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창비시선 10
이시영 지음 / 창비 / 197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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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반
처절하고 피눈물 나는 시절
시가 음산할 수밖에
당대가 고스란히 담겼다.
한 줌의 희망도 서정도 없다.

이내 걸어야 할 길
숨막힌 밤 속을 뚫고
갑옷을 뚫고
가야 할 길은 천리
함께 걸어야 할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이름없는 벗들
못내 떨치고 가야 할 길은 만리 - P57

창 밖으로 뛰쳐나간 어떤 가을은
거리의 술꾼들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얻어맞고
통금이 지나도 일어서지 못하고 피를 흘린다 - P65

이빨이 깨어지고 두 눈 갈라져
새벽 끝을 기는 부싯돌 같은 눈알
오늘 어둠 속에서 불거진 친구
목도 없이 무릎 꿆고 일어서서
너 혼자 잘살아라 한다 - P84

말없이 걸리는 돌멩이에도 새하얗게 질린 사람들. - P85

일어서서 벽을 잡고 다시 굴러도
이 밤은 대답 없고
주먹만 내미는구나
새벽까지 고요히 내미는구나 - P92

잿빛 거리 아래에선 팔다리도 없는 사람들이 어깨를 치고 오랜만이야. 오랜만이군. 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탄 손을 꺼낸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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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품집 창비시선 1
신경림 지음 / 창비 / 197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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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는 지나간다
오늘은 늘 잊혀진다
신문이며 방송 등의 그때 살아 숨쉬던 언어들은 쉽사리 사라지고
문학이 남는다.
그러나, 소설은 픽션. 세계는 넓으나 결국 거짓.
시가 남아 시대를 운다.
1974년에 이 시집에 제1회 만해문학상을 안기면서 김광섭은 말했다. “한국의 현대시가 반세기 후에 얼마나 남을 것인지 예언할 수는 없으나, 오늘의 농촌을 반세기 후에 시에서 보려면 시집 <농무>에 그것이 있다 하겠다.”

빗발 속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바람 속에서도 곡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인데도 거리는 새파랗게 얼어붙고
사람들은 문을 닫고 집 속에 숨어 떨었다 - P98

이 외진 계곡에 영 봄이 오지 않으리라는 - P100

살아 있는 것이 부끄러워
내 모습은 초췌해간다 - P101

나는 내가 미치지 않는 것이 희한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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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녹천으로 갔다 창비시선 184
장대송 지음 / 창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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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소비시켜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나
언제쯤 껍데기인 채로 모래톱에 버려질 수 있을까?
평야에 발 디디자 나 몰래 몸이 먼저 울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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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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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을 다룬 만화
모든 지옥은 소통의 단절로부터 시작된다.
집중이 집착으로 변질되고,
너의 친구와 가족과 만나는 일상을 구속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랑이리.
지옥의 전염, 지옥의 전수에 불과하지.
오사가 내민 손을 받아주는 시스템이 이 땅에도 있을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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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걸어서 온다 - 윤제림 시집
윤제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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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풍경이 가득하다.
그림 그리듯 가만히 보여주는 시가 많다.
친구가 죽었고
터전을 잃은 이들을 안타까워한다.
부르짖지 않아도 서로 애틋하다.

습관을 생각함


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
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
나쁜 습관이다.

오래 울진 않는다
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
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
엄마의 습관이다

가을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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