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읽는 시간 -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클래식 이야기 207
김지현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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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을 읽는 시간

 : 김지현

 : 더퀘스트

읽은기간 : 2025/11/25 -2025/12/01


아침에 듣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출발 FM과 함께..

클래식 음악방송에서 하는 프로그램인데 아침마다 다정다감한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음악도 들려주고, 퀴즈도 내고, 재미있는 클래식 이야기도 해준다.

출근을 해야 해서 모든 코너를 다 듣지는 못하지만 3분 백과에 나왔던 내용들을 묶어 책으로 출판이 됐다. 반갑다. 

음악책은 매번 작곡가 이야기만 보다가 이렇게 토목상식같은 책을 읽으니 색다른 맛이 난다. 

앞으로 계속 좋은 내용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p18 지금으로부터 1,000년쯤 전, 이탈리아 아레초 마을에 살던 귀도 다레초라는 사람이 계이름을 고안해냈어요. 귀도는 수도사이자 음악이론가였습니다. 당시는 성가대가 모든 노래를 들어서 익히고 외워서 불렀으니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웠을까요? 귀도는 쉽고 정확하게 음을 기억할 방법을 찾닥, 당시 유명한 성 요한 찬가, 일명 ‘당신의 종들이’라는 성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p41 도입부에서 클라리넷이 17개 음을 미끄러지듯 상승하는 기법을 글리산도라고 부릅니다.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미끄러지듯 연주하는 것을 뜻하죠. 글리산도를 악보에 적을 때는 작은 음표로 연주할 음들을 모두 적기도 하고, 시작음과 도착음만 정해주고 그 사이를 직선이나 구불거리는 선으로 쭉 그어주기도 합니다.

p87 숙련된 오보이스트는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코로 들이쉬는 순환호흡을 할 수 있거든요. 신기하게도 분명히 연주자는 입으로 숨을 내쉬며 소리를 내는데 연주자의 영쪽 뺨이 부풀었다가 홀쭉해지는 것이 보입니다.

p93 지금 소개한 곡 대부분은 19세기 이후 작품입니다. 19세기 전반까지 뵘이 음향학적으로 안정된 음정과 음질을 내는 플루트를 개량한 덕분에 많은 작곡가가 플루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더욱이 금속 재질로 바뀌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더 친숙한 악기가 됐습니다.

p111 우스갯소리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E플랫장조 3악장을 들으면 세대가 구분된다는 얘기가 있죠. 머릿속에 장학퀴즈가 떠오르는가, 초등학교 학습지가 떠오르는가? 그도 아니면 오징어게임인가?

p120 베를린 필하모닉의 호른 수석 슈테판 도어는 실수를 잊는 짧은 기억력이 호르니스트에게 필수라고 얘기하면서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것이라고 덧붙입니다.

p135 꿈 얘기가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타르티니도 파가니니도 기교적이고 새로운 자신의 음악에 악마적인 이미지를 이용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p138 음반매장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바이올린 곡을 물으니 직원이 낙소스 음반 한 장을 꺼내 줍니다. 바흐의 샤콘느, 파가니니의 무반주 카프리스,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같은 독주곡과 차이콥스키와 멘델스존의 협주곡이 담겨 있습니다. 가만 보니 바이올린 최고의 인기곡은 곧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라는 얘기네요

p178 2024년 2월 KBS 교향악단의 제787회 정기 연주회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쇼스타코비치의 교항곡 11번이 연주되었는데, 네 대나 편성될 정도로 팀파니의 역학이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그런데 격정적인 두 번째 악장에서 그만 팀파니 하나가 찢어졌습니다. 그러자 이원석 타악기 수석은 재빨리 못쓰게 된 악기를 빼고, 팀파니 세 대만으로 나머지 부분을 연주해냈습니다.

p199 스톱의 작동 원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압축된 공기를 특정 음색을 내는 파이프 세트에 연결시켜서 그 소리가 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랬다가 연결을 끊고 또 다른 파이프 랭크에 연결하면 음색이 달라집니다.

