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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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거짓 정보에 속지 않는 선구안을 키워 한 번쯤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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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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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고상한 읽씹사건은 아마 이 장면일 것이다.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테가 예수 앞에서 진리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놓고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일이다. 이런 질문은 철학 교양 수업 첫 시간에 나올 법한데, 태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람의 그것이다. 이를 두고 400년 전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이란 진실 자체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더 사랑하는 존재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은 오늘날 스마트폰을 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보고 싶은 기사만 읽고, 듣고 싶은 주장만 공유하며, 마음에 드는 해석에만 좋아요를 누르며,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일상 말이다. 윈스턴 처칠의 표현처럼 거짓이 세상을 반 바퀴 도는 동안 진실은 아직 바지를 입는 중인 세상이다. 요즘은 바지에 벨트를 매기도 전에 타임라인이 이미 점령당하는 느낌이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 어울리는 이 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품 경고문과 같은 형식이다. 원래 이 문구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섞였을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붙는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미국, 유럽 연방의 제도 정비 와중에서 자리 잡은 표현이다. 흠결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숨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양심선언인데, 저자는 이 경고문을 정보에 응용했다. 뉴스에도, 연구 결과에도, 그래프에도 거짓이 조금 섞여 있을 수 있음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보자는 제안이다.

 


책은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1만 시간의 법칙부터 건드린다.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정상에 설 수 있다는 달콤한 공식이다. 듣기에는 참 희망이 차오른다. 하지만 연구의 표본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재능과 환경이라는 변수를 지운 채 노력만 남긴 서사는 깔끔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을 채우겠다고 인생을 갈아 넣었지만 통장 잔고와 허리 통증만 남은 의 사례를 읽다 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괜히 내 이야기 같아 뒤통수를 긁적이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배웠지만, 가끔은 노력이 미안, 이번 판은 여기까지하고 손절하는 순간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대한 분석도 통쾌하다. 이미 성공한 기업만 모아 공통점을 찾아내는 이른바 생존자 편향이다. 살아남은 기업의 습관을 정리해 놓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마치 로또 1등 당첨자의 아침 루틴을 분석하며 역시 새벽 기상이 답이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실패한 수많은 사례는 애초에 분석표 밖에 있다. 화살을 먼저 쏘고 나서 나중에 그 자리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 셈이다.

 

모유 수유와 지능의 상관관계 이야기도 흥미롭다. 겉으로 보면 모유가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결론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사회경제적 환경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모유 수유가 가능한 가정의 여건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우리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쉽게 착각한다. 자연이 최고라는 믿음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단순한 설명은 늘 달콤하다.

 

확증편향의 사례는 웃기면서도 서늘하다. 처음부터 범인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증거만 모으는 답정너수사처럼, 우리 역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정보를 고른다. 나와 같은 편의 실수는 맥락이 있다고 감싸고, 반대편의 실수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단정한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현실은 거기에 맞춰 편집된다. 이쯤 되면 빌라도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묻기는 묻되, 들을 생각은 없는 태도이다.

 

저자는 다행히도 훈계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수업 중 과거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이론을 인용했던 경험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쿠바 침공 실패 이후 참모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의사결정 방식을 바꾼 존 F. 케네디의 사례처럼, 일부러 반대 의견을 회의 안으로 들여오는 태도이다. “그거 정말 확실한건가라고 묻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듣기에는 좀 성가시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가장 고마운 친구 유형이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에 널린 정보에는 거짓 함유 가능표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치킨을 주문할 때도 별점 낮은 리뷰부터 확인하면서, 왜 뉴스와 연구 결과는 제목만 보고 공유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 3초만 멈추는 습관, “이거 진짜 맞나?”라고 자신에게 묻는 태도 말이다.

