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정시화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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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적으로 잘 정리된 소제목의 행렬을 보니 이 책을 읽어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든지 돈은 더 행복하기 위해 버는 게 아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다 등 세간에 잘 알려진 인생의 조언을 살짝 비틀어주는 소제목으로 삼았기에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내용이 기대되었다.

 

누구나 혼자 있을 때와 사람들 앞에 있을 때 다른 점이 있겠지. 그런데 만약 사람에게 자기 나이에 맞는 지혜와 성찰이 없다면 그 사람 나이에 맞는 자신을 연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거야. 그걸 우린 철없다 하는 거고.(11)

 

왜 저자는 우리가 늙지 않기에 힘들다고 했을까. 일견 늙음은 미덕이요 장점임을 바탕에 둔 의도적 표현인가. 인간의 수명이 대체로 자연의 영향력에 놓여있던 시절, 아마도 인류는 이렇다 할 인생의 고민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치매, 성인병, 복잡한 인간관계 등은 모두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골칫거리 들이다. 십 대에 결혼하여 자손을 낳고 삼십 대에 조부모가 되며 평균 수명이 기껏해야 마흔을 넘기기 어렵던 때에는 주로 먹고 사는 일을 걱정했을 것이다.



대단하고 어려운 존중이란 나와 의견이 다르고, 내가 싫어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는 거지.(69)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나이 들어 아프고 힘들면 그만 천수를 다해야 하는데, 싫어도 아픈 몸을 자꾸만 고쳐 놓으니 어쩌다 80세까지 살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리고 그 어쩌다는 이제 곧 100세를 앞두고 있다. 그만 살아도 되겠다는 개인의 소망이 자동으로 무시되는 시대를 사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기대 수명의 두 배를 넘겨 사는 바람에 우리 인생이 힘들어지는 시점이 왔다.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생의 지혜를 터득한 어르신은 간데없고 노인 인구만 늘어난다. 한국처럼 급격한 인구 노령화를 겪는 나라는 곧 여러모로 나이 듦에 준비되지 않은 노인이 많다는 뜻이다. 몸은 노화되어도 정신 연령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아무리 낮은 확률을 뚫고 성공해도 아주 크게 행복하긴 어렵지만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살면 아주 큰 불행은 막을 수 있는 거지. 나이 들수록 이 사실을 저절로 깨닫기 때문에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는 거 아닐까.(159)

 

이 책은 나이 먹는 것이 두려운(?) 40대의 동생 시화와 그보다는 나이가 들었을 묘령의 언니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로 구성되었다. 둘 사이의 친밀도는 매우 높으며 한 사람은 이끌고 다른 이는 따르는 멘토-멘티 관계로도 읽힌다. 동생은 주로 질문을 던지고 인생의 지혜를 담은 답변은 주로 언니의 입에서 나온다. 아니, 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여러 철학자와 현인의 세계관이 잘 합쳐져 어우러지는 소리로 들린다. 두 여성 사이의 대화체라 그런지 여성 특유의 공감 위주 화법은 간혹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희희, 키키등 실제 대화에 나옴 직한 의성어를 비롯하여 맞장구가 빠지지 않는 대화라 솔직히 중년의 남성 독자로서 영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세상엔 더 나은 삶, 더 훌륭한 삶 같은 건 존재하지 않고, 단지 더 행복한 삶만이 있을 뿐인 거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해야 하는 건 오로지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뿐인 거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목적은 오로지 행복일 뿐이라는 게 증명되는 거지.(240)

 

그렇더라도 구성과 형식에 구애받기 보다는 순간적으로 빠져드는 듯한 언니의 깔끔한 설명에 집중해 보시길 권해드린다. 평균적으로는 대화체가 아닌 평범하면서도 군살 없는 질문과 답변 형식을 취했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각별한 사이의 두 여성이 나누는, 삶의 지혜가 담긴 수다크래프트에 두 시간쯤 빠져 보시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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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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