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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교회사 - 역사 속 교회의 초상들
최종원 지음 / 복있는사람 / 2025년 5월
평점 :
제목 : 거꾸로 읽는 교회사
작가 : 최종원
출판사 : 복있는 사람
읽은기간 : 2025/07/20 -2025/07/24
저자가 서문에도 썼지만 제목을 보는 순간 유시민님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건의 뒷이야기나 다른 시각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준, 그리고 유시민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멋진 글쟁이인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학구적이어서, 나같은 일반인이 읽기에는 내용이 좀 어려웠다.
물론 교수님인 저자는 최대한 논문의 냄새를 빼고 쓴 책이겠지만 여러 전문 신학자들의 말을 인용해서 글이 써지다보니 논문읽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역사를 현재를 읽어내기 위해 읽는 경우가 많은데 거꾸로 읽는 역사치고는 내가 밟고 있는 현재가 두드러지게 보여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맨 마지막 장인 현대 카톨릭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암울했던 독재시기에 민주화 운동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준 카톨릭에게 다시한번 감사하게 된다.
교회가 권력에 무릎꿇고, 돈을 좇아가는 시대에 이런 귀한 책이 나와서 좋다..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p10 라인홀드 니부어의 표현을 조금 비틀자면 우리는 도덕적 기독교인과 비도덕적 교회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p26 스코틀랜드에서 칼뱅주의 교육을 받은 제임스 1세가 영국 왕으로 오자 국교회 지지자들과 청교도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각자 왕에게 내세웠다.
p35 2019년 2월 22일, 영국 성공회가 400년 만에 주일예배 의무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603년부터 교회법이 의무로 부과하기 시작한 매주 주일예배와 저녁 기도, 영성체 예배 규정을 철회한 것이다. 교회 출석률이 감소하고, 사제가 부족하여 한 사제가 여러 교회를 담당하는 현실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
p38 엘리자베스 치세 초반에 시작된 이 주일예배 의무 참여 조치는 통치 말년인 1603년 모든 교회가 주일예배를 의무적을 드려야 한다는 교회법 조항 제정으로 연결되었다.
p52 내전에서 승리한 후 공화제를 채택했지만 실제로는 극단의 공포정치를 실행하고 있는 크롬웰 정권에 대해서는 그들이 놓치고 있는 인간 사회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온전한 낚시꾼은 가장 탈정치적이고 탈세속적일듯한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 예리한 사회 비평과 풍자를 숨겨 놓았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곤충의 날개 밑에 예리한 바늘이 숨겨진 것과 같다.
p57 그가 목가적 세계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여가와 단순함이었다. 그 배움은 기술이 아닌 예술이어야 했다. 그래서 월튼은 낚시를 예술이라고 불렀다.
p60 덕을 사랑하는 모든 자들은 하나님의 섭리를 굳게 신뢰하고, 침무하며, 낚시를 하라. 이 책은 침묵을 배우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p70 윌버포스와 클래팜섹트는 노예제 폐지 운동 이외에도 영국 사회에 만연한 사회악 해결과 형법 개정, 교육 및 사회 제도 개선 등 개혁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그들은 복음주의자라는 신앙적 자의식을 사회적 책임으로 승화시켰다.
p76 알레뷔의 주장처럼 복음주의의 역할이 없었다면 정말 영국에서 혁명이 발생했을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메소디즘 운동에서 비롯된 복음주의자들의 운동이 영국 사회에서 일관되게 기성 제도와 질서 안에서 사회 전환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대다수 비평가들이 합의하는 지점이다.
p79 진정한 복음주의란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나 종교의 교리조차도 넘어서, 이념화된 사회 속에서 궁극의 인간애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혁명을 이기는 힘이다. 문제는 오늘날 종교적 보수주의가 인간애를 지키고 증진하는 것에는 거의 무관심해 보인다는 데 있다.
p90 17세기 네델란드 칼뱅주의자들이 선택받았음을 확인하려는 강박으로 쉬지 않고 금욕적 노동에 집중했다면, 19세기 메소디스트들은 자신들이 받은 구원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취소될 수도 있다는 구원의 잠정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종교 회합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p100 수도원 교육은 주로 종교적 목적에 맞는 인력 양성 및 기독교 전통을 지키고 후대에 계승하는 것이었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기독교의 지식이 손상되지 않고 온전히 후대에 이어지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p109 대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얀 후스 사건이 교회가 신앙의 순수성을 보호하려고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학문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p112 종교적 거장들의 성취 능력, 즉 지적 희생은 적극적 신앙인의 결정적 특성입니다. 이는 과학의 가치 영역과 신학 영역 사이의 긴장이 극복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사실로 입증됩니다. 오직 제자만이 예언자에게, 신자만이 교회에게 지적 희생을 바친다고 말하는 것은 적확합니다.
p120 위클리프는 사제의 선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실제 변하지 않으며 빵과 피는 상징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는 중세 말 반성직주의의 대표적 인물이다. 위클리프가 반성직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성경이다.
p127 칼뱅주의의 영향력하에 있었던 1541-1643년의 제네바 마녀사냥, 1692년부터 1년 넘게 벌어진 신대륙 식민지 메사추세츠 청교도들의 마녀재판, 1563년에서 173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스코틀랜드 칼뱅주의자들이 벌였던 마녀사냥 등은 개신교가 탈주술화한 종교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부정한다.
