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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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 내 안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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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02 -2025/10/10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를 가장 많이 만나는 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분이다. 

응급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간의 장기와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몸의 오묘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글로 씌여있다보니 자꾸 상상이 되고 손끝이 오싹오싹해진다. 

읽기만 해도 이런 느낌인데 실제로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심장을 부여잡는 일을 하는 의사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생과 사를 오가는 곳에서 사람의 장기를 설명하고, 인간의 호르몬의 흐름과 세포를 설명해나가는데 꽤 유용한 지식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요즘 유행하는 위고비의 작동원리도 나온다. 생각보다 책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 

무서워서 또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설명이 매우 알차다. 

올해의 책으로 꼽기에 부족하지 않다. 


p10 내가 일과 중 가장 많이 내는 처방은 Conservative 즉 보존적 치료다. 증상을 조절하면서 인체가 병마를 이겨내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p24 우리는 뭘 먹어도 대체로 죽지 않는다. 매일 제멋대로 고른 엄청난 양의 음식을 아무렇게나 먹어대도 대체로 큰 탈이 나지 않고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p25 맛을 통해 상한 음식을 분별할 수도 있다. 쓴맛은 독물일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신맛은 발효되어 상했을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매운맛은 그 자체로 통각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쓴맛 신맛 매운맛을 못먹는다. 인생 경험이 쌓인 뒤에야 이런 맛을 즐길 수 있다.

p29 내장지방이 많으면 위가 늘어날 공간이 작지만, 마른 사람이면 오히려 위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많이 먹기대회 우승자는 대체로 마른 사람들이고, 먹망 유투버 중에도 마른이가 많다.

p51 방귀나 대변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질소의 독성이 이 냄새의 주범인데, 단백질이 대사될 때 생기는 질소화합물인 인돌, 스카톨, 암모니아 등이 주 구성 성분이다. 몸을 만들기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대변 냄새도 더 날 수밖에 없다. 육류가 주식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특유의 체취가 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67 심폐소생술은 좌심실을 짓눌러서 대동맥으로 피를 보냄으로써 심장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지극히 물리적인 행위다. 좌심실을 가장 효율적으로 누를 수 있는 위치는 흉골 중앙인데, 손의 압박이 적어도 5cm 깊이까지는 들어가야 좌심실이 눌린다.

p76 모든 전해질 농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위험하지만, 칼륨 농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지면 심장은 분극이 차단되어 그길로 멎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를 안락사할 때 사용되는 물질이 염화칼륨이다.

p90 프랙털은 한정된 공간에서 표면적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게 갈라진 끝에 최조엊ㄱ으로 만나는 페포낭은 둥구런 구조로 표면적을 넓히게 되어 있다. 대신 페포 벽은 세포 한두 개 두께로 얇아진다.

p93 사람이 물에 빠지면 기관지로 공기 대신 물이 들어온다. 물은 질식을 유발할뿐더러 폐 안쪽의 계면활성제를 씻어낸다. 그래서 익수자의 폐는 쪼그라든 상태로 염증반응을 보인다. 익수자를 물에서 건져내더라도 계면활성제가 다시 분비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p95 폐기능엔 이상이 없는데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숨을 몰아쉬면 혈액이 염기성이 된다. 공포에 질리는 경험을 하거나 직장에서 한소리를 들어도 비슷한 상태가 된다. 혈액이 염기성이 되면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손발이 저리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져 두통이 오고 어지럽다. 이것이 전형적인 공황장애 증상이다. 이때 달리기를 하면(그게 가능하다면) 산소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쌓이므로 공황장애 증상이 나아진다.

p104 호흡은 테니스 코트넓이의 미세혈관에 기체를 압력으로 펴 바르는 것이므로, 호흡기로 들어온 물질은 혈관 주사보다도 더 빠르게 우리 몸에 퍼진다. 그래서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면 뇌에서 니코틴이 즉시 효과를 발휘한다.

p122 요산은 신장에섣 뭉쳐서 결석이 된다. 이것이 요로로 내려오다가 좁아진 부위에 걸리면 요로결석으로 급경련통이 온다. 몸에 생기는 돌은 대체로 엄청난 통증을 유발한다.

p134 1500L를 여과해서 130L의 원뇨를 만들고, 이를 다시 걸러서 1.5L의 최종 소변을 만드는 것이 신장의 일이다.

p137 당뇨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전신의 미세혈과에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을 손상시킨다. 고혈압 또는 높은 압력으로 미세혈관을 파괴한다. 그래서 당뇨와 혈압을 오래 앓으면 미세혈관이 밀집해 있는 신장과 망막에 손상이 집중된다.

p153 성장호르몬 분비는 밤에 잠들면 증가하고 주간에는 감소하며, 고단백 식사를 해서 아미노산이 흡수되어도 증가한다. 그러니까 키를 키우는 좋은 방법은 성장기 때 고단백 식사를 하고 밤에 빨리 자는 것이다.

p163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있다. 외부에서 스테로이드가 많이 들어오면 ACTH의 분비가 억제되어 부신피질이 위축된다. 밖에서 일을 해주니까 해당 기관이 줄어드는 것이다.

p169 평소에 피임약을 먹지 않았더라도 일시적으로 프로게스테론을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이미 임신이 된 것으로 혼동하여 수정란의 착상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사후 피임약이다.

p171 인크레틴 호르몬이 발견됐다. 인크레틴은 음식물이 위장관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이었다. 이 호르몬을 맞으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될 것이었다. 인크레틴 유사체로 실험을 진행한 끝에, 드디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주사가 만들어졌다. 오잼픽이나 위고비로 알려진 이 약물은 다이어트에 엄청난 효과가 있어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있다.

p176 인슐린 발견 전에는 혈당을 올리지 않기 위해 환자를 단식원에 모아놓고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제한했다. 환자는 몰래 식사를 하면 대사성 산증으로 죽었고 먹지 않으면 영양실조로 죽었다.

p193 자기 몸을 면역계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원인 기전이 복잡하다. 폐렴이나 신부전처럼 직관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아플 거라고 콕 집어 명시하기 어려워서, 사람 이름을 딴 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p272 모든 힘은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역기를 몸 쪽으로 들면 길이가 짧아지는 전완근이 운동하고 팔을 펴면 반대쪽 삼두근이 운동한다. 수축하는 쪽의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헬스다

p226 피부 아래에는 피하지방(피하조직)이 있다. 피하지방 아래는 근육이고, 그 아래는 뼈다. 우리가 말하는 피부는 피하지방 윗부분을 이른다.

p231 일반적인 세포는 수분으로 가득차 있어 통통하고 축축하다. 생명의 근원은 물이고 세포의 근원도 물이기에 수분이 없는 세포는 성립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피부는 건조해야 하고, 방수 처리가 되어야만 한다. 세포의 생존 조건과 피부의 성립 조건은 상충한다. 따라서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죽은 세포다

p250 멜라닌세포는 모든 동식물에게 있다. 동물의 눈, 오징어의 먹물, 조류의 화려한 깃털, 어류의 영롱한 비늘은 모두 멜라닌 세포가 분화해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p256 손은 감각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파악하려 할 때 일단 눈으로 살펴본 뒤 손을 뻗는다. 손에는 모든 종류의 감각수용체가 있다. 그래서 손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을 감지한다.

