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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세상의 흐름을 결정할 혁신기술의 거대한 충격 17 ㅣ 10년 후 세계사 3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이 책 제목이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이라 처음 보면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이 바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0년 후 세계사’ 시리즈는 이미 세상에 나왔던 적이 있고, 이 책이 그 두 번째 작품이다.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른 분야지만 ‘역습’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한 느낌 덕분에 역사적·서사적 맥락에서 묘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이 영웅들의 패배와 제국의 강력한 반격을 상징한다면,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역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도전과 변화를 경고하는 책이다.
‘역습’이란 단순한 반격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커다란 도전과 변화를 뜻한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는 반란군이 승리를 거둔 뒤 제국이 강력한 반격을 가하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이를 통해 희망이 무너지고 강대국의 힘이 다시 강화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반면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에서 ‘역습’은 좀 다르다.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세계가 변하면서, 인류가 기술·환경·정치적 도전에 맞닥뜨리는 모습을 뜻한다. 미래는 항상 발전과 진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역습’이라는 개념이 적절하게 들어맞는다.
이 책이 다루는 주요 주제 중 하나는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 변화다. 인공지능(AI)의 발전, 자동화 확산, 플랫폼 노동 증가 같은 흐름은 우리가 과연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묻게 한다.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도 기술은 중요한 요소다. 제국군은 최첨단 전투 기술과 우주선을 활용해 반란군을 압도하고, 다스 베이더는 기계와 인간이 융합된 존재로 등장한다.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도 인간과 기술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샘플북에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국가 간 패권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위상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이렇게 세 가지 사안만 짧게 다뤄지고 있다. 여기에 몇 가지 더 생각해볼 문제를 덧붙여 정리해보겠다.
1. 기술 발전과 인류의 미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삶은 편리해졌고, 산업 전반에서 효율성이 극대화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도 생겨났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고 있고, 사회 변화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다.
산업혁명 시절에도 기계가 등장하면서 일자리가 줄었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기면서 노동 시장은 재편됐다. 그런데 21세기의 기술 혁신은 양상이 좀 다르다. 공장에서는 로봇이 인간 대신 정밀한 작업을 하고, 물류 산업에서는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배송을 맡는다. 금융·고객 서비스 같은 분야도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예술과 언론까지 AI가 기사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인간만의 고유한 창작 능력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렇게 일자리가 줄어들면 실업률이 상승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된다. 과거에는 기술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을 거부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인간이 기술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새로운 기술을 익힐 기회를 제공하고, 교육과 재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과 협력하며 인간의 가치를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와 인간의 역할을 없애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변화에 적응해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바른 정책과 준비만 있어야 사라지는 일자리 속에서도 인간만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다.
2. 칩4 동맹 체제
21세기 디지털 경제에서 반도체는 국가 간 경쟁과 협력의 핵심 자원이다. 그 중심에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Chip 4 Alliance)’이 있다. 칩4 동맹은 미국·일본·대만·한국이 참여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자동차, AI, 5G 같은 거의 모든 첨단 산업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 불안, 미·중 기술 경쟁,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반도체 생산국 간 협력이 더욱 필요해졌다. 칩4 동맹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첨단 기술을, 한국과 대만은 제조 기술을,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를 담당하며, 이 협력을 통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려 한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조율해야 할 문제도 많고, 무엇보다 한 울타리 안에서 기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다.
반도체 설계와 연구개발(R&D)에서 강점을 보유한 미국은 동맹을 통해 첨단 반도체 기술을 보호하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견제하려 한다. 반도체 소재 및 장비 부문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은 칩4 동맹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려 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제조) 업체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 및 경제적 이점을 확보하고자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한국은 반도체 생산 강국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칩4 동맹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3. 세계가 중국과 충돌하는 이유
중국은 경제·군사·기술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제조업 강국이지만, 기술 절취 논란, 불공정 무역 문제 등으로 미국과 서방 국가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중국이 정부 주도로 시장을 왜곡한다고 보고 있고, 이에 따라 관세 부과, 기술 제재 등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갈등이 크다. 서방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데 반해 중국은 일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홍콩·대만 문제,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 문제 등에서 국제적으로 비판받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대만과의 갈등, 인도와의 국경 분쟁 등도 지속적인 갈등의 원인이다. 체급으로 보아 미국에 가장 만만한 상대이기는 하나, 과연 미국을 견제할만한 수준이 될는지는 글쎄올시다인 것이다.
4. 결론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반란군은 제국의 강력한 반격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싸움을 준비한다.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미래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변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우리에게 가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적응해왔고, 이번에도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먼 길 나서는 이에게 이 책이 썩 괜찮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