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간 창비시선 152
백무산 지음 / 창비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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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 P81

피워올리는 거다
무너지고 끊기고 곤두박질쳐도
잊지 마라 목숨에 하나의 진리가 있다면
피워올리는 거다
돌아보지 마라 뉘우침도 병이 된다
거리낌이 없다면 반성도 하지 마라 - P49

너와 나의 관계에도
아침에 먹은 밥상 위에도
국가의 질서가 고스란히 박혀 있다
지배와 착취의 질서가 고스란히 박혀 있다
부분이라고 전체보다 작은 것이 아니다 - P23

도시는 달을 끄고
불을 밝혀 낮을 연장시킨다
언제 달을 봤던가
달은 정전돼 있었다 - P29

노동은 다시 우리의 피와 땀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노동이 우리를 이겼다
우리의 생애를 노동에 실어 건너가지 못했다
노동은 거대한 기관, 그것을 움직여 갈 힘은 우리의 피와 땀
그러냐 얘기치 못한 생애의 문제에 부닥친다
노동의 결과가 우리를 버린 것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힘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가 생애의 문제를 끌고 가는 길과
인간 자체의 문제를 끌고 가는 길 위에 있다
다시 어둠에서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힘의 문제만이 아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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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간 창비시선 152
백무산 지음 / 창비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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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들
뚝뚝 끊어지는.
시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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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비시선 16
정희성 지음 / 창비 / 197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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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
그 불온의 냄새.
그러나, 부추겨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없는 데가 있던가.
놀러 가자
술 먹자
널 사랑해
정의사회 구현
불신 지옥
심지어 해탈까지
다 자기가 가진 뭔가를 상대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70년대 중후반. 벌써 아득한 때
정희성은 외쳤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그 길은 어디 있나

공사판서 죽어 온 아들은 죽은 아들
터진 물꼬는 터진 물꼬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불면
풀잎은 저희끼리 흔들릴 뿐이다 - P59

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 들지 말고
미운 놈 미워할 줄 알고
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
아직도 돌을 들고
피 흘리는 내 아들아 - P39

저녁 무렵, 박수갈채로 날아오르는
저 비둘기떼 깃치는 소리 들으며
나는 침침한 지하도 입구에 서서
어디론가 끝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을 본다
건너편 호텔 앞에는 몇 대의 자동차
길에는 굶주린 사람 하나 쓰러져
화단의 진달래가 더욱 붉다. - P27

이곳에 살기 위하여
너는 죽어 땅이 되는가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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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위치 시와편견 기획시리즈 7
복효근 지음 / 실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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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복효근은 “우리 시가 느슨해지고 산문화되어 가면서 긴장미가 떨어지고 난잡해지는 경향을 본다. 이를 경계하여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 속에 서정성을 담아내자는 작은 움직임이 있다.”라고 시인의 말에서 말했다.

그래서, 다 짧다.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여운과 울림이 사뭇 깊은 시들이 많다.
짧아도 아니 짧으니
깊다.

겨울 이야기 2


마을 안쪽 골목까지 내려온 고라니
발자국 덮어주느라 한 차례 더 내린 새벽눈

그것마저 지워주느라 때마침 쏟아지는 아침 햇살 - P47

오래된 사랑


저무는 하늘을 백로 두 마리 날아간다

서로 부르면 들릴 만한 거리다 - P23

은유법


노인요양병원 바로 앞 장례식장

그 직설화법이
해도 너무했다 싶었던지

그 사이에 꽃 핀 벚나무 두어 그루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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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미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478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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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시집을 봤다. 시집 한 권이 전부 성욕이었다. 아! 그는 소멸해가고 있었구나.”라고 시인은 익명의 딴 시인을 평했다. 이 문장으로 이 시집을 평하자면,

시집 한 권이 전부 우울이다. 아! 그는 살려고 몸부림치고 있구나.


“밤새 눈은 연옥을 덮고 있었다 33
난 수유리 세일 극장에서 생을 포기했다 42
이별만이 번성했던 생. 나귀처럼 인내했던 생. 자살자의 마지막 짐을 실었던 생. 수몰지의 폐허를 실었던 생. 이제는 단종된 생 43
서서히 익명이 되어갔다 49
결국 가시가 나를 지탱하고 있다 65
나는 천천히 불행해졌다 93
나는 아직도 생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상처에 대해서 알 뿐 125”


온통 어둡고 우울하다. 쇼미더머니에 나와 스타가 된 래퍼로 우원재라는 이가 있다. 비니를 눌러쓰고 며칠 못 잔 듯 퀭한 눈에 “우리 엄마 말했잖아, ˝행복 딴 거 없다 아들˝
아, 엄마 지옥도 딴 거 없습니다
구태여 설명함은 다 bitch, bitch
알약 두 봉지가 전부지
알약 두 봉지가 설명해
내 삶을 내 하루는 전멸해” 하며 우울과 어둠을 컨셉으로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으니 묘하게 끌린다는 점이다.
우울이라는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한 마디씩 꽂히는 문장들 탓인가.

세상에 떠나보내도 괜찮은 건 없었다. 세월도 사랑도. - P44

강물은 어떤 것과도 몸을 섞지만 어떤 것에도 지분을 주지 않는다. 고백을 듣는 대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강물의 그 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강물은 상처가 많아서 아름답고, 또 강물은 고질적으로 무심해서 아름답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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