜 통증, 암 투병, 불면과 우울을 지나며 몸의 근본 조건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붙잡은 실마리는 다름 아닌 체온이다.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크게 요동친다는 말처럼,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과 림프의 순환이 둔해지고, 순환이 막히면 결국 면역과 회복력도 함께 떨어진다. 설명 자체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생활의 기본에 가까운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중년의 몸으로 읽으니 그 익숙함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늘 무엇을 더 먹을지, 어떤 영양제를 추가할지 고민하면서도, 정작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가장 단순한 원칙은 소홀히 해 온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책은 체온 회복을 위한 네 가지 축을 제시한다. 따뜻함, 수면, 순환, 그리고 스트레칭이다. 배와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습관, 깊은 잠을 위한 환경 만들기, 굳은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 과하지 않은 운동.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 꾸준함을 요구하는 생활 태도에 가깝다. 읽다 보면 이 정도야 알고 있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알고 있다는 사실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종종 알고 있다는 감각 속에서 안심할 뿐, 실제로는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침 최근 다녀온 단체 연수에서 이 책의 내용과 묘하게 겹치는 경험을 했다. 평소 혈압과 비만 등 성인병으로 고생하던 한 동료가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오랫동안 즐겨 먹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상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식단을 바꾸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보면 그는 유난히 음식을 가려 먹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분명했다. 20년째 몸에 이로운 음식만 섭취한 결과, 성인병 증상이 모두 사라졌고 6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체온회복력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체질이 다르면 필요한 음식과 관리법도 다르듯, 몸의 회복력 역시 각자의 조건에 맞게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돌보는 일이다. 저자가 강조하듯 회복의 주체는 외부의 처방이 아니라 자기 몸이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회복 사례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던 노인이 다시 걷기 시작하고, 오랜 불면에 시달리던 이가 숙면을 되찾으며, 요실금과 전립선 문제로 고통받던 이가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은 거창한 기적이라기보다 생활의 방향을 바꾼 결과로 그려진다. 체온을 올리고 순환을 돕는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자 몸이 서서히 반응했다는 이야기다. 속도는 느릴지라도 방향이 맞으면 몸은 응답한다는 믿음이 책 전반에 흐른다.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직접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한 온열 매트, 팥 찜질 팩, 좌훈음파 운동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건강을 회복한 사례들이 책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독자의 집중을 다소 흩트리는 인상을 준다. 이 책이 엄밀한 학술 이론서라기보다 저자의 실천 경험과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다 밀도 있는 논증이나 체계적 분석을 기대한 독자라면 유사한 사례의 반복에서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아무리 유익한 건강 회복의 팁이라도 잦은 반복은 신선함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또한 저자가 들꽃잠이라는 브랜드로 건강 회복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이 순수한 경험담을 넘어 자신의 사업 철학과 제품 활용 방식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능을 일부 겸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독자에 따라 실천적 안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다소 상업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십 대를 지나는 필자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건강은 약 하나로 해결될 문제도, 단기간의 다이어트로 끝날 일도 아니다. 체온을 지키는 일,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일, 잠을 제대로 자는 일은 결국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체온회복력은 새로운 유행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권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기본은 생각보다 깊다.

 

