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역이 소비영역과는 철저히 분리된 채 그 자신의 논리를 좇던 때, 사람들은 예술이 만족을 줄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상업을 멀리했다. 예술은 "세상에 대한 낮섦"이라는 아도르노의 격언은 아직 유효했다. 아도르노의 말이 맞다면 쾌적한 예술이란 모순이다. 예술은 낮설게 하고, 교란하고, 당황하게 하고, 고통을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예술은 어딘가 다른 곳에 머무른다. 예술의 집은 낯선 곳에 있다. 다름 아닌 낯섦이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고통은 완전한 타자가 들어오는 균열이다. 완전한 타자의 부정성이야말로 예술로 하여금 지배적 질서에 대한 반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만족을 주는 것은 동일한 것을 지속시킨다. - 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