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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78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평점 :
도저한(아주 깊은) 절망(슬픔)
그저 베껴 쓸 수밖에
“비가 오는데, 내가 우냐고?
서정 시대는 끝났어.
서정 연습 시대가 있을 뿐이야.” 48
“나는 안다.
내가 언제나 나이듯
내가 언제나 나의 남이라는 것을.” 58
“비 온다,
비 간다.
사람 사는 골목 어디서나
흙 젖고 창틀 젖고
다시 마른다.
현재 미래 혹은 내세를 위해
어느 집에나 대문 있다.
어느 방에나 창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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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싫다.
말하기 싫다는
말을 나는 말한다.
(희망은 감옥이다.)” 62
“불현듯 식욕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언가 골수에 사무친 것이다.
저 충정도 산간의 시래기 국을 못 잊듯,
저 도시 변두리의 라면을 못 잊듯.“ 66
”심연의 심연에서 까마귀가
이 밤의 골수를 후비고 있다.“ 69
”세계가 일평생이 상처였고
그 상처 안에 둥우리를 튼
나의 현재 또한 늘 상처였다.“ 82
”우리의 핏멍이 보이지 않는
행복한 번역체로,
그리운 그리운 제국주의의 번역체로,
다시 쓸까, 내 고백을 내 자서전을,
나의 성공한 실패들의 집적을,
내 무의미의 집대성의 神殿을.
아하, 그리하여 읊어볼까,
잘도 배운 식민지적 어법으로,
미지의 신비의 불가해한 불가항력의
뿌리칠 수 없는 대체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86 <삼십대의 자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