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벨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6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채단비 옮김 / 레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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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간만에 너무너무 재밌게 읽은 책!!! 반전을 기대하시라~~


사람은 정말 사랑받고 싶어서 망가지는 걸까, 아니면 늙어간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해서 망가지는 걸까.


이렌 네미롭스키의 소설 『제자벨』의 주인공 글라디스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단순히 “악녀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늙어가는 여성의 공포, 아름다움에 중독된 인간의 허영, 그리고 사랑받지 못한 딸의 복수심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네미롭스키는 생전에 인터뷰와 주변 증언에서 반복적으로 “어머니와의 불행한 관계”를 작품의 근원처럼 끌어안았는데, 『제자벨』은 그 감정이 가장 날카롭게 폭발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출판사 해설에서도 『무도회』, 『고독의 와인』과 함께 “어머니를 향한 복수 3부작”으로 언급된다.


소설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선 여성 글라디스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나이를 먹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젊음이 사라지는 순간 자신도 사라질 거라고 믿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래서 딸의 젊음조차 경쟁 상대로 바라본다. 읽다 보면 무섭다. 그런데 동시에 너무 인간적이라 더 잔인하다. 그녀를 괴물이 아닌 오히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젊고 아름다워야만 가치 있다"라는 시선을 끝까지 내면화한 비극적 인간으로 밀어붙인다.


여성의 늙음에 대한 공포를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다룬 소설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놀랍다. 아름다움이 권력이었던 시대, 젊음을 잃는 순간 사회에서 지워질까 두려워했던 한 여자의 초상이 지금 읽어도 섬뜩하게 현대적이다. 100여 년 전 작품이라니 놀랍다. SNS와 외모 중심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과도 너무 닮아 있다.


네미롭스키는 결국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그녀가 남긴 작품들은 인간의 허영과 외로움을 믿기 힘들 만큼 생생하고 차갑게 붙잡아낸다. 『제자벨』은 그중에서도 가장 잔혹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읽고 나면 반전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레모 출판사에서 나오는 이렌 네미롭스키 전작 읽기를 해야겠다. 올해 처음으로 만난 최고의 작가로 찜!!!


#제자벨 #이렌네미롭스키 #레모 #일파만파독서모임 #악녀 #이런맛에책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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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이유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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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책을 읽는 내내 창가에 앉아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기분이 들었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바람이 불던 숲길, 파도 소리가 들리던 바다, 그리고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한동안 멈춰 있던 시간들까지. 작가는 지나간 계절 속에 남겨진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펼쳐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좋았다. 개망초, 뻐꾸기 울음소리, 간간이 스치는 바람, 이름 모를 들꽃.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아간다. 늘 곁에 있다고 생각해 충분히 바라보지 않았던 풍경들 말이다. 책 속의 현호색 이야기를 읽으며 나 역시 어느 봄날 산길에서 마주쳤던 보랏빛 꽃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너무 흔하다고 생각해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장면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는 기쁨과 아픔을 번갈아 품으며 계절을 건너고,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 갈 것이다. 밖으로 나가 여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고, 길가에 핀 꽃들의 이름을 알고 싶고, 바람 냄새를 맡고 싶어졌다. 《계절의 이유》는 잊고 지내던 감각들을 다시 깨워주는 책인 것 같다.


마음이 조금 지쳤을 때, 지나간 시간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 혹은 이유 없이 울컥해지는 날 읽어보길 권한다. 잊어야 한다는 말 대신 "함께 지나가자"라고, 계절이 우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절과 함께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읽는 동안 창밖의 나무를 몇 번이나 바라보게 만드는 책.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오늘의 계절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다.

#계절의이유 #이고은 #잔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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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비밀 레시피
박새한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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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읽다가 배고파지는 그림책이 있어요. 진짜로요.

저는 이 책 읽다가 결국 냉장고 문 열었습니다. 😂


《비빔밥 비밀 레시피》


혼자 집에 먼저 돌아온 아이가 밥을 차려 먹는 아주 조용한 시간 속에, 가족의 사랑이랑 아이의 상상력이 몽글몽글 들어 있는 그림책이더라고요.


특히 너무 좋았던 건 나물 하나 담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이었어요.


무나물에서는 엄마가 생각나고, 당근볶음에서는 새들이 떠오르고, 콩나물무침에서는 친구들이 생각나는 장면들!


