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부턴가 시를 읽지 않는다. 내가 쓴 시조차 읽지 않는다.
그러면서 왜 쓰냐고.
나에게 있어서 시를 쓰는 행위란 일종의 배설과 같은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성에 위배된 감정이 차올라 더는 소화될 수 없을 때 바로 게워내는 현상과도 같다. 그것은 소화액조차 닿을 새 없이 역류하고 마는, 배설에도 끼지 못하는 불쌍하고 미천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세계에서 시란 그런 존재이다. 사족을 붙여 멋있게 장식하여 나를 드러낼 수 있는 통로라면, 그것을 통해 난 멋지게 비상할 수도, 그렇게 자유로운 숨을 틀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연민과 조소로 가득 차, 다른 감정을 느껴볼 여유는 눈곱만큼도 없다. 
언제부턴가 멋진 시집을 책꽂이에 하나 둘 보태는 일이, 무당이 천기누설로 입에 풀칠하는 사명과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시어 하나하나에 스며든 인생은 왜 이다지도 오금 저리게 하는지, 그들의 삶을 온전히 빙의로 읽고 만다. 더이상 타인의 삶이 아닌 버거운 짐이 되어 내 어깨를 누르고 가슴을 짓이기는 업(業)이 되어버린다. 길지 않은 지면 한 장에 난 회복 불가능한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다.
고독을 읽으면 난 세상 끝 암흑 속으로 던져지고, 이별을 읽으면 심장이 둘로 쪼개지는 아픔에 비명을 질러야 한다.
나는 왜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속 허우적대는가.
누군가 했던 말처럼, 내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틀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 틀은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또 몸부림쳐야 한다.
감상(感傷)은 또 하나의 시를 흘리고, 난 그렇게 타인과 나를 혼동하면서도 끝까지 아니라고 부정하는 나를 찾아야만 한다.
언제부터 시가 나의 업이 된 걸까.
아, 슬프고도 잔인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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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2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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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1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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