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교회사 - 역사 속 교회의 초상들
최종원 지음 / 복있는사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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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꾸로 읽는 교회사

 : 최종원

 : 복있는 사람

읽은기간 : 2025/07/20 -2025/07/24


저자가 서문에도 썼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유시민님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건의 뒷이야기나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준, 그리고 유시민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멋진 글쟁이인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학구적이어서, 나같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내용이 좀 어려웠다. 

물론 교수님인 저자는 최대한 논문의 냄새를 빼고 쓴 책이겠지만 여러 전문 신학자들의 말을 인용해서 글이 써지다보니 논문읽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역사를 현재를 읽어내기 위해 읽는 경우가 많은데 거꾸로 읽는 역사치고는 내가 밟고 있는 현재가 두드러지게 보여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맨 마지막 장인 현대 카톨릭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암울했던 독재시기에 민주화 운동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준 카톨릭에게 다시한번 감사하게 된다. 

교회가 권력에 무릎꿇고, 돈을 좇아가는 시대에 이런 귀한 책이 나와서 좋다..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p10 라인홀드 니부어의 표현을 조금 비틀자면 우리는 도덕적 기독교인과 비도덕적 교회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p26 스코틀랜드에서 칼뱅주의 교육을 받은 제임스 1세가 영국 왕으로 오자 국교회 지지자들과 청교도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각자 왕에게 내세웠다.

p35 2019년 2월 22일, 영국 성공회가 400년 만에 주일예배 의무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603년부터 교회법이 의무로 부과하기 시작한 매주 주일예배와 저녁 기도, 영성체 예배 규정을 철회한 것이다. 교회 출석률이 감소하고, 사제가 부족하여 한 사제가 여러 교회를 담당하는 현실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

p38 엘리자베스 치세 초반에 시작된 이 주일예배 의무 참여 조치는 통치 말년인 1603년 모든 교회가 주일예배를 의무적을 드려야 한다는 교회법 조항 제정으로 연결되었다.

p52 내전에서 승리한 후 공화제를 채택했지만 실제로는 극단의 공포정치를 실행하고 있는 크롬웰 정권에 대해서는 그들이 놓치고 있는 인간 사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온전한 낚시꾼은 가장 탈정치적이고 탈세속적일듯한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 예리한 사회 비평과 풍자를 숨겨 놓았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곤충의 날개 밑에 예리한 바늘이 숨겨진 것과 같다.

p57 그가 목가적 세계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여가와 단순함이었다. 그 배움은 기술이 아닌 예술이어야 했다. 그래서 월튼은 낚시를 예술이라고 불렀다.

p60 덕을 사랑하는 모든 자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굳게 신뢰하고, 침무하며, 낚시를 하라. 이 책은 침묵을 배우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p70 윌버포스와 클래팜섹트는 노예제 폐지 운동 이외에도 영국 사회에 만연한 사회악 해결과 형법 개정, 교육 및 사회 제도 개선 등 개혁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그들은 복음주의자라는 신앙적 자의식을 사회적 책임으로 승화시켰다.

p76 알레뷔의 주장처럼 복음주의의 역할이 없었다면 정말 영국에서 혁명이 발생했을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메소디즘 운동에서 비롯된 복음주의자들의 운동이 영국 사회에서 일관되게 기성 제도와 질서 안에서 사회 전환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대다수 비평가들이 합의하는 지점이다.

p79 진정한 복음주의란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나 종교의 교리조차도 넘어서, 이념화된 사회 속에서 궁극의 인간애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혁명을 이기는 힘이다. 문제는 오늘날 종교적 보수주의가 인간애를 지키고 증진하는 것에는 거의 무관심해 보인다는 데 있다.

p90 17세기 네델란드 칼뱅주의자들이 선택받았음을 확인하려는 강박으로 쉬지 않고 금욕적 노동에 집중했다면, 19세기 메소디스트들은 자신들이 받은 구원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취소될 수도 있다는 구원의 잠정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종교 회합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p100 수도원 교육은 주로 종교적 목적에 맞는 인력 양성 및 기독교 전통을 지키고 후대에 계승하는 것이었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기독교의 지식이 손상되지 않고 온전히 후대에 이어지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p109 대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얀 후스 사건이 교회가 신앙의 순수성을 보호하려고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학문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p112 종교적 거장들의 성취 능력, 즉 지적 희생은 적극적 신앙인의 결정적 특성입니다. 이는 과학의 가치 영역과 신학 영역 사이의 긴장이 극복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사실로 입증됩니다. 오직 제자만이 예언자에게, 신자만이 교회에게 지적 희생을 바친다고 말하는 것은 적확합니다.

