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지원도서
《콜디츠》를 읽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빠져들지만, 동시에 부디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기를.
독일의 산 위에 고립된 성, 콜디츠. 돌벽에 스며든 습기와 음울한 그림자 속에서, 탈출을 꿈꾸는 포로들과 그들을 감시하는 독일 경비병이 맞부딪히며 매일 또 다른 전쟁이 이어졌다. 굴을 파고, 변장을 하고, 심지어 글라이더를 제작하며 탈출을 시도한 포로들의 기상천외한 발상은 경탄스럽지만, 그것이 곧 절망의 또 다른 얼굴이었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이토록 기괴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책 속에서 생생히 되살아난다.
그러나 《콜디츠》가 가장 날카롭게 드러내는 것은 화려한 영웅담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춰진 인간 군상의 복잡한 그림자다. 장교와 병사의 신분 차, 연합군 내부의 갈등, 인도인 의사 마줌다르가 겪어야 했던 인종차별, 특권을 누린 프로미넨테와 이름 없는 당번병들의 삶. 전쟁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었고,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 그리고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였다.
책을 덮고 나면 간절히 바라게 된다. 차라리 이것이 허구였기를, 존재하지 않은 악몽이었기를.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났고, 수많은 기록과 증언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 《콜디츠》는 냉혹하게 우리를 붙잡고 말한다. “아니, 이것은 역사다. 너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자, 반드시 기억해야 할 현실이다.”
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라면, 당신이라면, 그 새장 같은 성 안에서 어떻게 했을까. 용기를 냈을까, 비겁해졌을까, 혹은 그 둘 사이를 오가며 인간답게 버티려 했을까.
《콜디츠》는 전쟁을 다시금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기록된 역사 앞에서 “부디 사실이 아니었기를” 속으로 중얼거리게 하는 바로 그 불편한 감정이야말로, 이 책이 남긴 가장 뼈아픈 울림일 것이다.
#콜디츠 #벤매킨타이어 #김승욱옮김 #열린책들 #나치 #포로수용소 #생존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