아이 눈에는 세상이 다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어서 괜히 마음이 말랑해졌어요.

그리고 그림이 정말 귀여워요.


가느다란 펜선으로 그린 작은 움직임들이 살아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앗 귀엽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혼자 있는 집의 조용한 공기, 느릿느릿 흐르는 오후 시간까지 그대로 느껴져서 어린 시절 생각도 많이 났어요.


“잘 먹는 일”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비빔밥 한 그릇에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을 수 있다니.


읽고 나면 이상하게 참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괜히 밥 비벼 먹고 싶어집니다. 🥄💛


아이랑 읽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림책!


오늘 조금 지쳤다면 이 책 한 그릇 추천하고 싶어요.


#비빔밥비밀레시피 #박새한 #문학동네 #뭉끄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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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 타이드 네오픽션 ON시리즈 39
이경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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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읽으면서 계속 기분이 묘했던 SF였다.

보통 우주 개척 이야기라고 하면

거대한 전투나 새로운 문명 같은 걸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소설은 오히려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액션보다 인물들의 선택이 더 오래 남는다.


주인공 아인은 장기 동면 부작용 때문에 과거 기억을 전부 잃은 상태로 깨어난다.

그런데 몸 대부분은 이미 기계로 바뀌어 있고,

그런 상태에서 인류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사실 설정만 보면 엄청 차갑고 어려운 하드 SF 같기도 한데,

막상 읽으면 의외로 감정선이 깊다.

기억도 없고 몸도 변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인간으로 남으려는 마음 같은 게 계속 느껴진다.


타이드라는 행성 분위기도 되게 좋았다.

진흙 바다에 반쯤 잠긴 우주선, 부족한 자원, 모두를 살릴 수 없는 상황.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는 선택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더 무섭다.


괴물 때문이 아니라,

결국 사람을 살리고 버리는 결정을 인간이 직접 내려야 하니까.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몸도 예전과 달라졌고,

안전한 지구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

결국 남는 건 선택뿐이라는 말이 너무 서늘하게 다가왔다.


SF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간 존재나 기억,

정체성 같은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짜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읽고 나면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까” 같은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두번째지구타이드 #네오북스 #이경 #타이드 #지구멸망71년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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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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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지원도서



책을 읽고 나면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책이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치

“이거, 그냥 소설로만 보면 안 될 것 같아” 라고.

처음엔 설정이 꽤 선명하죠.

비정규직으로 버티는 스물아홉 ‘리키’,

그리고 아이를 원하는 부부.

이 세 사람이 ‘대리 출산’이라는 하나의 선택지 위에서 얽힙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금방 알게 돼요.

이건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요.

작가 기리노 나쓰오도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요.

“이건 모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애초에 선택지가 제대로 주어졌는지를 묻고 싶었다고요.

읽으면서 제일 불편했던 건,

리키의 선택이 점점 “이해된다”는 순간이었어요.

처음엔 분명히 거리감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몸을 그렇게까지…?’라는 생각.

그런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생각이 조용히 무너져요.

돈도 없고, 미래도 없고,

계속해서 밀려나는 삶이라면

“내가 가진 게 이거 하나뿐이라면?”이라는 질문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이 무서워져요.

극단적인 상황을 그리면서도

아주 현실적인 자리로 끌어내리거든요.

“읽고 나면 누구도 쉽게 비난할 수 없어진다.”

맞아요.

남편은 이기적이지만 완전히 틀린 사람도 아니고,

아내는 윤리적이지만 끝까지 단단하지도 못하고,

리키는 피해자인 동시에 선택의 주체이기도 해요.

이 애매함.

이게 이 소설의 핵심이에요.

누가 나쁘다고 말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너무 쉽게 끝나버리거든요.

그리고 제목.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읽고 나면 이 문장이 묘하게 오래 남네요.

한 번 건너간 선택,

한 번 건너간 삶의 방향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

리키에게서도, 아내에게서도

“되돌릴 수 없는 어떤 선”을

넘는 순간이 분명히 있어요.

그 선을 넘는 장면들은

소리 없이, 조용하게, 그런데 아주 확실하게 무너집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보다

‘나는 정말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일까?’를 묻게 돼요.

솔직히 말하면,

편한 결론도, 따뜻한 위로도 거의 없어요.

대신 아주 현실적인 감각 하나만 남깁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



#제비는돌아오지않는다 #기리노나쓰오 #해피북스투유 #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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