p120 위클리프는 사제의 선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실제 변하지 않으며 빵과 피는 상징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는 중세 말 반성직주의의 대표적 인물이다. 위클리프가 반성직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성경이다.

p127 칼뱅주의의 영향력하에 있었던 1541-1643년의 제네바 마녀사냥, 1692년부터 1년 넘게 벌어진 신대륙 식민지 메사추세츠 청교도들의 마녀재판, 1563년에서 173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스코틀랜드 칼뱅주의자들이 벌였던 마녀사냥 등은 개신교가 탈주술화한 종교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부정한다.

p141 문맹은 의존하는 것이다. 읽고 쓰기를 배우고자 용기를 냄으로써 한나는 의존하는 삶에서 독립하는 삶으로 나아갔으며, 해방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p144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뒤바뀌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p149 인간 미래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가진 이들의 착오였다고 치부하기에는 우생학이 준 아픔은 작지 않았다. 21세기 생명공학 발달로 유전자 편집이나 맞춤형 아기 같은 첨예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한 세기 전의 우생학은 지나가 버린 일이 아니다.

p157 우생학은 곧 다른 형태의 종교가 되었고 미국 주류 개신교에 호소력을 갖게 되었다. 신학적 자유주의가 우세한 성공회, 장로교, 유니테리언, 회중교회, 감리교는 종교와 인종적 정체성을 연결하는 사회복음을 받아들였다.

p162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p168 지성주의의 적은 교육받지 못한 대중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지성주의의 대변인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나 무지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 지식인, 지식인이 되려는 사람, 지식인의 글을 반쯤 읽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대의에 대한 진지함과 깊은 목적 의식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p179 나는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성경과 교리적 해석을 들이대는 태도를 지성주의가 아니라 스콜라주의라고 부른다. 복음주의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자유주의나 근본주의적 태도보다 복음주의 내에 생래적으로 자리잡은 반지성주의적 태도여야 한다.

p189 16세기 종교개혁기의 재세례파 역시 도나투스파가 주장한 교회론과 비슷한 입장이다. 재세레파는 국가 중심 교회론에 반박하여 신자들의 교회를 주장했다.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았고, 주체적으로 신앙을 고백할 때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재세례를 베풀었다.

p193 카타리파와 같이 역사 속에서 등장하고 사라졌던 많은 섹트 운동들은 기성 교회가 외면한 겸손과 순결, 종교적 이상이라는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이 지점이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교회의 입장에서는 아픈 지점일 수밖에 없다.

p200 그는 스스로를 죄의식을 느끼는 방관자로 표현했다. 그는 진정한 영성은 수도원 회랑 내에 살더라도 세상의 부정과 불의, 폭력에 직면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삶임을 강조했다. 그것이 개인과 교회가 가져야 할 공교회성의 자세이다.

p217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엄슨느 루터교 세계 연맹 총회 연설에서, 비폭력에 대한 메노나이트 공동체의 헌신을 생각할 때 대다수 제도 교회는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p225 국가나 다른 세속 권위에 종속되지 않는 양심의 자유가 인정되는 공동체가 교회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교회에 강요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재세레파 스스로를 반국가적 지위로 몰아넣는다. 이제 기독교인 개개인은 오직 양심의 심판자인 하나님에게만 복종하는 존재다.

p241 중세적 군주제에서 절대군주제로의 변화는 1610년 루이 13세가 9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어머니 마리 드 메디치가 섭정을 하는 동안, 프랑스 추기경인 아르망 드 리슬리외가 정치를 맡았다. 마리 드 메디치가 섭정에서 물러난 후에도 리슬리외는 계속해서 왕궁에 남았고, 프랑스 절대왕정을 설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p245 트럼프는 자신의 면전에서 쓴소리를 한 버드 주교를 “급진 좌파이자 강경 트럼프 혐오자”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난했다. 반면 미국 연합감리교회는 임민세관단속국이 영장 없이 교회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을 철회하라고 국토안보부에 요구했다. 교회를 수색해 서류 미비 이민자를 체포, 추방하려는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은 나그네를 돌보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그들은 비판했다.

