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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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게 인연이고 운명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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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청나라의 시대가 끝나고, 신해혁명으로 1912년 중화민국이 건국되는 대격변기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린샹푸는 맞선을 몇 차례 보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도 머뭇거린다. 그러다 샤오메이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샤오메이가 홀몸이 아닌 상태로 다시 린샹푸 앞에 나타났지만 갓난 아기를 놔둔 채 또다시 말없이 사라진다.



린샹푸는 백여 집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뜻인 린바이자林百家를 데리고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고향 동네라고 들은 '원청'을 찾아다니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을 찾아다니다가, 아청과 샤오메이의 말투와 비슷한 시진에 자리를 잡게 된다. 거대한 회오리바람과 폭설로 인해 천융량의 집에 함께 기거하게 된다. 가구를 만들었던 아버지처럼 솜씨가 좋았던 린샹푸는 천융량과 함께 목공소를 운영하게 된다.



청나라가 무너지자 혼란이 중국 대륙을 휩쓸었다. 마을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납치하고 죽이기를 일삼는 도적 떼인 토비들이 들끓게 된다. 시진에서는 구이민을 중심으로 상인회를 보호하기 위해 민병대가 조직되지만 구이민은 토비떼에 납치당한다. 천융량 일가는 린샹푸를 떠나고, 린바이자는 유학을 가고, 린샹푸는 토비떼와 협상을 벌이다,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청나라는 지는 해가 되어가고, 중화민국이 시작되고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게 된다. 대격변기의 혼란 속에서 남존여비, 민며느리와 데릴사위, 시어머니와 며느리, 여성들의 문맹과 전족. 지금 시대에 이렇게 살라고 하면 어떤 반응일지 눈에 보이지만, 그때 그 시절은 그랬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지금의 잣대로 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대갈등은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항상 존재할 것이다.



지금도 너무나 신기한 전족 문화, 너무나도 당연했던 여성의 문맹, 왜 아들에게만 글자를 가르쳤을까? 그리고 지금도 막장 드라마의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가 그땐 며느리들을 우물로 뛰어들거나 자살하게 만들 정도였다니.



1부 '원청'은 린샹푸의 시선으로, 2부 '또 하나의 이야기'는 샤오메이와 아청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역사 교과서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사람 사는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진에서 펼쳐지는 천재지변과 환란, 그리고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린샹푸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끝났다면 실망했을 것이다. '원청'을 읽는 동안 샤오메이의 입장이 너무나 궁금했는데, 역시 위화 작가의 구력은 대단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시대상을 담은 글을 읽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원청 #위화 #푸른숲 #잃어버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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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
카테르지나 추포바 지음, 김규진 옮김, 카렐 차페크 원작 / 우물이있는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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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인간에게 로보칼립스Robocalypse일까? 로보토피아Robotopia일까?



지금은 주변에서 로봇을 쉽게 볼 수 있다. 로봇청소기는 알아서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고, 커피를 만들어서 주는 로봇 매장은 이제 심심치 않게 휴게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곧 도로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인류의 앞날이 밝기만 할까?



널리 사용되고 있는 '로봇ROBOT'은 1920년에 발표된 <R.U.R. - Rossum's Universal Robots 로숨 유니버설 로봇>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로, 로봇(robot)이라는 말은 단어 자체로 '노예', 비유적으로 '고된 일'을 뜻하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 로보타(robota)에서 온 말이다. 농노의 강제노동을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착안한 것으로 형 요세프의 아이디어였다. 1890년생 카렐 차페크와 1992년생 카테르지나 추포바의 만남으로,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여 재탄생했다.



늙은 로숨은 1920년 해양생태계를 연구하기 위해 이 섬에 들어오게 된다. 그는 원형질을 복제하는 연구를 하게 되고, 1932년 생물과 같이 살아있는 물질을 발견하게 된다. 그 '로봇'을 고안해낸 과학자 늙은 로숨과 그의 아들 젊은 로숨은 아버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가 만들어낸 생명을 보다 단순하고 쓸모 있게 만들어 로봇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만들게 된다.



인간을 창조하고자 했던 늙은 로숨과 인간을 버리고 로봇을 창조한 젊은 로숨. 최대한 단순하고 최대한 실용적인 로봇은 인간보다 더 완벽하다. 하루에 15,000개를 생산하고, 로봇의 작동 수명은 20년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로숨 로봇은 단순노동에서부터 군인까지 기존의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출생률이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다. 생리학 전공 갈 박사가 만든 로봇 라디우스는 서재에서 책으로 학습하면 할수록 인간을 증오하기 시작하고 인간에게서 학습한 그대로 살육하고 정복하기 시작한다. 2016년 AI 챗봇 ' 테이'는 대중 참여형으로 만들게 되면서, 인간을 학습하게 하자 차별을 배우고 '혐오자'가 된 것처럼.



