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써! CREATE NOW! - 디즈니, 드림웍스, BBC가 선택한 크리에이터 맥라우드 형제의 창작 기법 바이블
맥라우드 형제 지음, 이영래 옮김 / 북드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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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대로 따라하면 창작열 불타오르는 창작비법 대방출의 이야기 만들기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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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써! CREATE NOW! - 디즈니, 드림웍스, BBC가 선택한 크리에이터 맥라우드 형제의 창작 기법 바이블
맥라우드 형제 지음, 이영래 옮김 / 북드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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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혹은 영상을 제작하는데 자기 의구심 탓에 주저하게 되는 모든 창작자들을 위한 응원군의 메시지이자 저자인 '맥라우드 형제' 자칭 '창작의 바이블'이다. 어쩌면 창작의 '비기(秘技) 대방출'이라고 해야 할지도. 허섭한 단편 소설을 쓰기위해 자판을 두드리다가도 이내 내면의 비평가가 외치는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 멈추기가 일쑤이지 않은가? 그레그와 마일스 형제는 이처럼 멈칫거리는 창작자들의 등을 떠민다. 당장 써! 라 하면서.

 

멈추지 않는 거야! 끝까지 완성해. 비록 결과물이 너절너절하고 뒤죽박죽이 될지언정, 시간 끌 생각일랑 저 멀리 던져두고 지금 할 일은 앉아서 쓰는 것뿐이라고 의욕을 북돋운다. 이러한 단순한 격려의 수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주춤거릴 순간들을 콕 집어서 길을 인도한다. 창작이란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작업이며, 이를 위한 '캐릭터, 장소, 이야기 구성'에 대한 형제들의 오랜 경험으로 터득된 기밀들을 흔쾌히 꺼내 놓는다.

 

'캐릭터 설정'을 위한 세세한 방법론들에서부터 장소 혹은 배경이 이야기에서 어떤 위치와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이야기는 어떠한 상황으로부터 도래하는지를 직접 독자가 따라하며 터득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채근한다. 혹여 막막해 할까봐 캐릭터 설문지 작성부터 설정한 캐릭터를 스스로 자문해 볼 수 있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이를테면 캐릭터 내면에는 "이성과 진실, 의지, 야망, 이상주의, 상상력, 사랑, 양심, 흥분''아홉 가지 힘(92)'이 있다며 배역(등장 인물)의 세 가지 유형을 모델화하여 일관성 있는 캐릭터 만들기의 방법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창작자가 창조한 '장소(세상이나 배경)' "캐릭터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주인공이 그 세상에서 어떻게 존재할지를 생각해 볼 것(118)"을 제안한다. 특히 "세계관을 창조할 때는 만든 사람 스스로 그 장소에 흥미를 가져야 함을 잊지말라(126)"고 창작자의 진실성과 관심을 벗어나는 가짜의 곤경을 차단해주기도 한다. 결국 장소는 주인공이 많은 시간을 보낼 공간이 아니겠는가?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소재를 구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머릿속에 정보가 가득 들어 매사를 다 아는 듯 느끼는 의식을 깨우도록 돕는다. 우리는 어느덧 이러한 과잉 지식의 오만으로 "그대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느끼지 않게 됨에 따라 자극에 둔감해졌기 때문(137)"이라고 진단한다. 일례로 "황폐해진 장소를 모두 찾아서 스케치하거나 사진을 찍어 노트에 정리해보라고 한다. 다 쓰러져 낡아빠진 장소를 골라 누가 살까? 어떤 사연들이 간직돼 있을까?를 연구해 보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문들을 열 수 있을 것(140)"이라고 조언한다.

 

사실 우리들 세상에는 이미 이야기와 이야기 구조를 말하는 책이 30억 권 쯤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엇이 독자나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지, 그것을 따라가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견인하는 지를 세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를 추진하는 힘인 '스토리 엔진' 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조차 기성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발설하지 않는다. 맥라우드 형제의 이 책은 바로 이것을 설득력과 실천적 작업 방법론, 그리고 시장 실현적 이론을 버무려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저자들의 지시에 따라 그림과 쓰기를 해보면서 나는 캐릭터와 장소, "상실, 악행, 새로운 것의 도래"라는 세 가지 상황중 하나로 시작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 그녀 (She)를 대입하며 읽어나갔다. 캐릭터의 의도와 위기라는 목표에 이르는 길의 방해, 그리고 세상에 미칠 영향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캐릭터의 힘에 이르기까지 맥라우드 형제가 안내하는 방법들과 조언에 대한 일종의 확인과 작법 연습 병행 과정이었다 하겠다. 아마 이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다 보면 풋내기 창작자들도 머릿속만을 맴돌던 생각들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창작욕으로 들끓게 할 것 같다. 단연 스토리텔링 최선의 작법서라 하는 데 주저치 않게 되는 찰떡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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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12-0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필리아 2021-12-09 19:25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쎄인트님~, 유쾌한 저녁시간 되세요 :)

thkang1001 2021-12-0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리아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필리아 2021-12-09 19:27   좋아요 0 | URL
thkang1001님 덕분이에요, 축하 댓글 깊이 감사드립니다 ~
 
