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독서로 인생이 바뀐다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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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서란 어떤 이에게는 한가로운 주말의 여가 활동에 불과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삶의 궤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절망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 올리는 구원의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후자의 기적을 온몸으로 증명해 낸 한 청년의 치열한 생존기이자 눈부신 성공담이다. 스물일곱 살, 이렇다 할 이력이나 빛나는 꿈도 없이 군대를 갓 전역한 평범한 청년이 하루 1시간의 꾸준한 독서를 유일한 무기 삼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무려 6천 권이라는 방대한 독서량을 쌓아 올리며 마침내 작가로 거듭나고, 나아가 1인 출판사까지 직접 운영하게 된 저자의 인생 역전 서사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울림과 희망을 선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진정성과 강력한 실천적 에너지에 있다. 저자는 독서가 단지 지식을 머릿속에 축적하는 수단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방향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설파한다. 특별한 재능이나 큰 자본이 없더라도 누구나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깊은 위로를 준다. 특히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하루 1시간'이라는 명확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해 독서의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 점이 돋보인다. 작은 습관의 반복과 그 꾸준함이 만들어내는 '복리의 마법'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겪어낸 저자의 목소리이기에 설득력은 더욱 배가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6천 권이라는 경이로운 다독(多讀)의 경험을 지녔고 1인 출판사 대표로서 직접 책을 펴내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책 곳곳에서 어색한 어법과 정교하지 못한 인용, 덜 다듬어진 문장들이 간혹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옥의 티는 저자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정과 투박하지만 진솔한 삶의 에너지를 가리지 못한다. 오히려 화려한 수사학이나 매끄러운 기교로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문장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책을 부여잡고 발버둥 쳤을 저자의 절박함과 진한 땀 냄새를 한층 더 사실적으로 전달해 준다.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이 던지는 하루 1시간의 메시지를 더욱 폭발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 해답은 바로 밑줄과 메모를 곁들인 능동적인 독서에 있다. 눈으로만 활자를 좇는 독서는 쉽게 휘발된다. 하지만 손에 펜을 쥐고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순간, 그 문장은 책의 속박을 벗어나 내 삶의 일부분으로 스며든다. 페이지 여백에 그 순간의 감상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저자의 일방적인 강연을 듣는 것을 넘어, 저자와 탁구를 치듯 직접 대화를 나누는 짜릿한 지적 교감의 과정이다. 밑줄과 메모는 방대한 책의 바다에서 나만의 진주를 건져 올리는 그물망이자, 흩어지기 쉬운 영감을 꽉 붙잡아두는 닻이다. 이 치열한 흔적들이 쌓일 때 독서는 비로소 타인의 지식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강력한 무기로 작동한다.

 

이렇게 책장 곳곳에 남겨진 밑줄과 메모는 자연스럽게 서평 쓰기라는 더 크고 단단한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밑줄 친 문장들을 뼈대 삼고, 여백에 적어둔 메모를 살코기 삼아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다. 서평 쓰기야말로 수동적인 텍스트 소비를 능동적인 지식 생산으로 탈바꿈시키는 가장 훌륭한 도구다. 책을 덮고 나면 아무리 깊은 감동을 주었던 내용도 시간과 함께 안개처럼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금 문장들을 갈무리하는 순간, 파편화되어 있던 기억과 감상들은 명확한 언어라는 옷을 입고 뇌리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

 

