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의 꽃 서정시학 서정시 126
나기철 지음 / 서정시학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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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머니를 잃었다. 1부에 그 상심을 담았다.

“살던 집
문 닫히고

제주 바다 하얗다

청천강 옆 마을로
날아가신

어머니” -새, 15쪽

그리움이 왜 없겠는가마는

”아내가 집에 있다

아파트 문
열기 전
걸음이 빨라진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있는 집에
올 때처럼“ - 엄마, 65쪽

그의 시는 아주 짧고
내내 ‘덤덤하다’
그래서, ‘선명하다’

녹나무


연둣빛 바람
누렇게
지는 이파리
하나

다시
바람 분다

저 너머
어제와 다른
구름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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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산책
다니구치 지로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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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니구치 지로 완숙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림도 줄거리도 여유롭고 자연스럽다.
고바야시 잇사가 두 번 나오는데, 하이쿠의 묘와 이야기 전개가 아주 잘 맞물린다.
엊그제 읽은 줄 알았는데, 일기앱을 찾아보니 딱 8년 만이다.
그사이 작가는 가시고 작품은 여전히 훌륭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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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외면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07
복효근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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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뭇 생명을 바라본다.
선량한 온기 가득한 눈으로.
그리고 ‘받아 적’는다.

따뜻한 외면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나비 쪽을 외면하는
늦은 오후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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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더 애지시선 31
고증식 지음 / 애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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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지도 이 사람은 따수운지.
너무 짧은 게 이 시집의 유일한 흠.

금강경 몇 줄


팔순 지난 할머니
꼬물꼬물
진종일 기어간 자리

침 묻혀 다듬었나
기름 발라 빚어냈나

늦가을 햇살 아래
푸른 배추밭
하나

세 이랑 - P40

달 때문에


추석날 밤
고향집 마당에 앉아
오래전의 그 둥근달 보네

달빛 동동주 한 잔에
발갛게 물든 아내가
꿈결인 듯 풀어놓는 한 마디

지금 같으면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아

하마터면 울컥
다 털어놓을 뻔했네 - P43

그런 집 어디 없나
몇 십리 자갈길 달려가 만나는
사무치는 그리움 하나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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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에 호랑이 아침달 시집 12
최정례 지음 / 아침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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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길이란 길은 다 멀고 캄캄했습니다 25

날마다 발이 푹푹 빠져요. 모래 아이들이 극성이고 모래를 씹는 일이 쉽지 않아요. 언제쯤 이곳을 건너게 될까요. 47

어떻게 불지옥 속을 빠져나갈지 깜깜했는데
… 갇혀 있었다 웅크리고 있었다 82

시인의 삶은 힘들고도 괴로웠나 보다. ‘불지옥’이라니.
표현에 있어서는 알 듯 모를 듯 흐릿한 내용이 가득하다. 자주 꿈을 얘기하는데,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현실 바깥을 얘기한다.

백 년이나 산 것처럼 늙은 얼굴의
시, 시시껍절의 시
실패한 유괴범이 되어 눕지는 말자 66

라고 한 것처럼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로 작정했다.

바람을 향해 달리면
목을 휘감고 아우성치던
하루가 있었다
모자를 갖고 싶었,
말도 못했다 바람이 모자 밑을
흘러 뒤로 달아나게 달려야 했다
모자를 사달라고 며칠을,
울어야 아무도 모자를 사주지 않,
모자 같은 건 아무려면 어떠냐는 식,
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원하는
것은 모자뿐인데
왜 내게 모자를 사주지 않,
왜 영 모자 올려놓는 것을 금지했,
이제 그들이 모자를 사주겠다고 88

이 하루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멈춘 문장들이 비처럼 죽죽 긋고 있어 독특하다. ’모자를 쓰면 울 것 같,‘다니 그만한 감격이 시인에게는 무엇일까? 이제 묻지 못하니 안타깝다.
그곳에서는 ’오랜 목마름 잊고‘ 평안하시기를 빈다.

없는 나무


그 나무의 이름은 깜깜하다
나무 속에서 타던 해만
잠깐 보았다
번개처럼 스쳐갔다
백탄나무 천상나무 허공나무
없다
그들 속에 그 이름 없다

태양이 죽죽 떠오른 다음
만상이 흘러간 다음
왔다
구름을 건너 건너 왔다

잠의 지하도를 막 빠져나와
머리 위에
물보라를 뿜은 다음
잠깐
서 있었다

그 나무
언젠가
손끝에서 타던 별이었으나
목젖에서 끓던 맹수였으나
내 몸의 가뭄 끝에 날려 보낸 새였으나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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