p141 문맹은 의존하는 것이다. 읽고 쓰기를 배우고자 용기를 냄으로써 한나는 의존하는 삶에서 독립하는 삶으로 나아갔으며, 해방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p144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뒤바뀌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p149 인간 미래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가진 이들의 착오였다고 치부하기에는 우생학이 준 아픔은 작지 않았다. 21세기 생명공학 발달로 유전자 편집이나 맞춤형 아기 같은 첨예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한 세기 전의 우생학은 지나가 버린 일이 아니다.
p157 우생학은 곧 다른 형태의 종교가 되었고 미국 주류 개신교에 호소력을 갖게 되었다. 신학적 자유주의가 우세한 성공회, 장로교, 유니테리언, 회중교회, 감리교는 종교와 인종적 정체성을 연결하는 사회복음을 받아들였다.
p162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p168 지성주의의 적은 교육받지 못한 대중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지성주의의 대변인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나 무지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 지식인, 지식인이 되려는 사람, 지식인의 글을 반쯤 읽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대의에 대한 진지함과 깊은 목적 의식으로 가득찬 사람이다.
p179 나는 모든 사회문제에 대해 성경과 교리적 해석을 들이대는 태도를 지성주의가 아니라 스콜라주의라고 부른다. 복음주의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자유주의나 근본주의적 태도보다 복음주의 내에 생래적으로 자리잡은 반지성주의적 태도여야 한다.
p189 16세기 종교개혁기의 재세례파 역시 도나투스파가 주장한 교회론과 비슷한 입장이다. 재세레파는 국가 중심 교회론에 반박하여 신자들의 교회를 주장했다.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았고, 주체적으로 신앙을 고백할 때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재세례를 베풀었다.
p193 카타리파와 같이 역사 속에서 등장하고 사라졌던 많은 섹트 운동들은 기성 교회가 외면한 겸손과 순결, 종교적 이상이라는 취약점을 파고들었다. 이 지점이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교회의 입장에서는 아픈 지점일 수밖에 없다.
p200 그는 스스로를 죄의식을 느끼는 방관자로 표현했다. 그는 진정한 영성은 수도원 회랑 내에 살더라도 세상의 부정과 불의, 폭력에 직면하여 목소리를 내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삶임을 강조했다. 그것이 개인과 교회가 가져야 할 공교회성의 자세이다.
p217 영국 성공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 로완 윌리엄슨느 루터교 세계 연맹 총회 연설에서, 비폭력에 대한 메노나이트 공동체의 헌신을 생각할 때 대다수 제도 교회는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p225 국가나 다른 세속 권위에 종속되지 않는 양심의 자유가 인정되는 공동체가 교회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교회에 강요할 수 없다는 주장은 재세레파 스스로를 반국가적 지위로 몰아넣는다. 이제 기독교인 개개인은 오직 양심의 심판자인 하나님에게만 복종하는 존재다.
p241 중세적 군주제에서 절대군주제로의 변화는 1610년 루이 13세가 9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어머니 마리 드 메디치가 섭정을 하는 동안, 프랑스 추기경인 아르망 드 리슬리외가 정치를 맡았다. 마리 드 메디치가 섭정에서 물러난 후에도 리슬리외는 계속해서 왕궁에 남았고, 프랑스 절대왕정을 설계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p245 트럼프는 자신의 면전에서 쓴소리를 한 버드 주교를 “급진 좌파이자 강경 트럼프 혐오자”라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난했다. 반면 미국 연합감리교회는 임민세관단속국이 영장 없이 교회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을 철회하라고 국토안보부에 요구했다. 교회를 수색해 서류 미비 이민자를 체포, 추방하려는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은 나그네를 돌보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그들은 비판했다.
p284 헤셀의 사마리아인 예수는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 민족주의가 기독교 이데올로기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례르 ㄹ보여준다. 제국과 교회의 결합이 낳은 신학적 왜곡은 이렇게 위험했다.
p289 새로운 수도회는 세상 속에 있지만 제국의 가치에 저항하며 스스로 거류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새로운 수도회는 곧 새로운 교회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그는 교회를 공동체로 존재하는 그리스도라고 정의했다.
p310 기독교는 한편으로는 가장 보수적 목소리를 내는 곳이지만, 사회 이데올로기를 종교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전복하는 급진성역시 기독교가 중요시하는 전통이다. 교회의 가르침과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기성의 성경 해석과 신학을 토대로 여성의 참정권 요구가 정당함을 지지하는 것은 가능했다.
p317 합법화 이전부터 캐나다인들 사이에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동성애자 권리 문제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신념으로는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할지라도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p331 하늘이 내려주는 오류 없는 권세를 교황이 가졌음을 선포했지만 정작 교황은 땅을 내주어야 했다. 마리아 무염시태설을 선포하고, 각종 사조에 대한 오류 목록을 작성하고, 교황좌의 결정은 오류가 없다는 신학을 만드는 시기에 유럽은 혁명과 다윈사상의 등장 같은 혁신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p339 한국 민주화 운동 시기 한국 시민사회 운동을 견인한 명동성당의 상징성, 유신 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류되어 지학순 주교가 구속된 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호가 추구한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공동선이라는 명제가 한국 카톨릭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