p233 노르마나 아이다, 비올레타처럼 진지한 오페라의 소프라노가 운명에 순응하는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이었다면,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메조 소프라노는 속임수와 거짓 연기를 동원해서라도 역경을 극복하는 당찬 모습이었죠

p250 그의 세속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의 제목은 중세시대 시가집에서 가져왔습니다. 거기에는 라틴어 시가 200여 편 실려 있는데, 그 소재는 술과 쾌락, 사랑, 봄날에 대한 예찬, 젊은이의 꿈과 방황, 도덕과 종교, 국가에 대한 풍자 같은 세속적인 것들입니다. 책의 표지에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운명의 여신이 그려져 있어요.

p254 우리말로 키리에는 자비송, 글로리아는 대영광송, 크레도는 사도신경, 상투스는 거룩하시도다, 끝으로 아뉴스 데이는 하느님의 어린양입니다. 미사 고유문은 입당송, 층계송, 봉헌송, 영성체송 등 절기에 따라 가사가 달라지는 부분으로 구성되죠

p259 2010년 세상을 떠난 라미레즈는 이 곡을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신념과 인종, 피부색 또는 출신을 초월해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깊고 경건한 작품을 쓰고자 했다”

p302 이 녹음은 영국의 권위 있는 음반상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에서 피아노 음반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 2관왕에 올랐죠. 음원을 발표할 당시 임윤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장을 강타하는 연주는 시대가 내린 축복받은 천재들만 할 수 있어요.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매일 연습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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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산사 - 10년 차 디자이너가 펜으로 지은 숲속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윤설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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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엔 산사

 : 윤설희

작가 : 윤설희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22 -2025/11/24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윤설희님이 그동안 방문했던 산사를 그림으로 그리며 만든 에세이집..

그림이 세밀해서 마치 그곳을 직접 보는듯한 느낌이다. 

그림만 보면 엄청 예쁜 디자이너일것 같다.. ^^

그림뿐만 아니라 그림의 모티브인 사진들도 있어서 산사의 정취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방문하기 좋은 계절별로 산사를 표시해놓아서 여행책자로도 좋을 것 같다. 

종교가 다른데도 산사는 참 좋다.. 


p32 전면이 일곱 칸이나 되는 건 한국 절 중에서 유일합니다. 대적광전이 가로로 긴 형태의 건물인 이유는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건물 여러 채를 통합하여 지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물인데 여러 전각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건 굉장히 독특한 시도입니다.

p192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불상 여러 개가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여러 전각을 통합해 지었기 때문에 통 법당에 하나의 주불을 모시는 것과 달리 5위 불상(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약사불, 석가모니불, 노사나불), 6위 보살(대세지보살, 관음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일광보살, 지장보살), 그리고 오백나한을 모시고 있습니다.

p195 주불전. 절의 중심이 되는 부처님을 모신 법당을 주불전이라 부릅니다. 가장 중요한 만큼 절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짓습니다. 주불전에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 절의 성격이 다릅니다. - 대웅전(대웅보전) : 석가모니불(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 극락전(무량수전) : 아미나불(조계종) - 대광전(대적광전) : 비로자나불(화엄종) - 미륵전 : 미륵불(법상종)

p231 그는 서양 건축이 학문적 지식이라면, 한국 건축은 경험의 지배라고 말합니다. 서양 건축이 자신의 미감을 표현하는 일이라면, 한국 건축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 건축은 관찰하고 분석하여 미적,기술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대상인 반면, 한국에서는 지식인일수록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철학, 법도 등의 가치를 건축을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건축이란 자연을 느끼는 곳이자 마음을 다스리며 수행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p281 운주사 석상은 전문 예술인이 아닌 스님과 석공들이 만들어서일까요. 제각기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파격적이며 개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탑과 불상의 양식을 모두 벗어나며, 보는 이에게 평면적이고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p334 누군가는 너무 상업적이고 고즉넉함 없이 화려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봉은사는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1월 매화 - 금둔사 남월매, 한국에서 가장 빨리 개화하는 매화로 나비가 날기 전 피어서 매실을 맺기 힘듭니다.

