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김보람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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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작가 : 김보람
출판사 : 사농공상
읽은기간 : 2026/09/15 -2026/09/24


재미있는 역할을 하는 분의 책을 읽었다.

악보위원..

이런 역할도 있나?

악보를 복사해서 가져다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작곡가가 악보를 여러번 바꾸기도 하고,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 악보를 조정하기도 해서 생각보다 원본이라는 것이 어느 것인지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지휘자가 보는 총보와 연주자들이 보는 악보가 align을 시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라고 한다.

악보를 분석하고 지휘자가 원하는 악보를 찾아 출판사와 협의하고 정리하고 배분하는 일이 모두 악보위원의 일이라고 한다.

사회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될수록 나도 모르는 새로운 업무와 역할이 계속 생기는것 같다.

재미있는 업무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좋았다.


p12 공연 기획회의에서 한 시즌의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순간 악보위원은 바빠진다. 전 세계 악보 출판사를 뒤져 알맞은 에디션을 찾아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지휘자가 어떤 악보를 선호하는지, 최근 많이 연주되는 악보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악보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조사한다.

p28 악보위원은 리허설과 공연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오케스트라와 음악의 흐름을 읽는다. 리허설과 본 공연은 확연히 다르고, 같은 곡도 어제와 오늘의 공연이 서로 다르다.

p69 리허설을 며칠 앞둔 어느날 C.F. 피터스 출판사로부터 선물 하나가 도착했다. 향후 연주에 최신 교정본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프로모션 증정용 총보였다. 오랜 논쟁 끝에 마침내 바로잡힌 안단테-스케르초 버전이었다. 동봉된 편지에는 마에스트로께 전달해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서울시향이 원할 경우 언제든 악보를 준비해주겠다고 적혀 있었다. 한 세기에 걸친 논란을 종결짓는 이 악보에는 수십 년 동안 분투해온 학자들의 노고와 출판사의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p71 학술적으로는 오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가장 풍성하며, 소리의 성당이라 불리는 브루크너 특유의 건축적 아치 구조가 살아 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많은 지휘자들이 사랑하는 판본이 하스판이다. 하스의 뒤를 이은 노바크는 훨씬 엄격했다. “부르크너가 그 시점에 그 악보에 사인을 했다면, 그것이 곧 그 버전의 완성”이라는 원칙으로 간 연도별 판본을 철저히 분리하여 출판했다. 오늘날 부르크너 8번 1890년 판본이라고 하면 십중팔구 노바크 에디션을 가리키는 이유다.

p85 해외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하는 경우 서울시향에 한국관객들을 위해 앙코르로 아리랑이나 그리운 금강산 악보를 구할 수 있는지 연락이 온다. 또한 연주하고자 하는 특정 곡의 악보를 급하게 빌릴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런 게 바로 클래식 업계의 정이다.

p108 악보를 들여다보기만 한다고 해서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음악이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아닌지는 결국 연주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리허설은 그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바로잡는 시간이며, 사전에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 놓아도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다시 수정되고 변경된다. 원래 리허설을 바로 이런 과정을 위해 준비된 시간이다.

p134 한번은 공연을 처음 보러 온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왜 현악기들은 모두 똑같이 팔을 움직여? 너무 로봇 같아. 무서워!” 이 말에 “야! 나는 똑같이 안 움직이는 게 더 무서워!”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 눈엔 연주자가 똑같이 활을 움직이는 모습이 꽤 신기했던 모양이다.

p148 조악기란 악보에 적힌 음(기보음)과 실제로 들리는 음(실음)이 서로 다른 악기를 말한다. 만약 도레미솔 음표가 적힌 악보를 F조 호른으로 부른다면 완전5도 낮은 파솔라도 음이 연주된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다양한 이조악기가 함께 연주되기 때문에 각 악기의 조성과 이조 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총보를 읽는 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p153 연주자들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지만 호른은 가장 불기 어려운 악기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까다로운 악기다. 긴 관과 좁은 배음 간격 때문에 입술과 호흡이 조금만 흔들려도 의도한 음에서 이탈하기 쉽고, 벨 안의 오른손 위치에 따라 음색과 음정까지 달라지기에 신경쓸 일이 많다. 또 곡 전반에 걸쳐 화음과 색채를 채우기에 많은 연주량을 담당한다. 오죽하면 한 거장 지휘자가 “호른 주자들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그들은 목숨 내놓고 연주하는 중이니”라고 변호했을까

