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사르의 자동차 - 현대 예멘 여성의 초상화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페드로 리에라 지음, 나초 카사노바 그림, 엄지영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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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문화상대주의는 타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슬람국가에서 서슴없이 벌어지는 ‘명예살인’이나 대놓고 자행되는 여성 억압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렇다고 섣불리 인권 운운하면 내정 간섭이 되는데.

인티사르는 부친 몰래 타고 다니던 차를 부친이 자기 뜻과 상관없이 이복동생에게 주려 하자 불태운다. 직장에서도 오로지 부친의 의지에 따라 실직한다. 그녀는 뛰쳐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여동생 친구의 차를 빌려 타고 적십자에 면접을 보러 간다.

응원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혹 좌절한대도 안타까워할 뿐 무슨 수가?

그럼에도 열렬히 응원한다.
수많은 인티사르 들을
‘전통과 관습’에 맞서 싸워 덜 다치기를
차라리 도망가더라도 자기 삶이 우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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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던 조선인 최초의 볼셰비키 혁명가
김금숙 지음, 정철훈 원작 / 서해문집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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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 노동자를 차별하고
어떤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복잡다단한 세상

그러나, 그래서 더욱
“노동자에게 국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무산자는 모두 형제다.” 34
“얼굴도 다르고 피부색과
국적도 다르지만 일하는 자로서 하나입니다.
만세!”185
라는 숭고한 외침이 더욱 가슴 아프고 소중하다.

저자 김금숙의 후기로 격동하는 마음을 달랜다.
“2019년, 김알렉산드라에 대한 만화 작업을 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내가 그녀가 살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여성으로서 이만큼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수많은 김알렉산드라의 투쟁 덕분이리라.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를 절대적으로 사랑하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애국자˝도 아니고, 우리 민족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혈통중심적인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론적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단지 인간은 평등하며 남녀 구분 없이, 계급과 지우, 민족과 인종을 떠나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불가능하지만 그 차이를 점점 줄일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백 년 전에 살았던 김알렉산드라는 진정한 독립운동가였으며(빼앗긴 나라를 되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나라를 되찾느냐,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어떤 나라를 만드는 가는 더욱 중요하다)
혁명가이자 선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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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음 / 열림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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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費則多營
多營則多求
多求則多辱

허비함이 많으면 도모함이 많고
도모함이 많으면 구함이 많으며
구함이 많으면 욕됨이 많다.

공을 들이는 것은 속셈이 있어서다.
그러다 제풀에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들인 공이 무색하다.” 40

전각 사진이 제일 위에 있고,
그것의 한문
뜻풀이
저자의 감상

그렇게 한 쪽을 이룬다.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구절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구절
그때도 그랬구나 아픈 구절
들을 만난다.

곶감 빼먹듯 아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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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기 노리코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조영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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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다.
올곧다.

되풀이되는 노래


일본의 어린 고등학생들
재일조선 고등학생들에게, 난폭하게 행패
집단으로, 음침한 방법으로
허를 찔린다는 건 이런 건가
머리로 확 피가 몰린다
팔짱을 끼고 그냥 보고 있었던 건가
그 때, 플랫폼에 있던 어른들

부모 세대에서 해결할 수 없었던 일들은
우리도 수수방관했고
손자 세대에서 되풀이되었다. 맹목적으로
다나카 쇼조1)가 백발을 흩날리며
목청껏 외쳤던 아시오 동산광독사건

조부모들, 열렁뚱땅 듣고, 적당히 얼버무린 일들은 지금 확대재생산되는 중이다

약삭빠른 어른들
절대로, 생각지 말라
우리 손에 벅찬 일들은
손자 대에서 타개해 줄 거라고
지금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되풀이된다
더욱 악질적으로, 더욱 깊고, 넓게
이것은 엄숙한 법칙과도 같다

자기 배를 국부마취하고
스스로 집도
골치를 썩이던 제 맹장을 척출한 의사도 있다
현실에
이러한 호걸도 있는 것이다

1971년 <인명 시집> 수록

1) 다나카 쇼조(1841~1919)는 메이지 시대의 사회운동가이자 정치가이다. 일본 최초의 공해 사건인 아시오 동산광독사건을 고발한 정치가로 유명하다. 아시오 동산은 구리 산지로 유명한 일본의 광산으로 당시 일본 전국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하였다. 구리 정련 시 연료에 의한 매연과 정제 시에 발생하는 이산화유황 광독 가스, 배수 시에 포함된 금속 이온은 부근 환경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만년에는 치수 사업에 힘을 쏟았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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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응 서정시학 서정시 107
이하석 지음 / 서정시학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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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이하석은 묘사보다는 사변에
소통보다는 표현에
주안을 둔다.
바로 읽히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완연한 산문이고, 가만히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상이 물질로 약동하는 구절
“사람들이 오간 기억으로 길은 굽이친다” 11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처럼 평범한 말인데, 망연히 생각하게 되는

“새는 사투리를 쓰지 않네,
서울 새든 고령 새든.” 26, 새2
이 인상적이다.

아래 밑줄긋기에 넣을 시 제목은 <봄눈>이다. 봄눈을 묘사한 시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등바등하는 인간이 뭇 생명이 보였다.
‘망서리며’는 오타일까, 의도일까.

땅에 닿자마자 사라져버리는 것들.
사라지려고, 살려내려고 안간힘하며
허공중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들.

하얗게 찬 것들 분분히, 땅에 닿기 전 붐비며,
내려가서 할 일들 재면서, 망서리며
얼마나 많은 꿈과 소통과 욕망의 마음을 갈았을까?
그 부드러운 생각의 가루들은
그러나 땅에 닿자마자 사라져버린다.

추워지면 무지개 얼음 위에 애 터지게 쌓이긴 하지만,
잠시 동안만, 하얀 악마가 되어버리는.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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