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1. 몇달 전에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조금 두꺼웠지만, 올더스의 철학과 다양한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영성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문구에 혹해서 구매한 책이다. 많은 분량과 문구 하나하나에 깃든 의미를 음미하다 보니 생각보다 읽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덕분에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책속에 담긴 방대한 사유의 세계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2. 몇일 전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니 <에반게리온>과 관련되 기사와 리뷰가 많았다. 알고 보니 그날이 주인공 신지가 처음으로 초호기를 탔던 날이라고 한다. 중학교때 처음 접했으니 무려 십오년이나 지난 셈인데,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다. 개인적으로 OST를 더 좋아했는데, 때론 웅장하고 때론 잔잔한 음악이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스토리 역시 독특한데, 환경오염과 전쟁 등으로 인류의 영속적인 삶의 가능성이 줄어든 가운데, 정체불명의 사도라는 집단과 싸워야만 하는 모습은 묵시록과 종말론에서 자주 접했던 모습과도 일치한다. 당시 이천년을 앞두고 얼마되지 않는 때라 더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3. 그저께는 출장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선배님들과 만나 인사도 드리고 식사도 해서 좋았다. 하지만, 지난주에 제주와 변산반도, 그리고 서울을 다녀온 터라 출장 마지막날에는 피곤함이 극에 달했다. 그래도 어제 좀 푹 쉬니 오늘은 좀 개운한 듯 하다. 밀린 빨래도 하고, 머리도 자르고, 먹을거리도 좀 사고 나니, 바빴던 이주가 금방 지나갔음을 느낀다. 오고 가는 열차 안에서는 올더스 헉슬리의 또 다른 책인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멋진 신세계>에도 다루어진 내용을 중심으로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에세이로 볼수 있는데, 얇지만 꽉찬 내용을 담고 있었다.
4. 인구 과잉과 양과 질의 도덕성. 과잉 조직화와 민주 사회와 독재 국가의 선전. 상술, 세뇌, 화학적인 설득. 잠재의식적인 설득과 수면 학습법. 그리고 자유를 위한 교육까지 총 열한가지 항목에 걸쳐 유토피아를 빙자한 디스토피아의 등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챕터에서 등장하는 소재들은 영화와 드라마, 소설에서 차용하여 때론 암울하고, 때론 희망에 차 보이는 듯한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과잉 조직화와 광고와 선전, 세뇌 작용 등은 현 세태와 비교해봐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내용이다. 약물과 같은 환각성 소재가 만연한 현대의 모습도 그가 그린 미래의 모습과 일치하고. 그중에서 인구 과잉과 정신분석과 관련한 소재는, 최근에는 저출산과 잠재능력 개발이라는 반대의 방향으로 이슈화되고 있지만, 저자가 말한 리스크는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예언이라는 챕터에 소개된 문장 일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멋진 신세계>와 <1984>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치의 수단으로서는 몽둥이와 감옥보다 유아 습성 훈련과 마약성 최면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노예 생활을 좋아하도록 사람들에게 암시를 주어 유도함으로써 채찍과 발길질로 복종을 강압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에 대한 자신들의 욕망을 철저하게 충족시키리라는 사실을 다음 세대가 끝나기 전에 세상의 지도자들이 깨닫게 되리라고 나는 믿어. 다시 말해서, <멋진 신세계>에서 내가 상상했던 바와 훨씬 닮은 세상의 악몽으로 <1984>의 악몽이 필연적으로 바뀌어가리라고 나는 느낀다네.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능률성을 높여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의 결과겠지.
5. 까페 이벤트 덕분에 언제나 좋은 책을 접하게 된다.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가 바로 그런 책들중의 하나이고. 얼마전에 서점에 가서 확인해 보니 이 책과 함께 <멋진 신세계>도 같이 출판되었다고 한다. 그 책도 어서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