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라! 퀴어 청소년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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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50대 중년 남성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내 아이들이 그저 남들처럼 무난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랐던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반백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 주변에서 자기를 '성소수자'라고 밝힌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이나 뉴스,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이야기로만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 내 삶과는 꽤 거리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성 정체성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더 넓고 포용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더 이해심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과 책임감도 느꼈다.

 

이 책은 어떤 유명한 작가나 권위 있는 학자가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딱딱한 이론서나 소설이 전혀 아니다. 대안학교에서 만난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인 '짱똘' 소속의 아이들과 그들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교사 '유랑'이 직접 겪고 써 내려간 가장 생생하고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짱똘모임은 꼬꼬라는 아이가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로 커밍아웃한 것을 계기로 결성되었다고 한다. 책은 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어떻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연대해 나가는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내밀한 고민부터 시작하여 학교 내에 성 중립 화장실 도입을 논의하고 배제 없는 올바른 성교육을 요구하는 등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궤적이 참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책 속의 아이들은 단순히 기성세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연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는다. 도리어 스스로 연대하며 자신들만의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놀랍도록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묘한 뭉클함과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수시로 교차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나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옴을 느꼈다. 만약 내 자식이 남들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홀로 밤잠을 설치고, 혹여나 가장 든든한 내 편이어야 할 가족에게마저 상처받을까 두려워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면 아빠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자신하기 어려웠다. 평범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이 어린아이들은 매 순간 세상과 부딪히며 엄청난 용기를 내야만 했다. 한 번도 직접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활자 너머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내 아이들의 친구이자, 우리 곁에 숨 쉬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의 아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나아가 짱똘아이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변화의 과정은 우리 기성세대에게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사 유랑과 함께 아이들은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성교육 시스템을 열망한다. 50대 아재인 내 낡은 기준에서는 낯설고 때로는 '과연 학교에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던 문제들이, 누군가에게는 숨을 쉬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기성세대는 써먹기 좋은 방어논리로 "지금은 공부할 때다"라며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려 들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 시기의 퀴어들 역시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하는 유령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온전한 나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강렬하게 항변하고 있다.

 

다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조심스레 드는 솔직한 안타까움도 있다. 책에도 아이들이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며 연대감을 다지는 대목이 나오는데, 가끔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축제의 일부 모습은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음지(?)에서 숨죽이던 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축하하는 그 본질적인 의미와 열정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때때로 현장에서 남녀의 성기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자극적으로 상품화하여 전시하는 일부 행태들은 못내 아쉽다. 이런 과격한 표현 방식이 대중에게 성소수자의 진실한 삶과 내면을 보여주며 따뜻한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거부감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차별 없는 시선으로 온전히 품어 안기 위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와 부드럽게 발맞추며 소통하려는 지혜로운 노력도 함께 더해졌으면 한다.

 

이에 더해, 이 아이들이 훗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릴 현실을 생각하면 기성세대로서 약간의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일례로 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관광 수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전환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취업의 문을 열어주고 생계 활로를 돕는 등 실질적인 제도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성소수자들의 생존권이나 노동권, 나아가 이들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명확한 견해 표명조차 주저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 역시 턱없이 부실한 실정이다. 단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고 생계의 위협마저 느껴야 한다면, 책 속 아이들이 뿜어내던 그 눈부신 용기와 연대는 금세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 이들이 평범한 시민으로서 경제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너무나도 시급하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무한한 지지를 보내준 교사 '유랑'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섣불리 어쭙잖은 잣대로 판단하거나 훈계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곁에 서서 모진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자 부족한 제도의 틈새를 메워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포용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먹고사니즘에 밀려 성 정체성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잘 모르던 평범한 중년 아재에게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는 핑계로 이들의 팍팍한 삶과 미래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했고, 동시에 이토록 용감한 청소년들이 빚어갈 미래 사회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품게 했다. 만약 내 곁에, 혹은 내 자녀의 친구 중에 이런 치열한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가 조심스레 다가온다면 기꺼이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너의 모습 그대로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주저 없이 말해줄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아빠가 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많은 학부모와 기성세대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까지 이 책을 꼭 정독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의 다른 삶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지원을 위한 사소한 노력을 모을 때, 세상의 수많은 짱똘들이 마음껏 자기 모습대로 웃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계절출판 #사뿐사뿐북클럽 #짱똘 #퀴어 #청소년 #함께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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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노암 촘스키.네이선 J. 로빈슨 지음, 심운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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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식인의 이름은 그 자체로 거대한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울리는 '경고음'이 되기도 한다. 백 세를 앞둔 노학자 노엄 촘스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이자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그는 지난 반세기 넘게 미국 패권주의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는 데 앞장서 왔다. 미국이란 나라는 늘 자신을 '세계를 구원할 선한 제국', ‘세계 질서를 구현할 빅 부라더’, ‘우주 최강 수퍼 파워등으로 포장해 왔지만, 촘스키의 타협 없는 시선은 그 거대한 신화를 깨부수는 단단한 망치였다. 손자뻘인 로빈슨과 함께 펴낸 이 최신작은 평생 권력의 민낯을 고발해 온 그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던지는 묵직한 경고장이자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이 책이 겨누는 가장 뼈아픈 비판의 과녁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라는 고귀한 이상에 뿌리를 둔다'는 맹목적인 믿음이다. 미국의 팽창주의를 두둔하는 이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입힌 막대한 피해를 두고 '선의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부작용'일 뿐이라며 변명해 왔다. 그러나 두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교차 검증하면서 이 모든 것이 철저히 꾸며진 기만임을 폭로한다. 미국은 건국 초기 잔혹한 원주민 학살로 이른바 '명백한 운명'을 실현했고, 20세기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곳곳에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일구려 한 나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과테말라 아르벤스 정부의 온건한 토지 개혁을 무너뜨리고,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 정권의 학살을 든든히 뒷받침한 일이 바로 그 증거다.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숱한 무력 개입에서 미국의 이익에 거슬리는 다른 나라 국민은 언제든 짓밟아도 좋은 '부수적 피해'쯤으로 취급당했다.

