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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책장을 펼치는 순간, 오래전 잃어버린 목소리가 다시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듯하다. 장영희 교수님의 문장은 늘 그렇듯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따스하다. 마치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진심을 조용히 내어주는 것 같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글을 읽는 동안만큼은 꽃비처럼 내리는 그리움 속에서 다시 만나는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
문학을 생의 근원적 힘이라 여겼던 그녀의 고백은, 지금도 우리에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다"라는 단순하면서도 위대한 진실을 일깨워 준다. 크고 거창한 꿈보다 매일의 소소한 웃음, 따뜻한 시선,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사랑이야말로 진짜 삶의 기적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녀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섬세하게 사람들을 바라보았는지, 또 얼마나 유머러스하게 자신을 다독이며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문학 칼럼 속에는 영문학자이자 번역가로서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읽고 싶다’는 갈망을 남긴다. 책 속의 그녀가 내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이끄는 듯 따뜻하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그녀의 목소리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희망이다. 목발을 짚고 걸어야 했던 삶의 무게 속에서도, 장영희 교수님은 ‘사랑’과 ‘기쁨’을 노래하는 언어를 선택했다. 그녀는 “신문에 없는 말들”을 이야기하며, 세상에 더 자주 흘러나와야 할 단어는 권력이나 사건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그 바람은 이제 내 마음에 심어져, 매일의 언어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책을 덮은 후에도 찻잎을 띄운 향기처럼 남는 여운은, 그녀의 삶과 글이 서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내 스스로가 문학의 한 부분이 된 듯하다"라는 고백처럼, 장영희 교수님은 문학 속에,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머물고, 우리는 그 문학을 읽으며 여전히 그녀와 함께 숨 쉬고, 함께 걸으며, 함께 살아간다.
해마다 봄꽃처럼 다시 피어나는 이 책은, 그리움의 빛깔로 물든 축복 같은 선물이다. 그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도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용기 있게 오늘을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장영희 교수가 남겨준 가장 큰 사랑이자, 꽃비 같은 유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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