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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이희원 감수 / 갈매나무 / 2021년 1월
평점 :
모두가 하루를 살아가느라 바쁜 시대에 우리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고요함을 만끽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우리 머리 위를 돌고 있는 별들은 태곳적부터 계속 움직이고 있었지만 제대로 바라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유행병 때문에 갇혀 지내던 많은 지구인은 이제 예전으로 돌아가 그토록 간절히 갈망하던 삶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더 자주 쳐다보게 되었다. 따라서 요즘 천문학 관련 도서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독일의 박식한 천문학자이자 성공적인 과학 블로거인 저자가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 하는 모든 독자를 위해 맞춤식 천문학 입문서를 내놓았다. 100개의 별 이야기가 담긴 우주의 역사를 통해 그는 자신이 연구해 온 별들의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비롯하여 생명과 우주의 모든 것들을 말하고자 한다. 100개의 별이라니, 사실 대략적인 소개만 하더라도 상당한 분량이다.
베들레헴의 밤하늘에 빛나던 별을 따라 어느 마구간을 찾아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던 세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처음 듣던 날부터 지금까지 딴전 피우기에 능한 필자는 궁금한 게 있었다. 저 하늘에 별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가이아 우주 관측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공식 등재된 별은 16억 9,291만 9,135개로 별의 이름은 ‘GAIA DR2’라는 약자와 19자리의 수로 표시되며, 그 가운데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별은 9,095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숫자가 하느님이 아니라 1956년 예일 대학교의 천문학자 도리트 호플리트가 세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천체 망원경으로 지구 바깥에서 별이 생성 소멸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누구라도 반드시 그렇게 강조할 것 같다. 별에서 온 우리는 별로 돌아갈 것이고 별을 생각하는 시간은 인류와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말하는 저자는 100개의 별 이야기와 함께하는 우주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태곳적부터 변함없이 똑같은 별을 바라보며 별도 달도 다 따다 주겠다고 세상 불가능한 허풍을 반복하던 인류의 조상은 민족마다 다른 이름을 붙여가며 별에 대한 별다른 애정을 표현해왔다. 예컨대 독수리 자리의 알파성(어느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을 고대 아랍의 천문학자들은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뜻인 알타이르로, 일본에서는 히코보시, 중국과 한국에서는 견우성이라 부른다. 천문학에 밝았던 아랍의 천문학자들이 고대 그리스의 지식을 바탕으로 확장하고 번역한 아랍어를 다시 중세 유럽에 와서는 아랍어로 된 별 이름을 받아들였다. 분류를 목적으로 명명된 별 이외에 인류의 애정이 담긴 공식 명칭이 있는 별은 불과 330개뿐이란 점은 약간 의외다. 2,600년 이전에 탄생한 중국의 견우와 직녀의 음력 7월 7일 칠석(일본에서는 다나바타 마쓰리 축제) 설화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 일축하기 전에 본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특질을 잘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이 책은 흥미로운 별의 정체와 발견의 역사를 천문학적 용어로 소개하는 ‘별 이야기’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류의 ‘별에 얽힌 이야기’를 저자의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풀어내고 있다. 별의 생성과 소멸 및 인간의 몸속에 함께하는 별의 구성 요소이자 흔적인 우주 먼지, 지금 이 시각도 팽창하고 있는 우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천문학 분야에는 비단 우주과학 용어뿐 아니라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데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의 영역이 모두 녹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블랙홀은 어떻게 생성되는지, 공룡은 왜 멸종했는지 같은 흥미로운 소재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마치 큰 상자에 담긴 소포장 과자처럼 간략하고 독립적인 100개의 별 이야기 속에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담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기권에 올려둔 허블 망원경 덕분에 가능했던 획기적인 발견 이야기는 몹시 흥미롭다. 1862년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의 흔들림을 포착하였을 때 망원경 제작자의 아들인 알반 그레이엄 클락이 처음으로 백색왜성을 발견한 것이나, 2017년 남극에 있는 거대한 얼음 큐브가 어떻게 멀리 떨어진 은하계 활동의 중심인 블라자르를 찾아낸 것, 그리고 은하 중심부에 초거대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고 처음으로 촬영한 사례 등이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먼저 하늘을 보여주어야 읽어내기도 가능할 것 같은데 별의 생김새를 묘사한 그림, 사진, 도표 등의 시각 자료가 전혀 없어 천문학을 보여주는 대신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동안 저자는 특유의 혁신적인 과학적 통찰력 외에도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에서 헨리타 스완 레비트,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에드윈 허블에서 세실리아 페네에 이르기까지 별을 사랑하다 간 사람들의 삶 역시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한 그의 화법은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사려 깊으며 익살스러우면서도 독창적이다. 그를 따라 별자리 여행에 나서는 독자는 절대 후회할 틈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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