알고리즘의 정치학
박성원 외 지음 / 인간사랑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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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狹義)의 알고리즘이란 기계(computer machine)를 통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분류, 해석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일련의 설계된 프로그램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알고리즘이란 학습능력이 부여된 것으로 일종의 지능이 탑재되어 인공지능(AI)이라는 넓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알고리즘의 정치학이라는 표제를 지닌 이 책은 인간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과 대책을 모색하는 정치적 연구서라 하겠다.

 

알고리즘의 정치학은 이러한 문제에 내재된 요인들에 따라 인간들이 마주해야 할 미래 정치적 문제들을 개괄, 정의하는 인공지능 시대와 정치적 인간의 미래, 편견과 증오를 조장하며 정보의 왜곡을 통한 권력에 대한 갈증과 탐욕의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알고리즘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한계를 논의하는 알고리즘 민주주의,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조화로운 삶의 구조화를 위한 방책으로서 인공지능의 윤리와 가치를 폭넓게 수용하는 규범 체계 및 효율적으로 조정,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구축을 말하는 인공지능 거버넌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밖에 인공지능의 구체적 실천 사례로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도입과 운영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통해 AI의 정책 결정 경험을 소개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정치과정의 변화, 끝으로 인공지능과 관련기술을 포괄하는 신흥기술의 첨예한 각축장이 된 글로벌화된 기술 표준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안보와 전략적 측면을 논의하는 알고리즘 ,패권 경쟁의 세계 정치등 총 5개의 장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상성의 변화와 확장이라는 불안과 불확실성에의 혼란스러움을 진단,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

 


사실 "이기적 타인과 평화로운 공존 모색을 통한 공동체 삶의 추구(12)"라는 정치(政治)를 오늘날의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에서도 무수한 갈등과 불화의 문제들로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정치학을 논의한다는 것이 낯선 걸음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들은 유튜브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 영향은 아주 직접적으로 인간 공동체의 정치적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영향이 단지 알고리즘에 의한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에 허위, 가짜 뉴스가 결합하면서 정치적 극단화와 포퓰리즘 조장등 사회적 갈등을 폭증시키며 사회 공동체의 수인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현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 수집 과정의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 도덕적 윤리적 판단 주체가 된 인공지능과 인간 사회와의 조화와 관련한 숙제도 아울러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급격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 발전 속도로 방향을 예측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으며, 인공지능에 대한 정의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황성수, 은종환 교수는 인공지능 거버넌스에서 AI를 네 가지 차원에서 구별하고 있다. 그 구현의 의미가 단지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인지, 인간의 지성 상태를 추구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구현된 지능이 사고(thinking)인지 행동(behavior)인지에 따라 분류하여 인공지능의 획일적 정의보다는 "고유한 질적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3인공지능 거버넌스70, 부분 발췌인용

 

아직은 이 네 영역을 모두 갖춘 인공지능은 출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 인공지능 기술이 채택된 부분이 인간 사회에 잠재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합리적 행동을 구현해야하는 자율주행 자동차(B-R영역의 인공지능)가 인명사고를 낸 경우 그 법적, 도덕적 책임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처럼 주체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인공지능에 대해 인간과 같은 법적 권리와 책임을 지닌 존재자로의 인정 여부에 대한 물음이 된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함께 공동체를 형성할 것인가? 인공지능도 세계를 인식, 예측, 조정할 수 있으며 세계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주체라면 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구성원의 공존 양식이란 진정 무엇인가?(32)" 정상성은 이렇듯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한 정상성을 수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제도와 가치, 삶의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정치적 답변을 논의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논지이다.