p276 운동은 근육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뇌와 신경계를 해당 운동에 적응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야구든 축구든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평생을 한 종목에 매진해온 선수 출신을 결코 이길 수 없다

p296 우리 소화기는 콜라겐을 먹으면 녹인 뒤 아미노산으로까지 분해해서 다시 콜라겐으로 조립한다. 그래서 콜라겐을 먹는다고 바로 피부의 콜라겐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쨋든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므로 고단백 식사는 대체로 건강에 좋다.

p311 실려 올 때 그는 핏덩이 같았다. 하지만 입을 열어 상태를 표현하고 손을 내밀어 다른 손을 붙잡자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절절히 느껴졌다. 치유하고 회복되는 인간으로서 그의 의지가 내게까지 여실히 전달되었다.

p318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군은 몰살당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가령 박테리아는 유전자가 동일해 인간이 개발한 백신으로 멸종해버린다. 인류 또한 유전자가 모두 같다면 바이러스 하나에 절멸할 수도 있다

p330 번식욕은 가장 강력한 욕구 중 하나다. 섹스 충동도 마찬가지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성적 감각과 성충동을 느끼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 이차성징기에는 성적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뇌는 야한 농담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술자리에서도 누가 야한 얘기를 하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p361 자연 상태에서 극히 드물게 인간의 유전자는 고립되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다양성이 확보된 종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이대로는 영원히 번성할 수 없으며 언젠간 멸종할 거란 얘기다.

p372 뇌라는 기관은 형태를 보고 무언가를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각 부위의 모양으로 기능을 추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뇌는 겉만 봐서는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추측할 수 없는 신경세포의 다발이다.

p383 뇌가 세균이나 독성 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면 신경계에 교란이 생겨 의식을 잃거나 이상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뇌는 혈액조차 한 차례 걸러서 필요한 성분만을 흡수한다.

p385 알코올 성분은 그대로 BBB를 통과하여 뇌를 적신다. 뇌는 늘 뇌수에 적셔져 있는데, 여기에 알코올 성분을 섞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기분이 좋아진다. 뇌에서 보상과 쾌락의 핵심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p392 이동하는 동물에게는 무조건 소뇌가 있으며, 복잡하게 운동하는 동물일수록 더 발달해 있다. 트리플 악셀을 돌 때 우리 소뇌는 풀가동중이다. 소뇌는 우리가 무용이나 스포츠, 미술, 케이팝 댄스 챌린지 등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p441 우리가 무엇인가를 먹으면 냄새 분자가 코로 올라가서 맛을 느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입과 코가 가까운 이유도 냄새를 확인하면서 먹기 위해서다. 미각의 7할이 후각이므로, 감기라도 걸려 코가 막히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

p462 눈을 깜빡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 2만 범 0.3초씩 눈을 깜빡이지만, 그 와중에 2만 번의 검은 화면을 보진 않는다. 신경 쓰지 않으면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의식하기 어렵다. 이 역시 뇌가 사이사이 상을 채워 넣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하루에 한시간 정도는 직접 본 것이 아닌 뇌가 그린 상을 본다.

p503 1년이면 모든 원자의 98%가 바뀌고 5년이면 이전에 몸을 구성하던 원자는 하나도 남지 않는다. 말하자면 원자나 분자 단위에선 삶과 죽음의 개념이 거의 무의미하다. 구성 요소로만 따지면 이미 우리는 태어났을 때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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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 - 블랙홀부터 암흑 물질까지, 코페르니쿠스부터 허블까지, 인류 최대의 질문에 답하는 교양 천문학 드디어 시리즈 8
캐럴린 콜린스 피터슨 지음, 이강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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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만나는 천문학 수업

 : 캐럴린 콜리슨 피터슨

 : 현대지성

읽은기간 : 2025/09/10 -2025/09/30


재미있게 읽은 천문학 관련 책..

하늘을 보며 별을 꿈꾸던 아이에서 이젠 책을 보면서 별을 생각하는 아저씨가 되었다.

최신 과학이 많이 업데이트되서 새로운 내용을 많이 배웠다. 

지구에 살면서 은하와 은하의 거리를 재기도 하고, 별들의 탄생과 죽음을 예측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발견하기도 하는등 인간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별을 보는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별을 꿈꾸며 별을 생각하는 아저씨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런 책들이 나를 격려한다. 

천문학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p33 많은 천문학자들이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혜성은 카이퍼대와 오르트 구름에서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르트 구름에 대해서는 정확한 규모와 구성 성분 등 아직 밝혀내야 할 비밀이 많습니다.

p73 화성은 지구와 거의 같은 시기에 탄생했습니다. 초기 화성은 빠르게 냉각되어 두꺼운 지각을 형성했지만 지구와 같은 지각판은 존재하지 않았지요. 이후 중심부의 핵까지 냉각되면서, 화성 내부에서는 더 이상 다이너모 현상(자기장 안에서 운동하는 도체에 의해 전기가 생성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화성에서는 강한 자기장이 사라졌고, 중력 또한 지구보다 약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가 우주로 흘러나가고 말았습니다.

p105 학계에서 부르는 이 천체의 명칭은 왜소행성 134340이지만, 여기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왕성으로 부르겠습니다.

p113 역사가들은 핼리의 계산을 거슬러 올라가며 1066년 유럽 상공에 핼리 혜성이 등장했음을 밝혀냈습니다. 노르망디 왕국의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잉글랜드 군대를 정복한 헤이스팅스 전투를 묘사한 중세 자수 작품 바이외 태피스트리에 수놓아진, 꼬리 달린 태양 같은 것이 바로 핼리 혜성이지요. 또한 바빌로니아의 설형문자 점토판에는 기원전 164년경에 출현했던 혜성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p147 역사 기록을 보면 1054년에 중국, 일본,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어마어마한 천체 폭발을 관측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게성운은 지구에서 약 6,500광년 정도 떨어진 머나먼 곳임에도 눈에 보일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이지요. 동양의 한자 문화권에서는 이를 객성(손님별)이라고 불렀습니다.

p168 우리에게 저 멀리 외부 은하로 떠나 먼 곳에서 우리은하를 관찰할 기회가 생긴다면, 긴 강이 아니라 나선형의 팔이 밝은 중심부를 감싸고, 중심부에 빛나는 나무토막이 놓여 있느 ㄴ거대한 빛의 바람개비처럼 보일 것입니다.

p177 퀘이사는 일반적으로 태양계에서 아주 먼 외부 은하에서 관찰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우리은하의 어느 이중성계에서도 강한 전파를 지닌 제트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제트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초광속 운동이라고 하지요. 학자들은 우리 은하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출력하며 먼 외부 은하 중심의 퀘이사와 거의 똑같이 작동하는 이 천체를 마이크로퀘이사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p181 1933년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코마라는 은하단을 연구하던 스위스 천체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은하단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은하의 중력만으로는 은하단이 그렇게 빠르게 공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p191 쌍둥이 퀘이사는 실제로 거대 은하단 너머 굉장히 먼 우주에 있는 한 천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은하단에 있는 수많은 은하의 중력이 합쳐져 퀘이사에서 나온 빛을 지구에서 관측할 때 휘어 보이게 만드는 렌즈처럼 작용했고, 그로인해 빛이 왜곡되어 매우 가깝고 유사한 한 쌍의 퀘이사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이렇게 한 천체의 중력으로 인해 다른 천체가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합니다.