또한, 서평을 작성하는 과정은 고도의 비판적 사고와 깊은 내면 성찰을 요구한다. 저자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가’, ‘밑줄 친 이 문장이 내 삶의 어느 부분과 맞닿아 있는가를 치열하게 묻고 답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번역하고 저자의 철학을 내 삶의 맥락 속에 재조립하는 이 과정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최고의 훈련이다. 매일 같이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며 서평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투박했던 문장은 어느새 매끄러운 흐름을 찾고 빈약했던 어휘는 풍성해진다. 이렇게 길러진 표현력과 논리력은 타인과의 소통, 업무적 판단, 나아가 삶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흔들림 없는 든든한 잣대가 되어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작은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반복과 꾸준함의 위대한 잠재력을 증명해 낸 훌륭한 동기부여 서적임이 틀림없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청년이 독서라는 도구 하나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게 된 서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저자의 치열했던 하루 1시간 독서의 열정을 기꺼이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니 그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당장 손에 펜을 쥐어보자. 마음을 흔드는 문장에 과감히 밑줄을 긋고, 여백에 내 생각을 거침없이 메모하자. 그리고 그 흔적들을 정성껏 모아 나만의 언어로 서평을 남기는 습관을 시작해 보자. 독서가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면, 밑줄과 메모는 거름을 주고 김을 매는 작업이다. 여기에 한여름 뙤약볕 같은 치열한 사유와 퇴고를 거쳐 마침내 '서평'이라는 단단한 열매를 맺어보자. 읽고 쓰는 삶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가장 극적이고도 아름답게 바꾸어 놓을 확고하고도 현실적인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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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독서로 인생이 바뀐다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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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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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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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느 애독자라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뭉클한 감동을 느끼면서도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정말 좋았다”, “무척 인상적이었다라는 빈약한 감상밖에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자발적 독서가 아닌, 과제나 업무의 일환으로 의무적인 서평을 써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텅 빈 모니터 앞의 두려움은 배가 된다. 강렬한 흥미를 느껴 며칠 밤낮을 푹 빠져 읽은 수작조차 시간이 지나면 휘발성 강한 얕은 기억으로만 남아 아쉬움을 남기 일쑤다. 이처럼 책을 단순히 읽고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사유가 담긴 한 편의 글로 남기고 싶은데 그 시작이 막막하기만 한 이들에게,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는 더없이 구체적이고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에게 무작정 펜부터 쥐여주는 대신, 글쓰기 이면에 숨겨진 나의 진짜 목적을 먼저 묻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서평 쓰기의 첫걸음으로 독후감(감상문)’서평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독후감이 철저히 를 중심으로 주관적인 감정과 깨달음을 일기처럼 자유롭게 적어 내려가는 사적인 글이라면, 서평은 잠재적 독자라는 타인을 염두에 두고 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설득하는 공적인 글이다. 내 안의 글쓰기 욕망이 혼자만의 일기장용인지 타인과의 소통용인지 점검하고 나면, 막연했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목적지를 향한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방향을 바꾼다.

 

나아가 책은 '서평(비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압박감도 사르르 녹여준다. 흔히 서평이라고 하면 현미경을 들이대듯 텍스트의 흠결을 찾아내 날카롭게 지적해야만 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맹목적인 찬양이나 가시 돋친 비난은 진짜 비평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책이 뿜어내는 온기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한 걸음 물러서서 차분하게 그 가치를 저울질해 보는 '다정한 거리두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위대한 고전이나 화제의 인기 도서 앞에서 "내가 감히 평가를 남겨도 될까?"라며 주눅 드는 권위에 대한 맹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을 지우고 오직 나와 책, 단둘만의 대화에 집중할 때 비로소 남의 말을 빌리지 않은 나만의 진짜 목소리가 싹틀 수 있다.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나침반의 방향을 잡았다면, 다음은 본격적으로 글의 뼈대를 세울 차례다. 막막한 백지 앞에서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이들을 위해 책은 서평의 필수 요소를 튼튼한 건축 설계도처럼 보여준다. 서지 정보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배치하는 법부터, 장황한 줄거리 나열을 피해 핵심만 간추리는 내용 요약, 그리고 책의 장단점과 사회적 의미, 추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분석과 결론까지 단계별로 상세히 안내한다. 훌륭한 실전 지침답게 모든 책에 획일적인 방법론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소설은 줄거리 스포일러를 방지하며 인물과 배경에 집중하고, 실용서는 정보의 유용성과 독자 대상층을 명확히 따져주어야 하는 등 장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맞춤형 전개 방식까지 섬세하게 짚어낸다.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책을 덮자마자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도구들을 제공한다는 점은 이 지침서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책의 핵심적인 알맹이(패티)를 찾아내고 그 위아래로 내 생각()을 덧붙이는 햄버거 독서법’, 책을 읽으며 잊어버리지 않게 핵심 문장을 발췌하고 메모하는 마법 노트는 초보자도 즉각 시도해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작문 기술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주로 글을 읽고 쓰는 공간이 블로그나 SNS, 온라인 서점 같은 디지털 플랫폼임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스크롤을 내리는 익명의 독자를 사로잡기 위한 흡인력 있는 문단 구성과 매력적인 제목 짓기 비결은 당장 내 블로그에 적용해 보고 싶을 만큼 실용적이다.

 

결국 책 읽고 글쓰기는 단순한 작문 지침서나 딱딱한 문장론 책이 아니다. 타인의 생각에 수동적으로 끄덕이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독서라는 개인적인 행위를 타인과 소통하는 객관적 쓰기로 확장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다정한 응원가와 같다. 조금 서투르고 투박한 문장일지라도 내 온전한 판단과 사유로 채워진 한 줄의 기록은 금세 공중으로 날아가 버릴 뻔한 책 속의 문장들을 내 삶에 단단히 묶어두는 든든한 닻이 된다. 더 이상 일기장 속 혼잣말 같은 감상문에 머물지 않고 타인을 설득하는 제대로 된 서평을 완성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실전 요령들을 충실한 나침반 삼아 첫걸음을 내디뎌 보기를 감히 권유한다.