p284 헤셀의 사마리아인 예수는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 민족주의가 기독교 이데올로기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례르 ㄹ보여준다. 제국과 교회의 결합이 낳은 신학적 왜곡은 이렇게 위험했다.

p289 새로운 수도회는 세상 속에 있지만 제국의 가치에 저항하며 스스로 거류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새로운 수도회는 곧 새로운 교회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그는 교회를 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라고 정의했다.

p310 기독교는 한편으로는 가장 보수적 목소리를 내는 곳이지만, 사회 이데올로기를 종교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전복하는 급진성역시 기독교가 중요시하는 전통이다. 교회의 가르침과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기성의 성경 해석과 신학을 토대로 여성의 참정권 요구가 정당함을 지지하는 것은 가능했다.

p317 합법화 이전부터 캐나다인들 사이에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동성애자 권리 문제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신념으로는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할지라도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p331 하늘이 내려주는 오류 없는 권세를 교황이 가졌음을 선포했지만 정작 교황은 땅을 내주어야 했다. 마리아 무염시태설을 선포하고, 각종 사조에 대한 오류 목록을 작성하고, 교황좌의 결정은 오류가 없다는 신학을 만드는 시기에 유럽은 혁명과 다윈사상의 등장 같은 혁신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p339 한국 민주화 운동 시기 한국 시민사회 운동을 견인한 명동성당의 상징성, 유신 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류되어 지학순 주교가 구속된 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호가 추구한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공동선이라는 명제가 한국 카톨릭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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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왜 안 좋아하세요? - 아는 만큼 들리는 나의 첫 클래식 수업
권태영(탱로그) 지음 / 빅피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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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왜 안좋아하세요

 : 권태영

 : 빅피시

읽은기간 : 2025/07/20 -2025/07/24


초보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클래식 입문서. 

내용보다는 작곡가들의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작곡가 캐리커처를 한참동안 보게 됐다. 

요즘 나오는 클래식책들은 유투브를 QR코드로 연결해 놓는 책들도 많던데 이 책은 추천음악만 소개했다. 내가 듣고 싶은 연주자들을 찾아서 들으면 될 것같다. 


p31 연주자들은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할 때 “해석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음악을 해석해서 연주한다는 것은 베토벤의 생애와 곡에 담긴 복잡한 감정과 의도뿐만 아니라 음악의 구조적인 논리 등을 소리에 담아내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p52 살리에리의 행진곡이 반복이 많고 변화가 적어 다소 지루했다면, 모차르트가 편곡한 곡은 새로운 멜로디를 추가하고, 중간중간 반주 리듬이나 셈여림에 변화를 주어 상대적으로 덜 지루했지요. 이 장면을 통해 모차르트가 추구한 음악적 시도와 방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p57 장난기 가득했던 모차르트는 로이트게프에게 선물한 악보에도 장난을 쳐놨는데, “당나귀 씨”, “대죄야” 양도 그 정도 트릴은 하겠다”와 같은 문구를 써놓은 것이죠.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표현된 호른 협주곡을 들을 때면 순수함과 긍정의 에너지를 받곤 합니다.

p72 드뷔시는 그에게 불어닥친 수많은 사랑의 풍경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열정적으로 그 순간에 충실했어요. 그의 음악을 들을 때 많은 사람이 곡에 빠져드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요?

p90 2악장을 들을 때면 마치 예쁜 찻잔에 담긴 차를 우아하게 음미하며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바흐의 연주 중 가장 추천하는 버전은 네델라드 바흐 소사이어티의 연주인데요. 실제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악기와 주법을 사용하여 연주했기 때문에, 시간 여행을 하며 연주를 감상하는 기분이 듭니다.

p103 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때 만들어진 곡이 바로 헨델의 수상 음악 모음곡입니다. 약 50명의 연주자가 템스강 위, 조지 11세가 타고 있는 배의 주변에서 연주했기 때문에 수상 음악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p126 클라라가 죽음을 맞이할 당시 브람스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었고, 가장 위대했던 가치였으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잃어버렸다”

p144 작품을 창잘할 때 단순히 여흥을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닌 극도의 황홀함을 이끌어내어 청중들의 영혼을 고양시키는 데에 공연의 중점을 두었죠.

