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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
조 코헤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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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서로를 밀어내게 한다. 만약 우리가 대부분의 서양 사람들처럼 자랐다면, 아마도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도록 길러졌을 것이다. 낯선 어른들로부터 대화는커녕 건네오는 사탕을 받아들지 말라는 부모님의 경고를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위험하다는 비디오를 보게 했을 것이다. 낯선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의심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사람들이 정착지에서 살기 위해 모인 이후로, 우리는 외부인들을 배반과 혼돈의 위험한 주체로 보아왔다. 이 두려움은 마을, 도시, 국가의 등장에도 그대로 지속되었다. 소수 민족은 다수 민족보다 적다는 이유로, 이방인은 정착민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이유로 박해받아 왔다.

 

낯선 사람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만약 미국의 조지아주 해리스 카운티로 도로 여행을 간다면, 지역 보안관이 2018년에 세워둔 표지판에 동네 주민들이 무기를 소지하고 있고, 살인죄는 살인으로 다스리며, 감옥 한 채에 356개의 묘지가 있다며 즐거운 여행 되시라는 글귀를 보게 된다. 우리와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은 오늘날의 문화적, 정치적 소외 풍토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널리 퍼진 이민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강한 반이민 정서가 드러난다. 두려움과 적대감은 종종 전쟁, 기근 또는 기후 변화에서 탈출하고 있거나 단순히 더 나은 경제적 전망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한다. 경직되고 양극화된 정치적 입장은 이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을 악화시킨다. 우리는 대조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그들을 우리의 치명적인 적으로 치부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역감정의 개미지옥으로 빠져들고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진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발발을 계기로 우리는 위험스럽게 많은 시간을 혼자 있게 되었다. 특히 영국과 미국에서는 외로움이 전염병 수준에 도달한 나머지 고독을 담당하는 행정부서가 생겨나기도 했다. 외로움은 흡연만큼이나 우리의 건강에 위협적이다. 혼자 외로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고독사가 최근 급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미국의 중견 언론인으로 Medium, Esquire Republes 잡지사의 최고 편집자 자리를 역임했으며 그의 글은 에스콰이어, 뉴욕 매거진, 보스턴 글로브, 뉴요커, 와이어드, 뉴 리퍼블릭 등의 잡지뿐 아니라 여러 교과서에도 실렸다. 이 베테랑 저널리스트는 인류가 절망적인 전쟁 부족의 집합이라는 완고한 인식에 맞서기 위해 진화생물학, 심리학, 신학, 인류학, 정치학을 두루 섭렵한다. 실제로 우리는 초협동종에 속한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가 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는지, 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방인들이 문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세인트 루이스, 런던, 헬싱키를 여행하며 인터뷰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의 유대감 기술에 관한 전문가들로부터 배우고, 그들의 조언으로 무장하고, 무작위 상호작용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그가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를 권장하는 이유를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우리에게 이롭다

저자가 만난 라스베이거스 출신의 간호사 이름은 닉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부모님은 정서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학교 친구들은 그녀를 못살게 굴었다. 당연히 그녀의 인생도 뒤틀렸고 모든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10대 시절에 이 본능을 거스르고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하면서 놀랍게도 사람들은 대개 친절하고 수용적이며 자신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녀는 그것이 덜 외롭고, 더 행복하고, 더 희망적임을 알게 되면서 강렬한 흥미를 느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왔으며 오늘날과 같이 좋은 삶을 누리게 된 원천이라 인정한다. 널리 밝혀진 바와 같이 과학자들은 이러한 효과가 닉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버스나 지하철, 대기실, 커피숍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도록 요청받은 일련의 실험에서 심리학자들은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행동이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덜 외롭게 해주며,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와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행위는 우리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사실상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긍정적인 연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2. 낯선 사람의 정체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렇게 이로운 것이라면 더욱 권장되어야 옳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이방인을 만남으로써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에서부터 계급이나 인종에 대한 더 부정적인 이유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해답은 많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낯선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또는 우리만큼 인간적일까 하는 의문에 완전한 확신을 얻지 못하기에 대화를 꺼리게 된다. 낯선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광범위하게 연구해온 심리학자 니콜라스 에플리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는 낯선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제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안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의 지능, 의지력, 그리고 자존심, 당혹감, 수치심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만성적으로 과소평가한다. 이것은 모든 낯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만, 분쟁의 시기나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다른 집단의 구성원을 비인간화하라고 강요할 때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실 낯선 사람과의 대화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이유로 대화를 시작하기가 더 쉬우며, 우리 앞에 서 있는 다른 생명체가 사실 복잡한 사고, 풍부한 생명력, 독특한 관점, 그 외에도 얻을 게 많은 완전한 인간임을 알게 되고 기뻐한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사소한 성과에도 큰 기쁨을 얻게 된다.