 

#서평가이드 #나민애교수 #서울대기초교양인기강의 #글쓰기 #책읽고글쓰기 #서평가 #서평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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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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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형식이 없던 서평에 기준을 마련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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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퀴어 청소년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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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50대 중년 남성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내 아이들이 그저 남들처럼 무난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랐던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반백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 주변에서 자기를 '성소수자'라고 밝힌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이나 뉴스,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이야기로만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 내 삶과는 꽤 거리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성 정체성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더 넓고 포용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더 이해심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과 책임감도 느꼈다.

 

이 책은 어떤 유명한 작가나 권위 있는 학자가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딱딱한 이론서나 소설이 전혀 아니다. 대안학교에서 만난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인 '짱똘' 소속의 아이들과 그들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교사 '유랑'이 직접 겪고 써 내려간 가장 생생하고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짱똘모임은 꼬꼬라는 아이가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로 커밍아웃한 것을 계기로 결성되었다고 한다. 책은 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어떻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연대해 나가는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내밀한 고민부터 시작하여 학교 내에 성 중립 화장실 도입을 논의하고 배제 없는 올바른 성교육을 요구하는 등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궤적이 참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책 속의 아이들은 단순히 기성세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연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는다. 도리어 스스로 연대하며 자신들만의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놀랍도록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묘한 뭉클함과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수시로 교차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나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옴을 느꼈다. 만약 내 자식이 남들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홀로 밤잠을 설치고, 혹여나 가장 든든한 내 편이어야 할 가족에게마저 상처받을까 두려워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면 아빠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자신하기 어려웠다. 평범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이 어린아이들은 매 순간 세상과 부딪히며 엄청난 용기를 내야만 했다. 한 번도 직접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활자 너머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내 아이들의 친구이자, 우리 곁에 숨 쉬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의 아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아가 짱똘아이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변화의 과정은 우리 기성세대에게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사 유랑과 함께 아이들은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성교육 시스템을 열망한다. 50대 아재인 내 낡은 기준에서는 낯설고 때로는 '과연 학교에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던 문제들이, 누군가에게는 숨을 쉬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기성세대는 써먹기 좋은 방어논리로 "지금은 공부할 때다"라며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려 들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 시기의 퀴어들 역시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하는 유령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온전한 나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강렬하게 항변하고 있다.

 

다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조심스레 드는 솔직한 안타까움도 있다. 책에도 아이들이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며 연대감을 다지는 대목이 나오는데, 가끔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축제의 일부 모습은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음지(?)에서 숨죽이던 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축하하는 그 본질적인 의미와 열정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때때로 현장에서 남녀의 성기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자극적으로 상품화하여 전시하는 일부 행태들은 못내 아쉽다. 이런 과격한 표현 방식이 대중에게 성소수자의 진실한 삶과 내면을 보여주며 따뜻한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거부감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차별 없는 시선으로 온전히 품어 안기 위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와 부드럽게 발맞추며 소통하려는 지혜로운 노력도 함께 더해졌으면 한다.

 

이에 더해, 이 아이들이 훗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릴 현실을 생각하면 기성세대로서 약간의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일례로 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관광 수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전환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취업의 문을 열어주고 생계 활로를 돕는 등 실질적인 제도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성소수자들의 생존권이나 노동권, 나아가 이들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명확한 견해 표명조차 주저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 역시 턱없이 부실한 실정이다. 단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고 생계의 위협마저 느껴야 한다면, 책 속 아이들이 뿜어내던 그 눈부신 용기와 연대는 금세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 이들이 평범한 시민으로서 경제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너무나도 시급하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무한한 지지를 보내준 교사 '유랑'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섣불리 어쭙잖은 잣대로 판단하거나 훈계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곁에 서서 모진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자 부족한 제도의 틈새를 메워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포용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먹고사니즘에 밀려 성 정체성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잘 모르던 평범한 중년 아재에게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는 핑계로 이들의 팍팍한 삶과 미래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했고, 동시에 이토록 용감한 청소년들이 빚어갈 미래 사회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품게 했다. 만약 내 곁에, 혹은 내 자녀의 친구 중에 이런 치열한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가 조심스레 다가온다면 기꺼이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너의 모습 그대로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주저 없이 말해줄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아빠가 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많은 학부모와 기성세대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까지 이 책을 꼭 정독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의 다른 삶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지원을 위한 사소한 노력을 모을 때, 세상의 수많은 짱똘들이 마음껏 자기 모습대로 웃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출판 #사뿐사뿐북클럽 #짱똘 #퀴어 #청소년 #함께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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