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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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곧 피와 보물이라는 은유로 freakonomics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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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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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원제 피와 보물(Blood & Treasure)은 시작부터 꽤 노골적이다. 전쟁과 약탈의 본질을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묶어놓은 제목이 또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지만 책장을 몇 장 넘기다 보면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도발적인 제목이야말로 저자가 던지려는 질문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분명 피를 부른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전쟁은 때로 보물도 낳았다. 물론 그 보물은 단순한 금과 은이 아니다. 제도와 유인,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라는, 조금 더 복잡하고 위험하며 동시에 흥미로운 것들이다.

 

이 책은 바이킹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경제사를 추적한다. ‘폭력 전문가들에 의한 무력 충돌이 세계 권력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며, 갈등의 경제학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구한다. 전쟁이 막대한 인명 피해와 비용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긴 역사 속에서 인간 사회의 제도와 경제 발전을 이토록 강하게 밀어붙인 힘도 또 드물다. 전쟁은 국가를 일으켰고, 국가는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 비용이 커질수록 조세 제도와 국가 조직, 국채 시장은 함께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파괴적으로 변할수록 국가의 경제 체제는 점점 더 정교해졌다.

 

저자 던컨 웰던은 전쟁을 영웅담이나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선택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경제학적 시각으로 인간 행동의 숨은 인과관계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다만 무대가 일상 대신 역사라는 점이 다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역사판 프리코노믹스라고 부를 만하다. 각 장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경제학적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독자의 직관을 은근히 흔들어 놓는다.

 

책은 중세 영국의 데인겔드 이야기로 시작한다. 데인겔드는 영국 왕들이 바이킹의 침략을 막기 위해 바친 일종의 조공이다. 물론 이 돈은 왕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되었다. 경제학 교과서식으로 보면 세금은 대체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설명된다. 그런데 저자는 흥미로운 점을 지적한다. 데인겔드가 징수되던 시기가 오히려 영국 경제가 비교적 활기를 띠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세금을 감당해야 하는 압력이 농민들의 생산성 향상을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폭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오히려 교환과 분업이 촉진되었다는 설명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2장에서는 칭기즈칸이 뜻밖의 별명을 얻는다. 바로 세계화의 아버지이다. 몽골 제국은 초기의 파괴적인 정복 이후 광대한 지역에 일정한 질서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동서 간 육로 무역이 한 세기 가까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유럽인들이 아시아 상품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이후 육로 무역이 어려워지자 유럽은 자연스럽게 해상 항로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몽골 제국이 대항해 시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익숙한 역사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하다. 칼과 말발굽이 남긴 것이 폐허만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신대륙 이야기에 이르면 또 하나의 통념이 흔들린다. 금과 은을 잔뜩 손에 넣은 스페인이 왜 결국 경제적으로 쇠퇴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남미의 은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제도 개혁에 실패했고 결국 재정 위기를 반복했다. 풍부한 자원이 오히려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켰다는 설명이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제도 속에서 그것을 운용하는가이다. 전리품은 잠깐이지만 제도는 오래 남는다.

 

기후 변화와 마녀사냥의 관계를 다룬 장도 흥미롭다. 얼핏 보면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마녀사냥 역시 사실은 생존 압박이라는 구조적 조건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오늘날의 국제 갈등 역시 단순히 몇몇 지도자의 성격이나 광기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갈등 뒤에는 대개 더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은 해적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다. 법도 재판도 없는 해적선에서 의외로 정교한 조직 운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상 체계와 신호 구조가 명확하면 반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듣다 보면 현대 기업 조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폭력 집단이 오히려 꽤 합리적인 유인책 설계를 했다는 사실은 묘하게 씁쓸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 책의 접근은 어디까지나 경제학적이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총력전을 다루는 부분에서도 도덕적 비판보다는 경제적 동원 체제의 효율성이 강조된다. 이런 분석은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선악의 판단이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내는 유인 구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특정한 제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설명은 어디까지나 분석일 뿐 권유가 아니다. 문제는 이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내란을 두둔하거나 강경한 물리적 충돌을 불가피한 선택처럼 말하는 목소리가 등장한 적이 있다. 국가의 위기나 경제적 침체를 이유로 큰 충격이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역사 속 전쟁이 제도 발전을 낳았으니 어느 정도의 폭력은 필요악이라는 논리와 닮았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결론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폭력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떤 제도가 만들어졌는가이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왜곡된 유인이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큰 충격이 가해져도 발전 대신 파탄이 반복된다. 신대륙의 은을 움켜쥐고도 재정 파탄에 이른 군주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폭력은 자동으로 진보를 낳지 않는다. 제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폭력은 공동체를 더 약하게 만들 뿐이다.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태도는 어쩌면 보물만 보고 를 지워버리는 편리한 기억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득을 얻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와 보물의 관계는 풍선효과와도 비슷하다. 경제학적 분석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차가움은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유인이 왜곡되면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집단은 비극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던컨 웰던은 이코노미스트BBC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자 경제학자이다. 영란은행과 자산운용, 공공정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워릭대학교 세계경제 비교우위 분석센터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런 이력이 보여주듯 그의 논의는 상당히 촘촘하다. 모든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반박하려면 그만큼의 근거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지닌 가장 건강한 특징이다.

