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만지다 -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 카페
이봉희 지음 / 생각속의집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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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nos 흘러가는 시간

Kaiors 어떤 목적을 향해 진행되는 시간


사칭


김왕노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려 사람을 사칭하였고

나는 꽃과 어울리려 꽃을 사칭하였고

나는 바람처럼 살려고 바람을 사칭하였고

나는 늘 사철나무 같은 청춘이라며 사철나무를 사칭하였고

차라리 죽음을 사칭하여야 마땅할

그러나 내일이 오면 나는 그 무엇을 또 사칭해야 한다

슬프지만 버릴수 없는 삶의 이 뻔한 방법에 머리조아리며




늘 열심히 돌아가는 바퀴를 떠올려보라 그 곁에 서보라

열정적으로 돌아가는 바퀴일수록 찬바람이 불어올테니

하지만 그 바퀴가 멈추었을때 만져보렴

얼마나 뜨겁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지




앞으로 살아야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 -장정일-




테베사람들이여 이 사람을 보아라

오이디푸스를 그 유명한 수수께끼의 답을 알았던 사람

한때 인간들 중 가장 큰 권력을 가졌던 사람

모든 백성이 그의 부를 부러워 했던 사람

그에게 어떤 끔찍한 불행의 물결이 불어 닥쳤는지 보아라

그러니 우리가 인생의 마지막을 기다려

고통없이 저 세상으로 건너가는 것을 보기전까지

그 누구도 행복한 사람이라 말하지 말라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연극이며 우리는 배우다 -셰익스피어-


<그것은 거의 연극>

이성복


그것은 거의 연극

아버지 놀이에도 지친 아이가

물끄러비 바라보는 소꿉놀이

막이 내려도 괴로움은 끝나지 않았다.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도 연극

오이꽃이 웃는 것도 연극


고통은 밤하늘에 떠올라 울창한 숲을 이루고

그 아래 또 열기 나는 풀잎 엉클어져

숨소리 거친 골짜기

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


그것은 거의 연극

막이 내려도 외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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