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가 학명 중심으로 식물 이름의 유래를 밝힌다. 즉, 우리말 이름의 유래를 밝히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그런데 글이 잔잔하며 간결하고, 지식과 애정을 겸비하였다.어린 시절 고향 얘기가 압권이다. 쇠뿔현호색과 함께한 아름다운 시절 얘기. 우리나라에 몇 없는, 식물 이름의 유래가 분명하게 된, 쇠뿔현호색 명명자이시다.읽어 보기를 권한다.
나무 하나가 아니라 그 나무와 비슷한 나무들을 구분하고 싶을 때 펼쳐보는 책이다.이를테면, 피나무와 찰피나무가 어떻게 다르더라 궁금할 때 이 책을 찾아보면 두 나무의 차이뿐만 아니라 비슷한 보리자나무, 유럽피나무, 구주피나무가 넝쿨째 나온다.물론, 눈을 부릅뜨고 양미간에 힘을 좀 줘야 구분점이 잡힌다.그새 잊고또 찾는다.그러고 어느 절에서 요맘때 해 잠깐 난 터에 향기 가득한 나무 아래서 코를 벌름거리다가 아 얘는 잎이 유난히 크니 찰피나무구나 하는 것이다.비숫한 나무 구별을 하고 싶은 자들에게는 필독서.
최영미 시인이 얘기한 대로 두 시간 남짓이면 그 사람이 뭐하고 사는지 무슨 생각인지 얼추 알게 된다.시집을 읽는다는 게 그렇게 뻔한 일이 되기도 한다.박남준의 이 시집도 4부까지는 그렇게 심드렁했다.인도 여행을 다녀왔구나. 지리산 언저리에서 여전히 따뜻한 심성으로 살고 계시는구나.5부, 7장 한 줄 길이인한 편의 시 <산에 드는 시간>에서정신이 번쩍 들고, 눈이 맑아졌으며, 감탄에 자주 젖었다.32번까지 번호를 두었는데, 맑은 시내가 흐르고 별처럼 반짝인다.
7너 때문에 별이 반짝인다초롱꽃이 피었다 너 때문이다 - P115
10마음이 자라서 불러냈다덥고 춥고 꽃피는 것사랑 때문이다 변덕 같은사랑을 탓해라 - P116
9그대 안에일어나고스러지며흘러가는순간들내 안의 앞뜰과 뒤뜰파문과 파문과고요와 고요와 - P115
15 어떻다 어떻다내게도 저런 허물이 있을 것이다그렇지 그렇지나 또한 맞장구를 치지 않았는가 - P118
23 아랫집 강아지가 시끄럽다사슬 때문이다나 또한 얼마나 많은 줄에 묶여 있는가포기하고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기까지은발의 머리칼을 갖게 되기까지 - P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