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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서희경 옮김, 토마스 아키나리 감수 / 소보랩 / 2024년 12월
평점 :
남알프스 5년 차 산행을 시작했다. 코스는 석남터널을 시작으로 가지산을 오른 뒤, 아랫재를 거쳐 운문산까지 2개봉을 인증하고 상양마을로 내려오는 길. 지난주에 걸렸던 감기 기운이 아직 남아 있어 조금 천천히 산을 올랐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어 예상보다는 조금 빨리 하산할 수 있었다. 눈은 쌓여있지 않았지만 가지산 정상 부근의 바람이 너무 심해 조금 고생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맑은 산의 기운도 듬뿍 받고, 몸도 개운해진 것 같아 좋았다. 남은 시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경주 시내 카페도 가고 황리단길도 걸었다. 평일치고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관광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 묵었던 숙소의 온천 시설이 너무 좋아 피로와 감기 기운도 모두 날아간 듯했다. 가족들도 모두 만족해서 더 좋았었고.
쉬는 동안 <프리드리히 니체>라는 책을 읽었다. 토마스 아키나리라는 일본인 강사이자 작가가 지은 책인데 쉽게 다가가기 힘든 니체의 사상을 핵심 위주로 재미있게 서술한 책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한 번 이상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제 그 내용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인데, 이 책이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겠다 싶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책을 읽는 건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저자의 설명조차도 약간의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으므로 본인의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미리 구조화부터 시켜 놓고 책을 읽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업무 매뉴얼이나 수학 공식도 아닌 철학과 사상이기에 - 개인적으로는 - 니체의 책을 먼저 한두 번 정도 읽어보고 난 뒤에 이 책을 읽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먼저의 그의 수많은 책들과 살아온 삶의 여정을 숙지하면 좋다. 저자는 이를 알게 쉽게 풀이해서 - 재미난 삽화와 함께 - 설명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니체의 철학은 긍정의 철학이며, 활기찬 삶의 방식을 추구하기 위해 무언가를 부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무기력으로 가득 찬 니힐리즘이 팽배한 삶을 극도로 경계했는데,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힘과 의지로 나아가는 위버멘쉬로서의 삶을 강조하고 있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므로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 패배감에 기인한 도덕적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 역시 몹시 경계하고 있는데, 니체는 이를 약자의 자기변명이자 기만적인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 그렇다고 이 말 그대로 행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자산을 일구며, 부유하게 사는 게 더 옳다는 말이다!
도덕적 우월감이나 금욕주의를 강조하는 것 역시 니체는 좋게 보지 않는다. 그 말 자체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동기와 배경이 옳지 못하다는 거다. 차라리 내 행동이 선하다고 말하며, 강인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창의성을 탑재하고 권력과 부를 쌓아가라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나약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 위대한 정오로 상징되는 본래의 나다움을 찾는 것, 지금은 잘 안 풀려도 자신을 긍정하며 힘에의 의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니체는 강조하고 있다. 결코 타인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으며, 차이를 받아들이고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말이다.
고통을 탓하기 보다 맞서며, 과거를 원망하지 않고 인정하며, 회피하기보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 욕망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원천임을 깨닫는다면 앞으로 남은 우리들의 삶도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