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사회 -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
피터 터친 지음, 이경남 옮김, 최정규 감수 / 생각의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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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완전한 인식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려 애쓴다. 이런 인간의 탐구는 코끼리 더듬기라는 비유를 통해 많이 회자되는데 그런 코끼리의 특징 중 가장 중요한 부위는 코끼리의 커다란 코일 것이다. 


최근에 유발 하라리나 스티븐 핑커, 제레드 다이아몬드, 대런 애쓰모글루 등은 인류의 근원이라는 코끼리에 대해서 각자 자신의 이론이 코끼리의 코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쟁에 기꺼이 참여한 피터 터친은 자신의 이론인 '파괴적 창조'(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뒤집어 놓은)이론이 인류 근원이라는 코끼리의 코라고 주장한다. 


책 앞부분에서 최정규 교수는 제래드 다이아몬드나 애쓰모글루와 비교해보라고 권유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피터 터친이 노리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아닌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핑커라는 걸 깨닫게 된다. (동물학으로 박사를 받았기 떄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피터 터친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대해 훌륭한 이론이지만 왜 혈연적으로 관계가 없는 집단에서 협력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말하며 심지어 과학이론도 아니라는 말까지 하고, 스티븐 핑커에 대해서는 진화심리학자들이 문화를 소홀히 다룬다며, 국가가 왜 발생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기능을 갖춰갔는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피터 터친은 도대체 어떤 이론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자신감넘치게 비판할 수 있는걸까? 


어찌보면 피터 터친의 주장은 하라리의 주장에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느껴지는데, 인류의 발전과정에서 집단 간의 전쟁은 협력을 증가시키고 이 협력에 있어서 문화는 중요한 뒷받침을 했으며 또한 전쟁을 통해 발전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간의 경쟁과정을 통해 실제 폭력은 줄어들고, 협력의 규모는 커졌다는 내용이다. 다만, 여기서 폭력이 줄어드는 시점은 고대 국가가 성립된 이후라는 점에서 스티븐 핑커의 생각과 다르다. 스티븐 핑커는 인류의 시작 시점부터 시작해서 기울기가 -1인 선형함수처럼 폭력이 감소한다고 주장했지만, 피터 터친에 따르면 고대 국가가 성립하기까지 폭력의 횟수와 강도는 증가했으며 국가가 성립한 이래 A(로마자 alpha)자 형태로 폭력이 감소했다고 한다. 


이 폭력이 감소하는 추세는 야스퍼스가 얘기한 축의 시대 종교들과 함께 감소했으며, 이와함께 협력의 정도는 증가하고, 지배층의 권위는 정당화되었다고 터친은 지적한다. 하라리를 보았다면 익숙한 내용일 것 같다.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봤을 때 전쟁을 일으켜야 하는 당위를 얘기하는 듯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류의 역사에서 문화가 서로 다른 집단간의 전쟁을 통해 문화가 뒤섞이고 더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사회가 이기도록 자연선택이 일어났다는 얘기이지. 지금 당장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는 명분을 여기서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피터 터친을 비롯해 애쓰모글루, 하라리, 핑커, 다이아몬드 등이 얘기하는 인류 발전의 핵심단어는 '협력'으로 모아질 수 있는데, 터친은 외부적으로는 집단 간의 전쟁, 내부적으로는 문화를 얘기한 것이고, 그것이 다른 이론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것이지,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진화를 해야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인간이 아니다. 


이 분야 최고수들의 검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아마추어가 사실관계를 지적하기는 힘들듯 하다. 아마추어인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건 피터 터친이 도킨스가 싫어하던 집단선택론을 들고 나왔고 도킨스의 주장이 과학이론이 아니라는 말까지 했기에 한 성깔 하시는 도킨스의 반박이 궁금하다는 점과 두꺼운 책 쓰기로 유명한 핑커의 대응이다. 팝콘 하나 뜯으며 관람해야겠다. 이런 논쟁은 차치하고, 이 책은 저자도 재미있게 썼고, 번역자도 잘 번역해놓은 책이기에, 텁텁한 맛 없이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잠시 시간내서 아기공룡둘리 대신 인류기원탐구생활을 하고오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듯 싶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쓰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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