p174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발표할 당시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창조적 응답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이로써 권력자의 의도를 수용했음을 알렸죠. 이에 스탈린은 매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답니다.

p185 그의 첼로협주곡은 높은 테크닉과 음악성을 요구하기에 첼로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필수로 연주해야 하는 곡이기도 하죠.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1악장의 제2주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사뭇 드러납니다. 특히 중후하고도 포근한 음색을 지닌 첼로 연주곡이기에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p205 그렇게 묻히는 듯했던 첼로 협주곡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첼리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영국 출신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입니다. 이전까지 별로 연주되지 않던 이 곡을 그녀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완벽하게 선보임으로써 다시 세상에 알리게 되었답니다. 이후 첼로 연주자들에게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필수 연습곡이 되었죠

p214 바르톨리는 비발디와 같이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성악가입니다. 비발디뿐만 아니라 모차르트, 로시니와 같이 어려운 기교가 요구되는 아리아를 풍부한 감정으로 가뿐하게 부르기로 알려져 있죠. 심지어 두 줄기의 바람이 휘몰아치고에서는 무려 74개의 음을 약 10초동안 한 호흡으로 노래합니다.

p225 엄청난 테크닉을 요구하면서오, 민요 특유의 가락과 멋들어진 시김새가 묻어나는 아리랑 변주곡을 처음 접한 오이스트라흐는 그의 연주를 격찬했고, 심지어 자신이 직접 가르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렇게 백고산은 오이스트라흐의 제자가 되어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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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기술의 문화사 - 핵, 우주, 인공지능, 생명공학으로 본 야누스의 과학기술
김명진 지음 / 궁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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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기술의 문화사

 :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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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07/11 -2025/07/20


누군가 이 책을 추천해줬다. 추천해 준 분께 감사..

핵,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20세기에 급격하게 발전한 과학 분야에 대해서 시작과 경과, 그리고 본인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역사를 아는 데 유용하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떤 이슈가 있었고, 앞으로는 어떤 부분에서 기대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참 낙천적이다. 

지금 이슈가 있고, 문제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해결책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구하는 사람들이 과학자다. 

사실 그 사이에는 이런 내용이 숨겨져있다. 그 해결책을 찾기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이 있다는 것... 

이 책은 그 사이에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래서 조금 더 반갑다. 

시간이 지나서 기술이 해결책을 만들어줄지, 아니면 멸종으로 가게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기술이 가는 방향을 살펴보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p42 당시 이러한 의견에 동조했던 사람들은 소수였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로스엘러모스의 과학자 대다수는 자신들의 과학연구의 성과를 알리고 싶은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책임진 그로브스 장군과 헨리 스팀슨 육군 장관은 2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예산 심의도 받지 않고 써버린 것을 의회에 변명하기 위해서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제임스 번스 국무장관은 일본에 조속한 승전을 거두어 극동에서 소련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각 원자탄 투하에 찬성했다.

p57 랜드 연구소의 전략분석가였던 허먼 칸은 열핵전쟁에 관하여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한다 같은 저서들을 통해, 설사 전면 핵전쟁이 발발한다 하더라도 선제공격을 통해 적의 보복능력을 파괴하하는 등 철저하게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대략 4천만에서 8천만 명의 미국인 사망)하고 전쟁을 승전으로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악명을 떨쳤다.

p101 시대를 앞서나간 것으로 흔히 평가받는 세 명의 선구자들이 걸어갔던 길에는 흥미로운 유사성이 있다. 그들은 모두 어릴 때 쥘 베른, H.G. 웰스 같은 과학소설의 선구자들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우주여행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닦고 이를 널리 알리는 데 몰두했으며,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인 액체로켓에 관심을 갖고 직접 실험을 하기도 했다

p111 궁극적으로는 태양계 바깥의 지적 생물체와 접촉한다. 사용되고 있는 용어나 구체적 실천 과제의 측면에서 다분히 19세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이러한 기술 유토피아적 전망은 아직 로켓 기술이 초보적인 수준이었던 1930년대의 맥락에서는 다분히 허무맹랑한 공상에 가까웠다.