p166 처음엔 테오르보 연주자가 온다는 말을 듣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테오르보는 별도의 파트보가 없어서 무슨 악보로 대체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연주자는 그냥 총보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해주어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연주가 매번 즉흥으로 이루어지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p173 제본 방식도 연구를 거듭했다. 스테이플러를 사용할 경우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고 다시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시중에 파는 돼지본드를 이용해 제본하고 종이테이프로 마무리하는 방식이 최적임을 확인했고, 이것이 훗날 돼지본드 제본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p199 초창기에는 “이게 바로 현대음악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소위 쎈 곡들이 주를 이루었다. 무대 위는 100명에 가까운 연주자와 방대한 타악기들로 꽉 찼지만, 객석은 무대 위 연주자 수만큼만 겨우 채워질 정도로 휑하기 일쑤였다. 텅 빈 객석의 공기와 익숙하지 않은 음악 사이의 괴리는 낯선 풍경이었다. 진은숙 선생님은 관객과 연주자 모두가 조금 더 익숙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율하기 시작하셨고 이후 점점 매 시즌을 기다리는 마니아층까지 생겨나면서 객석도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p213 수많은 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거짓 없이 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결과물이었다. 프로가 프로를 만났을 때 부딪치는 긴장과 높아지는 완성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연주곡과 뮤직비디오에 모두 담겨 있었다.

p243 악보위원으로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악보를 대하는 그의 태도였다. 그는 서울시향의 한 인터뷰에서 “가장 소중한 것도 악보, 제일 잃어버리기 싫은 것도 악보”라고 말하며, “잃어버리면 다시 살 수는 있지만, 정성이 담긴 가치가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p249 서울시향 협연에 있어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바이롤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과 함께한 무대다. 정명훈 감독님과 정경화 선생님이 리허설을 하던 중 의견이 엇갈렸는지 한참 대화를 나누시더니, 갑자기 정명훈 감독님의 등짝을 탁 하고 내리치는 게 아닌가

p253 한번은 경회루 야간음악회 때 힘차게 부는 바람에 악보가 하늘로 날아가 버린 적이 있다. 멋진 클라이맥스 구간에 날아가서 보긴 좋았다. 음악과 어울리는 명장면이었지만 한 사람은 웃을 수 없다. 그게 나다. 악보가 경회루 앞 호수에 빠진 것이다.

p272 나는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 빈 무대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순간을 즐긴다. 조용하고 고요한 그 순간이 마치 마음을 정리해주는 시간처럼 편안하다. 악보를 자리에 놓고 단원들이 들어오긴 전까지의 이 고요함을 지금도 좋아한다.

p306 클래식은 처음엔 소음처럼 들린다는 말이 있다. 그건 감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 뇌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거대한 정보량을 감당하지 못해 내리는 일종의 항복선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서서히 리듬과 멜로디가 들리고, 어느 순간 화음과 음색까지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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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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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실험하는 고고학자
작가 : 샘 킨
출판사 : 해나무
읽은기간 : 2026/09/08 -2026/09/22


최근 읽은 책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책중의 한권..

고고학을 실험한다니.. 고고학이 실험이 가능한가?

관찰과 발견이 주요 과학적 도구아닌가?

그런데 진짜 실험을 한다. 그것도 꽤 과학적으로...

그리고 그 실험이 진지하게 실시된다. 최대한 동시대와 비슷하게 경험될 수 있도록 당시의 도구와 물질들을 사용한다.

실험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만든 유물의 정밀성과 사용 용도를 더 다양하게 상상하고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실험 고고학은 학계에 공인을 받고 있지는 않은듯 하다.

그러나 좀더 과학적 엄밀함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면 충분히 고고학의 한 분야가 될 것 같다.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어 즐거웠다..


p12 고대 이집트의 빵이나 수백만 년 전의 도구를 정말로 재현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보게 되겠지만 그 답은 갈수록 가까워진다.

p29 실험고고학은 이렇나 부담을 안고있다. 이 분야는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실질적이고 풍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카이테와 그의 가족이 잠을 자는 데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겼었는지 생생하게 알려줌으로써. 하지만 어떤 과학자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p100 윌라마야 파타에서 특히 하스를 들뜨게 한 바견-표토에서 1m 아래에 묻혀 있던 뼈와 치아들-이 있었는데, 사냥꾼에게 필요한 도구 전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물을 죽이고 처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라고 설명했는데, 처트, 창끝, 돌로 만든 긁개와 칼, 가죽 무두질에 사용하는 석간주(산화철을 많이 함유해 붉은 색을 띤 흙)가 포함돼 있었다

p107 나무가 부족한 알티플라노 같은 곳에서는 나무 자루가 특히 소중하다. 그런데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발굴 현장에 남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나무 자루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에렌은 사색에 잠겨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것-예컨대 나무-이 옛날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긴 것일 수 있어요. 어쩌면 석기 시대가 아니라 목기 시대라고불러야 할지도 몰라요. 이것은 정말로 참신한 통찰인데 고고학 교과서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통찰이다.

p127 아사나가 숨을 몰아쉬는 수컷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암컷이 필사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뒤에서 돌진했다. 모하가 또다시 비명을 질렀지만, 고개를 돌린 아사나가 할 수 있는 일은 방어 자세로 겨우 팔을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모하가 고향에서 수없이 겪은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되었다. 암컷의 앞발이 아사나의 머리뼈를 강타하는 순간,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

p148 오늘날 이 지역은 건조하고 먼지가 자욱하며, 여름의 태영은 여느 사막에 못지않게 혹독한 열기를 내뿜는다. 하지만 수천 년 전에는 이곳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습지대였고, 진흙탕 강이 그 사이로 구불구불 흘렀다. 고고학자들은 발굴 현장에서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가 식품의 풍부성에 경탄했다.