p240 케플러는 학생 시절부터 점성술에 능했습니다 그는 점차 별로 미래를 점치는 일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성술을 할 수 밖에 없었지요. 덕분에 궁정학자로 방대한 천문학적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일도 계속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p241 제1법칙 행성은 태양을 초점으로 하는 타원을 그리며 공전한다. 제2법칙 :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분이 같은 시간 흝고 지나가는 면적은 항상 같다. 제3법칙 : 행성 공전 주기의 제곱은 공전 궤도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p262 아인슈타인은 빛이 불연속적인 에너지 단위인 광자, 즉 입자처럼 작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시작으로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도시에 지닌다는 파동-입자 이중성 개념이 등장했고, 이는 양자역학의 핵심 토대가 되었습니다.

p276 명왕성은 1846년 해왕성의 발견 이후 약 80년 만에 발견된 새로운 행성이자 20세기에 발견된 유일한 행성이었지요. 클라이드 톰보는 명왕성 발견으로 일약 유명세를 탔습니다. 국제 천문학계에서는 톰보의 ㅇ버적을 존중하는 의미로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명왕성의 지위에 대해 논의하지 않다가, 2006년에 토론을 거쳐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재분류했습니다.

p297 조금이라도 가열된 물체는 모두 적외선을 방출합니다. 적외선 감지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관측하게 도와주지요. 한 가지 예로, 적외선 감지기로 하늘을 보면 얇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별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적외선을 활용하면 흘랙홀 주변이나 곧 소멸될 별을 숨긴 성운의 깊은 곳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지요

p301 은하 진화 연구에서 분류는 핵심 과정입니다. 이에 천문학자들은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은하를 형태별로 분류하는 검색 매커니즘을 개발해왔습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은하 자신을 보고 직접 분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공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바로 은하 동물원으로 누구나 접속해 우주 이미지 분류 작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p346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거문고자리와 백조자리 영역을 집중적으로 관측했고 특수 장비로 50광년에서 3,000광년까지 떨어진 성단의 일부 항성을 포착했습니다. 이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이유는 태양에서 멀어지는 방향이기에 망원경 장비가 손상될 확률이 낮고 지구의 지상 망원경으로도 이 지역을 확인해 합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으며, 거대한 분자 구름이 많지 않고 별 밀도가 높기 때문이었지요 거문고자리와 백조자리는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p360 행성 다음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은 전갈자리의 사르가스 등 이중성입니다. 또한 게자리의 벌집 성단이나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 같은 성단을 찾을 수 있고, 하늘이 정말 청명한 밤이라면 은하수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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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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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온 미래

 : 장강명

 : 동아시아

읽은기간 : 2025/09/10 -2025/09/30


장강명 소설가의 논픽션..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취재의 깊이와 글빨이 매우 좋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보고 AI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바둑세계를 중심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바둑대결이 충격적이었던 것만큼 그 이후 바둑세계에 끼친 영향도 어마어마했다. 

책을 통해서 배운 바둑세계는 AI에 점령당한 인류가 어떻게 생각하고 적응해가려고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었다. 

아직도 그 충격은 진행형이다. 누구는 바둑세계를 떠났고, 누구는 AI를 따라하려고 노력하면서 바둑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고, 누군가는 잊혀져 버렸다. 

까마득한 실력의 AI에 대항하지는 못하고, 그저 AI가 던져주는 수를 외우고 따라가는 바둑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른바 암기잘하고 AI를 통혀 열심히 공부하는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AI가 점령하고 나면 그런 모습이겠지.

사실 지금도 그렇다. 대출신청을 하면 AI를 활용한 대출시스템은 내게 금리와 대출한도를 보여주는데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과거에 델포이 신탁을 받는것처럼, 또는 무당에게 조아리는 것처럼 지금은 AI에게 물어보고 맞겠거니 하는 방법밖에 없어보인다. 

작가는 마지막 챕터에서 AI이후의 사회에서 해야할 또는 살아갇야할 모습을 써놓았다. 좀 허망해보이긴 하다.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서다. 

10년정도 지나면 AI하에서 인류의 모습이 대략 보일 것 같은데 유쾌하거나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좋은 척하든가, 좋다고 믿으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기술의 발달로 내 자리가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건 참 우울하다. 


p13 작가들 관점에서는 위대한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그것을 꼭 사람이 만들어야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이렇다. 배명훈 SF작가 “왜 위대한 작품을 꼭 인간이 써야 하는가?”

p15 단순히 위대한 작품을 쓴 주체가 인간이 아니다라는 점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위대한 작품이 24시간 동안 288편 나왔다라는 상황이 문제다. 자동차나 휴대전화는 24시간 동안 288대가 생산되어도 괜찮지만, 위대한 작품은 그렇게 나오면 안 될 것 같다.

p24 테크노 낙관주의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축복이라고. 진보라고. 인공지능 덕분에 모든 사람이 손쉽게 뛰어난 소설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거라고.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그때 예술이나 예술가 중 한 단어, 어쩌면 두 단어 모두 지금과 의미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p25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것. 그 인공지능이 싼 가격에 보급되는 것. 그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강요당하는것.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하는 것. 당신이 알던 개념을 인공지능이 재정의하고, 당신은 그것을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인공지능은 타자기나 워드프로세서와는 다르다

p32 지금대로라면 뭐랄까. 정감이 없는 바둑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적다. 바둑은 승부를 내는 동ㅅ히에 음악이나 회화와 같이 개성을 표현하는 엄연한 예술이다. 예술이라면 우리들이 보고 감동하는 그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차원의 세계가 무르녹아 있어야 되는 것이다. 오직 이기기 위한 승부에 앞서, 자기표현에 충실한 바둑을 항상 생각할 일이다.

p38 이쯤 되니 실수라고 봤던 알파고의 수들을 다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파고는 바둑을 제대로 둔 것이었고, 인간 기사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할 것뿐이었다

p43 인공지능이 창의적인 바둑을 둘 수 있다면 언젠가는 기계가 수학의 난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창의적인 예술작품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일까?

p52 저는 공동연구를 되게 좋아했어요. 서로 나는 이렇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러면서 돌을 이렇게도 놓아보고 저렇게도 놓아보고, 각자 결론을 내리죠. 그렇게 공동연구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저희보다 훨씬 더 센 존재가 있잖아요. 저희끼리 토론하는 의미가 없어졌어오. 이제는 인공지능이 없으면 공부를 못 하는 수준이에요

p55 인류 과학자 중 일부는 자신들이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게 된 과학을 포기하고, 남은 과학자들은 메타인류의 과학을 해석하는 문헌 해석학과 제품 해석학으로 연구 방향을 돌린다.

p58 AI를 사용하면 이길 확률이 바로 뜨니까 이 수는 아웃 이렇게 돼요. 전보다 더 견고한 성에 답답하게 갇혀버린 기분이에요.

p59 제가 알기로 10명 이상인데 저는 그분들을 부러워하면서 AI공부를 해요.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조혜연은 AI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거에요. 저는 슬퍼ㅗ하면서 공부하고 있는거에요.

p65 사람과 사람의 바둑을 보면 서로의 생각이 수에 담겨서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데 알파고 대 알파고 대국을 보면 어디에 두다가 갑자기 다른 곳에 둬요. 그런 때 뭔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p73 2010년대 후반 바둑계에서는 AI일치율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어떤 인간 기사가 인공지능이 추천한 수대로 돌을 둘 확률을 가리키는 말이다. AI일치율이 높다라는 말은 곧 그 기사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p77 이런 대국의 초반은 사실상 서로 암기량을 확인하는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5장에서 더 자세히 살피겠지만, 이런 트렌드 속에서 초반에 드러나던 기사들의 개성이랄 것도 사라졌다. 이것을 인간의 바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p79 작가든, 편집자들, 출판사든 문학계의 발 빠른 플레이어들이 그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그만큼 다른 경쟁자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오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문학계에 어떤 영행을 미칠 것인가같은 한가한 고민을 할 여유는 사라진다.

p80 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다.

p92 모두 인공지능을 따라 배우고 두다 보니 계속 봤던 포석들이 나오고 또 나온다라며 시각적으로 매우 피곤하고 고통스럽다라고도 말했다.

p98 이유야 어찌됐든 여성 기사들이 남성 기사들에 비해 약하다고 지적받는 부분은 초반 폿헉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부로 실력을 가장 크게 키울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초반 포석이었다.

p102 어떤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려는 사람들이 다 함께, 한목소리로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일은 아마도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 업계에 일단 인공지능이 도입되어 영향을 미친 뒤에는 말이다.

