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 문예중앙시선 23
장승리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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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묘기를 부린다
묘기를 부리지 않고
남겨지는 법을 알지 못한다” 57

한국어라는 언어와 한글이라는 문자로 ‘묘기’를 부린다. 말 그대로 ‘묘기’를 부리지 않고 시를 쓰는 방법은 모르는 듯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 묘기를 부리는 자만 묘기로 생각할 뿐, 바라보는 자는 저게 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뭘 쓴 줄 알고 썼을까
출판사는 뭔 소린 줄 알고 책을 냈을까

애매도 모호도 없다. 애초에 의미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남다른 형식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방향 없는 진지함’으로 ‘악몽을 글로 옮겨 적’을 뿐이다.

한글로 지은 추상시라고나 할까. 작가와 평론가와 업자들끼리 안다 하고 좋아하는 추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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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78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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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한(아주 깊은) 절망(슬픔)
그저 베껴 쓸 수밖에

“비가 오는데, 내가 우냐고?
서정 시대는 끝났어.
서정 연습 시대가 있을 뿐이야.” 48

“나는 안다.
내가 언제나 나이듯
내가 언제나 나의 남이라는 것을.” 58

“비 온다,
비 간다.
사람 사는 골목 어디서나
흙 젖고 창틀 젖고
다시 마른다.
현재 미래 혹은 내세를 위해
어느 집에나 대문 있다.
어느 방에나 창문 있다.
••••••••••••
••••••••••••
말하기 싫다.
말하기 싫다는
말을 나는 말한다.

(희망은 감옥이다.)” 62

“불현듯 식욕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언가 골수에 사무친 것이다.
저 충정도 산간의 시래기 국을 못 잊듯,
저 도시 변두리의 라면을 못 잊듯.“ 66

”심연의 심연에서 까마귀가
이 밤의 골수를 후비고 있다.“ 69

”세계가 일평생이 상처였고
그 상처 안에 둥우리를 튼
나의 현재 또한 늘 상처였다.“ 82

”우리의 핏멍이 보이지 않는
행복한 번역체로,
그리운 그리운 제국주의의 번역체로,
다시 쓸까, 내 고백을 내 자서전을,
나의 성공한 실패들의 집적을,
내 무의미의 집대성의 神殿을.

아하, 그리하여 읊어볼까,
잘도 배운 식민지적 어법으로,
미지의 신비의 불가해한 불가항력의
뿌리칠 수 없는 대체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86 <삼십대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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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78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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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 눕히는 곳 어디서나
슬픔은 반짝인다.
하늘의 별처럼
地上의 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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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갑자 복사빛 민음의 시 126
정끝별 지음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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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면이다 정끝별.
본명이라니 특이한 이름이고
평론가와 겸한다니 또 색다르다.

어머니, 아버지, 딸, 당신, 고향과 많은 식물들이 다채롭게 시의 대상으로 나온다.
조금 부자연스러운 결말이 잦아 쿨럭거릴 뿐
지나친 비약과 모호 없이 문장이 졸졸졸 흐른다.

유명한 <가지가 담을 넘을 때>가 실려 있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64

식물 중 능소화를 특별히 좋아하나 보다. 두 편 읊었고, 그 시들이 다 좋다.
“꽃의 눈이 감기는 것과
꽃의 손이 덩굴지는 것과
꽃의 입이 다급히 열리는 것과
꽃의 허리가 한껏 휘어지는 것이
/벼랑이 벼랑 끝에 발을 묻듯
허공이 허공의 가슴에 달라붙듯
벼랑에서 벼랑을
허공에서 허공을 돌파하며
/홍수가 휩쓸고 간 뒤에도
더운 목젖을 돋우며
/오뉴월 불 든 사랑을
저리 천연스레 완성하고 있다니!“ 69 여름 능소화

”눈멀었어라 솟은 길
바람 타고 기어 올라가
입이며 식도며 대장이며 항문이며
넝쿨진 구멍으로 단숨에 빨아들인
매혹이며 황홀이며 기억이며 상처며
기다란 기다림 끝에 피워 올린
핏발 선 빨대꽃
/맨몸으로 빨아올리겠다고?
길길이 뛰는 이 맘을!“ 94

제목은 ’바람을 기다리는 일‘인데 바람이 시를 가리키는 것 같다. 특히 시를 만나는 일. 쓰기 위해 기다리거나, 가슴 치는 시를 찾아 읽어 헤매거나 하는. 그렇게 매혹당한 자의 고백. 어떤 ’중독‘의 모습을 보여줄지 탐독해야겠다.
“눈이 머는 일
마음이 먼저 먹히는 일
먹먹한 물이 되는 일
갯버들 가지에 치마를 걸어놓고
오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
고여 있으되 오래 썩지 않는 일
/여기 중독된 불멸”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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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교토 담배가게 요리코 7 (완결) 교토 담배가게 요리코 7
아사노 유키코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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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결말
담배 가게가 장사가 되지 않아 위기가 오지만
어떻게든 그 니시혼간지에서 걸어서 2분 그곳을 지키기로.
어딘가에서 그렇게 ‘희번뜩’하며 교토를 지키고 안내해 주고 있을 것만 같다.
좀더 길고 현지인만의 정보나 맛이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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