 

미국의 이중성은 국제법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로남불'의 극치를 드러낸다. 다른 나라의 국제법 위반에는 발 벗고 나서서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전쟁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가입을 거부하고 유엔 헌장조차 서슴없이 어긴다. 비밀리에 자금과 무기를 대주며 다른 나라 정부를 무너뜨리고 암살을 주도해 온 행태는, 거꾸로 자신들이 당했다면 곧장 전면전의 사유로 삼고도 남았을 명백한 범죄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미국의 지배층이 군산복합체와 거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이 파괴적인 제국주의를 수십 년 동안 묵인하고 합의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전 세계 시민은 물론이고 미국의 평범한 대중조차 막대한 세금을 갉아먹는 이 끔찍한 정책들을 묵인하는 걸까? 책은 그 이유를 권력자들의 '동의의 조작(Manufacturing Consent)'이라는 틀로 설명한다. 기밀 분류, 내부 고발자 기소, 언론을 동원한 교묘한 선전으로 대중은 진실에서 철저히 차단된다. 결국 정부에게 길든 대중은 복잡한 국제 정치를 엘리트의 몫으로 떠넘긴 채, 자신을 '일밖에 모르는 꿀벌'로 전락시키고 만다.

 

이러한 비판적 통찰은 지나간 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와 곧장 이어진다. 요즘 우리는 연일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끔찍한 뉴스를 마주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극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이란과 주변국에 대규모 폭격을 퍼붓는 동안, 중동 지역은 당장이라도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질듯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아이들의 목숨이 스러지는 비극 앞에서도, 미국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선택"이라는 변명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일찍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없다면 우리는 이스라엘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미국의 정책이 인도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지정학적 패권 야욕 위에 서 있음을 드러낸 서늘한 자백이었다.

 

여기까지 오면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부끄럽고 기괴한 국내 현실로 향한다. 국내 정치 현안을 다루는 집회 현장에서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국내 문제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성조기를 흔들고, 심지어 중동에서 민간인 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의 국기마저 신성한 부적인 양 휘두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짓밟는 패권국을 맹목적으로 떠받드는 이 기이한 풍경이야말로 '동의의 조작'이 우리의 정신을 얼마나 무섭게 지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증거다. 이들은 언론과 권력이 빚어낸 '미국과 이스라엘은 절대 선, 거기에 맞서면 악'이라는 위험한 흑백논리에 갇혀 억울하게 죽어가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공감하는 능력마저 잃고 말았다.

 

이러한 정신적 빈곤과 맹목적인 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세우는 일이다. 과거의 제국주의 침략이 오늘날 어떤 명분으로 모습을 바꾸어 다시 나타나는지 꿰뚫어 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시위 현장에서 남의 나라 국기를 흔드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유력하다는 정치인이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강대국을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는 행태를 '애국'이나 '외교'로 착각하기 쉽다.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강자의 부당한 폭력 앞에서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촘스키와 로빈슨은 제국주의적 욕망을 내려놓고, 대화와 국제법 존중이라는 '진짜 외교'의 길로 돌아오라고 일갈한다. 인권을 짓밟는 정권에 대한 지원을 끊고 기후 재앙과 핵전쟁의 위기 앞에서 전 세계가 진심으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들추려고 쓴 책이 아니다. 힘 있는 자들이 빚어낸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말라는 뼈아픈 경고장이자, 강대국의 환상에 젖어 있는 우리의 무지를 내리치는 죽비다.

