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을 다시 쓰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하지?
이렇게 너에게로의 편지로 인정해준다면...

너의 이름은 무너진 믿음으로 시작해.
순결과 조화라는 말은 잊어줘.

무너짐의 다음은 뭐라고 생각해?
담이 무너진 후엔 두려움이 오고, 두려움이 식기 전에 절망이 오는 거야.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희망의 부재가 비겁한 열등감을 낳고,
열등감에 지친 가능성은 포기를 부르지.
의욕상실로 너덜너덜해진 욕구는 결핍의 충족을 위해 타락과 위선을 일삼고,
보이는 모든 것에 의심의 안경을 쓰게 되는 건
고립을 위한 완벽한 수순일거야.
운명을 탓하는 그 순간부턴
계절을 갈아입는 바람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시선을 들 수 없게 돼.

왜 네가 그런 덤터기를 써야 하냐고?
뗄 수 없는 얼굴 한쪽을 암흑 속에 던져 놓고 미끄러져 내려오던 길,
9월의 따가운 흙먼지와 아지랑이가 피워올린 너를 봤어.

그래, 모든 건 부당한 거지.
공평하지 못한 거야.
네 탓은 아니라 해도 난 널 미워하기로 했어.
세상이 무너져 난 온통 암흑인데
너만은 따뜻한 양지에서 살랑거리고 있더구나.
연분홍빛, 진홍빛
번갈아가며 비아냥거리는 몸짓을
난 참을 수 없다.

너의 이름을 미움이라고 할까?
절망이라고 부를까?
아무래도 원망이 제일 걸맞겠지?

순응하지 못하고 극복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 계절에만 널 원망하고
이 계절에만 널 미워할게.

참을 수 없게 빛깔 고운 코스모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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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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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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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1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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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1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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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21: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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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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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1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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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1 2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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