 

3. 대본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사람들과 교류할 때 종종 대본을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 시간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동네 편의점에 간다고 치자. 계산원이 "잘 지내세요?"라고 말을 건네온다. 내가 "잘 지냅니다. 당신은요?"라고 말하면 그는 "잘 지내죠,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화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이러면 대화가 아니라 잘 짜인 대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체적이고 진실한 답변으로 대본에 있는 질문에 답함으로써 이 대본을 깨는 것이다. 계산원이 "잘 지내세요?"라고 말한다. “저는 10점 만점에 7점이라 할 수 있죠. 그쪽은요?” 이러면 계산원은 약간 당황하게 된다. 이런 답변은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인간은 대화할 때 서로의 선례를 따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역시 점수로 답을 한다. “저는 8점이요.“ ”7점에서 9점이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이쯤 되면 계산원은 달콤한 군고구마나 시원한 캔맥주를 권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연결이 이루어진다. 정해진 듯한 틀에서 벗어난 대화가 시작되고 낯선 이들과 대화함으로써 서로 이익을 얻는 길을 가게 된다.



 

4.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인류 문명의 초석

12,000년 전, 인류가 먹이활동을 수렵채집에서 농사로 전환했을 때, 전직 사냥꾼이던 남성 대부분은 갑자기 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 DNA를 연구하는 영국의 고고학자 마틴 존스에 따르면, 이 게으름뱅이들은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황야로 떠나면서 방랑자가 되었다. 농업시대 이전에는 그리 멀리 이동하지 못했을 테지만, 새로운 정착지의 존재는 중간 기착지로 기능하게 되었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보자. 어느 낯선 남자가 정착촌에 접근한다. 그는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음식과 쉴 곳이 필요하다. 정착촌 사람들은 낯선 그를 경계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위협적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다른 재주가 있거나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잠재적으로 좋은 동료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최소한의 긍정적인 연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말처럼 낯선 사람들과 정착민들은 위협과 기회를 조화시킬 방법을 고안해야 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환대라고 일컫는 행위를 통해 실현했다. 정착민들이 낯선 사람을 데려와 음식과 피난처를 제공하고 그에게 일종의 빚을 지게 하는 한편, 낯선 사람은 대화를 통해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 존재이며 정착민에게 내어놓을 만한 정보가 있음을 알릴 기회를 얻었다. 일단 양측이 편안해지면, 호의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결국, 환대 덕분에 사회 연결망이 폭발하듯 증가했고 인간은 갑자기 그 어느 때보다 먼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마틴 존스에 따르면, 이러한 종류의 환대는 다름 아닌 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5. 마찰은 우리를 사교적으로 만든다.

