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아랍인 Vol.1 - 중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 (1978~1984)
리아드 사투프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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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다피 치하의 리비아,
하페즈 알아사드 치하의 시리아.
금발 소년 리아드의 천진한 시선으로 본
독재 국가의 맨얼굴” 이라는 판촉 구호는 아니고

프랑스인 어머니와 시리아인 아버지를 둔
사내아이의 세상 관찰기인데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아버지가 온 가족을 끌고 아랍으로 가 살려는 의지를 관철하는 바람에
리비아 2년, 그리고 대부분 시리아에서의
친척 아이들에게 유대인이라 모욕받거나 행인의 구경거리가 되는 등
반인반수 취급받는 이방인의 삶이 잔잔히 그려진다.

어머니가 언제까지 참느냐, 아버지의 뿌리를 언제 보느냐가 관전 포인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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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애지시선 28
정군칠 지음 / 애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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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나온 시집을 이제 읽는다.
읽자마자 좋아 시인의 다른 시집을 읽고자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 본다.
이럴 수가. 2012년에 돌아가셨다.
이 시집이 두 번째 시집이자 생전에 낸 마지막 시집이다.

가족, 고향의 풍경이 담겼다.
그런데, 제주다.
그러므로, ‘구겨진 섬의 비명’이 가득할 수밖에.

시인의 아버지는 보리 수확을 하면서, 거기 깃든 꿩을 위해 수확의 ‘가처분 신청’을 하는 분이다.
“점심을 내 온 어머니는
성으로 남은 보리밭을 둘러보며
심드렁하게 말 한마디를 얹는다
또 알을 품은 목숨이 있는 모양이구먼”55
그도 깊은 애정을 담아 읊는다. 그래서 처절하기만 하지는 않다.

그리고, “탈탈탈,
경운기 한 대가 지나가는
농로 위 저 문체가 간결하다” 94

지나침이 없다.
과잉도 간과도.

지주목


디스크를 앓는 맏형
열다섯 터울인 나는 어린나무였다
마디 굵은 지주목에 등 기대면
달착지근한 아버지 냄새가 풍겼다
내가 서너 차례 어긋났을 때
비바람에 무너진 과수원 돌담을 고쳐 쌓듯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등허리
서서히 헐거워진 몸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나도 잎 무성한 성목인데
허옇게 센 머리와 아픈 허리 곧추세운 지주목은
퇴행된 디스크에 각인되어 있는
가계의 멍에를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허리를 펼 때 우두둑 뼈마디 성긴 소리가
끙, 목을 타넘지 못하는 소리로 변주되는
지주목
바람 세찬 날이면 아직도
그 한쪽 어깨에 온몸 기대고 싶을 때가 있다 - P44

절벽


모래무덤을,

바람이 들고 나던 바위그늘을,

물 속 골짜기마다 무늬를 새겨 넣던 노을을,

그림자도 없이 혼자서 판독하며 걸어와

펑펑 우는 바다 - P58

풍토병을 앓는 바람이 굽은 능선을 타고 내린다
오래전 이 길 걸어간 누군가의 속울음이
내게로 번지는 듯하다

철 늦은 물매화 꽃향유 쑥부쟁이
들꽃들의 메마른 사유가 쓸쓸하다
꽃 한 송이 피우는 게 생의 전부였을
몸의 감옥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한

꽃의 울음인가 그 울음의 그늘인가

누구일까, 방금 아니 오래전에라도
무엇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가긴 지나간 것인가

내 눈은 오래도록 밖을 향해 있었으니
나를 읽은 적 한 번도 없다 - P104

孤內


얼마나 외로웠으면 고내리 가는 길은
등뼈 다 드러나도록 검게 타들어간 채
안으로만 길을 내었을까

화를 낸다는 것은
자기 안의 화를 다른 이에게 넘기는 일

외로운 자들은 제 안의 화를 제 안에 태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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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거九居 - 연작장시 김구용 문학전집 4
김구용 지음 / 솔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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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를 가꾸어
순간마다 인삼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언제나 부모님은 계신다 - P21

충분한 무심은
무한한 충만,
눈보라가 외쳐도
바다 안은 고요하였다. - P29

알 수가 없으므로 믿는다.

허다한 혼란을 겪지 않았던들
어찌 찬송하였으리오. - P32

미립마다 우주요
세포마다 세계일세.
나처럼 님은
나라 하시네.

이제사 바람은
마음대로 불어
마음대로 물은 흘러서
모두 다 나로구나.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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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 창비시선 346
곽재구 지음 / 창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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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은 시집이 나온 2012년 순천대학교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었고, 1년 반 동안 인도에 머물렀다.
그래서 이 시집의 반은 순천 와온 바다에서 나왔고, 나머지는 인도 산티니케탄에서 나왔다.

힘없는 것들을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을 깔고 평이한 언어로 시를 얘기한다.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뭐랄까. 화자는 금세 지나갈 관광객까지는 아니어도 와온과 산티니케탄의 구경꾼에 가깝다. 얘깃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며 수집한 듯한 시들. 마음에 와닿는 시가 없었다.

그는 “더욱 견고해지거나 부스러질 것이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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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오사카, 교토 - 커피향 따라 고도古都를 걷다
임윤정 지음 / 황소자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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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나 교토 갈 일이 있고
카페도 들를 맘이 있다면
아주 가볍게 훑어 보며 갈 만한 곳을 물색해볼 만하다.
깊이를 기대하지 마란 말씀.

교토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쓸쓸하고 섭섭한 마음이 북받쳐올라 눈물이 났다. 밋짱과 함께 이곳에 왔을 때는 정든 친구와 헤어진다는 사실이 서러웠는데, 일년 후 혼자 찾은 교토에선 짧은 시간 동안 쌓인 많은 추억 들을 다 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아쉽고 섭섭했다. 오사무 상은 내게 카페는 인생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백 번 천 번 동의한다. 로쿠요 샤가 58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잔 속에 담아냈듯 나는 카페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그곳의 역사를 보고 배우며 인생을 알아가는 중이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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