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 - 그때 우리가 선택한 태도에 관하여
김예원 외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지원도서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신중하게 사람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는 사회를 바꾸는 힘을 법과 제도에서 먼저 찾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사회는 그보다 먼저 사람들의 태도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외면하거나 손을 내미는 작은 선택들이 결국 사회의 얼굴을 만든다.


이 책은 다섯 명의 저자가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을 기록한 글이다. 장애와 인권, 돌봄과 노동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향한다. 나는 어떤 태도를 선택하며 살아왔는지, 책을 읽으며 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의 의미를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과 부당함을 "원래 그런 거야",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쉽게 넘긴다. 그러나 그런 무관심이 반복될수록 누군가는 차별을 견디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다섯 명의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지나칠 만한 순간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사회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그래서 '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이라는 제목은 결국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김예원 작가는 장애는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어느 순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장애인의 불편을 개인의 노력이나 타인의 선의에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김완 작가는 쓰레기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병명으로 설명하려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특히 "더러워진다고 존재의 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사람보다 상황을 먼저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박산호 작가의 글에서는 번역가의 고독한 시간을 만났다. 수없이 문장을 다듬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도 책을 사랑하기에 끝까지 번역을 완성하는 장인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이은주 작가는 오랜 돌봄 노동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글쓰기를 이어가는 삶을 들려주었고, 허태준 작가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시선으로 '열심히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이 나의 태도가 되듯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반성한 것은 내 안의 편견이었다. 스스로 이 정도면 무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심코 던진 말속에서 누군가를 시작선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일이 아니니까'라며 지나쳤던 순간은 없었을까. 보호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선택을 대신하고, 이해되지 않는 삶을 쉽게 설명하려 했던 적은 없었을까.


"그냥"이라는 말 뒤에도 저마다의 사정이 겹겹이 쌓여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이유를 묻고, 너무 쉽게 판단한다.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게 만들고, 익숙했던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사회를 바꾸는 일은 거대한 혁명보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깨워 준다.


#사소하지만뾰족한순간들 #김예원 #김완 #박산호 #이은주 #허태준 #양양하다 #일파만파독서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투적으로 불행하고, 특별하게 행복한
락서 지음 / 락서 / 2026년 9월
평점 :
미출간


락서채널 구독자로서 이번 책이 더 반갑습니다. 쓰는 존재로 거듭난 락서님의 첫 책,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가끔 특별하게 행복한 문장들이 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존 펄린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북클럽


더퀘스트 북클럽 오퀘스트라4기의 첫 책 『숲과 문명』.

첫 책이 이렇게 묵직할 줄이야~~

도망갈 준비~~하다가, 책 안에 살포시 들어있는 편집자의 엽서를 읽고 감동받고 돌아섬!


"무더운 여름날, 나무가 주는 그늘 아래에서 평온한 시간을 가지시길"(편집자 말 중에서~)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숲과 문명』을 읽어 나갔다.


더퀘스트 북클럽의 첫 책으로 만난 벽돌책 『숲과 문명』. 5천 년의 문명사를 따라 긴 책장을 넘기고 나니 문명의 성취와 진보에 대한 감탄보다 씁쓸함이 오래오래 남을 듯하다.


문명의 역사를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온 과정으로 배웠다. 도시를 세우고, 배를 만들고, 광산을 개발하고, 제국을 확장했다. 그런 화려한 문명의 뒤편엔 언제나 잘려나간 나무와 사라진 숲이 있었다. 인간은 숲이 내어준 자원으로 번성했고, 숲이 고갈되자 쇠퇴했다. 물론 인간이 물러난 자리에서 숲은 다시 살아났지만.


책을 읽는 동안 최근 거제에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뉴스에 나오는 장면들이 실재라고 믿기 힘들었다. AI가 만든 영상이 아닐까 의심하기까지 했다. 한 시간에 124.5mm의 비가 쏟아지고, 하천이 범람하고, 산이 무너졌다. 아파트에 토사가 밀려들고 도로와 수도관이 파손되며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대피했다.


그리고 또 네팔에서 들려온 대홍수 소식은 이 오래된 5000년의 역사를 현재로 끌어당겼다. 거대한 빙하가 녹아서 산이 무너지고 암석이 섞인 물과 토사가 계곡을 휩쓸며 마을과 도로를 삼켜버렸다. 5천 년 전에는 숲을 베어낸 대가가 한 문명의 몰락이었다면, 이제 인간이 변화시킨 환경의 결과는 국경을 넘어 기후와 강과 바다를 통해 되돌아오고 있다.


그동안 흘려 보았던 다큐멘터리들이 생각난다. 아마존의 눈물과 히말라야의 빙하 쓰나미.


