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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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이 분석한, 이상의 <날개>를 읽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로 시작해 뭔 백화저 옥상에서 ’날자꾸나’ 하는 정도가 기억나는 얘기. 썩 끌리는 얘기가 아닌 정도.

그런데!

“나는 동시대 글로벌 자본주의가 초래한 세 가지 문제인 기후위기, 실업의 만성화, 플랫폼 자본주의로 인한 문해력 저하(에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한국 남성에게 초래한 영향이 87년 전 이상의 작품 〈날개〉 속 남자 주인공에게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노동하지 않고, 무능하며,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여성 부양자를 미워하거나 두려워하며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20대 남성 현상’의 기시감을 〈날개〉에서 본다.“

신랄하다.

“타자화는 발화자 자신에게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자신을 설명하는 데 타인을 동원하는 폭력이다. 인간 범주를 독식한 제1의 인간인 성인 남성의 기준에서 여성은 가장 재현하기 쉬운 타자이고 기존의 문학은 이러한 관습을 반복, 변주해왔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위 중 가장 비윤리적이다. 일제시대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지만 그 차이는 타자화 행위, 혐오 발화에 남성을 포함한 모든 이가 참여하고 있다는 암울한 사실에서 나온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아류 제국주의의 국민으로, 강자와 동일시하는 욕망의 주체로서 말이다.
나는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이 이룬 문학적 성취에 동의한다. 내가 불편한 점은 콘텍스트context, 즉 그의 작품에 대한 변화 없는 해석이다. 그의 문학은 한국 사회에 갇혔다. 그런 의미에서 〈날개〉는 죄가 없다. 지금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 다시 읽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 <날개>는 비윤리적이고 유치하고 비열하다. 인상 깊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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