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여성 - 오리엔탈리즘적 페미니즘을 넘어서
리-시앙 리사 로즌리 지음, 정환희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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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젠더 관계에 대한 서구 페미니스트의 저술에서, 음의 수용적 자질은 중국 여성의 열등함과 예속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로 받아들여졌다” 140

“그러나 음과 양은 하나라도 없어선 안 될 정도로 상호 보완적이다. 음-양 은유에 이원론적인 패러다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중국 젠더 구성 gender construction을 단지 선천적인 젠더 특질들의 모순적이고 존재론적인 두 집합으로 축소시킬 뿐더러, 더 중요하게는 중국 사회에서의 친족 역할이 나타내는 젠더의 관계적 측면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젠더는 여성적 음과 남성적 양과 같이 생물학적으로 성별화된 sexed 몸의 타고난 속성으로 축소될 수 없고, 음양이 모순적이지 않고, 젠더 그 자체가 구체적인 가족적 관계성을 넘어서서 존재론적 범주로 정립되지 않는 세계에선 더욱 그러하다.“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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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광 vol.589 : 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 2023.11
불광 편집부 지음 / 불광(잡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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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역사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겼다.
 간다라 불전미술에서 그리스의 헤라클레스 형상을 가져와 석가여래의 호위 무사인 금강역사로 모습을 바꾼다. 간다라는 석가모니 당시 북인도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쪽으로 진출하며 들어온 그리스문화와 불교가 만나 간다라 미술을 꽃 피웠다.
 서역을 지나 중국에 전해진 금강역사는 곧바로 쌍이 된다. 중국 현지화되면서 간다라의 옷을 벗고 부처 옆을 떠나 절 관문 양쪽에 선다. 간다라에서는 노인이나 청년 등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변한다. '위협'! 사특한 것들은 들어오지 말지어다! 썩 물럿거라! 사역 수호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신라에 온다. 웃통을 벗고. 신라 본연의 신성이 깃든, 재래신의 모습이 담긴다. 중국에서와 같이 여전히 분노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 고통에서 인간을 구해내겠다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
 책에 이렇듯 헤라클라스가 북인도 간다라에서 금강역사가 되어 중국을 거쳐 신라에 이르는 여정이 상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담겨 있다. 세 연구자가 각각 독립된 글을 썼는데 그 흐름이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매끄럽다. 이후 조선시대 나한전과 명부전의 장군상과 금강역사를 견주는 꼭지, 예적금강과 팔금강 등 밀교에 나타난 금강역사, 그리스신화의 헤라클레스가 연이어 앞 세 글을 탄탄히 받쳐 준다. 가장 앞에 있는 유동영 작가의 폐사지 석탑의 금강역사 사진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금강역사의 역사와 외연으로 들어가는 훌륭한 일주문 역할을 한다.
 늦가을 황룡사지 길건너 논자락에 쓸쓸히 모여 있는 구황동 탑재 속 금강역사들을 만나러 길을 나서야겠다. 이 책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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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 여성 - 오리엔탈리즘적 페미니즘을 넘어서
리-시앙 리사 로즌리 지음, 정환희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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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 ‘젠더’와 ‘인격’의 개념은 남성성과 여성성이란 선험적인 젠더 특성에서 정의되는 존재론적 범주로 구성된다. 이 때 여성적 자질들이 결핍을 대표하는 반면, 남성적 자질들은 이상적인 것들을 대표한다. 서구에서 인간이 남성의 젠더 특성으로 규정되는 것과는 달리, 유교의 인간[人] 개념은 실천적 성취로 규정되는 윤리적 범주에 속한다.” 78

인은 공자 이전의 문헌들에서 인간관계의 바람직한 자질이나 재능에 대한 순전히 기술적인 용어였다면, 공자 이후에는 공공선을 위하여 타자를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는 독특한 도덕적 덕목과 능력으로 의미가 변화하였다. - P82