p171 가죽 표면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그동안 일어난 변화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는 내장이 범벅되어 상한 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죽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이제는 아기 피부보다 부드러운 의복을 손에 들고 있었다.

p205 고고학자들이 5000년의 이집트 역사에서 확인한 빵의 종류는 비스킷에서 바게트, 피타를 비롯해 약 40가지에 이른다. 어떤 제빵사들은 꽃, 남근, 오벨리스크, 새, 소, 악어, 가젤, 물고기처럼 재미있는 모양의 빵을 만드리고 했다.

p211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가설을 모든 고고학자가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실제로 취향이 더 고상한 일부 학자들은 이것을 말도 안 되는 가설로 여기는데, 세상의 위대한 문화들이 남긴 모든 예술과 시, 감동적인 건축물이 맥주를 꿀꺽 꿀꺽 들이켜던 평민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개념을 끔찍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p225 이 실험이 과학적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 실험은 우리가 이전에 몰랐던 고대 이집트인의 미라 제작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미라 제작자들이 어떤 칼날을 사용했고, 뇌는 어떻게 적출했고, 나트론은 얼마나 사용했고, 그 당시 미라 제작 작업대의 폭이 1.2m에 이를 정도로 왜 그토록 넓었는지(시신을 건조시키는 데 필요한 나트론을 잔뜩 쌓아야 했기 때문에) 등의 질문에 답을 제공했다.

p234 고고학자들은 노동자들이 피라미드의 돌에 새긴 낙서를 발견했는데, 그것들은 자신들을 힘이 넘치는 무리, 불굴의 무리, 쿠푸의 사람들이라고 선언하는 문구였다.

p288 하와이 설화에서 카누의 수호 여신인 레아는 종종 이 새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나무를 쪼는 행동은 불승인으로 간주되었다. 더 세속적으로 해석하면, 엘레파이오는 벌레를 잡기 위해 나무를 쪼는 습성이 있고, 벌레가 먹은 나무는 선체로 쓰기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배 만드는 사람들이 알아챘을 가능성이 크다.

p290 어떤 별이 북동쪽에서 떠올랐다 하더라도 그 방향을 유지하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항해사는 밤이 깊어짐에 따라 방향의 기준점으로 삼는 별을 바통 터치하듯이 한 별에서 다른 별로 바꿔야 했다. 그들은 실제로 5개 별 항해나 7개 별 항해라는 표현을 썼고, 여러 밤에 걸친 항해도 흔했다.

p352 결정적인 깨달음은 2005년에 찾아왔다. 라틴어 사전에서 acus라는 단어를 찾다가 그것이 “옷 수선공과 미용사가 사용하는 바늘”이라는 풀이를 읽었을 때였다. 그 순간, 모든 게 이해되었다. 수세기 동안 학자들은 오르나트릭스가 핀으로 머리카락을 고정해 땋아올렸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은 머리를 꿰매고 있었던 것이다.

p374 밤이 깊어 만찬이 끝날 무렵, 그레인저의 남편 크리스가 토가를 한 병 꺼내어 누군가에게 입히는 법을 시연해 내게 기쁨을 더해주었다. 그 과정은 들었던 대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위로 두르고 아래로 감고 이리저리 교차시키는 것이 마치 미라에 붕대를 감는 것 같았다.

p405 무엇보다도 문신은 사람들의 정체성을 선언했는데, “우리는 저쪽 집단이 아니라 이쪽 집단에 속한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p420 일부 부족이 화살로 적을 괴롭혔지만, 근접전에서 곤봉으로 상대를 죽이는 행위는 더 큰 용기가 필요했고, 따라서 전사에게 더 큰 명예가 돌아갔다. 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죽이는 행위에는 뭔가 원초적인 요소가 있다.

p476 고고학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충격 무기로 인해 생긴 상처와 마찬가지로 천공술의 흔적이 대부분 머리뼈 왼쪽-오른손잡이 전사가 무기로 상대를 내리쳤을 때 생기는 바로 그 위치-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천공술은 뇌출혈, 뇌부종, 감염, 낭종, 종양을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p511 해양 포유류의 장기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근육 고기에도 약간 들어 있다. 단 조리를 하지 않은 경우에만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는데 열을 가하면 비타민 C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날고기 섭취는 북극 지방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적응이었다.

p623 내가 울라말리츠틀리를 직접 해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아즈텍족이 정말로 강인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가 하루 종일 지속되거나 심지어 며칠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경기는 한쪽 팀이 충분한점수를 얻거나 아니면 탈진해 쓰러져야 끝났다. 전쟁의 고난에 대비하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훈련이었을 것이다.

p646 받침대 주변의 잔디는 군데군데 새까맣게 그을렸고, 사방에 돌과 모래가 흩어져 있었다. 초록색 울타리 말뚝들은 담배 파이프 청소 도구처럼 마구 휘어져 폐품 처리장으로 보내야 할 지경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여름철에 정원에 전시한 공구점 용품들을 누군가 폭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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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 당신이 수학을 사랑하게 만들 책 : 젠더·인종·국경을 초월한 아름답도록 혼란스럽고 협력적인 이야기
케이트 기타가와.티모시 레벨 지음, 이충호 옮김 / 서해문집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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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작가 : 케이트 기타가와
출판사 : RHK
읽은기간 : 2026/08/06 -2026/09/10


수학사는 처음 읽어봤다.

