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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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생 김소월의 시 백오십 편과 1924년생 천경자의 그림 서른네 점이 만났다. 김소월의 시에 나타나는 정서와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 표현된 한을 콜라보 한 <진달래꽃> 시그림집은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와 함께 곁에 두고 계속해서 들쳐볼 책이 되었다.



마야가 부른 <진달래꽃>도 좋지만, 아이유가 부른 <개여울> 중에서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라는 구절은 아직도 가슴을 후벼파는 시구 중에 하나다.



김소월의 시는 학창 시절에 교과서를 통해서 외우고 있는 것도 있지만, 흥얼거릴 수 있는 가요들이 많아서 시나브로 나에게 스며들어 있는 시들이 많다.



'꽃과 여인의 화가' 또는 '정과 한의 화가'로 불리는 천경자 화백은 불꽃처럼 살다간 예술가로 충격적인 소재와 뛰어난 묘사로 1952년 부산 개인전에서 발표한 <생태>라는 작품으로 스타 화가로 부상했다.



책표지에 사용된 그림은 <꽃무리 속의 여인>으로 김소월의 시 <애모>와 함께 배치되었다. "영창에는 달빛, 매화꽃이 / 그림자는 산란히 휘젓는데 / 봄철의 밀물 소리 / 봄 구름 잠긴 곳에"라는 시구의 분위기와 작품 속에서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과 너무나도 절묘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174쪽에 실린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1976년에 그려진 작품으로 아프리카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신기루 같은 사랑을 믿고 썩은 줄타기 인생을 살고 있던 천경자 화백은 파리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북극을 내려다보고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온 아프리카로 스케치 기행을 떠나게 되는데. 해외여행도 힘들었던 시대에 단신으로 검은 대륙에 뛰어들 수 있었던 그녀의 열정은 사실 주기적으로 닥쳐오는 환상의 죽음 속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시와 친하지 않은 분들에게 간단히 시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자면, 한 편의 시를 한 번만 읽지 말고, 2~3번 반복해서 소리를 내서 읽어보자. 그리고,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을 중심으로 시를 읽어보고, 시의 강점이기도 한 방법으로 눈을 감고 시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읽어보는 방법이 있다.



천경자 화백이 즐겨 들었던 배호의 <누가 울어>와 아이유가 부른 <개여울>을 듣고 있자니, 이별의 아픔과 여인의 정한이 흐르는 김소월의 시와 정(情)과 한(恨)이 베어나는 삶을 산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진달래꽃> 시그림집은 지인들에게 부담 없이 선물하기에 좋은 아이템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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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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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앤솔로지 시집을 펼쳐보자. 오늘의 시인 공광규, 권민경, 김상혁, 김안, 김이듬, 김철, 서춘희, 유종인, 이병철, 전영관, 정민식, 한연희, 조성국 등  등단 연도 1986년부터 2021년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열세 명의 시인들의 신작 시를 모아 놓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로 시를 접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를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시를 쉽게 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시인의 평범하지 않은 시선이 나는 좋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볼 수 없는 감각들이 너무나 부럽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시인들이 건져올리는 놀라운 세상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시집을 펼쳐든다.



짧다고 만만하게 보다간 큰코다치는 짧아서 더 어려운 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박연준 시인은 입으로 소리 내어서 시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작품의 제목을 눈여겨 보고 작가가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지 생각하면서, 감상해 보라고 하고 있다.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라고 쓰여있는 기원전 17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이나 소크라테스의 말을 보면 '젊음'이 아닐까? 평범한 일상의 지각을 흔드는 순간을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에 실린 시를 통해서 만끽해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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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 신과 인간이 만들어온 이야기
필리프 르셰르메이에르 지음, 레베카 도트르메르 그림,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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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 성경은 오로지 종교에만 속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교회 오빠가 유명해도 친구의 성경 책을 들여다보면 너무 옛말로만(마치 외계어처럼) 쓰여있어서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제라도 필리프 르셰르마이어의 바이블을 만나게 돼서 너무 기쁘다.



필리프 르셰르마이어의 <une Bible>은 성경을 이야기로 재조명한 것이다. 창세기부터 예수님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종교적인 접근이 아니라, 단순하게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기 위해, 문화적 전승에 대한 진정한 열망을 가지고 쓰였다. 그리고 레베카 도트레메르가 120개의 환상적인 삽화를 맡았는데, 그림과 함께 이야기로 읽는 <une Bible>은 동화적이면서 몽환적이고, 서정적이고 초현실적이고, 에스닉하면서도 유머에서 그로테스크까지 장르를 드나드는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신화와 전설은 인간 문화에 대한 기독교의 가장 창조적이고 풍부한 공헌 중 하나이다. 그들은 예술가들, 극작가들, 성직자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우주와 그 거주자들에 대한 기독교 구원의 놀라운 효과를 숙고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교회에 가서 성경 공부를 하지 않고도 구약(옛 약속)과 신약(새로운 약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약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전까지 하느님의 계시를 담은 거룩한 책이고,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증언을 모은 책들이다. 구약은 흔히 들어봤던 이 세상을 만들고 일곱째 날은 쉬었다는 이야기와 아담과 이브, 선악과, 뱀과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야기들이 쓰여 있는 창세기부터 시작된다.