왜 어떤 지역은 낯선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한편 다른 지역은 냉랭할까? 처음에는 정말 사회가 안전하고 국정이 잘 운영되는 나라가 가장 우호적일 것이라 여겨졌다. 낯선 사람들이 위협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아마도 그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러나 종종 그 반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노르웨이와 멕시코에서의 삶을 비교해보자. 노르웨이 사람들은 국가가 매우 원활하게 기능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애써 찾아 의존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하루를 소모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국가 기능이 열악한 멕시코에서는 일상적인 교류를 위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들에게 말을 걸고 도움을 요청하고 방향을 물어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 사이의 마찰은 사람들이 친절해지도록 강요한다. 마찰의 또 다른 해소 방식으로 웃는 문화현상이 있다. 오랜 이민의 역사를 지닌 지역의 사람들은 동질적인 사회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친근하고, 감정적으로 표현하고, 서로에게 더 잘 적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보다 L.A.에서 낯선 이에게 말 걸기가 더 수월한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 세기 동안 이러한 문화권의 사람들은 그들 앞에 있는 낯선 사람이 현지 언어를 말할 수 있거나, 문화적 속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친근함을 표시하는 소통 방법을 찾았고 그들은 더 많이, 더 활기차게 웃는 법을 택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말 건네기는 생활이 아닌 생존법이 되었다.

 

결국, 낯선 두 사람을 한 방에 넣는다고 해서 금방 친해져 이질감이 사라지고 산적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이질적이어도 우리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서로를 좋아할 수도 있고, 어쩌면 마음속에 파인 웅덩이를 함께 메울 수도 있다. 그리고 함께해낼 수 있는 다른 많은 일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세계시민주의를 실현하려면 먼저 우리는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물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일 것이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언제쯤 완성될지 확신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 낙관한다.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지금 바로 주위의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네 환대를 실천해보자.

 

#인문 #낯선사람에게말을걸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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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
조 코헤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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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주위의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 인류 문명의 초석이었던 환대를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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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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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람의 진실함을 강조하는 진부한 격언 같지만, 일상 속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를 예외 없이 지켰을 경우 생겨나는 결과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범죄 스릴러도 아닌 것이 황당함과 공감의 쌍곡선을 넘나들며 책 든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 회고록을 통해 저자는 원시적인 솔직함의 민낯과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솔직함을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는 부모로부터 아무리 고통스럽거나 난처한 상황이라도 항상 진실을 말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그렇게 침묵은 고통이요 고백은 소통이며 비판은 사랑인 집안에서 자란 결과, 저자는 교사, 친구, 동료, 애인 등 주변인들이 그의 지나친 솔직함 때문에 질려버리거나 돌아설 때까지 자기표현을 멈추지 않는 괴짜가 된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피곤한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을 터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놀리거나 자기의 감정을 숨기는 행동이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던 아빠의 말을 들려주었지만 이런 논리에 설득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59)

 


저자는 자신의 일생을 통해 정직함의 신념에 반하는 거짓말을 세 번 했노라 고백한다. 첫째는 그가 다섯 살 때 유치원 친구들의 산타가 있다고 믿도록 놔둔 것이고, 두 번째는 열여덟 살 때 작업 중이던 여자친구에게 그녀의 본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고 말한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스물여섯 살 때 동거녀에게 다른 사람을 상대로 환상 같은 건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음악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는 항상 정직한 사람의 장단점을 그의 데뷔작인 회고록에 옮겨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시기는 30대 후반의 그가 동료 음악가 이브와 7년간의 관계를 끝낸 직후였으며, 이를 계기로 남부 캘리포니아에서의 그의 별난 성장 과정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할만한 논리적 근거를 찾고, 체스 게임에서 단 한 번도 일부러 져 준 적 없을 만큼 감정적 유대감이 약했던 그의 아버지는 당시 4살에 불과했던 저자에게 항상 진실을 신뢰하며 사람들을 존중하라고 말하곤 했는데, 저자는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목 졸라 죽이고픈 충동을 느끼게 했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 질문을 떠올려 보면 되었다. 과연 이런 거짓말은 그들이 남에게 남기고 싶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될까? 이런 인상을 심어주고 싶을 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사용하려고 할까? (107)

 


