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려 하지 않아서 잊혀지지 않는 게 아니에요

눈물이 가려

기억이 남은 줄 몰랐어요

오래된 자국을 이젠 어쩔 수 없네요

그냥 이렇게 놔두면 안 될까요

지지리도 못난 몰골

오른뺨은 퀭하고 어깨는 삐딱하죠

햇살 속을 걸어요

눈부심으로 가려 잊은 척이라도 하면 좀 나아요

그러니

내가 지우지 않은 건 아니예요

아무래도 당신 안에 내가 한 조각 남아 있나 봐요

내 안 사거리 모퉁이에 당신이 앉아 있는 것처럼

눈 부신 햇살 속을 걸어요

모두 다 잊은 척

웃으면서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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