내가 알고 있는 수학자는 피타고라스, 아르키미데스, 유클리드 등 주로 그리스 사람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 수학자, 아랍수학자, 중국수학자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서양 남자들 중심의 수학사에서 탈피하여 수학을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의 머리는 다 거기서 거기인가?

비슷한 문제를 맞이하고 풀어나가는 과정도 유사하다.

그러다보니 뉴튼과 라이프치히가 다퉜던 미적분의 개념도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현대수학으로 넘어와서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수학이 펼쳐진다.

이제 수학은 전문가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듯한 느낌이다.

가끔 유투브를 통해서 예전에는 알지 못한 다양한 수학이론들을 보게 되는데 이젠 수식을 이해하기도 벅차다.

좀더 친절한 수학이면 좋겠는데 쉽지 않아보인다.

수학이 한걸음 더 멀어진 느낌..

이런 수학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수학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p43 마야인은 달과 별들의 움직임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측정했다. 예를 들면 음역(태음력)으로 149개월이 4400일이라고 계산했다. 이것은 음력으로 한 달이 29.5302일에 해당한다는 뜻인데, 오늘날 우리가 측정한 값은 29.5306일이다. 또한 1년의 길이가 365.242일이라고 계산했는데, 오늘날 우리가 알아낸 값은 365.242198일이다

p56 수학에 초점을 맞춘다면,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두 권이 나타난 시기이기도 하다. 바로 주역과 구장산술이다.

p59 17세기 독일의 수학자이자 박식가였던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는 주역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을 읽다가 라이프니츠는 주역의 괘가 자신이 연구하던 수 체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란 사실을 알고서 크게 놀랐다. 그래서 그 책에 관심을 갖게 해 준 예수회 선교사 조아킴 부베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그 체계가 내가 새로 고안한 산술 방식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소”

p73 황실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지위 덕분에 반소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화제가 죽은 뒤 섭정에 오른 황후 등씨는 중요한 국정 문제에 대해 반소에게 자문을 자주 구했다. 조정 사람들은 반소를 재능과 업적을 칭송하는 의미로 조대가라고 불렀는데, 이는 그 남편의 성을 딴 것이었다.

p82 모두 13권으로 이루어진 유클리드의 원론은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친 책 중 하나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미친 그 영향력은 동아시아에서 구장산술이 미친 영향력에 맞먹는다.

p88 서양 최초의 여성 수학자라는 타이틀은 판드로시온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더 유명한 수학자인 히파티아가 이 영예를 차지하고 있었다.

p96 알렉산드리아에는 히파티아 이전에도 여성 지식인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아는 한 히파티아는 유명한 여성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최초로 확실하게 인정받은 인물이다. 히파티아의 강연을 들으려고 사람들이 알렉산드리아를 찾아왔다.

p98 폭도는 히파티아를 근처 건물로 끌고가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마구 찔러 죽인 뒤, 시체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다가 불에 태워버렸다. 이 끔찍한 공격은 알렉산드리아 주민이 최악의 범죄자에게 가하는 처벌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p108 기원전 350년에서 기원전 50년 사이의 어느 시기에 만들어진 한 점토판에는 바빌로니아 점성술사들이 목성이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이동했는지 계산한 기록이 남아있다. 그런데 이들이 사용한 계산 방법은 14세기에 유럽에서 발명되었다고 알려진 것이었다.

p116 19태양년이 지난 뒤에는 이 달력은 실제 태양년과 2시가 5분 20초 차이가 났을 것이다. 스무 번 째 태양년이 시작될 때, 이 오차는 새로운 초승달이 뜰 때 날을 세는 작업을 재개함으로써 조절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로 아질리카야가 이런 식으로 사용되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을 테지만, 이 신성한 기념물이 대규모 달력이었다고 생각하면 아주 흥미롭다.

p130 0을 나타내는 기호를 맨 먼저 발명한 민족은 마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인도의 황금기인 4-6세기에 이르러서였다.

p135 이 개념은 19세기 후반에 가서야 독일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무한의 성질을 연구하면서 수학 분야에서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많은 수학자가 칸토어의 개념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러 가지 무한의 정확한 크기를 둘러싼 질문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앟은 채 남아 있다.

