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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번역이라기보다는 안나와의 사귐이었어요"
차동엽신부는 이 책을 번역해 전달하면서 고 정채봉 동화작가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말을, 어려운 말을 많이 할 수록, 지식인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뭔가 의미심장한, 심도 있는 그런 책이라면 어려운 책이구나 생각하면서
'이런 책은 읽어줘야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적이 사실 몇 번 있다.
하지만, 책을 만났던 기억들을 더듬어보자면, '어린왕자'도 그랬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도 그랬다.
짧은 글, 그 짧음 속에서 긴 여운을 만났었다.
하이, 미스터 갓은 꺽다리 핀과 7살 안나와의 가슴떨리는 만남과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이다.
안나를 알게 된 과정은 최상의 탐험, 그 자체였다고 핀은 말했다.
복잡한 삶 속에서 7살 안나는 9살이 되기까지 핀과 함께 삶의 덩어리들을 세심하게 관찰했고
그리고 그 속에서 우주의 이치를 보는 과정을 핀과 함께 했다. 자연 속에서 항상 미스터 갓과
연관되어 그 속에서 영혼의 자유를 만나는 과정도 보여줬다. 삶의 덩어리들을 문제로만 보지 않았고
그저 미스터 갓에 속한 자연스러운 속삭임으로 느끼게, 다가가게 해주었다.
그저 단순하게 삶을 바라보는 눈을, 가슴을 가지게 해주었다. 안나는.
"세상에는 내 안에 들어있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지. 그러니까 내 안에는 있지만 세상에는 없는 것들두
많이 있을 거야. 당연하지 않아, 핀?" <본문 223페이지>
안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스슬 답을 찾아냈다. 그렇게 항상.
"사람과 천사의 차이는 별거 아냐. 천사는 대부분 속에 있고 사람은 거의가 바깥에 있거든."
일곱 살배기 안나의 말로 시작한다. 이 책은.
요즘의 쓸데없는 것으로 발랑 까진 아이들에 비할 수가 없다. 하긴 1935년에 핀이 안나를 만났다고 하니
그 시대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안나같은 아이를 운이 좋다면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말이다.
핀과 안나와의 만남이 그들의 시간들이 실화라고 하니 더욱 안나의 짧은 생이 안타깝기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착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은, 그리고 어느 누구들 보다도 가치 있다고 생각되어진
그런 사람들은 거의가 우리들의 곁을 아주 빨리 떠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나마 안나와 핀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슬픔의 감정이 조금은 줄어들었을것이다.
안나를 통해서 핀이 세상을,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갔듯이, 이 둘의 만남의 과정을 통해서
나는 세상살이에 대한 역겨운 변화들에서 나 스스로라도 아주 단순함으로 가장 기초적인 생명의
기초적인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슴을 갖게 되기를 노력할 수 있을듯하다.
겹겹이 쌓여서 나의 모습이, 내가 바라던 나의 삶의 모습이 어떠했는지조차 제대로 만나보기가 힘들지만,
미스터 갓과 함께 안나가 만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갔던 것처럼 인생의 아주 기초적인것부터 다시 한 걸음,
한 걸음씩을 내디디며 소중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감상적이거나 달콤한 말이 아닌, 생기를 돋우며 용기와 격려를 안겨다주는 말인,
상대방의 전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말 '사랑해'는 나와 그리고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지만, 안나와 핀을 통해서 그 가치를 소중하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에
이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듯 하다.
2013.12.12.소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