P105 가슴 아픈 사연이나 끝내주는 이야깃거리를 지니고 있음에도 문장이 서툴러 소설 쓰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런 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자기 경험과 아이디어를 누구나 쉽게 문학으로 만들 권리라는 개념이 진지하게 논의될지도 모른다.

P112 알파-히스토리언과 알파-논픽션라이터를 위해 자료에 태그를 붙이는 인간 조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 인간 조수는 종일 책과 웹페이지를 흝으면서 알파-작가들을 위해 이건 쓸만함, 이건 애매함, 이건 불량식품 같은 버튼을 누르는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 내게 남은 일자리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p133 한국의 전설적인 기사인 서봉수9단은 알파고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같은 말을 했다. “바둑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의 눈에는 승부수니 기세니 하는 애매모호한 말은 전부 가소로운 것들로 비칠 것”이라는 말이었다. 신의 눈에는 오로지 정수와 악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p165 저는 바둑이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바둑이 스포츠로 간 건 사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죠. 그런 변화로 좋아진 점도 있었고 나빠진 점도 있었는데 AI가 나온 다음에는 확실히 스포츠가 아닌가 싶네요.

p172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람의 눈으로 본다는 주관적 감각을 답으로 제출했다. 그들은 사진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당시 사진기가 잘 포착하지 못했던 색채와 움직임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탈인상주의 화가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예술가 내면의 표현이라는 답을 찾았다. 대중이 그런 주장에 설득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마네의 그림은 손가락질 당했고, 고흐는 가난과 고독에 몸부림쳤다.

p174 하우절은 같은 책에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인센티브는 뿌리칠 수 있지만, 문화적, 집단적 인센티브는 더 뿌리치기 힘들다라고도 적었다. 예술가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에는 경제적 보상도 있지만, 그들은 뭔가 고상한 것, 의미 있는 것,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낸다고 인정받는 것에도 강하게 끌린다.

p185 공무원이 생성형 AI를 활ㅇ둉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로 인해 업무 효율이 높아져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뉴스를 들으면 다들 환영한다. 그런데 같은 일을 화가나 영화 제작자가 하면 비판을 받는 식이다.

p188 중세 서양 봉건제의 기원을 등자(안장에 달린 발 받침대)의 발명에서 찾는 역사학자들이 있다. 그때부터 전쟁터에서 중기병의 위력이 크게 강해지면서 말과 숙련된 기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영주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고, 경제시스템이 그에 맞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p205 뒷자석에 승객이 있을 때 택시 기사가 네비게이션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듯이, 인간 의사도 AI 진단 도우미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 때 그의 수입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그의 자부심은? 그의 권한과 책임은?

p216 인공지능이 결코 줄 수 없는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인간 의사가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도 될까? 그보다는 의료 현장에서 인간이 여전히 필요하기는 하지만 보조 인력의 자리로 물러났고 권위도 추락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진술아닐까?

p221 나는 소설을 쓸 때 무엇이 중요한지 안다.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안다. 아무리 옆에서 누군가가 당신은 중요한 존재라고 말해도, 내가 소설을 쓸 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소설을 쓸 때 중요한 존재가 아닌 거다

p222 불쉿 작업은 힘들고 보수와 처우가 형편없어서 인기 없는 일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레이버에 따르면 그것은 쉽 직업인데, 그런 쉿 직업들은 불쉿 직업과 반대로 사회적 가치와 의미가 있으며, 종사자들이 사라지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환경미화원이나 건설 현장의 잡부가 대표적 사례다. 반대로 보수와 처우가 괜찮고 노동 강도가 높지 않은데도 의미가 없는 일이라면 불쉿 작업이다.

p239 이거라도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그럴 텐데. AI보다 사람이 낫다고 하려면 감정을 말할 수밖에 없잖아요. 사람이 대국에 임하는 마음, 그게 반상에 드러나는 심리전. 이런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약간 그런 생각이죠.

p249 성악 전공자들은 포츠의 실력을 아주 잘 부르는 아마추어 정도로 평가한다. 만약 포츠가 브리튼스 갓 탈렌트가 아니라 성악콩쿠르에 출전했다면 입상하지 못했을 거다. 그가 정규 성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을 감안하면 이는 부당한 폄하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성악콩쿠르에 입상한 정도로는 음반 500만 장을 팔거나 실화 기반 영화의 모델이 되지 못한다.

p263 요즘엔 별걸 다 해야 돼요. 얼마 전부터 출판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 자주 듣는 소리다. 작가도, 편집자도, 마케터도, 서점 직원도 한숨을 쉬며 말한다. 요즘엔 정말 결걸 다 해야 돼요. 나도 예외는 아니다. 데뷔하고 매년 책을 한 권 이상씩 냈는데 해마다 전에 못 해본 마케팅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p267 인공지능이 문학 출판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인간 소설가의 영역은 인공지능이 잘하지 못하는 일로 축소된다. 그런 때 인공지능이 팔 수 없는 걸 내가 팔 수 있다면 든든하리라. 그리고 내 머리에는 나만이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내 사생활이라는 답이 떠오른다.

p282 신약용 고분자를 찾는 인공지능과 생화학무기 후보 물질을 찾는 이공지능은 실제로 동일하다.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혁신적인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생화학무기 개발에 도움을 줄 혁신적인 인공지능이라는 뜻도 된다.

p294 하지만 특이점이 온다는 미지의 기술을 도입하는 일에 따라야 할 검증과 확인 절차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없는 책이다. 대신 무지막지한 낙관론을 펼쳐 보이는데, 커즈와일에 따르면 우리가 생물학적 몸과 뇌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이해하고, 죽음도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원하는 만큼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운명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거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서술을 읽으며 커즈와일이 운명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301 중세인들의 심리를 짐작하기 어렵다면 그냥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될 것 같다.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을 보면 중세인들은 어린아이 같은 심리 상태로 세상을 살았던 것 같다. 자주 울고, 자주 감동받고, 무절제하고, 활기차게.

p304 일본도의 용도는 일본도를 만든 장인이 거의 정한 것 아닐까? 우리는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는 헛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물질세계뿐 아니라 정신세계 깊은 곳까지 힘을 미치는 강력한 권력이다.