p139 그러나 원래 2002년으로 예저되었던 ISS의 완공은 협력 국가들의 내부사정과 기술개발 지연, 2003년 초 컬러비아호 사고 등으로 계속 미뤄졌고, 2001년 재검토를 통해 추정 예산 총액이 300억 달러이상(미국이 담당할 몫은 250억 달러)으로 재조정되었다. ISS의 건조에는 현재까지 대략 1천억 달러(미국 몫은 720억 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며, 건설과 유지를 위한 우주왕복선의 운행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1500억 달러까지 치솟는다.

p155 기원전 3세기부터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아르키메데스, 크테시비우스, 헤론 등의 학자들은 후원자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공기압과 수력으로 작동하는 다양한 자동 기계들을 만들어냈다.

p173 공장에는 증기기관으로 가동되는 수백, 수천 대의 방적기와 방직기가 갖춰져 있었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을 짓고 천을 짜던 가내수공업의 숙련을 잃어버리고 단순히 기계 돌보는 사람으로 격하되었다.

p178 이러한 저항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 서구 각국에서 효율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지상 명제로 부각되면서 테일러주의는 정치적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열렬한 수용의 대상이 되었다.

p181 이제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마치 기계의 부속품과도 같은 단조로운 작업을 하는 대신 높은 임금으로 이를 보상받고 소비나 취미 생활로써 만족을 추구하는 존재로 변모하게 되었다.당대의 대중문화 작품들은 이러한 계약에 내재한 소외와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포착했다.

p197 이 검사는 나중에 사람 한 명과 기계 한 대가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간소화되었고, 튜링 검사라는 명칭이 뭍었다. 만약 어떤 기계가 튜링 검사를 통과한다면 이는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에 이러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강한 인공지능으로 밝혀지게 된다)

p223 소련 작가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1921), 영국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와 조지 오웰의 1984(1948) 같은 소설 작품들은 모두 인간의 개성이 말살된 전체주의적 악몽을 묘사하면서 이를 첨단기술(감시기술, 재생산기술, 선전 및 세뇌기술)이 떠받치는 양상을 그려냈다.

p260 그들은 DNA 재조합의 위험을 과학자들이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유전공학이 가져올 수 있느 ㄴ장밋빛 미래를 그려내 대중과 의회 의원들을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p268 이상에서 본 것처럼 유전공학의 초창기였던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크게 선전되었던 유전공학의 가능한 응용분야들은 상당부분 실패를 맛보거나 적어도 애초 기대되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미 1980년대 중,후반이 되면 월가의 투자가 줄어들고 실망과 환멸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p297 리처드 스몰리 같은 일부 나노과학자들은 분자 나노기계에 대한 드렉슬러의 전망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이처럼 과장된 수사를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정작 나노기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유사하게 과장된 전망에 호소했던 것이다.

p302 과학언론은 흔히 획기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극적 사건이니 혁명이니 하면서 당장에라도 큰 일이 생길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애초의 약속이 실현되지 않거나 해당 기술의 위험성이 부각되면 이내 그림의 떡이었다는 둥, 일장춘몽이었다는 둥 하면서 태도를 180도 바구는 널뛰기식 보도 행태를 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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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한 예술의 뇌과학
수전 매그새먼.아이비 로스 지음, 허형은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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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가 힘들땐 미술관에 가는게 좋다

 : 수전 매그새먼

 : 윌북

읽은기간 : 2025/07/06 -2025/07/13


제목에 낚인(?) 책..

뇌과학을 바탕으로 미술과 연관된 이야기를 하는 책인줄 알았다. 

책을 읽어보니 예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뇌과학책이다. 

뇌과학책을 읽으려고 한 건 맞았는데 예술이 뇌에 어떻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정이 나오는 책인줄은 몰랐다.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었지만 뇌과학 연구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배웠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게 사람인것 같다. 

이렇게 기묘하게 진화되고 창조된 사람이라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 

오늘은 뇌가 힘드니 미술관에 가볼까나?


p15 미학적 사고방식이란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서 주변 환경에 감각을 곧누세우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감각 경험과 꾸준히 연결될 수 있으며, 예술을 창조하고 미학적 경험의 가치를 알아보는 문 또한 활짝 열린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p23 후각 피질은 감정과 기억 전반에 작용하는 측두엽에 자리한다. 냄새가 즉각적이고 강력한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유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p29 전두엽은 계획 세우기, 주의 집중, 감정 처리 같은 집행 기능을 책임진다. 해마가 자리한 측두엽은 기억을 만드는 일을 주관한다. 두정엽에는 촉각이나 통증 가은 체감각 정보를 수용하고 해ㅓㄱ하는 체감각 피질이 있다. 후두엽은 시각 심상을 처리한다.