연수에서 만난 동료의 변화와 이 책의 메시지를 겹쳐 보며 깨닫는다. 건강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신호를 존중하는 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따뜻함을 회복하는 일은 단순히 체온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중년 이후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지탱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속도를 내기보다 방향을 점검할 나이다. 그 방향의 출발점에 따뜻한 몸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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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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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변화라는 단어만 봐도 어깨가 먼저 굳어온다. 젊을 때야 뭐든 마음먹으면 될 것 같았지만, 이제는 마음먹는 것 자체가 이미 에너지 소모다. 관성이라는 놈은 나이를 먹을수록 중력 가속도처럼 세진다. 출근하자마자 마시는 커피 한 잔, 늘 같은 위치의 지하철 탑승구, 괜히 습관처럼 켜는 뉴스 채널. 특별히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요즘 잘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그런 중년에게 이 책은 인생을 바꾸라며 소리치지 않는다. “지금 하던 것 중에서 하나만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 요구라면 일단 앉아서 들어볼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치고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편이다. 왜 인생이 이렇게 되었는지 따지지도 않고, 어린 시절의 상처나 성격 결함을 굳이 불러내지도 않는다. 대신 그래도 가끔은 괜찮았던 적 있지 않았나요?”라고 묻는다. 늘 미루다 우연히 일을 일찍 끝낸 날, 늘 짜증 나던 회의에서 이상하게 조용히 넘어간 순간. 저자는 그런 예외의 순간을 집요하게 붙잡는다. 문제를 이해하는 데 반평생을 써온 중년에게 이 접근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이해는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인생은 별로 안 바뀌었기 때문이다.


책의 주장은 일관되게 단순하다. 설명은 줄이고 행동을 바꾸라는 것이다. 해석은 그대로 둔 채 반응만 살짝 어긋나게 해보라는 이야기다. 늘 할 말을 참았다면 한번 말해보고, 늘 따졌다면 이번엔 그냥 넘겨보라는 식이다. 물론 말은 쉽다. 반세기 동안 굳어진 행동 하나를 비트는 게 어디 쉬운가. 허리를 삐끗하고 나서야 자세를 고치는 것처럼, 관성은 늘 통증과 함께 깨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걸 몰라서 안 했겠나싶은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 책이 덜 얄밉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 새 인생을 살라고 하지도 않고, 새벽 다섯 시 기상이나 인생 목표 재설정 같은 잔인한 주문도 없다. 방 전체를 치우지 못하겠으면 책상 위 볼펜 하나만 다른 곳에 놓아보라는 정도다. 오프라 윈프리가 이 책을 두고 사람을 훈계하지 않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던 김 부장 같은 중년에게 훈계는 이미 과다 복용 상태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역시 극적이지 않다. 부부 갈등에서 늘 변명부터 하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아무 말 없이 상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경우, 직장에서 상사의 지적을 들을 때 자동으로 반박하던 사람이 메모만 하며 끝내는 선택, 운동을 미루던 사람이 헬스장 등록 대신 집 앞을 10분만 걷는 행동으로 시작하는 장면, 불안해질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잠시 창밖을 보며 숨을 고르는 순간, 가족 모임에서 늘 말이 많아 분위기를 흐리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판단을 보류하고 질문만 던져보는 경우들이다. 저자는 이런 사소한 어긋남이 자동화된 패턴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를 깊이 이해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잠시 멈췄던 방식을 다시 써먹음으로써 말이다.

 

다만 아쉬움도 분명하다. 행동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논리는 매력적이지만, 세상일이 늘 개인의 선택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중년은 이미 몸으로 배웠다. 직장은 여전히 답답하고,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 역시 대체로 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다르게 행동해도 결과가 비슷한 날들, 즉 관성을 비틀 여지조차 없는 상황에 대한 성찰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읽다 보면 변화하지 못한 책임이 다시 독자에게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안 바뀌는 건 결국 당신이 덜 바꿨기 때문 아니냐는 뉘앙스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정말 우리는 모든 걸 이해해야만 바꿀 수 있었던 걸까. 이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사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인생을 통째로 바꾸라는 말에는 이제 웃음부터 나오지만, 오늘 하던 것 중 하나쯤은 다르게 해보라는 제안에는 괜히 뜨끔해진다. 결국 이 책이 중년의 삶을 단번에 뒤집어 놓지는 않는다. 대신 반세기 동안 켜켜이 쌓인 관성을 살짝 긁고 지나간다. 그 금이 크게 갈라질지, 그냥 잔흔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까지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균열쯤은 그래,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선방이지하고 한 번쯤 감내해볼 만하지 않을까.

 

#터닝페이지 #관성끊기 #행동변화 #자기계발 #문제인식부터 #덜외롭자면_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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