저자의 기이한 첫 여정은 그가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을 수업 때마다 선생님과 말싸움을 벌이는 떼쟁이 울보로 각인시키면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위선자라 부르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사실대로 말해줘서 기쁠 것 같다 답하기도 하고, 라틴계 친구가 선생님으로부터 부당하게 처벌받자 선생님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비난하며 말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았던 역설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해마다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참가했지만 결국 부모의 이혼을 초래한 가족 치유 캠프에서도 빛을 발한다. 성인이 되어 불꽃 같은 창작 의지, 우쿨렐레를 잘 다루는 재능, 남들이 종종 오해하는 아치형(또는 자기 파괴형) 유머 감각으로 무장한 저자는 작가로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뉴욕에 상륙한다. 자신과 동거하다 주기적으로 헤어지곤 했던 그래픽 예술가 이브와의 관계에서 겪은 경험을 묘사하는 부분은 사랑의 아픈 감정을 구구절절이 드러내어 읽어내기에 꽤 눈물겹기도 하다.

 

난 다른 사람이 나한테 맞춰주는 거 싫은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다워야 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말했다. 이브가 눈을 굴렸다. “너 바보 아니야? 모든 사람들은 언제나 너한테 맞춰주려고 노력해! 네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264)


 



결국 저자는 여러모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의 독한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솔직함을 포기하고 거짓말을 배우는 것으로 판단한다. 자신의 초창기 거짓말은 자신을 정상으로 잘못표현하려는 단순한 시도였다고 말한다. 이 경험에 곁들여진 특이한 인간 성공 드라마, 예컨대 자신을 털기 위해 목숨을 위협하는 무장 강도와 철학적으로 논쟁한 끝에 재수 없는 범행 대상이라며 그를 물러가게 만든 일에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 웬만해선 굴복하지 않는 강도 피해자라니.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의 거울을 덮기 위한 천이 필요했다. 나는 그들에게 천이 되어 주었어야 할 때 항상 거울로 존재했다. (349)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키워진 사람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세계에는 단 두 가지 상황만 존재한다. 고요한 폭풍 전야이거나 역대급 폭풍이거나. 저자의 부모는 악의 없는 사소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들을 더 편안하게 해줄 때조차 거짓말하기를 거부하도록 가르쳤으며, 여과 없는 솔직함은 작가가 그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저자는 잔혹한 진실의 껍데기 속에서 자라난 다음, 자신이 배운 것과 정반대로 돌아가는 세상에 첫발을 디딘다. 지나친 솔직함으로 인해 취업 면접자와 말다툼까지 벌이기도 하고, 냉담하고 불친절한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기발한 소재의 회고록은 저자 자신의 진정성과 감성 또한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거짓말을 배운다는 통설은 독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하며, 우리는 왜 일상생활에서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에세이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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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 태어나서 딱 세 번 거짓말한 남자의 엉망진창 인생 이야기
마이클 레비턴 지음, 김마림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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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야 한다는 강박은 감정의 지뢰밭을 걷게 한다. 진실이 항상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거짓말쟁이에게도 할 말이 있음을 보여주는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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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감각 -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
바비 더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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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론의 기준대로라면 1960년대 말에 태어난 나는 X세대에 속하는데, 그렇다면 나의 모든 정체성을 X세대라는 한 단어로 대신해도 되는 걸까? 저자에 주장에 따르면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대 차이 개념이 실제라기보다는 단지 언론이 세대 차이를 문제 삼아 가짜 세대 전쟁을 부채질한 결과라고 말한다. 일례로 기후변화에 대한 신념에는 약간의 세대 차이만 있을 뿐 세대 간 정치적 성향은 더 강력한 예측 변수다. 심지어 자살률의 경우 젊은 세대보다는 50대 중년층 사이에서 더 높다.

