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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와 쇠고기 - 성균관과 반촌의 조선사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23년 2월
평점 :
법은 소고기 먹는 것을 금지. 농업 기반 경제에서 소는 중요한 농사 수단이니까.
그러나, 법을 만들고 그걸 가지고 처벌하는, 왕 이하 지배계급이 주로 자심.
조선 건국부터 망국까지 쭉 이어지는 흐리멍텅.
법은 소의 도축과 쇠고기의 판매와 식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준행된 적은 없었다. 지배계급부터 쇠고기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법은 고기를 먹고자 하는 욕망 자체를 없애지 않는 한 적용될 수 없었다. 또한 소는 오로지 고기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의 뿔과 힘줄, 가죽, 뼈는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하였고, 신발과 빗, 장식품 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법이 지켜질 리 없었던 것이다. 쇠고기 식용을 금지한다면, 돼지나 양 같은 대체제를 적극 사육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돼지와 양의 사육이 쇠고기 식용을 대체할 정도로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이것은 사족체제의 국가 통치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법 혹은 제도와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방치해두는 것이 사족체제의 유일한 대응이었다. 이것은 19세기 말까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그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의 현장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될 것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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