불안을 느꼈던 헬레나는 로봇 제조 비법이 적힌 유일한 연구 문서를 불태워 없애버리게 되고, 로봇의 반란 이 시작되고, 로봇처럼 직접 노동을 했던 알퀴스트만이 살아남게 된다. 이제 인류의 멸종과 함께 로봇의 멸종이 시작될 찰나에 아담과 이브처럼, 로봇 헬레나와 로봇 프리무스가 남게 된다.



마지막 문장 '생명은 또다시 시작할 것이네, 벌거벗고 하찮은 것으로부터,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아무 소용이 없지만, 생명은 끝나지 않을 것이네!'.는 곽재식 박사님의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떠올리는 문장이었다. 인류는 기후 위기를 말하지만 지구는 괜찮을 것이다. 10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선일까? 악일까?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RUR #카테르지나추포바 #로숨유니버셜로봇 #카렐차페크원작 #우물이있는집 #로봇 #RO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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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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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2023년 올해의 책으로 등극한 책! ※주의사항 : 560페이지가 벽돌책으로 느껴지지 않음.



터키, 아니 튀르키예로 이름을 바꾼 나라의 작가로는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어렵게 읽었던 적이 있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작가 엘리프 샤팍의 <이브의 세 딸>의 제목만 보고,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처럼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딸로 외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세 명의 여성 서사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땡!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고,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뒤섞인 곳, 현재 튀르키예의 수도는 앙카라지만 과거 오스만 제국의 수도는 이스탄불이었다. 자국 내에서도 이슬람주의자들과 투란주의자들은 '아시아'라고 주장하고, 세속주의자들은 오스만 제국과 발칸 국가들과의 연관성 때문에 '유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란주의: 유라시아 대륙에 퍼져있는 투르크계 모든 민족의 총칭으로, 투란 민족들의 일체성을 추구한다.


세속주의: 기구나 관습, 가치관, 그 소속된 사상들이 종교나 신앙심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인 엄마와 종교에 회의적인 아빠 사이에서 페리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페리가 가장 사랑하는 큰 오빠 우무트는 어느 날 밤, 들이닥친 경찰에게 연행되고 감옥에 가게 되고, 엄마는 성지순례를 떠나고 작은 오빠는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태에서 막내 페리가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스탄불에 계신 엄마와 아빠 대신 히잡을 쓴 독실한 무슬림이지만 페미니스트인 모나와 종교를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무신론자인 쉬린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안토니 자카리아스 아주르 교수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수업에 자석처럼 끌리게 된다. 신을 맹목적으로 믿는 엄마와 부정하는 아빠 사이에서 자란 페리에게 어쩌면 신의 존재가 가장 궁금한 화두였을 테니까.



아주르 교수의 수업은 신의 존재를 맹목적으로 믿는 것도,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심하고, 탐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 세태를 보면 아주르 교수의 말처럼 독실한 신자에게는 약간의 회의가 필요하며, 무신론자에게는 약간의 믿음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무식한 자가 신념을 가지면 가장 무섭고,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처럼 이 세상이 흑과 백으로만 나눌 수 없다. 공산주의를 보고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부족주의를 보고 국제주의를 생각하게 된다. 한 나라의 시민만이 아닌 세계시민으로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열린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이브의세딸 #엘리프샤팍 #소담출판사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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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 공부되는 만화
노재승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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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국사 선생님에 최태성 쌤이 계시다면 국어 선생님에는 노재승 쌤이 계신다.



서양의 고전은 찾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고전은 왜 찾아서 읽지 않았을까? 고리타분해서? 아니면 대학 갈 때까지만 필요한 시험과목으로 고전을 접하기 때문에, 문학을 즐기지 못하고 암기과목으로만 생각해서일까?



