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걷는사람 시인선 41
박남준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최영미 시인이 얘기한 대로 두 시간 남짓이면 그 사람이 뭐하고 사는지 무슨 생각인지 얼추 알게 된다.
시집을 읽는다는 게 그렇게 뻔한 일이 되기도 한다.
박남준의 이 시집도 4부까지는 그렇게 심드렁했다.
인도 여행을 다녀왔구나. 지리산 언저리에서 여전히 따뜻한 심성으로 살고 계시는구나.

5부,
7장 한 줄 길이인
한 편의 시 <산에 드는 시간>에서
정신이 번쩍 들고, 눈이 맑아졌으며, 감탄에 자주 젖었다.
32번까지 번호를 두었는데, 맑은 시내가 흐르고 별처럼 반짝인다.

7
너 때문에 별이 반짝인다
초롱꽃이 피었다 너 때문이다 - P115

10
마음이 자라서 불러냈다
덥고 춥고 꽃피는 것
사랑 때문이다 변덕 같은
사랑을 탓해라 - P116

9
그대 안에
일어나고
스러지며
흘러가는
순간들
내 안의 앞뜰과 뒤뜰
파문과 파문과
고요와 고요와 - P115

15
어떻다 어떻다
내게도 저런 허물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그렇지
나 또한 맞장구를 치지 않았는가 - P118

23
아랫집 강아지가 시끄럽다
사슬 때문이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줄에 묶여 있는가
포기하고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기까지
은발의 머리칼을 갖게 되기까지 - P1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