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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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다의 광활함 때문에 해사법 집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과 버려진 요새로 한 국가를 만들고, 해상 낙태 시설을 제공하며, 낚시와 밀렵을 넘어 현대의 바다 노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 약점을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말한다. 바다에서는 물리적 법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적발될 수 있는 행위도 쉽게 저지를 수 있다. 바다에서의 국경은 모호하며, 각국은 근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수익성이 있을 때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선박이 의도적으로 선적을 변경하여 읽기 어렵게 하고, 어로작업이 금지된 다른 해역에서 작업하고, 다른 국가의 외부 인력 대행업체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전체 공급망을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장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집필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그 끔찍함을 드러내지 않는지(선원 대부분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왜 정부가 아닌 비영리단체가 바다를 단속해야 하는지, 밀항자들을 항구에 내려놓지 않고 바다에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외국 해역에서 낙태권을 제공하는지, 샥스핀 수프와 고래고기에 대한 수요는 역사적으로 어디서 유래했는지 등 독자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바다에서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각자의 다양한 인센티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독자를 배에서 생활하는 신체적, 정서적 경험에 몰입시키는 데 매우 능숙하다. 배 안에서의 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금은 새벽 3시이고 한 시간 후면 새벽 3시 5분이 된다는 식이다. 아울러 비위생적인 냄새, 땀, 바퀴벌레, 쥐, 상한 음식은 물론 망망대해, 암초, 파도, 추격전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아울러 이 책은 제한과 책임이 강제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탐구하고 해양 역사, 문화적 관행, 무법, 투명성 부족, 고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에게는 타인과 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한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명확한 한계가 없으면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극단으로 치닫기 전까지는 주목받지 못한다. 이 책은 또한, 문명화의 이면에 숨은 과거의 잔인한 관행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본성 외에도 바다는 무한하다는 물리적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는 바다의 자원이 풍부하다고 쉽게 생각하며, 쓰레기 투기와 같은 우리의 행동은 바다의 크기에 비해 사소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무한한 공간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된 규칙을 설계하고, 책임을 할당하고, 시행하려면 지속적이고 전 세계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책에서 심도 있게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시스템에서는 면책과 눈앞의 이익이 매우 고무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를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다. 페스카테리언(육류는 먹지 않지만 어류는 섭취하는 사람)에게 왜 별도의 식단이 필요한지, 음식에 대한 암묵적인 위계가 존재하는지,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쉽게 이용당하는지 등 저자가 탐구하는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은 흥미롭다.

또한, 저자는 정보 부족과 거리감이 이러한 관행을 유지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넘어서는 사고의 어려움에 대한 주제를 강조한다. 힘의 불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는 보류되거나 가려진다.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은 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 소비자로서는 물건이 싸고 편리하고 잘 팔린다면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설령 정보가 있다고 해도 거리감이 존재한다. 바다에 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법과 책임으로부터 물리적인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가 너무 멀게 느껴져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 노예 노동으로 제공되었거나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노예 노동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해산물을 먹는 즐거움과 애국심이라는 삶의 즉각적인 연관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너머를 바라보거나 단순히 기억하기 위해서도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했듯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키도록 설득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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