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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향성이라는 낱말은 은둔자나 인간혐오자와 동의어가 아니다.
인격을 대신하여 성격을 강조하는 현실이 과연 옳은 걸까...
현대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내향성은 우리에게 그다지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진 않는다. 능수능란한 성격. 자신감으로 포장된 외모. 청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와 상대방의 의견을 압도하며, 개성을 나타내고 생동감있게 표현하는 외향적인 성격이 현대에는 더 인정받고, 키워주어야 하는 덕목이 되었다. 그러나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이 내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내향성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문화와 예술, 역사와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주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음으로서 얻어지는 지식과 가치, 성과물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것으로만 보여지는 외향성에 입각한 평가에 의해 가려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내심과 진짜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소함에 타협했던 간디의 길, 아인슈타인과 뉴턴의 끊임없는 노력과 집중력에 의한 연구 성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플로우 상태까지. 내향성으로 인해 나타난 진정한 성과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수 있는 외향성의 성과를 뛰어넘는다. 물론 여전히 MBA를 비롯하여 기존 경영학과 사회에서는 PT전문가와 같은 외향성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지만, 그와는 다른 내향성에 기반한 가치들 - 책속의 예를 들자면, W.B예이츠의 재림. 쇼팽의 녹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닥터 수스의 모자 속 고양이. 찰리 브라운, 등등. - 역시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플로[Flow] : 장거리 수영이든 작사든 스모든 섹스든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해 있다고 느끼는 최적 상태. 플로
상태에서는 지루하지도 불안하지도 않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도 않는다. 자기도 모르는 새 몇 시간이 지나간다.
물론 저자는 외향성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외향성이 좋아보인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내향성의 가치에 대해 새로이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 한둘이 아닐텐데, 하물며 세계의 1/3이상의 인구가 가지는 성질인 내향성에 대해 편견과 오만이 섞여서 평가되는 것은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옳은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내향성의 사례들은 진짜 인류 역사를 이끈 것은 무엇인가를 한번더 생각케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바로 이게 아닐까?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고 말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다. (간디)
적절한 조건만 갖춰지면, 근사한 꽃을 피울줄 안다. (난초가설).
200 페이지 초반에 소개되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일화는 외향성과 내향성의 조화가 어떻게 꽃피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교와 활발함이 충만한 루스벨트와 섬세함과 겸손함을 갖춘 엘리너 부인의 조합은 갈등과 몰이해를 수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엘리너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신중함으로 정치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리고 이는 남편 루스벨트의 대통령 당선으로도 이어지게 되는 원동력이었다.
내향성이 발현되지 못하고, 그 단어안에 갖히게 된다면 당신의 삶은 회색빛일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외향성의 밝음에 밀려나게 된다. 하지만, 혼자있는 시간이 무언가에 충실하고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며, 생각을 정리하고 집중할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면, 이는 저자가 말하는 탁월한 문제해결능력과 사회를 향한 발걸음에 다가가게 된다. 259페이지를 보면, 외향적인 사람은 인지능력의 대부분을 눈앞의 목표에 할당하는 듯한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는 데 인지능력을 사용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는 내향적인 사람의 장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기반성과 좀더 주의깊은 생각을 통해 남들이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을 발견하고, 본질에 접근하게 도와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외향성과 내향성의 조화이다. 내향적인 사람이어도 어떤 순간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가진 그것 이상의 결단력을 보여주면 되고, 팀이라면 내향성과 외향성의 조화속에 문제를 해결에 나가면 된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그건 내가 아주 똑똑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오래 물고 늘어져서다." 처럼.
인내력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천재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인내심으로 구성된다면,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1퍼센트만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그 반짝임과 눈부심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커다란 힘은 나머지 99퍼센트에 담겨 있다.
사람에게는 자신이 의견을 존중하는 무리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사회적 자아가 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이 각각의 무리를 대할 때 자신의 다른 면을 드러낸다. - 윌리엄 제임스
문제는 내향성인 사람이 외향성만을 받드는 사회와 마주하게 되면서 겪는 부작용이다. 내향적인면을 억지로 감춘채 외향성으로 가득찬 사람들에게 동조하며 삶을 유지하는 일부 사람들(우리가 흔히 왕따에 동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내향성과 외향성이 뒤섞여 나타나게 되는 판단의 혼란 등이 그 문제점이 될수 있겠다. 책에서 소개되는 미국 동부 지역의 아시아계 미국인들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점들 역시 그 부작용의 단면이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유특성과 자기감시를 이야기한다. 이는 가짜외향성 또는 연기력으로 볼수도 있는데, 좋게 말하면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이며, 나쁘게 말하자면 위기모면일수도 있겠다. 결국에는 진정성이 중요한데, 외향성이 필요한 순간에의 발현, 또는 어울림을 통한 순화 등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339페이지에 설명된 "성격에 벗어난 행동이 오래 지속되면 건강을 헤칠수 있다."는 말은 자유특성과 자기감시가 적절히 나타나지 못할 경우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면 될것 같다.
마지막으로 349페이지 등장하는 외향성과 내향성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어려움의 설명을 인용하며 마칠까 한다. 결국 이 모든 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의 연장선일 테니까 말이다.
외향적인 사람으로서는 내향적인 사람이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나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일터에서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일만 하느라 완전히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말할 기운도 없어하는 배우자는 누구라도 이해하겠지만, 사회적인 자극 과잉도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이 자기가 과묵하게 행동하는 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