 

이 책은 전쟁의 승패를 묻지 않는 대신 전쟁이 남긴 제도적 흔적을 추적한다. 누가 이겼는가보다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총성과 함성이 아니라 어떤 유인을 설계하고 어떤 제도를 지켜내느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피와 보물 중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전쟁의 명분보다 그 결과를 더 오래 기억한다. 오늘날 중동의 긴장을 키우며 전범 논란에까지 이름이 오르는 트럼프와 네탄야후의 사례는 실정을 덮느라 보물조차 약속하지 못하는 전쟁이 결국 어떤 평가로 남게 되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돈의흐름 #돈의역사 #역사서 #눈에보이지않는전쟁과돈의역사 #피와보물 #프리코노믹스 #freak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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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 1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신준 옮김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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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도시·공간·자본주의를 결합해 분석하는 세계적 석학이며, 자본의 축적 논리를 공간 구조(도시화·부동산·금융·제국주의) 속에서 해석한 이론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도시, 국가, 정치, 문화, 일상생활 전체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파악했고,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 신자유주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반란의 도시(Rebel Cities)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화, 불평등, 도시 공간의 계급화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특히 맑스 <자본> 강의에서는 난해한 자본론을 현대 자본주의 현실과 연결해 해설하며, 맑스를 고전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비판 이론으로 복원한 해설자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단순한 강의 해설서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해를 먼저 요구하는 꽤 집요한 안내서이다. 2010년 출간 당시에도 시의성이 있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격변과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떠올려보면 하비의 문제 제기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의 형식까지 흔들 수 있다면, 그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책은 상품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는 돈이 아니라 상품의 집합으로 나타난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지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관심은 점점 교환가치, 곧 가격으로 쏠린다. 서로 다른 물건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가격표 뒤에 숨어 있는 노동의 흔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숫자를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인다. 하비가 짚어내는 상품 물신성은 바로 이 지점, 인간이 만든 관계를 자연법칙처럼 믿어버리는 착시를 가리킨다. 익숙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교환과 화폐의 분석은 시장을 더 이상 순진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교환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적 소유와 법적 인정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화폐는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매개이다. 상품화폐상품의 순환에서 돈은 수단이지만 화폐상품화폐의 구조에서는 더 많은 돈이 목적이 된다. 이 전환이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돈이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삶이 돈의 증식을 돕는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일반적 정식 G-W-G을 따라가면 이윤의 비밀이 드러난다. 단순한 유통 과정에서는 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잉여가치는 생산 영역에서, 특히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을 통해 창출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결과가 아니라 일정 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다. 임금은 그 능력을 유지하는 비용일 뿐, 노동자가 실제로 만들어낸 가치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은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나뉘고 그 차이가 자본의 몫이 된다. 월급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익숙한 생각이 조금은 흔들리는 대목이다.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은 자본이 실제로 어디서 증식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기계와 원자재는 자신의 가치를 이전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오직 노동력만이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잉여가치율, 노동일의 연장, 상대적 잉여가치의 확대라는 개념들은 자본이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압박하는지 설명한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 역시 중립적 진보가 아니라, 필요노동을 줄이고 잉여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협업과 분업, 매뉴팩처와 대공업, 그리고 기계의 도입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의 자동화와 플랫폼 노동을 떠올리게 한다. 협업은 연대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와 관리의 정교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분업은 효율을 높이지만 노동자를 전체 과정에서 분리시키고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기계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는 인간을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킨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편입된 체제라는 점이 또렷해진다.

 

임금과 단순재생산, 축적의 논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반복·확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자는 임금을 통해 다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자본은 잉여가치를 축적해 규모를 키운다. 축적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이며, 경쟁 속에서 자본가는 멈출 수 없다.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실업과 불안정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성장의 이면에 상대적 빈곤과 집중이 뒤따르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마지막으로 본원적 축적의 분석은 자본주의의 출발 신화를 재검토하게 한다. 성실과 절약의 미담 대신, 토지로부터의 추방과 박탈, 제도화된 폭력의 역사가 놓여 있다.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말은 이미 생산수단과 분리된 존재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체제임을 상기시킨다.