2월 해안 풍경 - 보문사, 보리암, 항일암, 낙산사, 용궁사, 미황사, 백련사 도솔암

3월 매화 - 선암사 선암매, 화엄사 흑매, 통도사 자장매, 백양사 고불매, 갑사 황매화 축제

3월 동백꽃 - 선운사, 백련사, 미황사

4월 벚꽃 - 쌍계산, 개암사, 운문사, 탑사(한국에서 가장 늦게 개화) , 개심사 청벚꽃, 겹벚꽃, 문수사 겹벚꽃, 불국사 격벚꽃

5월 꽃 - 마곡사, 선암사, 갑사 황매화 길

6월 녹차 - 쌍계사, 선암사, 대흥사, 불회사

7월 백일홍 - 백련사, 개암사, 마곡사, 탑사, 문수사, 무량사

7월 수국 - 태종사

8월 전나무 길 - 월정사 내소사, 선암사, 불회사

8월 소나무 길 - 법흥사, 운문사, 개심사, 불영사, 보경사

8월 숲길 - 강천사, 내장사, 불회사, 화암사, 송광사, 법주사

9월 꽃무릇 - 흥국사, 불갑사, 선운사, 용천사

10월 단풍 - 상원사, 월정사, 내장사, 금산사, 무량사

11월 은행나무 - 부석사, 용문사, 영국사, 흥주사, 수종사

11월 단풍 - 송광사, 금산사, 무량사, 내소사, 정암사

11월 갈대밭 - 관룡사, 도갑사, 표충사

12월 설경 - 망경사, 선운사, 운주사, 월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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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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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그녀들의 도시

 : 곽아름

 : 아트북스

읽은기간 : 2025/11/13 -2025/11/23


연말로 가면서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읽었다. 올해는 운이 좋다. 

곽아름님의 문학 여행기. 

저자는 자신이 읽은 문학의 배경이 되는 곳을 다니며 여행한다. 그곳에서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나고, 집을 방문한다. 

스칼렛을 좋아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장을 할애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동네도 방문하고, 난 읽어보지 않았지만 여러 문학속 주인공들의 동네를 방문한다. 

역시 섬세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것 같다.

난 주로 작곡가들의 고향과 일했던 곳을 방문했는데 내가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느낌이 저자와 비슷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냈고, 난 일기장에 기록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꺼내보면서 감동을 되새김하는 건 좋은 일이다. 

읽어서 즐거웠다


p9 그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명은 맨 마지막 장 길이 굽어지면. 친아버지 같은 매슈가 죽자 앤은 진학을 포기하고 교편을 잡기로 결심한다. 마음을 굳힌 앤의 말을 그는 이렇게 번역했다.

p20 내가 퀸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마일 앞까지도 뚫어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p49 그녀는 67세의 4월 어느 날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약물과다복용. 자살로 추정된다. 몽고메리가 자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나는 그린게이블즈의 앤 박물관에 다녀온 날 밤, 제미이가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후 알려줘서야 알았다.

p64 사랑에는 여러 빛깔이 있다는 것. 아니다 싶을 때는 헤어지는 편이 현명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건 어릴 적부터 책벌레였기 대문에 생긴 병폐였다. 내가 즐겨 읽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랑의 굳건함, 사랑의 영원함, 사랑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p159 부유한 집안에서 호사스럽게 자라 평생 제 손으로 노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스칼렛이 전쟁을 겪고, 가난을 겪고, 굶주림을 체험하면서 자기 손으로 일해 벌어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며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장면.

