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책을 읽었다.나희덕의 신작.자연이 가득하고, 문명을 비판한다.계엄 반대 집회 나갔다가 헛딛어 크게 다치기도 하고.코로나 때 줌 수업을 씁슬해하는 모습도.한 줄에 집약된다.“우리는 한 줄기 실이나 몇 가닥 머리카락으로 연결되어 있어” 120쪽멸종의 시간을 목격하고 있는 인간들. 다 이어져 있는 것을
유교수에 담긴 얘기 중 가장 이채롭다.패전 직후 미군정 시기 유교수가 어느 건축에 만들어진 사립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그 건축에 얽힌 여러 얘기가 이어진다. 아마도 23권부터 얘기는 시작되었겠지만, 이 24권만으로도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충분하다.결국 깊은 골의 갈등이 풀리고 선량함이 버텼으며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만화를 본다.
그의 자리주체는커녕 관찰자로라도 한국 시에 이런 자리가 등장한 적이 있던가. 괴롭지만 비굴하지 않게 그가 머문 몇 자리를 적어본다.도축장“죽음 대수롭지 않은 여기 목 떨어지고 다리 잘린, 속내까지 다 파헤쳐진 핏빛 축생의 응고되지 않은 주검을 이리저리 끌고 밀며 다니는 내가 안녕하듯 저렇게 지는 꽃그늘 속 또 다른 생은 안녕하다” 16폐광지대“모든 영롱함이 몰락하기 전까지 다만 일용을 위해 악착같았던 날들을 안일한 낭만이 밟고 지나가는 봄날 오후 나 그 증오와 사랑 사이에서 나고 자랐음이 분명한데 저 언덕배기 어디쯤에선가 검은 화차 위로 팔매질하던 하얀 국돌처럼 먼 곳으로부터 그리움 하나 챙기지 못 하고최초의 불길로부터 도망치듯 이곳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다” 23무덤“더 이상 흉질 곳 없는 이를 위해 굴삭기가 작은 구덩이를 판다 딴에는 저이도 떠돌 만큼 떠돌다 제일 마지막에 돌아가는 것이리라 부랑의 육신은 봉인 된 채 또 어디를 향해 떠나갈까문득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그의 얼굴이 궁금해지는 건 우린 서로 땅속으로 스며들 유전자를 나누어 가졌기 때문이겠지“ 84원양어선“뱃머리에서 얼음 깨는 우즈백 사내의 긴 이름을 외우다 이름만큼이나 낯선 그의 고향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곳은 생의 항로에서 밀릴 대로 밀려버린 자들의 마지막 영토였으므로”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