 

그런가하면 AI는 오래된 인간 삶의 질서 파괴라는 매우 직접적인 개입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기존 산업체계를 포괄적이고도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내며 수많은 사회적 갈등과 지체를 야기한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혁신 이면에는 이같이 파괴된 사회의 일부가 남게됨으로써 이를 어떻게 다시금 사회 구성요소로 회복시킬 수 있는가와 같은 정치적 과제를 던진다. 지능을 갖춘 로봇에 의한 무인공장의 출현은 인간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실업자의 양산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분야 걸친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고, 공동체를 심각하게 분열시켜 사회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인간 사회가 준비하고 대비하여야 할 문제들은 인공지능 자체의 주체인정의 논쟁적 물음에서부터 알고리즘의 편향성 강화로 인한 수평적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의 훼손, 알고리즘 플랫폼 지배라는 새로운 권력의 중립성과 투명성의 문제, 나아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인간의 사생활과 자율성 위협의 요인들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사회정치적 이슈들로 즐비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위협과 사고를 예방하고 규제할 수 있는 체계를 우리는 준비하고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산업발전과 경쟁력 제고라는 핑계로 규범체제의 확립이 지속적으로 미루어지고 있다. 현재와 미래라는 임의의 구별이 의미를 잃을 만큼 인공지능 기술은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바로 내일이 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돌이킬 수 없는 곤경과 위협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위협은 불투명성이 증가하는 알고리즘의 기술이 될 수도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의 선두 주자인 미국과 중국 등 경쟁 국가들에 의한 예속이 될 수도 있다. 생산허가, 연구개발 행위의 관리 감독, 불법행위의 처벌과 같은 전통적 규제 방식으로는 AI 규제 방식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1인공지능 시대와 정치적 인간의 미래19, 부분 발췌인용

 

설계자조차도 알 지 못하는 알고리즘은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이라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처럼 인간 공동체의 삶을 훼손, 파괴하는 알고리즘의 문제점에 대한 사후 조치가 가능한 개발이어야 한다. 또한 알고리즘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가 새로운 권력기관이 되어 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드는 형태를 방지할 수 있는 규범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물론 규제의 대상과 기술적 범위를 선정하는 것은 이익집단들에 의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난제임은 분명하다. 공익과 공존을 우선하는 시민적 조정과 합의가 공개적 담론의 장으로 부상되어야 한다.

 

일본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정의 주체적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의 사례에서 발굴된 블랙스박스화되는 과정의 한계라는 부정성의 발견은 물론, 이의 해결 방안으로 구축된 '인간-AI-인간'이라는 샌드위치 모델과 같이 인간과 AI가 모두 합의과정에 참여하는 열린 공동체 구성의 사례는 우리가 걸어가야 할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다. 지금 인공지능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신흥기술은 국제 정치적 격전의 핵심 요소이다. 결국 인공지능은 국가의 명운을 건 국력 우위의 결정적 요소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정책과 전략연구는 국제 정치학의 중요 분야가 되었으며, 군사안보와 국제 규범 분야에서는 자율무기체계라는 인공지능을 탐구하며, 과도한 알고리즘 권력에 대한 경계라는 시각에서는 정치경제학 연구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AI 알고리즘 경쟁은 '기술-산업-안보'를 포괄하는 권력성격의 변환이라는 측면에서 첨예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나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텐센트)등 알고리즘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 AI민간기업들은 권력주체로 부상하여 저마다 유리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하다못해 ICT분야의 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조차 20193'인간 중심의 AI 사회 원칙'을 발표하고 글로벌 AI리더십 확보를 위한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글로벌 격전과 아울러 우리는 "'탈인간 행위자(AI를 비롯한 Post-human)'의 부상이 인간 정체성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에 서 있다. 인간 중심의 지평을 넘어서는 탈인간 정치 세계를 논의(184)"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미이다. 인공지능은 패권 경쟁의 핵심에 놓여 있으며, 인간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야기하는 존재자로 부상하였고, 한편으로는 투명성, 공정성, 설명 가능성, 추적 가능성, 윤리적 설계와 갈은 인간 권리 보호를 위한 규제의 중심에 놓여있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이 새로운 존재자의 출현으로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라는 다분히 이질적인 정치적 현실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정치학의 현실적 연구자이며 학자이자 실무 전문가들이 집필할 만큼 인공지능의 정치학은 바로 지금 현실 정치의 중요 의제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즉 모든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적 사안이 되었기에 그 의미가 실현되고 있는 현상의 표현을 정치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일 것이다. 변화하는 인공지능의 세계와 우리 개인의 삶과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는 중요하고도 중대한, 그리고 풍부한 생각거리로 가득한 연구논집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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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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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다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내게 상처를 줬다. 끝까지 웃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 본문 9쪽 중에서

 

말을 더듬는, 싫어하는 단어 앞에서 그 첫음절을 입 밖으로 토해내지 못하는 열네 살 중학생 소년이 타인으로부터 "너 진짜 말 잘한다."는 진심의 칭찬을 듣기까지 때론 회피하고 주저앉았다가 다시금 마주하고 행동하기도 하며 '감정의 긴 터널'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말 걸어주고, 친절한 모든 사람들을 좋아했지만 그것이 지속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상처로 돌아올 때 사람과 세상에 속았다는 증오로 변질되고 그 회의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속으로 외친다. 자신을 향해 주문을 왼다. "나는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겠다.", "잘해 주는 사람을 미워하겠다.", 절대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마."라고.

