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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전히 젊지만 녹록치 않았던 여정으로 삶의 시선이 한층 성숙한 젊은이들의 얘기들이다. 온몸으로 세상과 부대끼며 여행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는 포토그래퍼로부터 잡지에디터, 연극배우, 시인에 이르는 11명의 문화, 예술분야에서 자신들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들과 나누는 소박한 대화라 하여야 할까.

오늘에야 많은 이들에게 잊혀지고 혹은 알지 못하는 사건이겠지만 작자인‘박근영’의 고향인‘암태도’는 내 청년시절 공부에 있어 중요한 장소였다. 농민에 대한 착취, 지주와 공권력이 가세하여 저항하던 농민들을 학살했던‘암태도 소작쟁의’로 불리는 역사적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던 곳이기에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갖게 하였다 할까. 아무튼 이 저작에서 이러한 90여년 가까운 세월의 흔적을 혹여나 했던 것은 내 편협하고 시간을 붙잡으려는 이기심이자 자기기만이었던 게다.

책은“더디게 오지만 결코 없지 않은 희망을 충실히 일구는 사람들과 함께 미로와 같은 세속을 걷고 싶다.”는 작자의 머리말이 그대로 대표한다 할 수 있다. 누가 삶의 미래를 알고 살아가겠는가. 다만
이리 저리 세상에 부딪히며 사람도, 사회도, 그리고 우주 질서의 한 가닥이나마 알아가며, 어떤 스님이 쓰시더라는“담락(湛樂)”이란 말처럼 평화롭고 담담하게 즐길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 바로 그것 아닐까.

어린나이에 안아야만 했던 엄청난 삶의 무게로 휘청대었고 세상에 나가서 대면해야 했던 가파른 절벽, 보이지 않는 무수한 장애들에 다시한번 기가 꺾이고,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기에 어떤 길을 발견하고 걸음을 내딛어야 했는지 많은 망설임들과 좌절, 혼란, 그리고 비로소 자신만의 길을 도도히 다져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작자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조용히 흐르는 문장과 함께 삶의 가치들을 사유케 한다.

사실 “현실과 꿈 사이에 타협하지 못하는”것은 젊은이들만의 딜레마는 아니다. 때론 불가피하게 현실에 복종하기도 하지만 그 외연(外延)이 인간의 정신마저 복속시키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들은 끝없이 꿈을 희망하고 안개 자욱한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수록된 우리들의 젊은이들이 걷는 길은 꿈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고되지만 기쁨이 가득한 길을 자신 있게 걷는 자의 당당함, 삶의 주도자, 주체로서의 멋스러움이 있다.
일상을 훌훌 떨치고 드넓은 이방의 지대를 탐닉하기도 하고, 무일푼의 주머니지만 세계를 과감하게 거닐 수 있는 젊음의 패기와 도전이 있는가하면, 삶이 보여주는 수용키 어려운 기묘한 슬픔과 애상에 젖어 명상에 잠기는 얼굴도 있다.

어쩌면 누군가의 별 것 아닌 행복처럼 “처마 밑에 앉아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커피의 향이 흐르는 삶의 기록들이랄까. 버겁기만 할 수 있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쉬이 쓰러지지 않고 삶의 내실을 다져가는 사람들의 멋진 발걸음에 가슴 뿌듯한 위안과 공감, 평화로움을 안겨준다. 비오는 밤 읽기 좋다는‘김일영’시인의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라는 시집을 뒤로하며, 어쩜‘박근영’의 이 에세이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면의 밤을 사라지게 해주고 마음의 넉넉함을 가져다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빗방울 듣는 소리를 들으며, 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조용한 외침과 화보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의 즐거움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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