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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빈센트 필의 긍정적 사고방식 - 어떻게 자신의 행복을 창조할 것인가, 개정판
노먼 빈센트 필 지음, 이갑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4월
평점 :
이 책의 내용을 초 간단 압축하자면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신과 대화하고, 성경 구절을 암기하라’로 말할 수 있다. 저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고, 제목이 긍정적 사고방식의 힘이라 하여 자기계발 분야일 것으로 이해하고 책장을 열었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저자의 경험과 풍부한 목회 활동 사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영향을 입증하는 과학적 고찰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 사고방식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이고 확고한 신념을 기대했건만, 신을 경배하고 기도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성가시도록 권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더 나은 삶을 위해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안내서’라고 소개하며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인생에서 큰 승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종교적이지 않은 독자들에게 혹시라도 이 승리라는 어휘는 세속적 성공의 다른 표현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저자는 모르는 것일까? 종교적인 독자라면 뭐라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접하겠지만, 필자와 같은 범신론자 혹은 무신론자에게는 일상생활 속에 그다지 녹아들 만하지도 않은 종교적 조언이 범람하는 강을 간신히 헤엄쳐가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의 머리를 성경 구절로 가득 채우면 부정적 사고가 자랄 틈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발적 세뇌에 가깝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믿음으로 자신을 기만하지 말라면서, 대신 이번에는 신이 자신을 통제 조절한다는 긍정적 믿음으로 자신을 기만하라고 한다. 이 책이 쓰인 1950년대에는 이 같은 전략이 먹혔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70년간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한 분야로 넓고 깊게 성장하였으며 눈부시게 발전한 심리학은 투자에 의한 자산 증식이나 도서관 방문을 더 권장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로 치장한 이 책은 도입부에 일부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끊임없는 기도와 성경 구절, 신앙의 언급으로 필자의 지속적인 탐구의식을 흐리고 독서 의욕을 지치게 한다. 자기계발 내용의 대부분은 처음에는 자신과의 대화 방법을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바꾸게 되는 자기암시와 기교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만일 독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면 이 책은 성경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생활 윤리이자 실용서로 만들어 줄 유용한 도구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종종 자신의 일화적 경험담을 회상하며 자신의 가르침을 과학적이라 칭하지만, 접근법이나 참고한 이야기들에는 과학적 방법론을 동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명씨에 이야기의 주제도 명확지 않아 연관성이 거의 없어 신뢰할만한 근거를 얻지 못한다. 자기계발 부류의 책을 종교적 설교의 매개체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놀랍게도 전 세계 42개국에서 2,500만 부가 팔려나갔음을 자랑하고 있다.
가장 위험스러운 지점은 믿음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11장이다. 최근 전 지구적 재앙이라 할만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 치유는커녕 무기력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자제 권유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하여 전염의 확대 재생산에 공헌하는 반사회적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왜 교회는 점점 더 이웃 없는 그들만의 종교가 되고 있는지 통렬히 반성할 부분이다.
저자의 훌륭한 인생 조언은 겸허히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굳이 이 책의 저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믿음으로써 인생의 변화가 온다는 확신을 주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성공적인 인생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