p139 아리아바타는 또한 하늘에서 나타나는 별들의 운동은 지구의 자전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구가 1유가 동안 15억 8223만 7500번 자전한다고 추정했는데, 힌두교에서 사용하는 시간 단위인 유가는 432만 년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 주기는 23시간 56분 4.1초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통찰이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자전 속도(더 정확하게는 23시간 56분 4.091초)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결과이다.

p150 이 모든 단어들의 뿌리에는 무가 중요하다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데, 무한한 세계는 공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이 때문에 브라마굽타 같은 수학자들이 이전 사람들보다 이 개념을 더 깊이 통합해야겠다는 동기를 느꼈을 수도 있다.

p166 알 콰리즈미는 0에 대한 브라마굽타의 견해와 10진법의 편리성을 높이 평가했다. 비록 알 콰리즈미가 쓴 원본은 지금까지 전하지 않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수 체계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것은 그의 책이었다.

p196 여성이 왕립학회 회원이 된 것은 1945년에 이르러서였는데, 결정학자 캐슬린 론즈데일이 기존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신규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프랑스과학아카데미에서는 그보다 더 늦은 1979년에야 여성 회원이 선출되었는데, 그 주인공은 수학자 이븐 쇼케-브뤼아였다.

p210 이 싸움에서는 공식적으로 승리했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은 진짜 승자는 뉴턴도 라이프니츠도 아니다. 두 사람보다 앞선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도 단지 몇 년이나 수십 년 정도가 아니라 수백 년이나 앞섰다. 그 사람은 앞에 나왔던 14세기의 인도 수학자 마다바이다.

p235 뉴턴의 비웃음은 계속되었다. 라이프니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수학 내용으로 편지를 마무리 짓는 대신에 이렇게 썼다. “이 연산의 기초는 사실 충분히 명백합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설명을 자세히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숨기는 쪽을 택하겠소. 6accdae 13eff7i319n4o4qrr4s8t12vx. 이것은 조롱이었다. 이 기묘한 숫자와 문자열은 미적분의 기본 정리를 라틴어로 표현한 암호메시지였다.

p251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은 점점 더 멀어져가다가 중력이 가장 약해지는 지점에서 방향을 훽 꺾는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만약 속도가 딱 들어맞는다면 그 물체는 원형 궤도를 돌 수 있다(예컨대 금성의 궤도는 원에 거의 가깝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타원 궤도를 돌게 되는데, 튀코와 소피아의 골치를 썩인 화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p282 행운의 사건 덕분에 샬은 목숨을 건졌다. 큰 지진이 일어나 청형장이 파괴되었고, 하늘에 희귀한 유성이 목격되었다. 미신을 믿던 대신들은 이것을 샬과 선교사들을 처형해서는 안된다는 징조로받아들였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풀려나 중국 남부의 광둥성으로 유배되었다.

p311 제르맹은 개인적 부탁으로 라그랑주의 강의노트를 얻어 독학으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었다. 제르맹의 정체를 안 라그랑주는 그녀의 지식에 큰 감명을 받아 수학에 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다가 제르맹의 개인 지도 교수가 되었다.

p322 코발렙스카야의 논문은 봉투와 논문 자체에 다음과 같은 자신의 좌우명이 적혀 있었다. 아는 것만 말하고, 반드시 해야할 일을 하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p351 이 정리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감을 잡고 싶다면, 우주를 기술하는 모든 방정식을 적는다고 상상해보라. 여러 과학 분야에서 나온, 온갖 기이한 수를 포함한 방정식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것이건 간에, 뇌터의 정리는 그 모든 방정식에 대해 뭔가를 알려준다.

p365 코넬대학교의 창립자 에즈라 코넬은 초기부터 노예 제도를 반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코넬대학교는 매년 소수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받아들였다.

p372 데이비드 블랙웰은 초등학교 교사가 도기를 열망하며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나-섐페인 캠퍼스에서 공부했다. 그는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1941년에불과 22세의 나이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p405 어마어마하게 큰 수중에서 두 소수로 쪼개지지 않는 짝수가 존재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것은 정형적인 정수론 문제이다. 즉, 어마어마하게 큰 수학 반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참인 것처럼 보이는 진술이다.

p408 두 사람이 너무나도 큰 성공을 거두자, 수학자이자 국제적인 축구선수인 하랄 보어는 1947년에 영국에는 위대한 수학자가 세 명 있는데 바로 “하디와 리틀우드, 그리고 하디-리틀우드”라고 말함으로써 그들이 거둔 성공을 아주 잘 표현했다

p414 지금도 우리는 라마누잔의 수학이 남긴 영향을 겨우 이해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그 후 장-피에르 세르와 피에르 들리뉴는 수십 년 동안 그의 연구를 깊이 탐구하다가 정수론에서 갈루아 표현이라는 중요한 도구를 개발하여 수학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상인 필즈상을 받았다. 이것이 촉발한 진전은 결국 350년 동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하는 길을 열었는데 이 추측은 1995년에 영국의 앤드루 와일스가 증명했다.