 

결국, 이 책은 세상을 불신하라고 부추기지 않는다. 다만 우리 머릿속에 작은 경고문 하나를 붙여준다. 이런 생각에도, 이런 확신에도, 이런 분노에도 거짓이 조금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이다. 웃으며 읽다가도 슬며시 뜨끔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가짜정보 #허위선동 #확증편향 #주의거짓이포함되어있을수있음 #위즈덤하우스 #가짜뉴스 #팩트체크 #카더라 #속지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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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회복력 - 아파서 시작한 일, 몸을 살리는 회복의 비밀
박희연 지음 / 바이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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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운동을 멀리하던 내가 오십 대 중반이 되자, 건강은 더 이상 관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며칠 무리해도 금세 회복되었지만, 이제는 한 번 컨디션이 떨어지면 오래 간다. 손발이 차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으며, 이유 없이 짜증이 쌓이는 날이 잦아졌다. 휴양지에서 23일을 보내고 와도 하루는 꼬박 쉬어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쯤 되니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된다. 그런 시점에 읽은 체온회복력은 단순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몸은 따뜻한가.”

 

저자 박희연은 두 차례 유산의 후유증과 오랜 통증, 암 투병, 불면과 우울을 지나며 몸의 근본 조건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붙잡은 실마리는 다름 아닌 체온이다.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크게 요동친다는 말처럼,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과 림프의 순환이 둔해지고, 순환이 막히면 결국 면역과 회복력도 함께 떨어진다. 설명 자체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생활의 기본에 가까운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중년의 몸으로 읽으니 그 익숙함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늘 무엇을 더 먹을지, 어떤 영양제를 추가할지 고민하면서도, 정작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가장 단순한 원칙은 소홀히 해 온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책은 체온 회복을 위한 네 가지 축을 제시한다. 따뜻함, 수면, 순환, 그리고 스트레칭이다. 배와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습관, 깊은 잠을 위한 환경 만들기, 굳은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 과하지 않은 운동.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 꾸준함을 요구하는 생활 태도에 가깝다. 읽다 보면 이 정도야 알고 있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알고 있다는 사실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종종 알고 있다는 감각 속에서 안심할 뿐, 실제로는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침 최근 다녀온 단체 연수에서 이 책의 내용과 묘하게 겹치는 경험을 했다. 평소 혈압과 비만 등 성인병으로 고생하던 한 동료가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오랫동안 즐겨 먹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상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식단을 바꾸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보면 그는 유난히 음식을 가려 먹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분명했다. 20년째 몸에 이로운 음식만 섭취한 결과, 성인병 증상이 모두 사라졌고 6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체온회복력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체질이 다르면 필요한 음식과 관리법도 다르듯, 몸의 회복력 역시 각자의 조건에 맞게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돌보는 일이다. 저자가 강조하듯 회복의 주체는 외부의 처방이 아니라 자기 몸이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회복 사례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던 노인이 다시 걷기 시작하고, 오랜 불면에 시달리던 이가 숙면을 되찾으며, 요실금과 전립선 문제로 고통받던 이가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은 거창한 기적이라기보다 생활의 방향을 바꾼 결과로 그려진다. 체온을 올리고 순환을 돕는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자 몸이 서서히 반응했다는 이야기다. 속도는 느릴지라도 방향이 맞으면 몸은 응답한다는 믿음이 책 전반에 흐른다.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직접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한 온열 매트, 팥 찜질 팩, 좌훈음파 운동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건강을 회복한 사례들이 책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독자의 집중을 다소 흩트리는 인상을 준다. 이 책이 엄밀한 학술 이론서라기보다 저자의 실천 경험과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다 밀도 있는 논증이나 체계적 분석을 기대한 독자라면 유사한 사례의 반복에서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아무리 유익한 건강 회복의 팁이라도 잦은 반복은 신선함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또한 저자가 들꽃잠이라는 브랜드로 건강 회복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이 순수한 경험담을 넘어 자신의 사업 철학과 제품 활용 방식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능을 일부 겸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독자에 따라 실천적 안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다소 상업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십 대를 지나는 필자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건강은 약 하나로 해결될 문제도, 단기간의 다이어트로 끝날 일도 아니다. 체온을 지키는 일,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일, 잠을 제대로 자는 일은 결국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체온회복력은 새로운 유행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권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기본은 생각보다 깊다.