p194 이날 낮 서배너의 대표적인 미술관이자 미국 남부 최초의 공공미술관인 텔페어아카데미 투어준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도슨트가 내게 “왜 서배너에 왔느냐”고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문이라고, 스칼렛 엄마 엘런이 서배너 출신이라 여기 꼭 와보고 싶었다고 하자 그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열서너 살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도무지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당신이 서배너에 온 이유가 너무 재미있네요.”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우리로 치면 이광수나 염상섭 소설을 속속들이 파고드는 서양인 격였으리라

p204 텔페어미술관처럼 이 집도 오언스가의 상속녀가 자식이 없어서 텔페어미술관에 기증, 텔페어 미술관 소유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메리 펠테어와 일리이저 톰프슨을 비롯해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넘쳐나는 도시, 서배너. 심지어 걸스카우트 창시자 줄리엣 고든 로의 생가도 서배나에 있다.

p229 디즈니를 일컬어 여자아이들에게 남성의 구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 이미지를 주입한다도 비판도 있지만, 어디 그 공주들이 나약하기만 했던가. 디즈니가 택한 이야기들은 대개 엄마 품을 벗어나 어엿한 어른이 되는 소녀들이 성장담이고,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 험한 세상을 버텨낼 힘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p255 그렇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그것도 중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호스트는 그제야 우리가 왜 아침부터 짐을 들고 들이닥쳤는지 이해한 모양으로 그때부터 급속도로 친절해져서는 “내일 버스 시간 몇시야? 내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여기 택시는 아주 별로야”라며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p268 1896년 앤 여왕풍으로 지은 건물이라는데 벽지도 가구도 참 우아한다. 감탄하며 숙소안내 브료셔를 보다가 깨달았다. 우리가 묵는 방, 하인들 방이다. 제일 싼 방이 그렇지 뭐. 진짜 우리는 언제쯤 여행 와서 에어비앤비나 친구네나 하인 방 말고 고급 호텔에 턱턱 묵을 수 있을까.

p303 둘의 결혼생활은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활동하던 보그 기자 폴린을 만나면서 파탄난다. 헤밍웨이는 이혼 위자료로 해들리에게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로열티를 주는데 나중에 이 작품이 영화화되면서 해들리는 뒤늦게 바람핀 남편 덕을 보게 된다.

p307 이 집에서 여자는 두 아들을 낳았고 소설가 남편은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쓰며 명성을 얻는다. 그렇지만 그 남편은 에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남의 남자인 헤밍위에를 탐내는 여자에게 홀려 여자와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새 여자와 함께 쿠바에 정착해 불후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쓴다.

p322 비행기는 처음에는 그저 수평서 너머 한 쌍의 작은 불빛이다. 이윽고 작은 새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점점 해안으로 가까이 오며 몸집을 부풀린다. 헤엄치던 사람들도 일광욕하던 사람들도 일제히 환호한다.

p332 앨런뿐 아니라 같이 크루즈 여행중이라는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도 “혼자 여행하는 거냐”며 내게 무척 친절해서 “설마, 나 동정받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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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어느 문외한의 뉴욕 현대 예술계 잠입 취재기
비앙카 보스커 지음, 오윤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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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비앙카 보스커

 : 알에이치코리아

읽은기간 : 2025/11/10 -2025/11/21


미술에 좀 관심을 가지고 미술관도 가고 미술관련책도 읽고 있다. 

그런데 절대 가보지도 않고 관심도 안두는 영역이 있다. 

바로 현대미술이다. 

내 망막에 뭔가가 맺히긴 하는데 내용도 모르고, 해석도 안되고, 의미는 더더욱 모르겠다. 

그런데 엄청나게 비싸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혹시 나를 속여보겠다는 몰래 카메라일까? 물론 그럴리 없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이해도 안되는 그림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리는 걸까?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외국에도 있었다. 

저자는 현대미술의 가격과 그 의미를 파헤쳐보기 위해 갤러리스트, 현대미술작가의 어시스턴트, 미술판매상, 그리고 미술관의 경비 역할을 직접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배운 내용을 책으로 썼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라 그런지 내용이 생동감있고 몰입된다. 

