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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써! CREATE NOW! - 디즈니, 드림웍스, BBC가 선택한 크리에이터 맥라우드 형제의 창작 기법 바이블
맥라우드 형제 지음, 이영래 옮김 / 북드림 / 2021년 10월
평점 :
글쓰기에 혹은 영상을 제작하는데 자기 의구심 탓에 주저하게 되는 모든 창작자들을 위한 응원군의 메시지이자 저자인 '맥라우드 형제' 자칭 '창작의 바이블'이다. 어쩌면 창작의 '비기(秘技) 대방출'이라고 해야 할지도. 허섭한 단편 소설을 쓰기위해 자판을 두드리다가도 이내 내면의 비평가가 외치는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 멈추기가 일쑤이지 않은가? 그레그와 마일스 형제는 이처럼 멈칫거리는 창작자들의 등을 떠민다. 당장 써! 라 하면서.
멈추지 않는 거야! 끝까지 완성해. 비록 결과물이 너절너절하고 뒤죽박죽이 될지언정, 시간 끌 생각일랑 저 멀리 던져두고 지금 할 일은 앉아서 쓰는 것뿐이라고 의욕을 북돋운다. 이러한 단순한 격려의 수사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주춤거릴 순간들을 콕 집어서 길을 인도한다. 창작이란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작업이며, 이를 위한 '캐릭터, 장소, 이야기 구성'에 대한 형제들의 오랜 경험으로 터득된 기밀들을 흔쾌히 꺼내 놓는다.
'캐릭터 설정'을 위한 세세한 방법론들에서부터 장소 혹은 배경이 이야기에서 어떤 위치와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이야기는 어떠한 상황으로부터 도래하는지를 직접 독자가 따라하며 터득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채근한다. 혹여 막막해 할까봐 캐릭터 설문지 작성부터 설정한 캐릭터를 스스로 자문해 볼 수 있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이를테면 캐릭터 내면에는 "이성과 진실, 의지, 야망, 이상주의, 상상력, 사랑, 양심, 흥분''아홉 가지 힘(92쪽)'이 있다며 배역(등장 인물)의 세 가지 유형을 모델화하여 일관성 있는 캐릭터 만들기의 방법들을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창작자가 창조한 '장소(세상이나 배경)'는 "캐릭터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주인공이 그 세상에서 어떻게 존재할지를 생각해 볼 것(118쪽)"을 제안한다. 특히 "세계관을 창조할 때는 만든 사람 스스로 그 장소에 흥미를 가져야 함을 잊지말라(126쪽)"고 창작자의 진실성과 관심을 벗어나는 가짜의 곤경을 차단해주기도 한다. 결국 장소는 주인공이 많은 시간을 보낼 공간이 아니겠는가?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소재를 구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머릿속에 정보가 가득 들어 매사를 다 아는 듯 느끼는 의식을 깨우도록 돕는다. 우리는 어느덧 이러한 과잉 지식의 오만으로 "그대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느끼지 않게 됨에 따라 자극에 둔감해졌기 때문(137쪽)"이라고 진단한다. 일례로 "황폐해진 장소를 모두 찾아서 스케치하거나 사진을 찍어 노트에 정리해보라고 한다. 다 쓰러져 낡아빠진 장소를 골라 누가 살까? 어떤 사연들이 간직돼 있을까?를 연구해 보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작은 문들을 열 수 있을 것(140쪽)"이라고 조언한다.
사실 우리들 세상에는 이미 이야기와 이야기 구조를 말하는 책이 30억 권 쯤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엇이 독자나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지, 그것을 따라가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견인하는 지를 세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를 추진하는 힘인 '스토리 엔진' 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조차 기성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발설하지 않는다. 맥라우드 형제의 이 책은 바로 이것을 설득력과 실천적 작업 방법론, 그리고 시장 실현적 이론을 버무려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저자들의 지시에 따라 그림과 쓰기를 해보면서 나는 캐릭터와 장소, "상실, 악행, 새로운 것의 도래"라는 세 가지 상황중 하나로 시작되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소설 『그녀 (She)』를 대입하며 읽어나갔다. 캐릭터의 의도와 위기라는 목표에 이르는 길의 방해, 그리고 세상에 미칠 영향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캐릭터의 힘에 이르기까지 맥라우드 형제가 안내하는 방법들과 조언에 대한 일종의 확인과 작법 연습 병행 과정이었다 하겠다. 아마 이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다 보면 풋내기 창작자들도 머릿속만을 맴돌던 생각들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창작욕으로 들끓게 할 것 같다. 단연 스토리텔링 최선의 작법서라 하는 데 주저치 않게 되는 찰떡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