 

연수에서 만난 동료의 변화와 이 책의 메시지를 겹쳐 보며 깨닫는다. 건강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신호를 존중하는 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따뜻함을 회복하는 일은 단순히 체온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중년 이후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지탱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속도를 내기보다 방향을 점검할 나이다. 그 방향의 출발점에 따뜻한 몸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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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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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변화라는 단어만 봐도 어깨가 먼저 굳어온다. 젊을 때야 뭐든 마음먹으면 될 것 같았지만, 이제는 마음먹는 것 자체가 이미 에너지 소모다. 관성이라는 놈은 나이를 먹을수록 중력 가속도처럼 세진다. 출근하자마자 마시는 커피 한 잔, 늘 같은 위치의 지하철 탑승구, 괜히 습관처럼 켜는 뉴스 채널. 특별히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요즘 잘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그런 중년에게 이 책은 인생을 바꾸라며 소리치지 않는다. “지금 하던 것 중에서 하나만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 요구라면 일단 앉아서 들어볼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치고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편이다. 왜 인생이 이렇게 되었는지 따지지도 않고, 어린 시절의 상처나 성격 결함을 굳이 불러내지도 않는다. 대신 그래도 가끔은 괜찮았던 적 있지 않았나요?”라고 묻는다. 늘 미루다 우연히 일을 일찍 끝낸 날, 늘 짜증 나던 회의에서 이상하게 조용히 넘어간 순간. 저자는 그런 예외의 순간을 집요하게 붙잡는다. 문제를 이해하는 데 반평생을 써온 중년에게 이 접근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이해는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인생은 별로 안 바뀌었기 때문이다.


책의 주장은 일관되게 단순하다. 설명은 줄이고 행동을 바꾸라는 것이다. 해석은 그대로 둔 채 반응만 살짝 어긋나게 해보라는 이야기다. 늘 할 말을 참았다면 한번 말해보고, 늘 따졌다면 이번엔 그냥 넘겨보라는 식이다. 물론 말은 쉽다. 반세기 동안 굳어진 행동 하나를 비트는 게 어디 쉬운가. 허리를 삐끗하고 나서야 자세를 고치는 것처럼, 관성은 늘 통증과 함께 깨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걸 몰라서 안 했겠나싶은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 책이 덜 얄밉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 새 인생을 살라고 하지도 않고, 새벽 다섯 시 기상이나 인생 목표 재설정 같은 잔인한 주문도 없다. 방 전체를 치우지 못하겠으면 책상 위 볼펜 하나만 다른 곳에 놓아보라는 정도다. 오프라 윈프리가 이 책을 두고 사람을 훈계하지 않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던 김 부장 같은 중년에게 훈계는 이미 과다 복용 상태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역시 극적이지 않다. 부부 갈등에서 늘 변명부터 하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아무 말 없이 상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경우, 직장에서 상사의 지적을 들을 때 자동으로 반박하던 사람이 메모만 하며 끝내는 선택, 운동을 미루던 사람이 헬스장 등록 대신 집 앞을 10분만 걷는 행동으로 시작하는 장면, 불안해질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잠시 창밖을 보며 숨을 고르는 순간, 가족 모임에서 늘 말이 많아 분위기를 흐리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판단을 보류하고 질문만 던져보는 경우들이다. 저자는 이런 사소한 어긋남이 자동화된 패턴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를 깊이 이해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잠시 멈췄던 방식을 다시 써먹음으로써 말이다.

 

다만 아쉬움도 분명하다. 행동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논리는 매력적이지만, 세상일이 늘 개인의 선택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중년은 이미 몸으로 배웠다. 직장은 여전히 답답하고,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 역시 대체로 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다르게 행동해도 결과가 비슷한 날들, 즉 관성을 비틀 여지조차 없는 상황에 대한 성찰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읽다 보면 변화하지 못한 책임이 다시 독자에게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안 바뀌는 건 결국 당신이 덜 바꿨기 때문 아니냐는 뉘앙스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정말 우리는 모든 걸 이해해야만 바꿀 수 있었던 걸까. 이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사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인생을 통째로 바꾸라는 말에는 이제 웃음부터 나오지만, 오늘 하던 것 중 하나쯤은 다르게 해보라는 제안에는 괜히 뜨끔해진다. 결국 이 책이 중년의 삶을 단번에 뒤집어 놓지는 않는다. 대신 반세기 동안 켜켜이 쌓인 관성을 살짝 긁고 지나간다. 그 금이 크게 갈라질지, 그냥 잔흔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까지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균열쯤은 그래,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선방이지하고 한 번쯤 감내해볼 만하지 않을까.