결국 저자는 현대미술을 보는 눈을 뜬 것 같다. 나도 현대미술을 알려면 저정도 노력을 해아 하는걸까?

우선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미술에 전념하고 시간이 되면 현대미술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아직은 예쁜 그림 보는데도 시간이 모자르다. 

그래도 책 내용은 정말 재미있었다.. 올해의 책 후보다. 


p7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는 내가 평범한 기자 생활을 버리고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팔고, 작업실에서 작가들을 돕고,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며 보낸 몇 년에 걸친 이야기다.

p20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겠지만 놀랍게도-나도 놀랐다- 에술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일부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집단이 있으니, 바로 과학하들이다. 예술은 인간이 가장 일찍부터 만들어 낸 발병품 중 하나이고(인간은 바퀴보다 물감을 먼저 만들었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소통 수단 중 하나이며(우리는 글자를 쓰기 훨씬, 훨씬, 훨씬 전에 그림을 그렸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욕망이다(구석기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거주 환경과 연령대를 불문한 모든 인간이그림을 그린다)

p35 수익은 갤러리와 작가가 50대 50으로 나눠 갖는 게 보통인데, 잭은 아직 갤러리 일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잭을 비롯해 많은 젋은 갤러리스트가 다른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설치하거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부업을 뛰었다.

p37 그는 내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글 쓰는 사람 말이에요” 글쟁이는 상종 못할 천민이라고도 했다. 그리고는 농담이라는 듯 손사래를 쳤으나 나는 맨 처음 귀에 들어온 단어가 뇌를 후벼 파는 듯했고 속이 뒤틀렸다. 적이라고. 내가 그것도 최악의…

p47 단 보의 생애와 1970년 전후 덴마크의 이민 정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삶이 과연 잭처럼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잭이 예술을 사고하는 깊이와 작품에 감동하는 능력이 부러웠다.

p56 내가 전시의 성공은 가늠하는 방법은 세 가지예요. 첫째는 전시의 모습, 설치.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전시가 어떻게 보이는가인데 이건 작가가 전시의 모습에 만족하는지로 확인하고, 오프닝에 가서 일반 대중이 전시를 처음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로 확인해요. 그 다음이 언론 반응이고, 그다음이 판매실적이에요.

p75 이 직군의 필수 업무 중 하나는 뒷이야기였다. 잭에 따르면 “예술계에서는 가십을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미술계에 속한 사람이라면 미술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미술계를 이야기하려면 의견이라는 게 있어야 하니까요.

p84 난 공중화장실을 쓸 때마다 마이클 블레이크를 떠올려요. 드디어 그가 무게감을 띤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건 일단 게이 남성에 관한 작품이에요. 여기서 공중화장실은 사랑을 찾아낼 수 있는 곳. 로맨킥한 관계를 가질 수 있고, 내가 나 자신일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흠씬 두들겨 맞을 수도 있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장소에요. 누군가는 두 개의 화장실 문을 볼 때 잭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인간의 행복과 잔인성을 통찰했다

p86 이젠 내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기 시작했다. 에술은 빅맥 버거가 아니었다. 우리의 혀를 자극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예술은 체스에 가까웠다. 규칙부터 배워야 하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p100 갤러리가 문을 닫는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져선 안 되었다. 이 업계에선 사업이 될고만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해요. 내가 맨날 하는 말이 그런 척하다 보면 결국 그렇게 된다잖아요.

p106 맥락이란 작가의 주변 사람들 이름으로 이루어진 뭉게구름이다. 이 판에서 맥락은 예술 작품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내가 작품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부차적인 소음들이 사실은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였다. 예일대 방문에서 돌아온 뒤 잭이 말했다. “맥락을 모르면 당신이 눈으로 보고 있는 그것이 대체 뭔지 이해할 수 없어요”

p111 그 날 무슨 작품을 보았는지는 깡그리 잊어버렸다. 작품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작품 곁다리의 다른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바꿔 말하면, 마침내 나에게도 안목이 생기고 있었다.

