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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평점 :
제목 : 예썰의 전당
작가 : 예썰의전당
출판사 : 교보문고
읽은기간 : 2023/11/08 -2023/11/11
텔레비전에 같은 제목의 방송이 있었나보다.
책은 재미있다. 그림이야기도 하고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도 같이 있으니 흥미롭다.
방송을 보지 못해서 책의 컨셉은 사실 잘 모르겠다.
챕터를 그냥 읽어나가는 느낌으로 읽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 또는 에피소드가 늘어나는 것 같아 재미는 있다.
방송을 한번 보고 다시 읽으면 책의 컨셉이 더 명확해서 더 몰입할 것 같다.
p29 지금 우리가 보는 다빈치는 굉장한 천재이지만 서른 살에 직접 구직 편지를 써 가며 자신을 어필한 걸 보면 당시 그렇게 인정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p30 19세기 스위스의 역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르네상스는 서자들의 전성시대다”라고 말했다. 데카메론을 쓴 조반니 보카치오도, 철학자이자 건축가였던 레온 바티스티 알베르티도 서자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주류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걸로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가 컸다.
p43 그런데 스물 여덟 살의 자화상은 배경을 완전히 죽이고 자기만 드러내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미술사에서 화가들의 직업적 확신을 보여 주는 것으로 근대적 정신의 발로로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의 검은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새겨져 있다. 뉘른베르크 출신의 나 알브레히트 뒤러는 28세의 나를 내가 지닌 색깔 불변의 색채로 그렸다
p57 신의 시선을 가정하고 위에서 내려다본 피에타는 정면에서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된다. 아들은 온전히 하늘에 바치는 느낌이 들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슬픔에서 봉헌으로 전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p63 미켈란젤로가 활동했던 당시 이탈리아 예술교육 중에는 스프레차투라와 데코로라는 미덕이 있었다. 스프레차투라는 아무리 어려운 것이라도 쉬운 것처럼 우아하게 해내라는 것인데, 이런 우아함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바로 데코로다.
p98 루벤스 그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구도다. 루벤스는 역동적인 구도를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폭발적으로 보여준다. 십자가에서 내림 역시 예수의 몸을 보면 사선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시신을 싸고 있는 하얀 천까지 해서 크게 하나의 선을 그을 수 있다.
p124 벨라스케스의 그림 실력은 놀라웠다. 벨라스케스가 열여덟살에 그린 그림 달걀을 부치는 노파를 보면 달걀 하나하나 튀겨지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생생하고, 노인의 모습과 주변에 있는 금속 그릇, 질그릇 등의 디테일을 보면 인물뿐 아니라 정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 빛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사실적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궁정 화가가 되기 전까지 고향에서 이처럼 서민들의 삶을 즐겨 그리던 벨라스케스는 평범한 얼굴에서 인간의 존업성을 포착해 내는 화가였다.
p136 램브란트 특유의 조명 기법을 램브란트 조명이라고 한다. 대상 인물의 뒤쪽 옆 45도에 광원을 두고 얼굴에 음영을 주는 이 기법은, 인물의 볼과 광대에 역삼각형 모양의 빛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p152 말년에 그린 그의 자화상들은 시장과 완전히 유리된 상태에서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그림들 덕분에 오늘날 램브란트가 더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그렇게 램브란트는 실패를 통해 에술적 자유를 얻은 셈이다.
p186 우리가 다 아는 사람들 중에도 이 열풍에 휩쓸린 사람들이 있다. 헨델과 아이작 뉴턴이다. 헨델은 최고가에 매도해 열 배 이상의 이익을 얻은 반면, 뉴턴은 초기에 7,000파운드 상당의 수익을 얻었지만 치솟는 그래프를 보고 계속해서 투자하다가 결국엔 2만 파운드 가까운 손해를 봤다.
p202 그림 속에 사람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걸터앉아 있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 과장 없이 그린다고 해서 바르비종파의 화풍을 자연주의라고도 부른다. 자연주의는 자연의 풍경을 보이는 대로 묘사해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보려 한 예술 사조다.
p208 첫 걸음에서 아빠는 하루 종일 밭에서 힘든 노동을 하고 수레를 끌며 집으로 돌아온다. 그때 마침 아이가 아빠를 향해 첫 걸음마를 하며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다. 이를 본 아빠는 아이와 눈을 맞추기 위해 자리에 앉아 아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p218 내 정원에는 내가 평생 추구했던 빛과 물과 색이 있다. 내가 그토록 여행하고 야외로 나갔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나의 정원에 모두 있으니까
p225 역사와 신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순간을 대상으로 개인이 느낀 인상으 ㄹ자유롭게 표현한 인상파 화가들을 통해 처음으로 그림에 개인의 감정이 담길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미술사에서도 이 시기부터 현대라는 말을 붙인다. 프랑스 비평가 샤를 보들레르가 말한 “우리의 현재는 덧없고 일시적이고 즉흥적이다. 항구적이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의 느낌,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는 현대성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정의일 것이다.
p242 형이 죽고 정확히 1년 뒤에 고흐가 태어났고, 고흐의 어머니는 고흐에게 형의 이름 빈센트 반 고흐를 그대로 물려준다. 자신의 생일에 죽은 형의 무덤에 가서 우는 엄마를 보며 자란 고흐는 자신이 형의 대체재인가, 혼자만으로는 온전히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인가 고민하며 항상 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했고, 여기서부터 결핍이 시작된다.
p265 이 그림들로 의견 충돌이 있던 중인 1901년에 클림트의 유디트1이 발표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디트1이 주목을 받자 그림을 의뢰했던 대학 측에서는 천장화를 끝까지 완성시키려한 것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이를 완강히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클림트에게 그림을 요청하는데 이번에는 클림트가 거절한다.
p280 무하의 포스터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베르나르는 무하에게 앞으로 자신의 포스터를 전담해 달라며 6년 계약을 맺는다. 실제 지스몽다 이후 로렌차지오, 사마리아의 여인, 메데아, 햄릿, 토스카 등 베르나르가 주연으로 나오는 연극의 포스터는 모두 무하가 맡아 그렸다.
p293 이 서사시에 들어간 스무 개의 에피소드는 크게 다섯 개씩 묶어 상징, 종교, 전쟁, 문화 네 개의 테마로 나뉜다. 각각의 테마 안에서 체코와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펼쳐낸 것이다.
p302 희미하지만 왼쪽 하늘 위에 낙서처럼 ‘오직 미친 사람만이 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라고 쓰여 있는데 당시 뭉크가 받았던 비난도 대개 이러했다.
p321 앙리 마티스가 그린 모자를 쓴 여인의 주인공은 마티스의 아내 아멜리 파레르다. 마티스가 화가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자를 만들어 팔아가며 내조해 준 아멜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린 초상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내인 아멜리가 과연 이 그림을 보고 좋아했을까? 기대와 전혀 다른 그림에 불같이 화가 난 아멜리는 일주일간 마티스와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p333 하루의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와 푹신한 안락의자에 앉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생의 기쁨은 마티스의 향후 작품 세계에 대한 예고편이기도 하다. 이 그림 속에 있는 대자연에 편안하게 누워 있는 사람들, 둥글게 둘러 모여 춤을 추는 모습 등은 이후 마티스 작품에 무수히 등장한다.
p344 회화에서 색채으 세계는 곧 감각의 세계다. 만약 이 그림에 색을 넣었다면 우리에게 굉장히 감각적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감성적으로 느껴졌을 텐데 피카소는 그보다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무채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