 

#터닝페이지 #관성끊기 #행동변화 #자기계발 #문제인식부터 #덜외롭자면_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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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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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하고 싶다는 말을 참 쉽게 한다. 새해만 되면 어김없이 결심을 다짐하고, 삶이 꼬이는 순간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엔 진짜야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삶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늘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한숨만 거듭 쉬게 된다. 슈테판 클라인의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원제: 왜 변화는 이토록 어렵고,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는 바로 이 익숙한 좌절의 지점에서 독자를 붙잡아 세운다. 그리고 묻는다. “왜 변하지 못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왜 변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은 있는가?”

 

이 질문에 은근히 마음이 찔린다. 우리는 보통 변하지 못하면 자책하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고, 절실하지 않아서 그렇고, 결국은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결론을 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자기 비난의 방향을 슬쩍 틀어 준다. 클라인은 변화의 실패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들이밀면서 인간이 애초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변화를 꺼리는 건 성격 탓이 아니라 기본 설정값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단일 기관으로서 신체 에너지의 무려 20%를 소모하는 우리의 뇌는 새로운 가능성보다 익숙한 반복을 좋아한다. 이미 해본 행동, 이미 살아 본 방식이 훨씬 적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화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잘 될 수도 있지만, 망할 수도 있다. 뇌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기존의 습관을 깨려는 순간, 괜히 피곤해지고 귀찮아진다. “오늘은 그냥 접고 내일부터 하자라는 생각이 스르르 올라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걸 알고 나면 그동안 자신에게 던졌던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라는 질문이 조금은 우스워진다. ,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는 데 있다. 알면서도 못 하는 자신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더 굳게 다짐하고, 더 독하게 마음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클라인은 오히려 그런 태도가 변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변화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 습관에 의해 굴러간다. 기상 시간, 식사 패턴, 일하는 방식, 쉬는 방법까지 대부분은 늘 하던 대로. 여기에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 인식, 가족과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까지 얹히면 개인의 변화는 금세 제자리로 끌려온다.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삶 전체가 원래 방향으로 계속 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거창한 변화 계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선언 대신, 아주 작은 이동을 반복하라고 말한다. 자신과 싸우기보다 환경을 조금 손 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의지가 약해서 운동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운동화가 눈에 안 띄는 자리에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과거로의 회귀를 실패로 취급하지 말라고 말한다. 변화는 직선 코스가 아니라 앞으로 갔다가 뒤로도 오고 옆길로도 새는 곡선에 가깝다. 중요한 건 한 번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묘한 안도감이 남는다. 그동안 변하지 못했던 이유가 비로소 설명되기 때문이다. 더 굳게 마음먹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 조금 덜 자신을 몰아붙여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사소한 방향 전환 하나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변화는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라는 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무용담이 아니라 늘 작심삼일을 반복해 온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교실 풍경을 떠올렸다. 남자고등학교 교사로서, 우주 정복보다 더 어렵다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길들이기와 학업 향상을 눈앞에 둔 학생들을 매일 마주한다. 밤늦게 게임 하느라 수업 시간마다 졸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지각을 덜 하고, 숙제를 늘 안 해 오던 아이가 가끔이라도 내밀듯 제출하면 우리는 속으로 물개박수를 친다. 겉으로는 이게 뭐 대단하냐하고 웃어넘기지만, 그 한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이미 굳어진 리듬과 환경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대단한 각오 대신 오늘보다 딱 5분만 빨리 잠자리에 들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말이 어설픈 위로나 포기가 아니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한 데서 나온 가장 현실적인 조언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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