 

사실 세대 차이는 '라이프 사이클 영향'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는 다른 세대에 의해 '게으름뱅이'이며 '자기 집착'이 강하다는 꼬리표가 붙지만, 젊은 세대가 게을러 보이는 이유는 이들이 아직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거나 재산을 덜 소유하여 지킬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을 문맥 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게다가 젊은 세대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기성세대는 오랜 기간 재산을 모으고 주가가 오르면서 재력이 향상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젊은 세대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 추세와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구직난과 고용 불안정을 겪으며 주택담보대출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뿐 아니라 저자는 인터넷과 전화 사용, 포르노 사용, 정신질환, 행복의 측면에서 세대 차이 및 유사성을 계속 탐구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커다란 세대 차이를 경험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더 많이 이주하는 반면, 나이 든 세대는 인구가 적고 대체로 비슷한 연령대로 구성된 교외 지역을 선호한다. 예측할 수 있는 해법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각 세대가 앞으로 여러 대에 걸쳐 더 많은 접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각 세대를 균질한 집단으로 취급하는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두드러지는 세대 간 인식 차이를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한 최신의 학술서적이다. 저자는 미디어 논평과 세대를 중심으로 생겨난 산업이 다양한 세대 집단을 몇 가지 특징적인 행동과 관점으로 압축시켰다고 주장한다. 각 세대의 특징은 기후변화, 주택, , 건강 등의 사안에 대한 접근방식으로 변질되어 각 세대를 꼬집거나 비난하는 속어가 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에도 이미 젊은 층과 노년층 사이의 분열이 기록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세대론이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또한 바로 그 부분에 이 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세대론이 눈송이나 점성술 적 오해에서 벗어나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법으로 취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같은 사회적 논제를 살펴보는 동시에 세대론이 정신건강이나 자동차 소유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사안들에 통찰을 제공한다. 세대 차이 또는 세대 갈등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크게 다음 네 가지 생각으로 정리된다.


첫째, 소위 기성세대, 즉 부머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대부분은 이들의 성년 도달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초등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에 일찌감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전후세대에 비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어른 노릇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우 길어졌고,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조급하게 어른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일단 MZ세대가 성인의 패턴을 형성하면 그들의 삶과 견해는 기성세대와 상당히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둘째, 우리는 모두 우리 시대의 큰 사건들, 예컨대 경제 대공황, 세계 대전, 경제 붕괴, 전염병 등의 산물이며, 인생의 초창기에 굵직한 사건들을 견뎌낸 사람들일수록 그 파급력이 평생토록 지속되는 결과를 얻는다. ‘나 때는 말이야처럼 세대별 특징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파급된 결과다.


셋째, 부머와 젊은 세대 사이에 특정한 세대 간 갈등에 처해 있다는 생각은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 아무런 근거도 없다.


넷째, 서구 사회의 진정한 역사상 큰 변화는 남녀 구별과 성에 대한 태도, 정체성, 행동의 변화를 이끈 종교의 쇠퇴였다. 그러나 서구 전체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신앙심이 더 독실한 남반구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구증감이 상쇄되어 세계적인 변화는 미미하였다. 역설적으로 서양에서 새로운 종교 부흥이 일어날 수도 있고, 남반구에서 종교 인구의 급격히 감소할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는 이 책의 통계 자료는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하지만 세대 간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넘쳐나는 자료에 압도되는 느낌도 든다. 자료의 상당량은 미국과 영국 등 서구를 중심으로 교육화, 산업화된 국가들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실제 우리 사회의 현실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비록 통계 자료가 라이프사이클 효과라 하더라도,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일반적으로 더 자신감 있고, 더 친절하며(또는 호감도가 더 높으며), 정서적으로 더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통계에는 잡히기 어려운 다른 요인들, 예컨대 인간의 일생에 걸친 정서와 성격적 변화 및 심리학적 연구, 삶의 목적과 직업윤리에 대한 세대의 관점 차이, 연령대별 언어학적 접근법 등을 세대별 특성으로 다뤄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가치 있고 잘 연구된 책이며 흥미로운 발견과 결과를 제시하지만, 통계만으로는 세대 간 차이 및 유사성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면, 그것을 창조하는 것은 젊은 층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주요 사안에 관심이 있거나 세대별 특징에 대한 좀 더 미묘한 이해 그리고 노년층과 젊은 층의 진정한 차이를 알고픈 독자에게 추천해 드린다. (2022-09-12)

 

#세대감각 #팩트의감각 #바비더피 #세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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