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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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왔다 간다, 가마니.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 절구. 깔아주면 하던 일도 못한다, 멍석. 부엌살림의 실세, 쌀뒤주. 대소를 가려낸다. 체. 뒷방 늙은이 신세, 옹기. 밥상에 펼쳐진 꽃밭, 구절판. 복을 담아 전한다, 조리. 부엌의 타악기, 식칼. 부엌의 터줏대감, 가마솥. 시집살이의 설움을 갈다, 돌확. 식탁 위의 배달꾼, 수저.

 

  이 책들의 차례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우리네 옛날 아낙네들과 함께 살아 온 그 살림살이들을 여인네들의 삶과 함께  도구들을 기억해낼만한 톡톡 튀는 구사력이 눈에 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던, 제아무리 무거워도 없어서 못 지고 갔던 쌀가마....

 

  여문 나락을 털어내고 남은 줄기가 볏짚이요 그 볏짚은 예로부터 요긴하게 쓰여서 초가지붕이나 흙담의 이엉을 올리는 데에 볏짚을 썼다. 잘게 썬 볏짚을 황토에 섞어 흙담과 벽을 쌓았다. 어린시절 지인의 흙집에서 묵었던 하룻밤이 어느 순간 겨울밤 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부터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 그 기억, 황토 흙집에서 묵었던 그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돌이켜주었던 대목을 이 책에서 만났다. 황토흙의 그 향기, 볏짚에서 나오던 그 자연의 풋풋한 냄새가 긴 겨울밤을 아늑하게 해주었었는데. 지금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그 장소에 대한 추억이 그저 그립다.

 

  가마니는 가마니 틀로 굵은 것, 중간 것, 가는 것으로 세 종류의 새끼줄이 필요하며, 가마니틀로 가마니 원단을 먼저 짠다. 씨줄과 날줄이 여지없이 가마니를 만드는 작업에도 적용된다. 가마니에 대한 이야기는 생소하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그런 무게, 용도, 그리고 가마니와 함께 했던 이야기들이 어렴풋이 과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는 입담이 상당히 즐겁다. 톡톡 튀는 대화들과 구사력이 매력적이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어쩜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비유법으로 바라보고 우리네 어머니들과 함께 일생의 희노애락을 했을 식기장의 이야기를 즐거움으로 설명을 해주는지, 식기장이야기를 처음 대하였을 때는, 어머니들의 한과 고닮픔이 더 많이 나타나있을거라 상상했지만, 그게 아니라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과 고스란히 함께 해온 식기장들이 현 시대의 서양문물로 인해 뒷방 늙은이처럼 물러가 버리고 있는 세태에서 편리함과 합리적인 사물과의 세대교체에서 과거 식기장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과거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까지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이며 실용적인 식기를 만들어가고 변화시켜가는 이야기까지 즐거운 입담으로 안내를 해주고 있으니 책 읽는 즐거움이 이런것이 아닌가 내심 만족케되는 시간이 된다.

 

  일부를 옮겨보자면,

  '옹기는 한국적인 맛의 근원이다. 그 옹기가 일반 가정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영락없이 기운 빠진 뒷방 늙은이 신세다.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주거 형태의 변화다. 둘때는 입맛의 서구화다. 셋째는 저염화 식단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넷째로는 대형 냉장고 보급이다.  <중략> 일반 가정에서 자주 쓰는 옹기로는 기껏해야 된장 뚝배기 정도다.    <95페이지>

 

  나누고 집고 가려내고 떠 날라서 삶의 터를 다지는 올곧은 직선과 유연한 곡선의 힘을 가진 식탁위의 배달꾼, 수저의 이야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숟가락 문화를 알려주면서 우리의 숟가락이 대부분 금속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건 삼국시대부터 철로 만든 제품을 얼마나 많이 소유했는가를 지위의 척도로 삼았고, 권력의 상징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사람들의 식도구로 젓가락을 사용해 왔는데 제각기 다른 젓가락 문화까지도 그 사용법과 변천과정까지도 그리고 더 나아가 포세이돈의 삼지창 이야기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요리사라는 것까지에 이르른다.

 

  사라져가는 것이 소중한 이유는 그 안에 담긴 고유의 가치 때문이다. 전통 식도구들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정신적 가치이며 우리가 고집스럽게 지켜가야 할 유산이기도 하다고 하면서 누군가는 반드시 펴내야 할 책이었기에 아무리 먼 거리라도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고 사진을 구하고 찍고 장인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원고를 정리했던 저자의 그림과 이야기로 인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옛것의 가치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잇는 마중물이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느꼈던 것처럼....

 

 

 

 

2015.1.19. 소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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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5-01-23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소지개 2015-01-24 23:3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써니람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