p33 릭의 설명을 듣다 보면 신경과학자 도널드 헤브가 시냅스 전달 과정을 처음 설명하면서 남겼다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함께 발화하는 세포들은 한 다발로 배선된다.”

p34 릭의 말로는 바로 이 작용이 기억 생성을 조절한다. 돌출 경험이 강렬할수록 시냅스의 가소성도 강해지는데, 그 순간 다수의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을 잔뜩 분비하고 시냅스 연접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p39 우리가 각자 즐기는 쾌락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음식이나 섹스같은 아주 원초적인 쾌락을 취할 때 동원되는 전반적인 보상계가 활성화됩니다. 어떤 예술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쾌락도 똑같은 원초적 반응을 촉발하지요

p45 그러니 DMN은 어떤 그림이나 음악 작품이나 자연 풍경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을 때 그것을 처리하게 해주는 신경 저장소라고 볼 수 있다

p47 많은 이가 자신의 생체 작용이 말해주는 바와 가장 편하게 느낀다고 생각한 방이 불일치한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불일치의 이유는 눈이 번쩍 뜨이는 통찰을 제공한다. 바로 우리가 인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생물할적으로 느끼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p55 많은 이가 자신이 생각하면서 감정도 느끼는 존재라 여기지만, 신경해부학자 질 테일러가 온당히 지적했듯 사실 우리는 생각하는 감정적 존재다.

p62 도망치기 같은 행동에 대비하고자 혈당도 치솟았을 터다. 하지만 그는 도망갈 수 없었기에 방에 그대로 있었고 불편감이 점점 심해졌다. 이 모든 건 눈 한 번 깜빡할새에, 스스로가 반응하고 있음을 의식적으로 깨닫기도 전에 일어난 현상이다.

p65 소리 진동은 신체를 항상성 상태로 되돌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얼어붙기 반응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힘이 있다. 소리굽쇠를 사용한 것도 말하자면 신체의 생리작용을 건드려 스트레스 주기를 단절시킨 것이다.

p66 우주의 비밀을 알고 싶으면 모든 걸 에너지, 주파수, 진동의 개념으로 생각해보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를 물리학의 근본 명제에 응축했다. E=mc2 모든 것은 에너지다.

p74 색칠하기가 외부 소음을 줄이고 집중을 가능하게 해주므로 뇌에서 명상과 비슷한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에서 증명되었다.

p93 시 읽기는 긴장도를 낮추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엑서터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시 연구에서 시를 읽자 휴식 상태와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fMRI 영상으로 확인되었다.

p135 춤은 자신의 몸을 인식하고 타인의 신체 언어를 읽는 법을 가르쳐준다. 다름의 개념을 이해하게 해주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협동하도록 이끌며, 우리의 신체존중감을 향상시킨다.

p154 최근 연구자들이 문장에서 아니면을 없애고 00이자 00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눈에 띈다. 예술과 과학도 양자택일 대신 융합을 선택하면 신체 건강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힘을 지닌 아주 강력한 양이 된다.

p156 오늘날 예술은 신체 치유에 최소 여섯 가지 방편으로 이용된다. 첫째는 예방약, 둘째는 에방약, 둘째는 일상적 건강 이상의 증상 완화제, 셋째는 질병, 발달 장애, 사고 등에 대한 처치나 개입, 넷째는 심리적 지원, 다섯째는 만성적 증상을 안고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도구, 마지막 여섯째는 생애 마지막에 위안과 의미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p212 춤 하나를 익히면 얼마 안 가 의식하지 않고 스텝을 밟을 수 있게 되는 것도 뉴런들이 수상돌기들과 결합해 시간이 흐르면서 습관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p224 우리의 기대가 전복되었을 때, 그러니까 농담에서 영리한 배경 스토리를 깔아놓은 후 제대로 펀치라인을 날렸을 때 감탄과 관련된 뇌 영역에 불이 들어온다.