p309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 정직하게 쓴 글은 늘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p311 우리는 기계와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진보는 지속되어야 하고 지식은 절대로 억제되어선 안 된다는 관념에 감염되어 있다. 우리는 말로는 기계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기계를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계의 발달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지식에 대한 공격이며 곧 일종의 불경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p316 1984가 그리는 미래는 정말이지 끔찍하고 무섭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꿨고 우리는 그런 미래를 맞지 않았다. 멋진 신세계가 그리는 미래는 그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을 바꾸지 않았고 우리는 멋진 신세계가 그린 것과 비슷한 미래를 맞았다.

p322 우리는 현실감을 잃어버린 뒤에야, 기술로 인해 객관적 현실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지고 증강현실 기기 이용자들이 모두 주관적 현실 속에서 사는 때가 되어서야 현실감이 어떤 가치였는지 이해하게 된다. 2020년대는 공통 현실이라는 게 존재한 마지막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p324 나는 불확실성 역시 소중한 가치임을 우리가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게 아닐까 우려한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태에서만 결단할 수 있다. 그리고 결단을 통해서만 성장하고 운명에 맞설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최적의 해답을 고르는 것은 결단이 아니라 인지능력 테스트다

p327 리얼리즘 소설가로서 당대 사회현실에 비판의식을 품고 뭔가를 쓰고자 할 때 나는 발품을 팔아 직접 현장을 취재하거나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현실의 복잡함과 다면성을 내 작품에 생생하게 담으려 한다. 일종의 직업윤리라 해도 좋다

p327 평소 행동을 학습시킨 인공지능으로 그 개의 뇌를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많은 견주가 수술에 응할까?

p329 그는 동인도 회사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버금가는 규모, 영향력, 권력을 가진 민간 기업이 탄생할텐데, 이 거대 기업들이 단순히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진단한다.

p340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투스 마지막 구절을 조금 변형해 책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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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떠나는 수밖에 - 여행가 김남희가 길 위에서 알게 된 것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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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떠나는 수밖에

 : 김남희

 : 수오서재

읽은기간 : 2025/09/15 -2025/09/20


책의 첫 여행지는 중앙아시아, 마지막은 아프리카다.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라는 뜻.. 

작가가 20년 이상 여행을 다닌 여행가라서 그런지 편안한 여행이라기보다는 고생을 하는 여행이야기가 많았다. 

더구나 여행의 상당수 내용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이야기다 보니 코로나로 격리되는 이야기도 중간중간 계속 나온다. 

고생스런 여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웠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도 많이 보는 것 같다. 

대단한 여행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 나이로는 이런 여행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제목처럼 일단 떠나기는 하지만 더 즐거운데로 가고 싶다^^



p8 여행은 온전히 타인의 친절에 기대는 행위였고,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p23 초원에서는 어린아이도 제 몫을 해야 했다. 갓 태어난 망아지를 돌보거나 해질 무렵 가축을 우리로 몰고 오는 것도 아이들의 일이었다.

p30 타지키스탄은 국토의 93퍼센트가 산이고, 국토 절반 가까이가 고도 3천 미터를 넘는다. 거기에 더해 7천 미터급 봉우리가 네 개. 그냥 세계의 지붕이 된 게 아니었다.

p43 사티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냐고. 너희 어린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지 아느냐고,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나는 아이사에게 말할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이라는 내 말에 다시 연필을 돌려준 저 순진함은 나 같은 이가 한명씩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더 희미해질 것이기에.

p64 영어에서 사이를 뜻하는 between은 물리적 거리를 말한다. 반면 중국어를 비롯해 한국어와 일본어에도 존재하는 사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 간은 관계를 뜻한다.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서 개인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비로소 사람으로서의 정의를 갖게 된다.

p99 두 번째 조지아 여행은 운이 나빴지만, 이런 사람들과 함께여서 운이 좋기도 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코비드 시대의 여행은 고달팠다. 불편함을 통과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어떤 시간과 장소가 있고, 그럴 때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결의 감정과 사유가 있다. 그런 면에서 여행의 끝말은 언제나 같았다. “떠나길 잘했다”

p117 세상에 맞추려 너와 싸우지 말고 너에 맞추려 세상과 싸워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실컷 제대로 싸워보기나 하자

p139 전시에 등장한 또 다른 여성은 작곡가 알마 말러 베르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그 시절 빈의 꽃으로 불렸던 그녀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건축가 발터 프로피우스, 시인 프란츠 베르펠과 세 번 결혼했다. 화가 오스카 코코슈가의 연인이자 집착의 대상이기도 했다.

p166 전날 갔던 텍스타일 공방도 그렇고, 이곳도 이탈리아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힘들고 귀찮고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가업을 잇고, 그 전통을 외부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부자의 고귀한 사명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p174 누나가 무슨 태조 이성계야, 몽테뉴야? 근데 몽테뉴도 낙마했어? 몽테뉴는 낙마 후 수상록에 육체와 의식의 분리 및 통합에 대한 사유를 남겨 후대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철학적 영향을 주었다는데, 우리 누님은 얼마나 더 정치하고 웅혼한 철학적 논고를 남겨 세계 승마계와 생태학계, 의료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되네.

p195 체력이 인성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만큼 정신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무엇이든 다 감당할 수 있다 믿었던 마음의 대양도 말라가기 시작한다.

p198 유럽인으로 산다는 일은 다른 세계에 빚진 자로 산다는 거라느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그녀들의 이런 태도는 아마도 여행을 통해 키워진 게 아닐까. 여행이란 결국 낯선 세계속 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편협한 세계를 부수는 행위이자 타인의 존재를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p246 코스타리카의 야생은 그 어느 곳과도 다르다. 인간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해 막막할 정도로 광대한 자연의 힘을 깨닫게 되는 파타고니아와도 다르고, 일체의 생명이 멸절한 후의 지구를 상상하게 만드는 아이슬란드와도 다르다. 코스타리카는 인간과 동물이 경계나 구분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곳 같았다.

p262 그날 오후에 마르몰라다의 빙하가 높이 25미터 폭 80미터 크기로 무너져 내려 아래쪽에서 트레킹을 하던 열한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 탓이었다. 마르몰라다 봉우리는 그날 관측 사상 최고 온도를 찍었다고 한다.

p280 내 꿈은 소박했다. 인류의 시원이 된 아프리카 대륙의 신생국 나미비아, 독일의 식민지였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점령다했다가 1990년에야 독립한 이 나라를 내 발로 둘러보고 싶었을 뿐, 거기에 더해 이 땅에 깃든 야생동물과 함께 해 뜨고지는 풍경을 누리며 감사히 하루를 마감하는 것. 그 정도가 그렇게 대단한 욕심이었을 줄이야!

p289 온수 샤워는 입구에서만 가능하고, 캠프사이트에는 수도도, 전기도 없다. 인터넷은 당연히 안터진다. 경이로운 주변 환경은 그 모든 불편함을 사소하게 만들었다. 캠프사이트 사이의 거리는 인간이 그리워질 만큼 아득히 멀었다.

p329 루마니아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부코비나, 마라루레슈가 목죠 교회로 유명하다면 이곳은 채색 수도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채색 교회보다 더 내 마음을 끈 곳읁 안젤리카와 시미온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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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새벽 - 다시 쓰는 인류 역사
데이비드 그레이버 외 지음, 김병화 옮김, 이상희 감수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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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것의 새벽

 : 데이비드 그레이버

 : 김영사

읽은기간 : 2025/06/27 -2025/09/20


벽돌책답게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 대여를 했는데 책이 두꺼워 다 못읽고 반납을 했다가 다시 빌려서 봤다. 