 

저명한 석학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한 나라를 떠받치는 정체성과 역사적 서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 책을 읽어내려면, 지적 위기감과 불편함에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싶은 충동을 견뎌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방대하고 치밀한 서사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십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비극의 뿌리를 통찰하는 안목을 얻게 된다.

 

화려한 명분과 선전 뒤에 숨은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고 인류의 진정한 평화를 바란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 거대한 기만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미국 예외주의'라는 치명적인 허구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억울하게 희생되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깨어있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

 

#메디치미디어 #미국은어떻게세계를위험에빠뜨리는가 #노엄촘스키 #미국우선주의 #국제정세 #국제관계 #미국예외주의 #오만한미국 #그많던수퍼파워는다어디로갔나 #한달만에벽돌책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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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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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입력하거나 인공지능에게 대화하듯 물어보면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제법 그럴싸한 답변이 쏟아지는 시대다. 참 신기하고 편리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더 자주 나는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지?” 하는 지적 허기를 느낀다. 남이 잘 정리해 둔 요약본을 빠르게 흡수하긴 했지만, 그것을 내 머릿속에서 오래 굴리고 비틀고 연결해 보며 내 생각으로 만드는 과정은 슬그머니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많지 않고, 남는다고 해도 어딘가 내 것이 아닌 남의 문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유선경 작가의 이번 신작은 바로 그 허점을 정확히 짚는다. 이 책은 지식을 단순히 새로 알게 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배운 것을 어떻게 내 생각으로 바꾸고, 내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올 것인가를 집요하고도 다정하게 묻는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가가 더 선명하게 남는다. 한마디로 머릿속 저장 공간을 늘려주기보다 생각의 엔진을 다시 작동시켜주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장치는 단연 질문이다. 그것도 괜히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질문이 아니라, 읽는 순간 ?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하고 호기심의 멱살을 잡아끄는 질문들이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줬을까?”, “별도 소리를 낼까?” 같은 질문은 어딘가 장난스럽고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강력하다. 어려운 철학 용어 대신 일상의 언어로 툭 던져진 질문은 독자의 긴장을 풀어 주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질문이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어느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의 순기능은 분명하다. 첫째, 질문은 독자를 깨운다. 당연하다고 믿으며 지나친 것들 앞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고, “잠깐, 정말 그런가?” 하고 다시 보게 만든다. 둘째,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넓힌다. 하나의 답만 찾게 하는 대신,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 독서와 감상을 끌어와 스스로 가설을 세우게 만든다. 셋째, 질문은 지식을 오래 남게 한다. 그냥 읽고 지나간 정보는 금세 희미해지지만, 내가 직접 답을 상상해 보고 틀려도 보고 다른 관점과 부딪혀 본 내용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는다. 그러니까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 유발 장치가 아니라, 지식을 체화된 생각으로 바꾸는 가장 영리한 도구인 셈이다.

 

작가는 이 질문들을 던져놓고 성급히 정답부터 꺼내지 않는다. 대신 문학과 과학, 역사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넓고 풍성한 배경지식을 펼쳐 보인다. 덕분에 독자는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 멀어 보이던 정보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코스모스라는 꽃의 이름에서 우주의 질서를 떠올리고, 역사 속 사건을 따라가다 예술가의 내면과 마주치는 식의 전개는 꽤 근사하다. 정보가 따로따로 놓인 조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장면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이 책이 독자를 수동적인 수용자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가 준비한 지식을 얌전히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고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보는 능동적인 탐험가가 된다. 같은 질문을 읽어도 누군가는 자기 경험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예전에 읽은 책 한 구절을 소환할 것이다. 심지어 엉뚱한 오답도 소중하다. 그 오답이 책의 설명과 만나며 만들어내는 뜻밖의 충돌이야말로, 생각이 깊어지고 기억이 단단해지는 진짜 순간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꺼내 보여줘도, 그 정보들을 어떤 맥락에서 엮고 어떤 질문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질문하는 습관은 독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부에도, 대화에도, 삶의 선택에도 두루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국어 지문 하나를 읽더라도 단순히 해석하고 정답을 맞히는 데서 그치면 금세 사라지지만, “이 글은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지?”,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를 스스로 묻는 순간 그 지문은 사고력을 키우는 재료가 된다. 이런 식의 사유는 타인과 더 풍성하게 소통하게 만들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 판단을 떠받치는 내면의 근육도 길러준다.

 

물론 이 책이 마냥 만만한 독서는 아니다. 뇌는 원래 에너지를 아끼려 드는 기관이라 그냥 술술 읽히는 글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만 독자를 붙잡아 세운다. 빨리 넘기지 말고 잠깐 생각해 보라 한다. 솔직히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리고 굼뜬 시간이야말로 이 책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독자를 편하게 모셔두는 대신, 계속해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독서라기보다 즐거운 두뇌 스트레칭에 가깝다.