p225 하지만 뇌는 유머를 좋아한다. 진심에서 우러난 웃음은 뇌가 수용된 정보를 분석해 그게 웃긴지 아닌지 판별하는 동안 관제탑이나 마찬가지인 전두엽부터 시작해 뇌의 수많은 영역에 스위치를 켠다. 그러면 전기 신호가 대뇌피질을 자극해 행동을 촉발하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이는 다시 뇌의 보상계 스위치를 켜 도파민과 세로토닌, 섹스와 음식과 운동에 반응해 분비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엔도르핀을 분출시킨다.

p258 신경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호기심이 뇌의 여러 영역을 활성화하긴 하지만, 사실 우리의 천성적 호기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주관하는 부위는 해마에 있다. 탐구 끝에 답을 얻어 호기심을 충족시키면 뇌의 보상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몸에 퍼지고 행복감과 만족감이 느껴진다.

p272 친화적이고 접근 지향적인 감정들보다 회피 지향의 부정적 감정들에 훨씬 많은 뇌 부동산이 할애된다. 예를 들어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보다 다섯 배 빠르게 생성되며 다섯 배 오래간다는 것이다.

p278 연주자들이 건반으로 즉흥 악절을 연주하자 전전두피질의 상당 부분, 정확히는 외측 전전두엽 부위들이 잠잠해졌다. 그와 동시에 내측 전전두엽 부위들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곳은 자기표현에 동원되는 영역이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그 순간 몰입이라는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p282 연습과 반복이 뇌를 재배선하는 것이다. 반복하는 패턴들이 뇌를 더 유연하게 만들고, 기운을 아끼게 하고, 잘 살도록 이끈다.

p303 개미, 꿀벌, 말벌, 흰개미와 더불어 인간은 지구상에 단 열아홉 종만 존재하는 진사회성 종입ㄴ디ㅏ. 바꿔 말하면 집단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는 종이라는 겁니다. 개인의 생존을 초월한 집단 선택은 우리가 오늘날까지 갈고닦은 동정심, 공감력, 협동성 같은 인간의 핵심 자질과 더불어 발달해왔습니다. 일부 구성원이 전체의 이득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공동체를 이루고 지탱하는 데에는 이타주의가 필수적이었죠.

p330 인간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자기에게만 공을 안준다고 생각하도록 유도당했다. 그리고 뇌 스캔결과, 게임에서 따돌림당했을 때 촉발된 느낌이 신체적 부상과 맞먹을 정도의 통증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드러났다.

p342 뉴욕 현대미술관 선임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일찍이 예술과 디자인이란 곧 “테크놀로지, 인지과학, 인류의 필요, 그리고 아름다움을 결합해 세상이 놓치고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을 생산하는 르네상스적 삶의 태도”라고 적확히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예술과 건강 사업부 총괄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우리가 느끼기는 하나 뭐라고 부를지 몰랐던 것을 가시화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줍니다”

p359 미술관과 박물관은 더 이상 스스로를 유물 저장고로만 보지 않고, 관람객이 예술과 미학과 교류하며 건강과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상호교감적 공간으로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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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는 순간 - 안희연의 여행 2005~2025
안희연 지음 / 난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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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줍는순간

 : 안희연

 : 난다

읽은기간 : 2025/07/06 -2025/07/10


안희연님은 알쓸신잡에서 처음 봤다. 

시란 사람들에게 고통을 일깨우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책을 골라서 읽었다. 시집이 아니라 기행문이라는 게 함정..

본인의 20년 여행를 모아 쓴 책이라고 한다. 

시인이 보는 여행장소와 느낌은 일반인이 내가 보고 느끼는 것과 확실히 달랐다. 

직접 찍었다는 사진의 뷰도 내가 찍었던 사진과 달랐다. 

그 다름을 표현하기에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양이 너무나 적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느낄 수 밖에.. 

느낌은 찰나에 지나가고 다시 복귀할 수 없어서 서글프다. 

느낌을 저장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풍성한 삶일텐데.. 

어쩌면 저장할 수 없어서 더 찬란하고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

반면 시인은 그 느낌과 찰나의 감정을 시어로 담는다. 그래서 시를 읽나보다.