 

이 책의 의의는 단순히 자본을 쉽게 풀어냈다는 데 있지 않다. 하비는 자본주의를 도덕적으로 규탄하기보다, 그 운동 법칙을 차분히 해부한다. 왜 위기가 반복되는지, 왜 불평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지, 왜 돈의 논리가 정치와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집값 그래프나 주가 지수, 월급 명세서와 뉴스 속 국제 정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이 책은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선뜻 이해되지 않던 용어들과 두꺼운 분량으로 사회과학 지식이 일천한 헛똑똑이 필자를 불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사유의 시작이다. 자본주의를 원래 그런 것으로 넘기지 않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게 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계정세와 경제 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분노나 체념 대신 독수리처럼 맑은 눈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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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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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거짓 정보에 속지 않는 선구안을 키워 한 번쯤 의심하는 사람이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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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
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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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고상한 읽씹사건은 아마 이 장면일 것이다.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테가 예수 앞에서 진리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놓고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일이다. 이런 질문은 철학 교양 수업 첫 시간에 나올 법한데, 태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람의 그것이다. 이를 두고 400년 전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이란 진실 자체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더 사랑하는 존재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은 오늘날 스마트폰을 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보고 싶은 기사만 읽고, 듣고 싶은 주장만 공유하며, 마음에 드는 해석에만 좋아요를 누르며,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일상 말이다. 윈스턴 처칠의 표현처럼 거짓이 세상을 반 바퀴 도는 동안 진실은 아직 바지를 입는 중인 세상이다. 요즘은 바지에 벨트를 매기도 전에 타임라인이 이미 점령당하는 느낌이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 어울리는 이 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품 경고문과 같은 형식이다. 원래 이 문구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섞였을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붙는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미국, 유럽 연방의 제도 정비 와중에서 자리 잡은 표현이다. 흠결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숨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양심선언인데, 저자는 이 경고문을 정보에 응용했다. 뉴스에도, 연구 결과에도, 그래프에도 거짓이 조금 섞여 있을 수 있음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보자는 제안이다.

 


책은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1만 시간의 법칙부터 건드린다.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정상에 설 수 있다는 달콤한 공식이다. 듣기에는 참 희망이 차오른다. 하지만 연구의 표본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재능과 환경이라는 변수를 지운 채 노력만 남긴 서사는 깔끔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을 채우겠다고 인생을 갈아 넣었지만 통장 잔고와 허리 통증만 남은 의 사례를 읽다 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괜히 내 이야기 같아 뒤통수를 긁적이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배웠지만, 가끔은 노력이 미안, 이번 판은 여기까지하고 손절하는 순간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대한 분석도 통쾌하다. 이미 성공한 기업만 모아 공통점을 찾아내는 이른바 생존자 편향이다. 살아남은 기업의 습관을 정리해 놓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마치 로또 1등 당첨자의 아침 루틴을 분석하며 역시 새벽 기상이 답이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실패한 수많은 사례는 애초에 분석표 밖에 있다. 화살을 먼저 쏘고 나서 나중에 그 자리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 셈이다.

 

모유 수유와 지능의 상관관계 이야기도 흥미롭다. 겉으로 보면 모유가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결론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사회경제적 환경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모유 수유가 가능한 가정의 여건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우리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쉽게 착각한다. 자연이 최고라는 믿음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단순한 설명은 늘 달콤하다.

 

확증편향의 사례는 웃기면서도 서늘하다. 처음부터 범인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증거만 모으는 답정너수사처럼, 우리 역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정보를 고른다. 나와 같은 편의 실수는 맥락이 있다고 감싸고, 반대편의 실수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단정한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현실은 거기에 맞춰 편집된다. 이쯤 되면 빌라도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묻기는 묻되, 들을 생각은 없는 태도이다.

 

저자는 다행히도 훈계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수업 중 과거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이론을 인용했던 경험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쿠바 침공 실패 이후 참모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의사결정 방식을 바꾼 존 F. 케네디의 사례처럼, 일부러 반대 의견을 회의 안으로 들여오는 태도이다. “그거 정말 확실한건가라고 묻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듣기에는 좀 성가시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가장 고마운 친구 유형이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에 널린 정보에는 거짓 함유 가능표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치킨을 주문할 때도 별점 낮은 리뷰부터 확인하면서, 왜 뉴스와 연구 결과는 제목만 보고 공유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 3초만 멈추는 습관, “이거 진짜 맞나?”라고 자신에게 묻는 태도 말이다.

 

결국, 이 책은 세상을 불신하라고 부추기지 않는다. 다만 우리 머릿속에 작은 경고문 하나를 붙여준다. 이런 생각에도, 이런 확신에도, 이런 분노에도 거짓이 조금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이다. 웃으며 읽다가도 슬며시 뜨끔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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