p419 카오스는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다. 그저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 뿐이다. 이런 종류의 예측 불가능성을 1960년대에 카오스 이론이 발전하기 20여 년 전에 카트라이드와 리틀우드가 발견한 것이다.

p427 많은 세월이 지난 뒤 그는 설령 리만 가설이 틀렸다 하더라도 자신의 수가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일부 수학자들은 이것이 과연 올바른 접근법인지 의심했다. 수학에서는 옳거나 그르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게 아니다. 결정 불가능이라는 세번째 범주도 있다. 사용된 수학의 공리가 지닌 제약 때문에 결과가 증명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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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기원 - 세계 질서와 부의 운명을 뒤바꾼 방향의 역사
제리 브로턴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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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리의 기원
작가 : 제리 브로톤
출판사 : RHK
읽은기간 : 2026/08/31 -2026/09/07


얼마전 UN에서 지도권고안이 하나 통과되었다.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대신 육지의 크기가 보정된 이퀄 지도를 사용하라고..

어려서부터 보던 메르카토르 도법은 극지방으로 갈수록 크기가 커진다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지만 항해상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이때까지 계속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그건 핑계일뿐 자기네 나라를 크게 보이고 싶어하는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리는 패권국가에게 여러 모양으로 이용되어 왔다.

지리의 기원은 동서남북이라는 방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동서남북의 방향이 어떻게 정해져왔고, 각 문화와 종교마다 어느 방향을 선호하는지, 그 선호로 인해 문화와 국가의 방향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고찰한다.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역사라서 흥미로웠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책이 나오고 있고, 그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재미있는 주제의 책을 읽었다.


p34 NASA는 결국 사진을 거꾸로 뒤집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일반 상식에 부합하고자 북극을 위로, 남극을 아래로 놓았다. 말 그대로 세상을 뒤집은 것이다.

p40 실제로 모든 사회는 언어와 기록을 바탕으로 네 가지 기본 방위를 정의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드넓은 세상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이해하도록 했다.

p45 과학자들은 철새 대부분의 부리는 물론, 연어와 돌고래, 개구리, 거북이, 박쥐 및 설치류의 몸속에서 자성을 딘 산화철 광물인 자철석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동물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남북축을 따라 이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p70 지구의 지자기장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변한다. 지구의 외핵에서는 융용 상태의 철과 티켈이 유체 형태로 대류 운동을 하면서 불완전한 전류를 생성한다. 이러한 활동이 수십억 년에 걸쳐 지속되면서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지자기적 자석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자기장은 지구의 핵으로부터 우주 공간으로 방상되어 방사선과 전하를 띤 입자들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p75 기본 방위 체계에서 기준이 되는 방위는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특정 방위를 다른 방위들보다 더 우위에 두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폴론이 태어난 곳인 델로스가 중심이었기에 서북쪽이 우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중세 기독교 시대에는 예루살렘이 중심이었으므로, 성경에 실린 창세기와 예수의 십자가형을 근거로 동쪽을 위로 두었다. 마찬가지로 초기 이슬람 지도 제작자들은 종교의 중심지인 메카가 위치한 남쪽을 위로 정했다.

p123 동서축의 경우와는 달리, 남쪽은 북쪽과의 대비 속에서 매혹적인 공간이자 가난한 지역으로 정의되었다. 남쪽은 수 세기에 걸쳐 역사가 사라진 공간이었고, 북반구 사람들의 이상과 환상이 머무르는 땅이었다.

p134 르네상스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저작인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 모두 이상 세계를 처음부터 남쪽으로 설정했다. 모어는 캘리컷 남쪽 인도양에, 베이컨은 태평양, 혹은 페루의 서쪽으로 그가 남해라고 부른 바다에 그들의 이상형이 있다고 묘사했다.

p142 노르웨이 탐험가인 로얄 아문센의 이야기가 지금도 종종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스콧이 아문센과 함께 경쟁을 벌이다가 맞이한 비극적 운명이 당시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관심을 끌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스콧의 이야기에서 매력 포인트는 한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살기 힘든 거대하고 황량한 남극에 도전해서 끝내 운명을 맞이했다는 사실에 있다.

p153 1930년대에 이미 토레스-가르시아가 넌지시 언급했듯, 남쪽은 북쪽이 설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북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반박해야 할 주제였다.

p164 북쪽이라는 개념은 초기 문명들이 태양의 움직임을 보고 확인했던 동서축보다 더 늦게 등장했음에도 기후와 나침반에서 지리적 극점과 개인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주요 방위로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p176 메르카토르는 지도의 해제에서 자신의 해결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적도를 기준으로 평행선이 점점 길어지는 비율에 따라, 두 극점에 가까워질수록 위도의 간격을 점차 늘려 나갔다. 그의 방식은 실제로 대각선 모양으로 동서를 이동하는 항로를 직선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장거리 항해의 정확성을 크게 높혔다.

