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33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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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꼿꼿한 자세로
한없이 열린 마음
꿋꿋하게 인간다움을 고민하는 사람
유택
자유롭다!
‘세속의 빈부나 가치관들에서’

230화에서
가난하다고 제 삶을 포기하고서.
살아보려는 아들을 짓밟으며
루저가 외치는 “우리 같은 밑바닥 인생은, 아무리 발버굴쳐봤자, 평생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어!”라는 말에
“저, 푸른 하늘은, 고개만 들면 보이는데요.”라고 답할 수 있는 자.
그때 그 아이는 커가며 유택이 그 아인 줄 모르고 도서관에서 각자의 책을 보았고, 그 아이는 또 유택을 ‘도련님’이라고 말한다. 유택을 화석이 된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언제 다시 읽어도 따뜻하며 올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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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백
후지모토 타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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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중하는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돌아봐도 바꿀 수 없는 일은 도무지 아플 수밖에 없고
뜨거웠던 추억의 힘으로
다시 나아간다.

거친 듯 섬세한 선들이 인상적이다.
뒷 부분은 두어 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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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의 밤을 듣는 밤 K-포엣 시리즈 39
김명기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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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대수의 쇳소리로
시집 제목인 노래를 듣는다.

아직 이런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니!

“노동자와 노동자의 편을 가르고 무산자와 무산자를
이간질하는 뉴스를 보며 분노에 익숙해진
몸을 어떻게 쓸 것인가 혁명과 수탈의 시대는
저물었다는데 왜 병상의 환자 같은 사람들이
여전히 삶의 가장자리로 쫓겨나는가” 44

“자유와 평등이란 게 무얼까 생각해보면 먼바다로 뱃머리조차 돌릴 수 없는 낡고 작은 배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이 좋아졌다는데 도무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느 하청 노동자가 한 몸 겨우 들어가는 형틀에 스스로를 가두었고 어제는 스물세 살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감겨 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이상 분노의 시를 쓰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분노의 힘을 교묘하게 비웃으며 더 큰 힘이 되었다는 걸 알기 때문입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누구만의 것이 되어버린 자유에 대해 어떤 문장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4

죽죽 읽어내릴 수가 없다.
자꾸 멈추고
오래 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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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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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이 분석한, 이상의 <날개>를 읽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로 시작해 뭔 백화저 옥상에서 ’날자꾸나’ 하는 정도가 기억나는 얘기. 썩 끌리는 얘기가 아닌 정도.

그런데!

“나는 동시대 글로벌 자본주의가 초래한 세 가지 문제인 기후위기, 실업의 만성화, 플랫폼 자본주의로 인한 문해력 저하(에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한국 남성에게 초래한 영향이 87년 전 이상의 작품 〈날개〉 속 남자 주인공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노동하지 않고, 무능하며,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여성 부양자를 미워하거나 두려워하며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20대 남성 현상’의 기시감을 〈날개〉에서 본다.“

신랄하다.

“타자화는 발화자 자신에게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자신을 설명하는 데 타인을 동원하는 폭력이다. 인간 범주를 독식한 제1의 인간인 성인 남성의 기준에서 여성은 가장 재현하기 쉬운 타자이고 기존의 문학은 이러한 관습을 반복, 변주해왔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위 중 가장 비윤리적이다. 일제시대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지만 그 차이는 타자화 행위, 혐오 발화에 남성을 포함한 모든 이가 참여하고 있다는 암울한 사실에서 나온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아류 제국주의의 국민으로, 강자와 동일시하는 욕망의 주체로서 말이다.
나는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이 이룬 문학적 성취에 동의한다. 내가 불편한 점은 콘텍스트context, 즉 그의 작품에 대한 변화 없는 해석이다. 그의 문학은 한국 사회에 갇혔다. 그런 의미에서 〈날개〉는 죄가 없다. 지금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 다시 읽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 <날개>는 비윤리적이고 유치하고 비열하다. 인상 깊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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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창비시선 505
권선희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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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에서 나고 자랐나 보다.
40여 년 전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다니던 때
‘운교동 팔호광장 모퉁이 민속 주점’에 들어갔다가
따라만 간 화자는 근신, 술잔 받고 안 마신 친구는 정학, 몇 잔 마시고 도망쳤다 잡힌 친구는 무기정학을 받았는데, 그들이 커서 시인, 교사, 큰 업체 사장 마누라가 되어 그 술집에서 짝다리를 신나게 흔들고 있다.
그렇게 오래 머물면서 만나고 헤어진
숱한 삶의 이력과 사건을 읊는다.

두 번 눈물이 핑 돌았다.

뒷집 텃밭 시나나빠(유채, 월동초를 경상도 사람들이 부르는 말)를 한움큼 꺾어 새끼 넷 먹이려고 멀건 국에 건더기로 넣었던, 지독한 가난을 회고하는 화자가 하는 말
“아직도 난 노란 꽃이 싫어
노란 꽃 오는 봄이 싫어
그깟 꽃도둑질이 뭐라고
시나나빠 볼 때마다 화가 나” 16-17 <꽃도둑질>

물에 빠져 죽어 가는 해녀 춘자 형님을 뭍에 올려두고 순식간에 모여든 해녀들이 둥그렇게 에워싸고 울부짖는데 가라앉는 삶을 떠받치며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살아난 춘자 형님
됐다, 인자 됐다 88-89 <물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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