수업을 진행하는 박삼술 할아버지, 가로채는 독고혜성, 듣는 박은미(손녀), 안 듣는 구영태, 방해하는 정옥순 할머니, 미션에 도움이 안 되는 부장을 사랑하는 요원 J가 등장한다. 요원이 등장하면 액션물인데, 칠십이 넘으신 박삼술 할아버지는 과연 어떤 장르의 고전 운문 수업을 하시는 걸까?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언제 적 들었던 구지가이던가. 이거 배울 때 운동장 모래밭에서 하던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가 맨날 생각났었다. 머리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는 것과 헌 집이랑 새 집을 바꾸겠다는 협박성 때문에 이렇게 연결됐었나 보다. 무가를 추며 구지가를 부르는 BTS 그림은 전에 유튜브에서 한창 인기 있었던 <똥 밟았네> 뮤직비디오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구지가를 지나 공무도하가, 황조가, 서동요, 처용가까지 5작품을 손녀와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는데 아니 글쎄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로 학교로 도망가는 박삼술 할아버지는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고전 운문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좀비를 피해 부산행 열차를 타고 피난을 가게 되는데, 이 와중에 구영태는 아이스크림을 24개나 먹는다. ㅋ



부산행 열차에 좀비 치료제가 있고, 부산에 있는 정 박사에게 전달해야 한다. 치료제를 둘러싸고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하는 액션신이 등장한다. 제12화에서 박삼술 할아버지에 대한 반전 매력이 뿜뿜 터진다. 가장 강력한 무기. 호두. 컥!



이존오의 시조 <구름이 무심탄 말이>의 내용을 보고 있자니 그냥 웃으며 흘려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의 한국 정치판에 딱 필요한 이존오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독고혜성의 말처럼 옳은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결국에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일 텐데. 쯧!



후반부로 갈수록 박삼술 할아버지에게 반전 매력이 흘러넘친다. 그조공을 읽으면서 킥킥거리는 나를 보고 아들이 슬쩍 물어본다. "뭔데 그렇게 웃어?" 만화책이라고 하니 구미가 당기는지 자기방에 가져가서 읽고 있다. 물론 나처럼 킥킥거리면서.



미션임파서블과 좀비의 만남으로 고생고생하며 우리나라 고전 운문을 알려주신 박삼술 할아버지는 지금 현재 하와이로 휴가를 간 상태이시다. 21편의 고전 운문 책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기에 하와이에서 화산도 폭발했으니 어서 빨리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할아버지. 빨리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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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처 마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9
윌리엄 골딩 지음, 백지민 옮김 / 민음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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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투데이지원도서 


"내가 죽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는 손에 장을 지졌을까?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다시 첫 페이지를 읽어야 했다. 《파이 이야기》처럼.



핀처 마틴. 그의 풀네임은 " 크리스토퍼 해들리 마틴"이다. 해군 수병들이 붙여준 별명이 핀처다. 영국 해군 마틴 제독이 수병들의 실수를 잘 꼬집고 다녔다는 것에서 꼬집는 사람이라는 뜻의 핀처 Pincher가 마틴이라는 성씨에 자동적으로 붙게 되는 별명이었다. 핀처 Pincher에는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왜 주인공의 이름일 수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위도, 아래도, 빛도, 공기도 없는 완전한 암흑 속에서 눈을 뜬 그는 살려 달라는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시작된다. 대서양 한복판에서 눈을 뜬 핀처 마틴은 구명대 하나에 의지하고 있다. 사력을 다해 발버둥 치며 암석 위로 올라가 물과 먹을 것을 찾고, 미역 줄기를 모아 구조 신호를 보내게 된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던 그에게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퍼 / 해들리 / 마틴 / 영국 해군 의용 예비대 임대위 / 영국 국교회. 구조되리라는 희망으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면서 섬광처럼 과거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떠오르는데.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는 배구공에 눈, 코, 입을 만들어주고는 윌슨이라는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핀터 마틴은 암석을 '전망대'라고 부르고, 바위에 각각 '난쟁이', '안전 바위', '식량 절벽', '레드 라이언', '전망 절벽', '갈매기 절벽', '옥스퍼드 서커스', '피커딜리', '레스터 스퀘어' 등등 이름을 붙여준다.



질투심 때문에 새 오토바이를 가진 친구의 다리를 망가트리고, 돈을 훔치면서도 죄책감을 갖기는커녕 너무나 당당했고, 상대방을 무시한 성관계를 하고, 살인까지 생각했던 사람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심으로 행했던 악행들.



바다에 빠진 사람이니까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가 구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하지만 그의 기억의 파편들이 펼쳐지면 질수록 못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목숨이 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냥 그대로 구조되지 않기를.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해군으로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 호를 격침하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기여했던 윌리엄 골딩의 경험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다. 미국에 출간 당시 제목은 『크리스토퍼 마틴의 두 번의 죽음 The Two Deaths of Christopher Martin 』이었다고 한다. 다 읽고 나서 이해가 되는 제목이다.



만약,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부표 끝에 매달려 있을 때 쥐었던 손가락을 나는 그냥 펼 수 있을까? 핀처 마틴처럼 발버둥 칠 것인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죽음이라는 공포와 마주한 인간은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핀처마틴 #윌리엄골딩 #민음사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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