문명 뒤에 남는 것은 사막이라는 말처럼 홍수와 가뭄 같은 극단적인 풍경들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도 자연을 끝없이 개발하고 그 대가를 자연재해라는 이름으로만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숲이 사라지고 빙하가 녹으며 산이 무너지는 풍경 앞에서, 우리가 몰라서 계속해서 같은 길을 걷는 것일까? 알면서도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문명이 몰락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결말을 알고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숲과문명 #더퀘스트 #존펄린 #안진이 #오퀘스트라4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지원도서


어릴 적 읽은 「개미와 베짱이」에서 답은 명확했다. 여름 내내 부지런히 일한 개미는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노래하며 놀기만 한 베짱이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 이 우화가 우리에게 가르친 교훈은 단순했다. 일하는 자는 살아남고, 노는 자는 대가를 치른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개미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이 우화의 교훈은 여전히 유효할까. 「개미와 베짱이」의 결말을 다시 써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개미가 하던 일을 로봇과 AI가 모두 대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먹이를 나르고 저장하는 일도, 집을 짓고 관리하는 일도 기계가 해준다면 더 이상 개미의 부지런함은 최고의 미덕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때 가장 당황하는 존재는 평생 일하는 법만 배운 개미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미처럼 살아왔다. 공부하는 이유도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였고, 시간을 아껴 쓰는 이유도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생산적인 휴식’을 찾는다. 운동은 건강관리이고, 독서는 자기 계발이며, 여행마저 경험이라는 자산으로 바꾸려 한다.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에는 이상할 만큼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는 일하는 법은 열심히 배웠지만, 노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노동은 돈만 주었던 것이 아니라 ‘나는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감각도 준다. 직업과 성과가 사라졌을 때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것인가. 시간이 넘쳐나는데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AI가 만들어준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권태가 된다. 그 빈자리를 쇼핑과 숏폼, 게임과 알고리즘이 끝없이 채운다면 '가장 우아한 감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베짱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까. 베짱이는 노래하고 음악을 만들고 여름을 즐길 줄 알았다. 산업사회에서는 그것이 무능과 게으름의 상징이었지만, 노동이 기계의 몫이 되는 시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활동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 오히려 중요해질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모두 무책임해 보이는 베짱이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개미의 성실과 베짱이의 즐거움을 함께 가진 인간일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할 줄 알면서도 일이 자신의 존재 이유 전부라고 믿지 않는 사람, 성과가 없어도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산책하고 사람을 만나며 하루를 충분히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어쩌면 여름 내내 일했던 개미에게 어느 날 AI가 찾아와 말한다. “이제부터 일은 내가 할게.” 그런데 자유를 얻은 개미는 기뻐하기는커녕 막막해진다. 평생 일하는 법밖에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개미가 찾아가야 할 존재는 뜻밖에도 베짱이일 것이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지?”

그러면 베짱이는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그럼 이제,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일이사라진세상 #이진우 #다산초당 #일파만파독서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재의 대연쇄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지원도서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걸까?”


단요의 상상력은 미래의 기술을 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역사와 종교, 과학과 신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어 붙인다. 정말 부러운 상상력이다.


오래된 유선전화기로 서기 41년의 칼리굴라와 통화하고, 옛 예언자와 신의들이 사실은 적외선을 볼 수 있었던 인간이었다고 상상한다. 기린의 발길질 하나에서 낮과 밤과 계절의 기원을 만들어내고, 마침내 성경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결해 세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코드로 바꾸어버린다.


신의 계시, 성경, 중세철학 같은 오래된 관념이 컴퓨터공학과 만나면서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는 문장은 돌연 ‘누군가 세계를 프로그래밍했다’는 문장으로 변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그 코드를 알아낸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의 오류를 수정할 수도, 현실을 조작할 수도, 심지어 종료할 수도 있지 않을까. 종교적 믿음과 시뮬레이션 세계관 사이에 이런 비밀 통로를 만들어내는 순간, 허무맹랑했던 상상이 섬뜩할 만큼 그럴듯해진다.


이 기묘한 상상들이 「빛 속에」에서 기술은 죽은 사람을 되돌려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존재를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를 묻게 하고, 「사랑하는 신의 생일」에서는 과거와 연결되는 전화기 하나가 역사를 바꿀 수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정말 하나뿐인지 질문하게 한다. 상상력이 결국 인간의 존재와 믿음, 구원과 죽음의 문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단요의 상상력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이에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연결선을 찾아내는 능력에 가깝다. 컴퓨터과학과 신학, 중세철학과 현대 기술, 역사와 신화를 한 세계 안에서 충돌시키는 상상력!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세계의 뒷면을 뒤집어 보여준다. 여섯 편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감탄했고, 몇 번이나 당황했다.


#존재의대연쇄 #단요 #사계절 #일파만파독서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