제목이 매우 매력적인데 읽는데는 쉽지 않았다. 

인류 역사 초기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인데 흥미롭긴 하지만 머릿속으로 정리하기엔 쉽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기존 역사와 믿음과는 다른 내용이다 보니 더 수용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초기 문명시절에도 평등한사회에서 왕과 권력자가 생겼다는 단선적인 방향이 아니라, 평등한 사회, 민주사회, 왕 및 귀족사회등 다양한 사회가 파노라마처럼 함께 있었고, 단선적인 방향으로 역사가 흐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특히 그동안 많은 내용을 알지 못하는 아메리카의 초기 문명을 중심으로 내용이 설명이 되니 흥미롭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했다. 

저자는 수십년 내에 이와 같은 문명발달사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 아니면 기존의 이론이 더 많은 증거를 보강해 강화될 지는 모르지만 초기 문명의 다양한 아규와 토론이 문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미있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다. 


p19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물질적 자원(토지, 칼로리, 생산수단)이 확실히 중요하다고는 해도 인간의 역사에서 궁극적인 질문은 그런 것을 얻을 기회가 평등한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에 관한 결정에 도움을 줄 능력이 평등한가다.

p28 고대 무덤의 증거에서 얻어진 건강 관련 지표들이 발견되는 통계적 빈도를 근거로하여 인간 사회가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 일반적 결론을 내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우리는 홉스와(그리고 핑커와도)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라는 종은 기르고 보살핌을 베푸는 종이며, 삶이 불쾌하고 잔혹하거나 짧아야 할 필연성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p34 그녀는 야노마미족의 습격의 잔혹성을 묘사한다. 하지만 그는 1956년에 그녀가 야노마미족을 떠나 원래 가족을 찾아 나섰고 다시 서구 문명에서 살게 되었지만, 수시로 굶주리고 끊임없이 거부당하여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 뒤 충분한 상황 인식에 근거하여 판단할 능력이 생기자 엘레나 발레로는 야노마미족과의 삶이 더 좋다고 판단하고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해 돌아갔다.

p48 갑자기 유럽의 더 강력한 몇몇 왕국들이 지구상의 방대한 지역을 장악했고, 유럽 지성인들은 중국과 인도문명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사회적, 과학적, 정치적 이념을 접하게 되었다 이런 세 이념의 홍수가 초래한 최종 결과가 계몽주의라 알려진 현상이다.

p51 우리는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점차 그들 나름으로 유럽의 제도에 대해 놀랄만큼 일관성 있는 비평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비평이 유럽 자체에서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p53 토머스 홉스, 휘호 흐로티위스, 존 로크같은 저자들은 다들 출발점으로 삼는 성경의 서사를 건너뛰고,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인간이 가진 것이 인간성뿐이라면, 자연 상태의 인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p61 그들은 호의에 응답하며 읍과 마을에 거지가 한 명도 없도록 서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며 도와준다. 그리고 프랑스에 그토록 궁핍한 거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그것을 아주 나쁜 일로 여겼고, 그것이 우리에게 자선의 마음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여 우리를 심하게 비난했다.

p68 정치적 기준에서 프랑스인들과 아메리카인들이 토론한 것은 평등이 아니라 자유에 대해서였다.

p88 칸디아롱크의 의견은 독일어, 영어, 네델란드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었고, 한 세기가 넘도록 여러 판본으로 계속 출판되었다.

p92 프랑스의 관찰자들은 거의 모든 아메리카 선주민들이 개인의 자율성과 행동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본다는 것-어떤 인간 존재가 다른 존재의 의지에 복종하는 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운영하며, 그런 이유로 프랑스 사회를 본질적으로 파벌적 노에의 삶으로 본다는 것-을 명백히 깨달으면서 수많은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다.

p113 칸디아롱크 같은 선주민 비평가들의 안내를 받아 인간의 과거에 대한 증거에 새로운 눈으로 접근해야 한다.

p121 우리가 고대 선조들의 사회적 조직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것이 지극히 다양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고대의 인간은 해안과 열대우림부터 산지, 사바나까지 무척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살았다. 그들은 오늘날의 인간보다 훨씬, 훨씬 더 신체적으로 다양했다.

p124 사피엔트 패럭독스(유적적, 해부학적 현생 인류의 등장과 현생 인류와 관련된 복잡한 행동의 발달 또는 문명의 등장 사이에 왜 긴 시간 간극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리킨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왜 후기 구석기 문화가 나온 이후 오랜 정체 상태를 거쳐 마지막 빙하시대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신석기 문화가 등장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다-옮긴이)라고, 몇몇 연구자들은 심지어 인간 두뇌에 어떤 뒤늦은 변이가 있다고 가정하고 후기 구석기 혁명에서 보이는 외견상 탁월한 문화적 능력을 그것으로 설명하려고도 있지만, 그런 견해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p131 최근의 고고학적 연구가 낳은, 그래서 고고학자들로 하여금 선사시대 수렵 채집인에 대한 견해를 바꾸게 만든 또 하나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은 거대 구조물의 출현이다. 유라시아에 있는 이런 구조물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튀르키예 남동부의 하란 평원을 바라보는 게르무스산맥에 위치한 석조 신전이다. 1990년대에 그 평원의 북쪽 경게를 조사하던 독일 고고학자들이 그 지방에서 괴베클리 테페라 부르는 장소에서 아주 오래된 고대 유적을 발견했다.

p142 어떤 인간 사회에나 회의론자와 비순응주의자가 있다고 믿을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차이점은 타인들이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있다.

p146 남비콰라족 족장을 그토록 유달리 눈에 익은 정치적 인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특성이었다. 공동의 이익과 개인적 야망 간의 규형을 맞추면서도 사실상 다른 두 가지 사회 시스템 사이를 이동하면서 유지하는 차분한 지혜라는 특성 말이다.

p151 거의 모든 사람은 아예 매장되지도 않는 와중에 일부 사람들이 풍부한 부장품과 함께 매장되는 상황이 문제되는 것이다.

p154 다른 말로 하면, 또 그 자체로 놀랍기는 하지만, 기우너전 3000년대에도 분명히 영국제도의 많은 지역에서 모종의 협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톤헨지가 지배 씨족의 고위급 설립자들에게 바쳐진 신전이라면-현재 몇몇 고고학자들이 주장하듯이- 그들 계보의 일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요구했을 가능성은 크다.

p158 로위가 관찰했듯이, 이런 명명백백한 독재는 엄격히 게절적이고 일시적인 수준에서만 작동했다. 사냥철이 -그리고 그 다음에 집단적으로 거행하는 선댄스 제의가- 끝나면 그런 독재는 그가 아나키스트적 조직 형태라 부른 것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면, 사회는 다시 한번 작고 기동력 있는 무리로 쪼개진다. 로위가 관찰한 내용은 놀랍다.

p162 그들은 교대디는 사회적 설정 사이에서 계속 왕복하고, 거대한 구조물을 지었다가 다시 허문다. 한 해의 특정한 시기에 전제주의적 구조가 등장하도록 허용한 다음 그것들을 해체한다. 그 모든 행동은 특정한 사회적 질서가 결코 고정되거나 불변적이지 ㅇ낳다는 것을 아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p173 왜 위계 형식들을 구축했다가 해체하면서 수천 년을 보낸 뒤에, 호모 사피엔스-영장류 가운데 가장 영리하다고 하는-는 영구적이고 고치기 어려운 불평등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게 허용했는가?