p122 웃긴 소리 같지만, 예술을 볼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물론 나는 줄곧 예술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작품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줄리가 작업하는 모습은 나에게 예술가처럼 그림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나는 더 느린 속도로 작품의 물리적 형태를 면밀히 살피고 작가의 선택을 고찰할 필요가 있었다. 작품은 끝없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p139 나는 이날 잭이 보인 반응을 여러 번 반추했다. 오프닝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라. 하지만 정말로 오프닝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선 안된다? 뭘 어떡하란 소리인가?

p179 만약 잘 팔리고 있지 않다면 현 상태를 유지한다. 가격은 아무 때나 마구잡이로 올리는 게 아니라 개인전, 미술관 전시 같은 경력상의 큰 도약과 함께 올린다.(미술관에 입장한다는 건 곧 예술사의 연대기에 등록된다는 뜻이다. “미술관에서 전시한 작품은 가격을 10배 올린다”)

p188 임장 시각뿐만 아니라 입장하는 요일에도 위계가 있었다. 자부심 있는 퍼스트 초이스 VIP들은 목요일 이후에는 마이애미에서 목격되지 않는다. “수요일에 오거나 아예 안 오거나 둘 중 하나죠”

p200 프로이트에 따르면 우리는 성관계를 맺고 싶은 대상을 아름답다고 인식한다. 영문학자인 일레인 스케리에 따르면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리고 찍고 모사하고 싶어한다.

p212 나는 전부터 동시대 미술 작품 앞에서 자주 느끼던 대로 이 작품들 앞에서도 누가 밑에서 다리를 걷어찬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어찌할 줄 모르게 움켜잡는 듯한 그 감각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다.

p238 예술이라는 단어는 확장되고 확장되어 이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부터 뒤상의 소변기, 올파이어의 엉덩이 셀카까지 온갖 것을 아우른다. “어떤 사물이 예술 작품인지 아닌지를 이론의 여지 없이 규정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게 선언한 예술 작품의 모호성이라는 논문은 내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p244 어느날 오후에 어멘다가 그렇게 말했다. “난 더 이상 예술이 뭔지 모르겠어요. 특히 지금 같이 모두가 예술가인 시대에는요. 아이폰을 가진 모든 사람이 예술가잖아요”

p259 솔직히 말해 만약 대학생 시절에 만난 철학과 학생이 내 남편이 된 후 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나의 부모님이 안정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아니었다면, 만약 내가 아아비리그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을 테다.

p260 우리는 사람을 가루가 될 때까지 갈아요. 로브가 나에게 말했다. “아무도 월급을 못 받으니까요. 월급을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은 원래 돈이 있는 사람이고요”

p296 이제 작업실은 재치 있는 손님이 잔뜩 참석한 떠들석한 파티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그랬다는 뜻이고 줄리에겐 아직 완성하지 못한 그림들 때문에 작업실이 중환자실 같다고 했다. “마치 다들 도와주세요 나 위독해요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요

p307 줄리의 작업실로 돌아와서 나는 첨탑과 출입문 위로 철망을 덮은 독특한 나무 대성당 조각을 보고 감탄했다. “누구 작품인가요?” 줄리는 의심쩍은 눈빛으로 내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닌지 확인했다. “아, 그건 쥐덫이에요” 그는 어딘가에서 그 쥐덫을 주웠고 마르센 뒤상의 전통에 따라 쥐덫의 용도를 조각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p314 신선한 경험은 새로운 취향을 이어질 수 있고 그럴 때 삶이 더 기나길게 느껴진다고 줄리는 말했다.

p320 전문가는 작품의 양식에 집중하는 반면 문외한은 작품의 내용에 집중한다. 전문가는 맥락에 주목하는 반면 문외한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한다.