 

결국 배경지식은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보게 하는 렌즈이고, 질문은 그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손놀림이다.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질문을 여러 방향에서 깊이 붙들고 생각해보는 힘은 그보다 더 오래, 더 멀리 간다. 더 많은 정답을 외우게 하기보다 더 좋은 질문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야말로 우리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조금 더 넓게 이해하게 하며, 결국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은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재미를 되찾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위대한 사유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 그런데 왜 그렇지?” 같은 작고 엉뚱한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의 즐거움과 힘을, 유쾌하게 증명해 보이는 든든한 지식의 지원군이다.

 

#질문의힘 #질문수업 #인문교양 #지식지원군 #필수지식백과 #최소한의교양 #앤의서재 #내인생의배경지식한권교양 #유선경 #자네혹시작가와형제인가? #그럴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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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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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의 만족도는 질문의 완성도에 비례한다는 평범한 정의를 확인할 수 있는 교양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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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53
오영민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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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대, 기후 위기로 계절의 풍경마저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전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했을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현실이 더 SF 같은데, 굳이 SF소설을 읽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품어볼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이 점점 더 SF를 닮아갈수록 오히려 SF는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SF는 단순히 신기한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장르가 아니라, 그런 기술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단편은 우주, 환경 오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독자에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표제작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행성에서 살아가는 관리 로봇 아스터의 이야기다. 아스터는 버려진 로봇 루키, 반려견 로봇 링과 함께 나름의 일상을 꾸려 왔다. 그런데 지구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로 소행성이 점점 무거워져 궤도를 이탈하게 되자, 지구는 소행성을 폐기하고 아스터만 회수하기로 한다. 얼핏 보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봐야 아스터는 그저 수많은 로봇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이 작품은 안전한 삶이 정말 최고일까?”를 묻는다. 아스터가 끝내 안전 대신 미지의 세계를 선택하는 장면은 비록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인간인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선택할 용기,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영민의 은하수도 비슷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미래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환경 오염이 심해져서 청소년들이 자연과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가는 세계다. 학생들은 밀폐된 버스로 이동하고, 건물 창문은 닫혀 있으며, 손목 밴드는 위치와 감정 상태까지 기록한다. 모든 것이 안전과 보호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선하에게는 답답한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하는 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그 작은 생명에게서 자신과 닮은 무엇을 느낀다. 선하가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음을 향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이 꼭 행복의 척도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조은오의 아이 엠 그라운드는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사용하면서도 단순한 생존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 선우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이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한다.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핵심은 초능력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빛나는 장면은 선우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의 손이 함께 뻗어 나오는 순간이다. 세상을 구하는 힘은 한 명의 특별한 영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어두운 세계 속에서도 이 작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남지민의 최선의 선택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최선이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최선은 자신의 이름이 때로는 부담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늘 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기대가 그 이름 안에 담겨 있다. 어느 날 고양이를 찾다가 고장 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나면서 위험한 상황에 휘말린다. 본인부터 약골인 최선이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양이와 로봇 모두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고, 최선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순간 최선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의미가 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약한 존재를 향한 용기와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노고유의 치명적 오류는 제목처럼 조금 더 낯설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구 소련이 쏘아 올린 최초의 유인(?) 우주견의 이름을 딴 주인공 라이카는 안전 구역인 돔 밖에서 태어났으나 운 좋게도 돔 내부로 입양된 뒤 양어머니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왔다. 그러다 안드로이드 트로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인간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여전히 품고 있다. 기계의 몸을 가진 후에도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인 라이카가 더 오랫동안 자기 삶을 살지 못했던 셈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의 형태일까, 감정일까, 아니면 꿈을 잃지 않는 마음일까? 치명적 오류SF다운 상상력을 통해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섬세하게 묻는다.

 

이렇게 다섯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읽으면 공통된 결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어떤 경계 앞에 서 있다. 안전하지만 답답한 세계, 정해진 역할과 스스로 선택하는 삶, 혼자 살아남는 방법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국 이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이다. 선택하는 힘, 타인과 손잡는 마음, 그리고 자기만의 꿈을 지키는 용기.

 

대상 독자가 청소년인지라 SF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읽기 어렵지 않다. 우주와 로봇, 환경 재난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소재들은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감시 기술, 환경 문제, 관계의 단절, 정체성의 고민 같은 문제들은 사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신 그런 미래가 온다면,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를 묻는다.

 

청소년 독자에게 이 질문은 특히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으로의 세상을 가장 오래 살아가야 할, 그리고 가장 먼저 변화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될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정답을 주는 대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SF라기보다 미래를 살아갈 마음을 준비하게 해주는 이야기 모음집이기도 하다.

 

지금의 현실은 점점 더 SF처럼 변해 가고 있기에 우리는 더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빠른 기술이나 더 화려한 미래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낯선 미래를 보여 주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지금 우리의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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