p178 동부 아프리카의 하드자족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마르투족 그룹들에 대한 연구는 현재의 채집인 사회가 수적으로는 작은 규모일지 몰라도 구성원들의 성격은 놀랄 만큼 국제적임을 보여준다.

p184 만약 모든 사회가 특정한 핵심 가치(부, 경건성, 미, 자유, 지식, 전투 기량)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면, 평등 사회는 모든(혹은 거의 모든) 구성원이 최상의 가치가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일반적으로 그렇게 분배되어 있다고 동의하는 그런 사회다.

p193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적어도 최초의 질문을 다시 다듬어볼 수 있다. 진짜 수수께끼는 족장이나 심지어는 왕과 여왕이 처음 등장한 게 언제인가가 아니라, 그들을 웃음의 대상으로 치부하여 궁정에서 몰아내는 것이 언제부터 불가능해졌는가이다

pp198 살린스가 제시한 큰 그림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해둘 필요가 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평균적으로 억압하에서 살아간 중세 농노도 아홉 시에서 다섯 시까지 근무하는 현대의 사무직이나 공장 노동자보다 적게 일했으며, 스톤헨지를 짓기 위해 큰 석판을 끌고 온 헤이즐넛 채집인과 유목민의 평균 작업 시간은 분명히 그보다 더 적었다.

p200 그들이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은 단순히 농사를 지어야 할 이유가 딱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몽공고 넛이 사방에 천지인데 왜 식물을 심어야 하는가? 쿵족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p203 인간은 농업에 손을 대기 오래전부터 수만 년 동안 상이한 삶의 방식을 실험해왔다. 차라리 변화의 전반적인 방향을 찾아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것이 우리가 던진 질문에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인간은 어찌하여 한때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의 본성이던 유연성과 자유를 잃고 영구적인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고착되었는가

p216 정착민이 야만적이고 손대 않은 황무지라고 여기는 땅은, 대개 알고 보면 선주민들이 소각 관리, 잡초 제거, 잡목림 식립, 비료 주기, 가지치기를 통해 또는 특정한 야생 식물군의 서식지를 넓히기 위해 하구 땅을 계단식으로 관리하고, 조개의 번식력을 높이기 위해 개펄에 대합 밭을 조성하며, 연어, 농어 등을 잡기 위한 보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수천 년 동안 능동적으로 관리되어온 땅이었다.

p249 이런 특에 의거하여 볼 때, 재구성된 문화 지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하는 질문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질문이 된다. 그것은 농경을 수용할지 말지와 같은 결정이 단순히 칼로리상의 이익 계산이나 무작위적인 문화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질문, 인간이 정말로 어떤 존재인지(그리고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여기는 지)에 대한 질문, 그리고 서로서로 어떤 관게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p284 그들이 그런 수탈이 자신들의 사회에서도 가능한 줄 알고 있었지만 거부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노예 보유는 자신들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었다(살이 찌고 게을러질 것이다)

p293 우리는 미래의 사건을 예견할 수 없지만, 그런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가 힘들어진다.

p307 김부타스는 이런 식의 논리를 제안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중동과 신석기시대의 유럽에 여성의 자율성과 제의적 우선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자 그녀의 생각 가운데 많은 부분이 에코페미니즙이나 뉴에이지 종교, 또 다른 수많은 사회운동의 현장에 수용되었다.

p336 중요시해야 할 지점을 농경과 길들임이 아니라 식물학이나 텃밭농사로 옮겨본다면 어떨까? 우리는 단번에 신석기시대 생태학의 현실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들은 야성적인 자연을 길들이거나 한 줌의 풀씨에서 최대한 많은 칼로리를 쥐어짜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마당의 텃밭을 만드는 일이었던 것 같다.

p349 오랫동안 농업혁명의 요람이라 여겨져온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사실은 구석기시대의 채집인에서 신석기시대 농부로의 전환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로 야생 자원으로 먹고살던 단계에서 식량 생산에 근거하는 삶으로의 이행은 약 3,000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리고 농업으로 인해 부가 더 불평등하게 집중될 가능성이 생겼다 하더라도, 이런 일은 거의 모든 경우에 그 가능성의 씨앗이 뿌려지고 나서 1,000년 뒤에야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의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사실상 시험 삼아 짓는 농사, 취미 농사를 시도하고 있었고, 각자의 사회적 구조를 이리저리 전환하면서 생산 양식을 바꾸었다.

p366 농경의 안팎으로 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혹은 그 문턱에서 머무는 것은 결국 알고 보면 인간 종이 과거의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해온 일이었다. 그런 유동적인 생태적 설정-텃밭 경작, 호수나 오아이스 주변 범람 퇴수 농법, 소규모의 지형 관리(가령 불지르기, 가지치기, 계단식 밭 조성)와 반야생 상태에서 동물의 길들임과 사육과 광범위한 수렵, 어로, 채집 활동의 혼합-은 과거 세계 여러 지역 인간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p376 이런 반려동물은 흔히 사냥당해 잡아먹힌 동물의 새끼인 경우가 많다. 인간 양부모에게 받아들여지고, 어렸을 때는 먹이를 얻어먹고 보살핌을 받다가, 주인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된다. 이런 복종은 성체가 되어서도 지속된다. 반려동물은 잡아먹히지 않는다. 또 그 주인들이 새끼를 치는 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려동물들은 저마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사람들은 반려동물들을 아이들처럼 키우며 애정의 대상이자 즐거움의 원천으로 여긴다.

p394 마치 현대의 채집인 사회가 근본적으로 다른 두 규모로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도 같다. 하나는 작고 친밀한 규모이며, 다른 것은 광대한 영토, 심지어는 대륙에까지 확장되는 규모다. 이는 이상해 보일지 모르지만 인지과학의 시각에서 볼 때는 완벽하게 타당하다.

p411 주민들의 식물성 식단에는 밀, 보리, 공과 식물 외에 사과, 배, 체리, 자두, 도토리, 헤이즐넛, 살구도 포함되어 있다. 메가 유적의 거주민들은 농사를 짓고 삼림을 활용하는 동시에 붉은 사슴, 노루, 멧돼지를 사냥했다. 그것은 거대한 규모의 취미 농사였다. 이는 도시 인구가 엄청나게 다양한 야생 식품과 함께 소규모의 재배와 목축을 통해 자급자족하는 형태다.

p429 우루크가 유명해진 것은 그쓰기 덕분이다. 그곳은 우리가 문자 기록을 대량으로 갖게 된 최초의 도시이며, 이런 자료 가운데 일부는 왕의 지배가 들어서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석하게도, 그런 자료는 읽을 수는 있지만 해석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p449 지금까지 우리는 유라시아의 별개의 세 구역에서 도시가 처음 출현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았다. 각 경우에 우리는 군주제나 전사 엘리트가 존재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것과, 그와 함께 각각의 도시가 공동체의 자치 제도를 개발했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p454 투웨이 강변의 스마오에서 이루어진 발굴은 이 모든 것과 함께 복잡한 공예와 전쟁의 증거를 풍부하게 제시했으며, 기원전 2000년경 있었던 전쟁, 대량 살해와 포로 매장의 증거도 보여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후대의 궁정 전통의 연감에서 상상되던 것보다 훨씬 더 활발한 정치적 장면을 발견한다.