 

이보다 처절한 소외와 단절의 외침이 어디 있을까. 소년의 엄마는 "밝게 인사하며 전화기에 힘을 다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114교환원이다. 홀로 고투하며 말을 더듬는 아들이 유창하게 토해 내기를 기대하며 '스프링 언어 교정원'의 힘겨운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는 여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팍팍하고 고단한 삶이 아이가 기대하는 그런 엄마이기에는 결여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소년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 주지 못하는 엄마이지만 정작 교환원으로서 타인의 말을 살갑게 들어주는 그 의무적 일로서의 행위가 자신에게 향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문장은 괜스레 방향을 잃고 두근거리는 방황하는 가슴을 쥐어 잡게 한다.

 

소설 표제인 '내가 말하고 있잖아' 라는 문장의 진의가 '제대로 귀 기울여 들어줘'라고 들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간절한 청으로 들리는 순간이다. 그래서 작품 대부분의 서사를 이루는 무대로서 '언어 교정원'은 들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의 모임처럼 느껴진다. 이들에게는 한 달씩 사용할 이름이 가슴에 붙여지는데, 가장 말하기 힘겨워하는 단어가 이름이 되기에 그것은 그들이 겪는 고통의 상징어이자 곧 원인이다. 루트, 핑퐁, 피츠제럴드, 모티프, 처방전, 곰곰이, 24..., 그리고 소년의 이름은 그의 중학교명인 무연에서 엄마, 우주... 그리고 용복이로 바뀌는데, 직면한 고통의 거처, 극복해야 할 상황이자 사건의 까닭이다.

 

"더듬는 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앞에서는 더듬어.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듬는 모습 그대로도 괜찮으니까." - 본문 71쪽 중에서

 

엄마, 들어주길 기대하는 엄마는 날건달 옛 남자를 집으로 들이고 함께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원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기에 쓴다. '쓰레기'가 죽이고 싶도록 싫다고, 그리고 엄마도. 쓰레기가 뱉는 폭언과 무자비한 폭력이 두렵다. 더듬어 한 글자도 뱉어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읽기를 시키곤 조롱하며 빈정대는 국어 선생이 밉다. 복수와 용서를 오가는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질 길이 없어 소년은 날이 밝도록 밤새 쓰고 또 쓴다.

 

자신을 죽이고 싶다고 쓴 소년의 일기를 훔쳐 본 쓰레기가 머리를 감싸 쥐고 경찰을 향해 피해자라며 소년을 피의자로 몰아대는 장면, 말을 더듬어 제대로 된 항변조차 하지 못하는 소년의 난감함, 무력하기만 한 엄마, 아마 소설 속 이 장면과 이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고조된 감정 탓으로 잠시 책 장을 덮어두게 한다. ~, 142쪽이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다시금 책을 펼친다. 엄마였으면 하며 바라보던 교정원 동료인 이모를 비롯, 원장, 아르페지오, 24... , 그들이 달려왔다.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해 줄줄 아는 사람들, 이것이 사랑이 아니고 그 무엇이 사랑일까.

 

"문장을 바꾸면 사실이 달라진다. / 표현을 수정하면 감정이 나아진다. /

.... / 다음을 쓰면 미래는 생겨난다." - 작가의 말, 162쪽 중에서

 

'소년의 팔목과 목의 상처, 강하게 누른 멍, 찢긴 피부'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로 몰아대는 쓰레기의 주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경찰의 조사태도가 전복 될 때, 정말 불순물이 쫙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꼈다는 기분에 잠긴다. 아마 내겐 두고두고 기억 될 장면이 될 것 같다. 그리곤 소년은 "노트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글자를" 쓴다. "많은 사람으로 많은 감정을 느끼는" , 어지럽고 피곤하지만 좋고, 시원한 기분이 소년을 감싼다. 작가의 말처럼 꾸미고 지우고 바꿀 수 있는 이야기, 내 삶의 이야기는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소년과 언어교정원 그의 동료들을 응원하며, 한편으론 그들로부터 위안을 받으며 읽게 되는 쓸쓸하면서도 마음의 어떤 단단한 구석을 만나게 되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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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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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숲길이, 한 때 세상에는 아무도 소유하지 않은 숲이 있었고, 이 곳이 그런 곳이었다." -156

