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창비시선 45
박용래 지음 / 창비 / 198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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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구의 박용래 약전 중 일부.

일찌기 "배추씨처럼 사알짝 흙에 덮여 살고 싶다"고 했던 그는, 꽃그늘과 풀그늘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능히 알면서도 셈은 남과 같지 않았으니, 마침내 몸소 자기 곳을 찾아 오십추(五十秋) 남짓 되는 생애를 초야에 묻혀 다하였다.
그는 조상적 이름의 풀꽃을 사랑하여 풀잎처럼 가벼운 옷을 입었고, 그는 그보다 술을 더 사랑하여 해거름녘의 두 줄기 눈물을 석 잔 술의 안주로 삼았다. 그는 그림을 사랑하여 밥상의 푸성귀를 그날치의 꿈이 그려진 수채화로 알았고, 그는 그보다 시를 더 사랑하여 나날의 생활을 시편(詩篇)의 행간에 마련해 두고 살았다. 그는 나물밥 30년에 구차함을 느끼지 않았고, 곁두리 30년 탁배기에도 아쉬움을 말하지 않았다. 달팽이집이라도 머리만 디밀 수 있으면 뜨락에 풀포기를 길렀고, 저문 황토길 오십리에도 달빛에 별발이 어리면 뒷덜미에 내리던 이슬조차도 눈물겹도록 고마와하였다.
아아, 앞에도 없었고 뒤에도 오지 않을 하나뿐인 정한(情恨)의 시인이여. 당신과 더불어 산천을 떠난 그 눈물들, 오늘은 어느 구름에 서리어 서로 만나자 하는가.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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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고 고요한 문학동네 시인선 179
김명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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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나 절도가 있다고 표현할 만한
단단한 문체입니다.
2부 어머니를 여의는 시들
3부 고양이 이야기
들이 더욱 좋습니다.
<단풍객잔>만큼 옆에 두고 아껴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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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1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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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공동체 성원의 도덕적 의무

딸은 어떻게 됐는가? 유감스럽게도 김기복은 김익상의 아내와 딸의 소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 과연 김익상은 그의 가족과 재회를 했던 것일까? 제 한몸과 가족을 희생하여 피억압 동포의 해방을 꾀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유언은 끝내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던 것 같다. "딸을 공부시켜 여성 혁명가가 되도록 교도하기를 부탁한다." 이 유언을 이행해야 할 사람은 이제 의열단장 김원봉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방된 세상에 살고 있는 공동체 성원들이 마땅히 지키고 이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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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길이 떠올랐다 창비시선 190
장윤천 지음 / 창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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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고향의 옛 모습을 그리워한다.
고향의 ‘키 작은 서정’이 애틋하니
변해버린 지금 모습이 ‘볼썽사나운’ 것이다.
시집에 이야기가 주렁주렁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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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전집
장석주 엮음 / 청하 / 199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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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화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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