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저 혼자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개미들이 부지런히 잠자리 날개를 찢어 이고 가는 곁에서쌓아두는 일보다 제 한 몸 스러지는 일이 더 시급하였던지뻘뻘 땀을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다사라져야 완성이 되는 몸도 있다짐승의 혓바닥을 빌리지 않아도바람과 태양의 혀를 빌려 녹아내리는 사탕어쩌면 자신 속에 오래 감춰둔필사의 혀를 내밀어 스스로를 녹게 하는지도 모르겠다한낮의 땡볕 아래 이게 웬 달착지근함?끈끈이주걱처럼 묻어나는 사탕 물이 어린 풀들 머리카락을 끄집어 당기고사탕 물에 혹한 개미들이 허우적거리다가 뻗어버린다자기가 버린 사탕 하나가참 기괴한 변을 낳은 줄도 모르고그가 벤치 위에 앉아서조금 전에 먹은 설렁탕 한 그릇을 꾸륵거리며 소화시키고 있다”. 68-69쪽지구에 나온 인간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지구에 폐를 끼칠 뿐이다.곱게 와 온갖 것들과 잘 어울리다가 고스란히 돌아가야 하는데되돌리지 못할 짓, 썩지 않을 못된 짓만 잔뜩 하다가 간다.그럴 줄도 모르고 내뱉은 ‘박하사탕’ 같은‘참 기괴한 변’이다.
인문 대중서가 아니고, 입문서로 보면 딱이다.산책 아니고 공부다.읽었다기보다 훑었다.인덱스 언어라고 하던가? 어느 분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장착해야 할 용어들. 조촐한 두께에 비해 그것들이 너무 많다.발 디딜 이들에겐 아주 좋은 입문서이고,구경꾼에게도 아주 좋은 경외를 선사한다.
유작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가 있을까정말 영롱하다막 궁금하고더 그리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못해 억울하다.다니구치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렇게 끝난다고 한다.“해보고 싶은 일이 아직 끝도 없습니다.”
주인공 남사친과 그 여친과의 삼각 로맨스가 미묘하게 흐른다. 안 그래도 될 텐데.늙은 주인공의 딸도 등장했다. 별 얘기는 없었다.1권에 이어 두 주인공의 우정은 계속된다.BL 동인지 박람회?에 다녀온 이야기가 핵심덕질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행복한 것!
“落盡紅樹黄葉後 空山無處不見秋울긋불긋 단풍잎들이 다 떨어지니, 빈 산 곳곳 가을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구나!”“법(法:다르마, 사물, 만물)이 사라지고 본체가 드러나는 것은 어떤 경지인가?”하는 질문의 답.단풍이 가을인데, 그것이 사라진 빈 산에 가을이 가득 보인다는 말씀.워낙 말을 넘어선 세계를 말로 표현하자니있는데 없고, 없는데 있는일이 다반사라.바람이 불면, 분명 있으니 보이지 않아도 알겠거니하는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