총괄하자면, 홀과 에임스Hall & Ames가 말한 것처럼, ‘유’는 한족 정체성의 신화이며, 이는 고립된 교리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족들이 유덕하게 생활하고 사고하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문화적 서사로 계보적이면서도 역사적인 것이다. - P73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인仁 개념을 공자 학설의 핵심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므로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인仁 개념은 ‘유교‘ 고유의 것이다. 인仁의 덕목은 유가의 인격상의 주요한 특징이다. ‘인간다움[人]‘ 개념은 선험적인 존재론적 범주라기보다는 성취되는 윤리적 범주이다. 유교의 ‘인人‘ 개념은 인仁의 덕목과도 호환될 수 있다. 유가 세계에서 ‘인간다움’ 개념은 자아 수양이나 자기 정진이란 평생의 과업에서의 도덕적 성취를 뜻하며, 그 안에서 자아는 환원될 수 없을 정도로 관계적이다. 이는 자아self나 젠더가 존재론적 범주에서 가정하지 아니하고, 현대의 평등 이념에서 근거한 ‘인간’ 본성이 부여되었다고 가정하지도 아니하며, 젠더 위계에 기초한 젠더 특성gender trailis이 부여되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유교에서 인간다움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단위인 가족에서 시작하는 복잡한 인간관계의 그물망에 특화된 [도덕적] 성취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다움 내지는 예의바름은 인仁이란 미덕과 호환되며, 관계적인 자아를 전제하고 있음을 고려해볼 때, 인仁과 예는 [선험적인 도덕적 본질이라기보다는] 습득되는 덕 acquired virtues이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인 부자-자식의 관계에서 실현되는 효의 덕을 갖추는 것은 최소한의 인격적 자격조건이다. 유교 덕 윤리의 인격의 범주는 실존적, 도덕적 성취를 의미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명구인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를 유가적 맥락에서 응용해보자면 진실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으로 만들어지더라도, 어느 누군가는 사람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습득되는 덕목으로서의 ’사람다움‘의 [성취되기에는 어려운] 취약성은 완전히 교화된 존재가 되기 위하여 자신을 문학적 전통[文]과 의례적 전통[禮]의 학습을 통해 부단하게 수양할 것을 요구한다. - P75

인간다움의 관계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염두에 두면, 유교의 인 관념은 성 중립적이며, 어떠한 선험적인 규정도 전제되어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는 인간관계의 숙달로 달성된 이상적인 인간다움은 남녀 모두에게 열려있다. 그러나 이론적 수준에서 유가의 인 관념이 갖는 개방성은, 중국 여성들의 중속적 지위라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실제와는 극명히 대조된다. 학식을 갖추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중국의 여성들은 모두 형식적으로 은폐된 공간으로서 ‘내‘의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중국의 여성은 개념적으로 철저히 불완전하고 의존적인 존재였다. 유교의 인 윤리와 예속된 중국 여성의 잔혹함 사이의 이러한 괴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중국 사회에서 성차별이 어떠한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교차 문화 연구에서 데카르트의 이원론(이성적인 마음/비이성적인 신체)이나 아리스토텔레스적 전통(능동적인 형상/잠재적인 질료)으로 예증되는 서구 보편의 이원론적 젠더 패러다임을 거부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중국 사회에서 젠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그 문화적 요소를 구체화해야 한다. 즉 중국 여성이 [만들어진] 젠더적 존재인 만큼, 여기에 어떤 문화적 의미가 체현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실제의 사회적 현실에서 남성들이 유교적 자기수양의 과업의 정점에서 문화[文]를 활용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여성들이 그들의 진정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자아 수양의 과업에서 어떠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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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에 대하여 애지시선 115
김영춘 지음 / 애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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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
올곧기도

“새벽길을 걸어보라
모든 욕망은 누추하다
저지른 모든 전쟁은 무참하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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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와 여성 - 오리엔탈리즘적 페미니즘을 넘어서
리-시앙 리사 로즌리 지음, 정환희 옮김 / 필로소픽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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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시도다.
유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야 하고
‘도덕적 행위의 주체로서 서구적 세계‘와도 싸워야 한다.

1장을 읽었는데 이미 그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해석에 놀란다. 이를테면 과부나 전족도 단선적이고 일방적인, 여성이 수동적 희생자라는 증표가 아니라, 전자는 사회이동으로서의 여성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고, 후자는 한족으로서 만주족에 대한 여성의 저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의 목적은 이러한 사회적 관행의 ‘성차별적‘ 요소들을 어떻게든 얼버무리려는 데 있지 않다. 여기에서 언급된 관행의 대부분은 [오늘날] 더 이상 사회적 이상 social ideal으로 실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의 목적은 사회적 관행에 내재된 문화적 의미를 해독하여, 구조적 한계가 부과되었지만, 일종의 공유된 문화적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관행을 [단순히] 수용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 고유의 주체성을 이해하는 데 있다. 그러한 이해가 없다면, 제3세계 국가의 여성들은 ‘성차별적‘ 전통의 단순한 수동적 희생자로서 시간이 정지된 상태로 있게 되며, 지역적이고 ‘문화적‘ 도덕성을 초월하는 서구 윤리 이론에 의해서만 해방이 정당화될 뿐이다.“ 29

”여성 해방의 원천으로 유교페미니즘이라는 혼종적 윤리이론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것“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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