p459 지금 우리는 도시 테오티후아칸이 멕시카족이 오기 전 여덟 세기 동안, 그리고 스페인인들이 오기 1,000년도 더 전에 전성기를 누렸음을 알고 있다. 그것이 세워진 시기는 기원전 100년경이며, 몰락한 것은 기원후 600년경이었다. 또 그 몇백 년 동안 테오티후아칸은 제국으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의 로마와 쉽게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장엄하고 수준높은 도시가 되었다.

p474 거대 구조물 건설의 모든 작업에는 노동력과 자원만이 아니라 인간 생명을 바치는 공양이 요구되었다. 건설의 중요한 단계마다 항상 제의적 살해의 고고학적 증거와 결부된다. 피라미드 두 기와 신전에서 나온 인간 유골을 합치면 희생자의 수는 수백에 이를 것이다. 그들의 시신은 대칭적으로 배열되어 그 위로 솟아오를 구조물의 평면도를 그리게 될 구덩이나 참호에 놓였다.

p482 이 설명에는 기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틀라스칼라에는 왕이 없었다. 따라서 그것은 어떤 의미로도 왕국의 연합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만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수상 경력이 있는 과학 분야의 언론인이지만, 16세기 중앙아메리카 역사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 그는 2차 자료에 의존했고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문제가 여기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p491 의회는 합리적인 논의와 장시간의 숙고를 통해, 필요하다면 몇 주일씩이라도 심의한 뒤에 결정을 내리고 합의를 추구했다.

p495 틀락스칼라 의회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개인적 카리스마나 경쟁자를 능가할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비하, 심지의 수치의 정신을 실행해야 한다. 그들은 도시 주민들에게 복종하도록 요구받는다.

p525 저서 문화 성장의 설정에서 크로버는 인류의 전체 역사에서 예술, 철학, 과학, 인구의 관계를 살펴보았지만 어떤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또 그런 패턴은 같은 노선을 계속 밟아나간 더 최근의 몇몇 연구에서도 파악되지 못했다

p529 장래의 이집트학자들이 아무리 그것들을 높이 평가하게 될지라도, 중왕국 때 쓰인 시누헤 이야기 같은 문학의 우아함과 오시리스 숭배의 번영은 수천 명의 징집 병사, 강제 노역자, 처형된 소수민족 들에게는 전혀 위안을 주지 못했다. 그 이전의 암흑시대에 그들의 조부 세대는 대부분 아주 평화롭게 살았는데 말이다

p536 올멕에서도 그랬지만, 그 영향력의 놀랄 만큼 많은 부분이 행정적, 군사적 혹은 상업적 제도와 관련된 기술의 전파보다는 이미지의 형태-안데스의 경우, 작은 도기그릇과 개인 장신구와 직물에 그려져 분포되었다-로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p544 위대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반 나체즈족은 매우 다른 삶을 살았던 것 같고, 그들의 표면상의 지배자의 소원을 기쁘게 무시하는 모습도 흔히 보인다. 그들은 독자적인 상업과 군사적 원정을 행하며, 때로는 위대한 태양이 보내는 신하들이나 친척들을 통해 전해진 명령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p548 지금까지 우리는 처음에 시작한 세 원칙-폭력, 지식, 카리스마-각각이 1차 체제에서 어떻게 하여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국가라 여기는 것과 닮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명백히 닮지 않은 정치 구조의 토대가 되는지 살펴보았다.

p553 수십 명,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에 달하는 인간 제물, 특별히 이 행사를 위해 살해된 인간 제물로 둘러싸인 왕의 무덤은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왕조적 도시국가인 우르에서 누비아의 케르마 정치집단, 중국의 상 왕조에 이르기까지 군주제가 결국 확립된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 티베트, 일본, 러시아 초원에도 믿을만한 문장으로 된 묘사가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남아메리카의 모체와 와리 사회, 그리고 미시시피강 유역의 도시 카오키아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p569 사실상 왕이 내린 모든 결정은-전쟁이든, 동맹이든, 새 도시의 건설이든, 심지어 왕실의 사냥터를 확장하는 것 같은 외견상 사소해 보이는 문제든- 신과 조상 혼령, 즉 지고의 권위에 의해 인증되어야만 진행될 수 있었다.

p591 전쟁은 대체로 농사를 짓지 않는 계절에 하는 일이었다. 사제와 법관 역시 전업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사실 이집트 고왕국, 중국의 상 왕조, 메소포타미아의 초기 왕조, 또는 고전기 아테네의 거의 모든 정부 기관을 맡은 직원들은 순환제로 일했고, 시골 영지의 관리자, 상인, 건설업자, 그 밖에 다른 직업인으로서 다른 삶을 살았다.

p597 이 책 전체에서 계속 다루었듯이, 세계 전역에서 작은 공동체들은 확대된 도덕적 공동체라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명을 형성했다. 영속적인 왕, 관료나 상비군 없이도 그들은 수학적 지식, 달력과 관련한 지식의 성장을 촉진했다. 몇몇 지역에서는 야금술을 개발했고, 올리브, 포도, 대추야자를 재배했으며, 발효 빵과 발효 밀백주를 발명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옥수수를 기르고 식물에서 독과 약품, 향정신성 물질을 추출하는 법을 익혔다. 이 참된 의미에서의 문명은 직물과 광주리짜기에 적용된 주요 직물 기술과 도자기 제작용 물레, 석재 산업과 구슬 가공, 돛과 항해술 등등을 개발했다.

p604 학자들은 여사제 집단이 다스린 도시란 민족지학적 기록이나 역사적 기록에 전례가 없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동일한 논리에 따라 남성이 지배하는데도 시각적 표상에서는 권위 있는 인물이 모두 여성으로 묘사된 왕국의 전례 역시 없었다고 똑같이 지적할 수 있다. 크레타에서는 뭔가 색다른 일이 분명히 일어나고 있었다

p631 투커의 지적에 따르면 씨족은 외교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단순히 여행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외교적 임무의 의전을 정하고 전쟁을 막기 위한 보상을 지급하거나 포로를 받아들이는 일도 포함된다.

p651 체로키, 치카소, 촉토, 크리크, 세미놀레 부족을 말한다. 그런 부족들은 모두 참여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며 합의 도출의 과정에 의해 운영되는 공동체 위원회가 다스리는 패턴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모두가 원로 사제들, 카스트, 군주의 흔적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세습적 지도부가 19세기까지도 남아 있으면서 더 민주적인 정부 형태를 선호하는 광범위한 추세에 거역하면서 최대한 버텼다.

p663 북아메리카의 사례는 전통적인 진화론 구도를 혼란에 빠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 형성의 덫에 한번 걸리게 되면 출구가 없다는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명확하게 입증했다.

p677 드농비유를 무찌른 뒤 기조나세는 군대를 해산하고 대위원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녀가 다르게 행동하기로 선택했더라도 전례없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p691 아이러니한 일인데, 앞에서 보았듯이 이제 그의 성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대 고고학의 결과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호카트가 예언한 대로, 구석시대 후번은 거창한 부와 명예를 대부분 죽었을 때 끌어모은 것으로 보이는 개인들을 위해 꼼꼼하게 연출된 장대한 매장의 증거를 정말로 남겼다.

p704 그들을 진정으로 경악하게 한 것은 채찍질하고, 끓는 물에 넣고, 낙인을 찍고, 살을 베는-때로는 요리하여 먹기까지 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웬다트족 마을이나 소도시의 거의 모두가, 여성들과 아이들까지도 거기에 참여한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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