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2
권남기 지음 / 도모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무릇 열광의 속성에는 호기심과 탐욕스러움이 있다. 대중의 이 원초적 욕망을 자극하는 것만이 성공이라는 것을 가장 잘 터득한 자들이 요즘의 대중연예 종사자들이라 해도 그릇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흔들고, 장식하고, 드러내고, 벗기고... 그래서 관능적인 몸짓으로 흐느적거리며, 고가의 패션으로 치장하고, 하의(下衣) 실종이라는 극한적인 노출도 부족해서 스크린은 온통 욕망으로 꿈틀대는 나체의 몸뚱이들로 가득 들어찬다. 여기에서 욕망의 광기만 제거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모든 것의 과잉, 무엇인가 넘치기 시작하면 그것은 광적으로 변한다. 광기의 시대! 권력을, 명예를, 물질을, 성(性)을, 이것들 모두가 돈으로 살 수 있는 비도덕적 재화가 되어 고유의 도덕적 규범이 들어설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오직 남보다 더 갖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떠들어 댄다. 이것들을 더 소유하기 위해 돈이라는 성공을 쫓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돈에 대한 광기, 각종 미디어는 성공을 말하는데 여념이 없고, 그것은 곧 돈 방석을 말한다.

 

이처럼 세상이 온통 원초적 욕망에 열광할 때 인간의 욕망에 호소하는 수단으로 몸뚱이에 의존해야 하는 인간들은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대중연예인이야말로 망설일 여지가 없는 선택지가 된다. 그들은 과시적 소비와 물질의 열광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성공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신주의의 광기에 휩싸인 세상에서 이것은 진실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즉 물질적 과시에 열광하는 세계에서 이보다 진실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이미 도덕도, 정신도 들어설 자리가 없는 이 세계에서.

 

소설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세상,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오직 원초적 욕망만이 미덕이라고 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몸뚱이로 상징되는 물신주의의 화려함 속에 명멸하는 구역질나는 추악(醜惡)함의 세계를. 배신과 기만과 야합과 뒷거래, 그리고 파렴치함이 정직과 성실과 순수함과 열정을 누르는 사회를. 부정과 부패가 또 다른 부정과 부패의 먹이가 되는 그런 사악함의 사슬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감각적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천박한 본능의 시대를.

 

강렬한 자극! 대중을 온통 사로잡은 최고의 아이돌 미녀 스타인‘오유경’이 수많은 취재진이 모인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머리에 탕! 하고 권총을 당긴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얀 테이블보, 탐욕스런 카메라의 셔터소리와 불빛만이 번쩍인다. 왜 자살해야만 했을까? 누가 이 상황에까지 몰아댔을까? 누가, 무엇이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소설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서이다. 오유경이란 연예스타가 만들어지고 대중의 별이 되기까지에 이르는 이 사회의 맨 낯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거대 매니지먼트 기획사는 정,관(政,官)계 거물, 재벌기업 2세, 공중파방송 프로듀서, 연예미디어 기자, 영화감독, 작곡가, 광고주 등등이 얽히고 섥혀 욕망을 교환하는 공간이 된다. 연예스타라는 미끼는 성(性)의 물질적 거래를 통과의례로 하고, 성적 노리개의 대가로서만이 방송출연과 스크린 데뷔, CF 계약을 담보한다. 욕망의 경로를 틀어쥔 이들 X새끼들의 더러운 쾌락의 일회적 배출구가 되어야 하는 이 어두운 세계의 단면들이 여과 없이 책장을 채워나간다. 이러한 일그러진 연예 매니지먼트의 관행을 거부하고 노력과 실력이란 정의를 추진하여 왜곡된 거대한 연예계의 시스템에 대항하여 오유경이란 소녀를 최고의 스타로 올려놓는 인물을 통해 매니지먼트의 당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부패한 사회, 이미 욕망의 광기에 휩싸인 사회에서 백조를 가만히 둘리가 없다. 돈의 위력은 모든 것을 배반하게 한다. 우리 사회를 한 동안 들끓게 했던 연예인 섹스 동영상 유출, 성(性)접대에 시달리던 어느 연예인의 자살 사건 등이 오버랩된다. 연예인의 지극히 사적인 생활을 관음증적으로 소비하는 대중들의 실종된 의식세계, 악취나는 연예계의 성거래 커넥션, 여기에 물신과 성공의 미덕을 부추기는 몽매한 시대의식에 매몰된 연예인 지망생들의 무분별함이 결합하여 빚어내는 우리사회의 비극적 초상을 보게 된다.

 

화려한 의상과 악세사리, 고가의 물질로 가려진 이면의 추악함과 파렴치함, 역겨움을 직시하지 못하는 한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의 희생은 계속 될 것이다. 너무 커다란 인생의 상처와 박탈이 될 수 있음을, 물질의 소비와 과시라는 욕망의 추구는 결코 삶의 진정한 미덕도, 선도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진정 사랑했던 사람과의 모습이 대중의 일회적 욕구의 소비를 위해 거래되는 세상에 대한 대중적 자각도 요구된다. 오유경은 누가 죽인 것인가? 우리 대중들 모두가, 이 시대가 죽인 것이지 않을까? 연예계의 뒤안길을 처절하다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담아낸 이 소설은 욕망의 광기를 자각하지 못하는 우리들 모두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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