p181 메르카토르의 세계 지도에서 북쪽은 주변부인 동시에 중심부다. 다시 말해, 북쪽은 무한대로 투영되어 지도의 중심으로부터 멀리 사라졌지만, 아래쪽 모퉁이의 세부도에서는 스크랄링거와 자기를 띤 산맥 그리고 지구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바다로 이루어진 세상으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p211 여름철 해빙은 유입되는 태양 복사의 약 50퍼센트를 우주로 반사한다. 그러나 그런 해빙이 사라질 때, 알베도가 떨어지면서 북극을 비롯한 지구 전역에 걸쳐 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재앙으로 드러날 것이다.

p221 서쪽으로의 이동은 헤라클레스의 기둥에 의해 막혀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공허하고 신비로운 미지의 해양, 즉 대서양이라고 하는 광대한 어둠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p237 미국인들은 서부가 그들의 소유물이기에, 반드시 차지해야 한다고 믿었다. 서부 개척을 향한 이러한 욕망은 이후로도 계속 증폭되었고, 한 세기가 흘러 정점에 이르게 되었다.

p241 내가 말하는 서부란 야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세상은 야생 속에 보존되어 있다. 소로에게 야생이란 미국 서부에서 발견된 독립적인 공간이었다.

p255 미국의 신화는 전통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기술되어 왔고,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의 권리라고 하는-선택받은 민족의 명백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르 ㄹ들려준다. 그 신화는 강력하면서도 배타적이다.

p263 온라인 지도와 스마트폰 기술이 만나면서 가상 세계의 혁명이 일어났다. 그에 따라 기본 방위는 예전에 누렸던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제 온라인 사용자들은 자신이 중심에 선 지도에서 물리적 세상이 아니라 이동하는 대리 자아로서 그 푸른 점을 주시하게 되었다.

p269 이로 인해 공간 문해력이 점차 떨어진다. 마이큰 본드는 자신의 저서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우리는 수만 년 동안 우리의 생존을 지켜 준 다양한 공간적 기술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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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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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작가 : 김상욱
출판사 : 동아시아
읽은기간 : 2026/08/22 -2026/08/29


글잘쓰는 김상욱 교수가 시사인등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서 낸 책이다.

유명하고 공부를 많이 한 분이기에 글 청탁도 많았던 것 같고, 그렇게 쓴 글들이 한번 읽고 버려지기엔 아까우니 이렇게 책으로 재편집되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책들의 단점은 책의 주제가 별로 없다라는 것..

읽기는 하지만 주제가 있는게 아니다 보니 머리속에 정리가 된다기 보다는 나열식으로 죽 내용이 펼쳐저 파편적으로만 기억이 남는다.

과학자의 글이라고 하기엔 감상적이고 당위론적인 내용도 많다.

그래도 세상에 애정을 가진 과학자다보니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고, 인공지능이나 게엄같은 현시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볍게 읽으면 되는 책이다.


p12 예술과 기초과학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고등학교에서는 프로그램을, 대학에서는 CAD를 가르치는데, 이건 미친짓입니다. 읽기, 쓰기, 생각하기, 예술, 연극, 악기를 배우고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역사를 배워야 합니다. 기본이 항상 최고입니다.

p18 진화심리학에서 문화는 유전자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지,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ㄱ원인이 아니다. 현대 인간의 문화는 인간의 본성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p21 만약 탐험대원 가운데 한 사람이 이누이트족에게 구출되어 오랜 시간 함께 산다면, 그 대원도 북극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할 것이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지능보다 문화와 그것을 학습하는 능력이다.

p42 이렇게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우리는 태연히 스마트폰을 보거나 심지어 잠까지 잔다. 더구나 낯선 이가 가까이 다가와도 곧바로 그를 쫓아내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다른 사회성 동물의 눈에는 기적같은 일로 보일 것이다.

p73 영국 정보부는 에니그마라는 기계식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봄브라는 기계를 만든다. 눈에는 눈, 기계에는 기계다. 봄브는 수학자 엘런 튜링의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으로, 현대 컴퓨터의 조상뻘이라 할 만하다.

p99 서양에서 신기술 철도는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되어 많은 이들이 그것이 가져온 번영을 공유했지만, 식민지에서 철도는 주로 지배와 착취의 수단으로 쓰였다. 1940년대 인도의 뱅골 대기근 시기에 영국 당국은 철도를 식량 수송에 이용하지 않았고 수백만 명의 인도인이 목숨을 잃었다.

p102 미국의 주요기업들은 1970년대 중반 이래로 이어져 온 기업의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디스토피아가 아니리라는 보장이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이로울 지 해로울 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p114 5세가 되면 뇌는 완전한 크기의 90%에 이르기 때문에, 청소년기의 성장은 생물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p122 도파민은 만족의 호르몬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계속해. 계속! 만족이 바로 저 앞에 있어”라고 외치며 끝없이 다음 포르노 동영상을 클릭하게 한다는 뜻이다.

p145 종교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고통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대개의 종교는 신이 존재함에도 악과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 신정론을 가지고 있다.