p332 마침내 난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우리가 에상 여과기를 치우기만 하면 세상은 어지러운 정보의 도가니가 돼요. 리베카는 그렇게 말했다. 바로 그 일이 여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색채의 지저분한 향연과 저 문을 바라보는 긴긴 응시 끝에, 줄리는 지금 자신의 에상 여과기를 치우고 저 회색에 담긴 광채을 온전히 포착하는 중이었다.

p360 바허만스는 예술가가 극히 익숙한 환경에 생소한 경험을 들여온다고 썼는데, 이 내용은 수많은 갤러리 보도 자료가 이 작가는 익숙한 것을 생소한 것으로 바꾼다고 강조하는 지점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p373 애초에 내가 그의 작업실을 찾아갔던 이유는 예술을 다르게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나는 예술만이 아니라 아니라 모든 것을 조금씩 다르게 보게 되었다.

p402 예일대의 필수 수강 과목이 되었고, 다른 많은 의학 교육 기관에서도 채택한 이 강의에서 브레이버맨은 학생들에게 J.M.W. 터너의 도르트레히트 항구의 범선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15분씩 들여다보게 한 뒤 그림에서 본 것을 설명하게 했다. (브레이버맨에 따르면 이 활동의 목표는 관찰의 문턱을 낮추어 정상적인 것을 비정상적인 것만큼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익숙했던 것을 생소하게 만드는 것으로 바꿔 표현해도 무방하겠다)

p415 컬렉터로서 로브의 철학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현재 눈여겨보는 작품을 사고 싶다였고, 에릭의 철학은 사람들이 장차 눈여겨볼 작품을 사고싶다였다.

p436 알아채라. 가장 눈에 띄는 것을 알아채고, 가장 의외의 것을 알아채고,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것을 알아채라. 거기 있을 법한 것을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라.

p445 그는 어떤 물건이 눈물방울 형태고 그 주변은 물결치는 부분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안에는 두 개의 타원이 가로로 뾰족하게 놓여 있다고 묘사했다(이것의 정체는 사자 머리 모양의 작은 브로치였다)

p447 내가 아는 수많은 작가가 아름다움이라는 부르주아적 개념에 치를 떨었지만 나는 줄리와 함께 지내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름다움은 틀에 박힌 우리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의식의 감압 밸브를 활짝 열어 주는 경험들을 가리키는 이름일 뿐이라고. 동굴에 그린 멧돼지 그림이 그러한 경험을 가능케 하고 동시대 사람들에겐 더더욱 강렬한 경험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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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반짝일 너에게 - 오늘은 크리에이터 내일은 배우, 서툴지만 분명하게 빛나는 청춘의 기록들
김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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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어코 반짝일 너에게

 : 김규남

 : 21세기북스

읽은기간 : 2025/11/06 -2025/11/10


예쁘고 운이 좋아서 인기를 빨리 얻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꿈을 꾸지만 그런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서 다른 방법으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있다. 

김규남님은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역시 외모가 중요하긴 하다. 귀엽거나 예쁘지 않았다면 이런 관심을 빨리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귀여운 생명체에 대해서 궁금해서 책을 읽었고,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고 이해하게 되면 좀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의 행보를 더 응원합니다. 


p31 나의 뜬금없는 친절이, 나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사소한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꾸는 작은 발판이 될 수 있기를

p71 너무 부끄러웠고 나 때문에 모든 걸 망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 계속 떠올랐다. 이런 순간마다 나는 늘 대학 시절 교수님이 해주신 말을 먼저 떠올린다. “말에는 가슴이 담긴다”

p147 혹자는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생각하라고 했다. 내가 되고 싶은 게 배우라는 명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내 연기 보여주기라는 동사가 되면 어떤 플랫폼에서든 연기할 수 있다.

p151 이렇게 무작정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싶어 따로 연기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 부지런하게 연습하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연기는 무의미하다.

p168 엄마는 항상 인생이 소풍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풍 온 아이처럼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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