 

터무니없이 잔혹한 폭력이 지극히 무심하게, 세상 어느 곳에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오직 어두운 욕망만을 따르는 인물을 쫓게 된다. 아마 '하데스에서 솟아오른 영혼'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면 어울리는 비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설의 도입부에 색슨과 켈트 혈통의 이 살인마를 "아마도 당신과 다를 바 없을 '하느님의 자녀(child of God)'"라고 정의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이 정의가 괴물을 괴물로 이해할 수 없게 하는 거북함이 된다.

 

밤의 더 어두운 구석이 있었다면 그곳을 찾아냈을 인간, '레스터 밸러드', 이 자의 시야에 들어 온 여자들의 삶은 더 이상 연속되지 않는다. 시간(屍奸),살인, 방화(放火),유기(遺棄)를 일상으로 하는 종자다. 추악한 배설을 위해 시신을 소유하는 괴물, 그리곤 불타오르는 자신의 거처인 미늘벽 판자집을 뒤로 하고 동굴에 은신처를 마련한다. 레스터는 "자신이 신들에 대항하는 매우 통탄할 만한 사례"라는 자신의 생각이 반쯤은 맞다고 믿는다.

 

사실 이 소설의 도입부야말로 이해 불가능한 괴물의 행위를 납득케 하는 단서일지도 모르겠다. '서비어 카운티'의 아무 소리도 없던 골짜기의 목가적 아침을 흔들어 깨운 것은 탐욕스런 부동산 경매를 위해 몰려든 일단의 무리들이 레스터에게 저지른 폭력이었으리라는 것이다. "선하신 주님이 세상에서 딱 몇 군데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신 것"이라고 레스터를 쫓는 보안관에게 들려주는 한 노파의 말처럼 추방되어 되돌아 갈 수 없는 에덴동산(Garden of Eden)이었을까?


 



"그를 보라. 그는 같은 인간들, 당신 같은 인간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190

 


인간이 저지른 원죄로 더렵혀진 곳, 레스터를 덮친 무시무시한 영혼이란 특수한 것이 아니라는 각성의 촉구인가? 소설은 강렬한 충격들과 어둡고 구불구불한 텅 빈 돌 틈새의 동굴을 헤매는 구원을 향한 신화로 해석하고픈 충동으로 변질시킨다. 암흑의 동굴에 포위되어 꼼짝할 수 없는 상태의 유일한 빛인 "시원찮은 손전등 빛줄기가 축축한 벽을 따라 떨어져 내리다 무()와 밤에서 끝나고 멎었다."는 레스터의 생각은 구원의 실패인가?

 

비인간이 낙원으로부터 추방되어 제도와 규범 등 문명과 충돌하며 발생되는 비열함과 잔혹함의 서사 끝에 어둠의 동굴에 도망해 "아침 틈새의 빛", 계속해서 "동쪽을 살피"고 마침내 자진해서 출두한 인간들의 법정이 심판하지 못하는 것은 이유 없는 죄로 처형되고 마는 카프카의 소설 '요제프 K'의 역설적 판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잔혹한 살인자의 암울한 욕망으로 연결된 서사에서 문자로 서술 될 수 없는 신비, 말 할 수 없음으로서 드러나는 죄와 심판의 문자적 죄 물음이 실패하는 결말은 '죽은 것은 인간이 아니라 낙원의 인간'이었다는 카프카의 의심의 여지없는 죄와 닮아있다.

 

그런데 과연 이 소설이 죄의 구원이나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긴 한가? 이 폭력적 이야기 끝에 만나는 법의 결합은 성공한 것만 같다. 카프카는 실패함으로써 인류 기원의 표현 할 수 없음이라는 실패를 보여줌으로써 성공적 소설을 썼다. 코맥 매카시는 에덴에 돌아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인간이 태생적 비열함을 떨어내고 무구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심판이 지닌 내재적 신비성이 지닌 단죄의 불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실패의 표현인가? 결코 단순치 않은 인간 기원에 대한 또 하나의 독특한 서사시의 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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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영목님이 번역하신 매카시는 믿고 구입합니다!

이책 첫 문장 부터 강렬하네요
찜!👆 ^^

필리아 2021-10-07 18:45   좋아요 1 | URL
네,,극단적일 만큼 강렬한 작품이지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