이 책을 읽다가 아담과 이브(하와)에 대한 이야기에도 다른 버전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즘 릴리트 콤플렉스라는 용어에 남아 있는 릴리트(lilith)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1장에서 흙으로 만들어진 아담과 릴리트는 동시에 만들어졌고, 아담과 릴리트는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다. 아담의 첫 번째 아내 릴리트는 둘 다 흙으로 빚었기 때문에 평등하다고 주장했으나, 릴리트는 아담에게 복종하지 않고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었다.



릴리트 콤플렉스(Lilith complex)는 지배적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에 관한 것이다. 전 세계 남성들이 여성을 두 가지 구체적인 유형으로 묘사하게 만든 두려움이다. 릴리트는 권력과 성을 추구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기 싫어하며, 독자적인 삶을 사는 여성을 상징한다. 릴리트는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에 충실했는데, 가부장제 사회가 복종적이고 희생적인 여성 이브를 숭배하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이브만이 여성의 참 모습인 것처럼 강요했다. 인류 최초의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릴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나처럼 종교에는 관심이 없지만 고전문학을 좋아하거나 교양으로 바이블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강추한다. 그림 보는 맛도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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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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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코끼리 연구자이며 행동생태학자인 케이틀린 오코넬 박사가 30여 년간 동물을 관찰하고 알게 된 사실들로 우리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전문가의 깊은 통찰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았는지.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10가지 의례를 통해 동물들이 보여주는 행동에서 우린 무엇을 배우고 기억해야 할까?



코끼리 하면 코끼리 코로 팔을 꼬고 제자리에서 10바퀴를 돌던 운동회 경기가 기억난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는 야생의 코끼리를 통해 혹독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았는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가치는 무엇일까?



사회적 동물들이 발전시킨 인사의 첫 번째 목적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유대감을 끈끈하게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환영하는 것이고, 두 번째 목적은 긴장을 풀고 화해를 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목적은 대장에게 복종한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평화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코와 입을 맞대는 코끼리의 인사는 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코끼리는 서로의 입에 코를 갖다 대어 다른 코끼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내기 위한 단순한 몸짓에서 의례로 자리를 잡았다. 주둥이를 핥는 늑대의 인사도 처음에는 다른 개체가 먹은 것에 관한 정보를 캐내는 행동이었지만, 점차 인사 의례로 발전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호르몬 상태에 관한 정보를 얻으면 상대방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처음 등장한 악수는 펼친 손을 보여주는 행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평화의 상징은 더 나아가 로마 시대의 악수는 팔뚝을 움켜잡는 몸짓으로 변했는데, 소매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는 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은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는데, 아마 숨겨둔 무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가장 먼저 바뀌었던 것 중에서 인사 방법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악수를 생략하거나, 주먹 악수를 하기 시작했고, 마스크를 쓰고서도 볼 키스를 하는 해외토픽을 보면서는 눈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다. 원래 볼 키스는 초기 기독교에서 종교의식으로 행해졌던 프랑스식 볼 키스는 중세 시대에는 계약을 체결할 때 서로 신뢰를 다짐하는 상징적 행동이었다고 한다. 전염병으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부활한 볼 키스 '비쥬'가 다시 중단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사회적 동물은 닮았다. 단절과 분열의 시대, 야생동물이 건네는 10가지 공생의 메시지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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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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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은 태평양 전쟁 패망 직후인 1947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다. '사양'은 지는 해를 말하는데, 새로운 것에 밀려 점점 몰락해 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해는 지면서 찬란한 석양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몰락한 귀족을 '사양족'이라고 지칭하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하고,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를 '사양관'으로 불렀다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 (津島 修治つしま しゅうじ)이다.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고향인 쓰가루 사투리로 읽었을 때의 발음이라고 한다. 쌀을 살로 발음하는 것과는 너무 다른 느낌이다. 제주도 사투리를 들으면 못 알아듣는 그런 느낌인 듯.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에 일본 귀족 집안이 몰락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다자이 오사무는 <사양>을 통해 어떤 인물상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까?



모든 것들이 '지는 해'로 보이는 4명의 우울한 삶을 통해 당시의 일본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 남편의 죽음으로 가세는 점점 기울어지게 되고, 건강도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뼛속까지 귀족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희망을 잃어버린 엄마와 이혼 후에 엄마를 돌봐야 하는 딸 가즈코와 태평양 전쟁에 징집된 후 소식이 끊겨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아들 나오지는 아편중독자가 되어 방탕한 생활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나오지의 모습을 보면서 전쟁의 공포와 전쟁터가 아닌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신체적 부상만이 아닌 심리적, 정신적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극복이라는 방법보다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쉬운 아편중독과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일지도.



가즈코는 우에하라에게 애인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결핵 진단을 받고 사망한 엄마의 죽음에 계속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무조건 도쿄로 우에하라를 찾아가게 되고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삶을 선택한 가즈코와 죽음을 선택한 나오지의 모습을 보면서,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하다가 천황의 무조건 항복이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 그들이 선택했어야 할 상황은 아니었을까 싶다. 패전 후에 일본인들이 느꼈을 당시의 상황을 대신해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의 죽음으로 삶의 터전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 가즈코와 나오지가 선택하고 보여주는 행동들은 삶의 조건이 완전히 변한 상황에서 어떤 삶의 모습을 선택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문학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어둡고 파멸적인 <인간실격>의 세계관이 아니라, 죽음이 아닌 살기를 선택한 가즈코의 선택처럼 다자이 오사무의 삶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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