p151 미국 도덕철학자 해리 프랭크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에 따르면, 거짓말은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지만, 개소리는 무엇이 진실인지에 아예 관심이 없다. 헬기로 투입된 군 병력이 창문을 깨고 국회에 난입했으나 국회 기능을 마비시킬 의도는 없었다는 12.3 게엄에 대한 윤석열의 담화가 그 예다. 개소리는 그냥 둘러대며 내뱉는 말이라 틀리지조차 못한다.

p167 김홍도도 그림자를 보았겠지만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림자를 그리려면 빛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림자는 빛이 직진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직진하는 빛이 물체에 부딪히면 흡수되거나 반사되어 빛이 진행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p170 카라바조는 연습을 위한 스케치 드로잉을 거의 남기지 않았고, 그의 그림에는 밑그림도 없으며 불과 하루이틀 만에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카라바조가 광학기구를 사용했다면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다만, 호크니의 이런 흥미로운 주장이 학계의 정설은 아니다.

p190 피터 티친의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 따르면 국가가 무너지는 데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간단히 말해,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의 과잉생산이 주된 이유다

p196 역사 동역학의 예측이 얼마나 맞을 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우리가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격동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빈부 격차 해소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복지의 차원보다는 국가 존망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p105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민주주의가 강력한 자정 장치를 갖춘 분산된 정보 네트워크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분산되어 서로를 감시한다. 삼권분립은 독재를 막을 신의 한 수다. 나아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정보를 공개하며, 사법부는 법의 해석으로 권력을 견제한다. 견제하고 자정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때 민주주의는 유지된다.

p222 19세기 서양에서 시작된 공교육의 주된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이 복종의 자세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혹독한 체벌은 일상이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교사가 학생을 때려 죽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을 정도다.

p225 진화심리학은 현대인의 머릿속에 석기시대 수렵채집인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가정한다.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커피를 마시며 예술 작품을 운운하지만, 현대인의 무의식에는 들판을 뛰어다니며 동물을 사냥하고 이웃 부족을 약탈하던 선사시대 인간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진화 심리학은 비판도 많이 받지만, 종종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주기도 한다.

p232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도 쉴 새 없이 말실수를 하지만, 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뇌가 말의 덩어리를 만드는 중간 과정의 시간을 비워두지 않고 적당히 채우기 때문이다.

p244 뉴턴의 물리학은 자연을 숫자로 기술한다. 이 방법은 믿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효율적이어서 이후 인류의 문명을 송두리째 뒤바꾸었다. 하지만 숫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인간의 일을 인간의 방식이 아닌 숫자로만 해결하려고 할 때 인간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잃을 수 있다.

p255 존 로의 명목화폐 덕분에 1710년대 프랑스는 경제 위기를 벗어나 대호황을 맞이한다. 하지만 존 로는 미시시피회사 주식 거품 사태를 일으켜 프랑스 경제를 거의 붕괴시킨다. 이는 프랑스대혁명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중대한 금융사기 사건이었다.

p264 자유의지가 허구일지는 몰라도 인간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다. 근대 시민혁명의 목표는 자유와 평등이었다. 1859년 출간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가 왜 중요한지, 언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지 말해준다.

p272 쓴맛은 몸에 나쁠 것 같은 물질의 맛이다. 쓴맛은 다양하지도 섬세하지도 않다. 그냥 먹지 말라는 신호일 뿐이다. 신생아 때는 입안에 쓴맛 수용체가 많이 못 먹는 음식이 많다. 신생아는 위험한 물질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p275 향이 식물의 화학무기다. 담배의 니코틴이나 커피의 카페인도 원래 식물의 방어용 독성물질이다. 담배나 커피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희한하게도 인간이는 동물이 이를 즐기는 것뿐이다.

p290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인간이 순환하는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자연은 인간에게 조건 없이 선물을 주어 인간이 생존할 수 있게 해 준다. 인간은 자연의 선물에 감사하고 (자연이 요구하지 않은) 선물로 보답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선의로 선물을 주는 것이지 보답을 전제로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p301 감정은 당신의 뇌작 신체감각 데이터를 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감각 입력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입력에 변형을 가하는 능동적 참여자다. 즉, 감각 입력이 자동으로 감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입력 정보를 해석한 결과물이 감정이다. 화가 나서 숨을 거칠게 내쉬는 것이 아니라, 숨을 거칠게 내쉬는 행동을 뇌에서 화라고 해석한다는 뜻이다.

p305 19세기 중반 유럽의 대도시에는 엄청난 수의 하인과 하녀가 있었다. 보통의 부르주아 가정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여러 명의 인간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계에 의해 대체되었다. 물을 길어 오고 끓이고 내다 버리는 일은 상하수도가, 시장에서 닭을 사서 털을 뽑고 불을 피워 굽는 일은 공장식 가축 사육 및 도축 시스템, 유통망, 냉장고, 인덕션 레이지 혹은 가스레인지가 대신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계에 의한 인간의 일자리 상실은 환영할일인지도 모르겠다.

p314 이렇게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제대로 된 대응 방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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