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을 다룬 만화모든 지옥은 소통의 단절로부터 시작된다.집중이 집착으로 변질되고, 너의 친구와 가족과 만나는 일상을 구속한다면그것이 어찌 사랑이리.지옥의 전염, 지옥의 전수에 불과하지.오사가 내민 손을 받아주는 시스템이 이 땅에도 있을지 염려스럽다.
사람 사는 풍경이 가득하다.그림 그리듯 가만히 보여주는 시가 많다.친구가 죽었고터전을 잃은 이들을 안타까워한다.부르짖지 않아도 서로 애틋하다.
습관을 생각함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서로의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나쁜 습관이다.오래 울진 않는다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엄마의 습관이다가을이다. - P32
등단 무렵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열다섯 해 동안 쓴 시들이라고 한다.그래서, 처절하리만치 어둡고 무겁다.어떤 희망도 없다.그럴 만한 시절이다.반면, 문장이 산뜻하여 시대의 무게가 더욱 절절하다.
목숨이란 어차피천벌인 것을백성들이 갈수록천해진다 - P105
나이 들수록 꿈자리는 더 사납고 오늘밤도 꿈자리보다 더 모질고 사나운 중년 - P100
꿈과 사랑과 공포와 절망의 범벅이던 어둠 속 빛과 아픔이 까맣게 타서 메워버린 이 어둠 속 - P72
우음빼앗길 무엇이 남아몸조심만 하면서 살아야 하나이런저런 징역살이로한 청춘 가고맨숭한 중년의 잠을 설친다 - P71
멀리 가지 않는다가까이에서.폼 잡는 일 없고 도리어 어설픈 듯이관조라고 말하면,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으며좀 머뭇거리다 툭 내뱉는 것이다
성선설性善說우리 아기 잇몸에 이 돋는 과정을찬찬히 들여다본 사람은아마 절대로 죄짓지 않을 거야. - P97
윤슬과 파도처럼 빛나면서 동요하는사랑과 사별.부록과 같은 덴구 이야기가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