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역사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겼다. 간다라 불전미술에서 그리스의 헤라클레스 형상을 가져와 석가여래의 호위 무사인 금강역사로 모습을 바꾼다. 간다라는 석가모니 당시 북인도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동쪽으로 진출하며 들어온 그리스문화와 불교가 만나 간다라 미술을 꽃 피웠다. 서역을 지나 중국에 전해진 금강역사는 곧바로 쌍이 된다. 중국 현지화되면서 간다라의 옷을 벗고 부처 옆을 떠나 절 관문 양쪽에 선다. 간다라에서는 노인이나 청년 등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게 변한다. '위협'! 사특한 것들은 들어오지 말지어다! 썩 물럿거라! 사역 수호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신라에 온다. 웃통을 벗고. 신라 본연의 신성이 깃든, 재래신의 모습이 담긴다. 중국에서와 같이 여전히 분노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 고통에서 인간을 구해내겠다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다. 책에 이렇듯 헤라클라스가 북인도 간다라에서 금강역사가 되어 중국을 거쳐 신라에 이르는 여정이 상세하고 흥미진진하게 담겨 있다. 세 연구자가 각각 독립된 글을 썼는데 그 흐름이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매끄럽다. 이후 조선시대 나한전과 명부전의 장군상과 금강역사를 견주는 꼭지, 예적금강과 팔금강 등 밀교에 나타난 금강역사, 그리스신화의 헤라클레스가 연이어 앞 세 글을 탄탄히 받쳐 준다. 가장 앞에 있는 유동영 작가의 폐사지 석탑의 금강역사 사진들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금강역사의 역사와 외연으로 들어가는 훌륭한 일주문 역할을 한다. 늦가을 황룡사지 길건너 논자락에 쓸쓸히 모여 있는 구황동 탑재 속 금강역사들을 만나러 길을 나서야겠다. 이 책을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