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랜덤 시선 28
문성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박하사탕


저 혼자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개미들이 부지런히 잠자리 날개를 찢어 이고 가는 곁에서
쌓아두는 일보다 제 한 몸 스러지는 일이 더 시급하였던지
뻘뻘 땀을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다
사라져야 완성이 되는 몸도 있다
짐승의 혓바닥을 빌리지 않아도
바람과 태양의 혀를 빌려 녹아내리는 사탕
어쩌면 자신 속에 오래 감춰둔
필사의 혀를 내밀어 스스로를 녹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낮의 땡볕 아래 이게 웬 달착지근함?
끈끈이주걱처럼 묻어나는 사탕 물이 어린 풀들 머리카락을 끄집어 당기고
사탕 물에 혹한 개미들이 허우적거리다가 뻗어버린다
자기가 버린 사탕 하나가
참 기괴한 변을 낳은 줄도 모르고
그가 벤치 위에 앉아서
조금 전에 먹은 설렁탕 한 그릇을 꾸륵거리며 소화시키고 있다”. 68-69쪽

지구에 나온 인간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지구에 폐를 끼칠 뿐이다.
곱게 와 온갖 것들과 잘 어울리다가 고스란히 돌아가야 하는데
되돌리지 못할 짓, 썩지 않을 못된 짓만 잔뜩 하다가 간다.
그럴 줄도 모르고 내뱉은 ‘박하사탕’ 같은
‘참 기괴한 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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