시인의 여행을 훔쳐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런 기행문 좀 써야 할텐데...


p20 과거의 장면을 읽고 쓰면서 우리는 남은 날들을 채워갑니다. 때론 과거의 문장 한가운데에 취소 선을 긋고 새 문장을 적어넣으며 시간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실패했다가도 돌아오고 멀어졌다가도 가까워지는 과정을 여행이라 부르면서요

p36 모든 이별에는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있다. 나는 언제나 내가 남겨지고 버려지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등은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이를 악물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p42 그는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선물이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값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만류하며 “여행자의 행운!”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행자의 행운… 곱씹을수록 달콤해지는 말이었다.

p99 바람이 분다. 살라야겠다는 시구로 단박에 나를 사로잡았던 시인. 그때것 그의 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지만, 어쩐지 저 구절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110 그녀는 1965년 1월 10일에 죽었고 나는 지금 그 겨울로부터 한참 멀리 떨어진 여름에 도착해 있지만 우리가 다른 장소에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p121 내게 페소아는 다른 존재가 되는 일에 열심인 사람이었고 자유분방하고 천진난만한 심성을 지닌 작가였다.

p129 이 이상한 느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의 작품을 흝어가던 중에 사쿤탈라를 만났다. 로뎅과 자신의 사랑을 조각한 것이라던 사쿤탈라 앞에 서는 순간 정수리 위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무릎이 꺾이는 느낌이었다

p144 그후로도 나는 수 년간 보들레를 원망해야 했으나(아내 내가 파리까지 가서 간청했건만 또 나를 떨어뜨렸단 말이냐!) 이제는 안다. 그가 나를 단련시켰던 것임을. 그에게 편지를 건네고 꼬박 육 년 뒤, 나는 정말 시인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언어의 주술적인 힘을 믿는다.

p155 최승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세)고 했던가. 그렇게 참담한 기분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무쪼록 마음이 이상했다.

p170 그대 거기가 아닌 지금 여기 생생하게 다가오는 가슴 저린 역사의 현장에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기력함을 느꼈다.

p193 여주인공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기라도 하면 휘파람을 불고 박수를 치고 갑자기 스크린 앞으로 달려나가 춤을 췄다. 주인공들이 노래라도 부르기 시작하면 무려 떼창, 그렇다. 떼창을 하는 것이다.

p211 절의 예법을 하나도 알지 못하는 내게 “그간 여행하며 절집에 많이 다녔다면서 겉만 보고 다녔습니까.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구하는지를 봐야히죠” 하셨고, 옷을 얇게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시곤 “그러게 왜 옷을 얇게 입습니까. 몸이 아프면 잘 돌봐주고, 옷도 입혀주고, 때 되면 밥도 먹여주고, 약도 먹여주셔야지요. 자동차를 잘 굴려야 길을 가지 않겠습니까, 애기 보살” 하셨다.

p241 사랑이 한 사람을 두 눈 속에 담는 일이라면 페와는 내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랑을 한 사람이었다. 그의 사랑은 만년설이었고 그에겐 눈꺼풀이 없으므로 눈을 감을 수조차 없었다.

p266 그렇게 나는 두번째 삶을 시작했다. 단순하고 순진했던 믿음을 깨부수고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믿음을 받아안았다. 달라질 게 없는 이곳에서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없이 시를 쓰고 삼시 세끼 밥을 먹는다. 이 삶의 성공 여부 역시 알 수 없다. 오히려 더 허무하고 무기력할까봐 두렵다. 그렇지만 이런 건 어떨까. 믿음이 거세된 믿음, 무가치한 것을 쌓아 만든 견고한 성벽

p269 글 쓰는 거 힘들지? 원래 생각의 초입에서 흘러나오는 문장들은 대개 거칠고 성길 때가 많아. 그렇더라도 쓰는 행위 자체에 제동을 걸어선 안돼. 일단 한두 방울쯤 그냥 흘려보내는 마음으로 쓰는 거야. 그러다보면 필요한 문장들이 도착하는 순간도 오겠지.

p280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 걸까. 세상 모든 창작물은 고정불변의 무엇이 아니라 일종의 가건물, 조립식 컨테이너, 철거 비계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부수고 쌓는 전 과정이 노래이고 춤이다. 그러니 미래를 가진 사람들이여, 무엇이 되지 않으면 어떠한가. 의미는 그다음 문제다. 일단 노래하라, 계수나무 바람에 흔들리듯이.

p315 시간이 흘러 이제 그런 여행은 예전만큼 즐겁지도 가능하지도 않게 되었다. 너무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한 탓에 웬만한 장면에는 감동을 느끼기가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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