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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ㅣ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3기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사랑을 찾아 떠난 물고기 풍경, 그 여정이 내 마음을 흔들다”
정호승 시인의 우화소설 『연인』은 사랑을 찾아 날아오른 작은 풍경 하나가 세상을 돌며 들려주는 아주 조용하고도 울림이 큰 이야기이다. 고요한 문장과 서정적인 상상이 어우러져,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 한켠이 나지막하게 떨렸다. 마치 오래된 풍경 소리를 듣듯이.
이 이야기는, ‘사랑이 변했을까’라는 풍경 푸른툭눈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철제 줄을 끊고 날아오른 풍경은 지리산을 넘어 바다와 도시를 지나며 사람과 동물, 도시와 자연, 삶과 죽음을 마주친다. 그 여정은 낯설지 않다. 나 역시 한때 누군가의 마음을 오해하고, 나를 몰라주던 세상을 등지고 싶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존재의 의심”과 “사랑의 진정성”이라는 주제로 푸른툭눈이 붕어찜 식당에서 도망치고, 낚싯바늘을 피해 저수지로 향하고, 사랑했던 비둘기에게 버림받는 장면들은 아프고도 생생해서, 어느새 저는 그 작은 풍경의 마음에 이입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푸른툭눈처럼 작고 흔들리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흰물떼새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헌신 앞에서, 저는 눈을 잠시 감고 숨을 골랐다. “내가 누군가를 저렇게 사랑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스스로에게 던져졌다. 결국 사랑이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삶에 찾아오고, 그 사랑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검은툭눈이 푸른툭눈에게 전한 말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내가 진정 사랑을 했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야.” p.156
이 문장은 마치 오래전 이별을 겪고 방황하던 제게 보내는 위로처럼 다가왔다. 사랑이 어떻게 끝났든, 그 사랑이 진심이었다면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림도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답다. 풍경이 흔들리는 처마 끝, 물결치는 섬진강, 어두운 서울역의 밤… 이야기의 감정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각적 서정이 스며든다.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한 권의 동화처럼 보이지만 어른을 위한 깊은 위로의 책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온 존재로서 이 책을 읽었다. 사랑은 언젠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용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연인』은 나의 지난 사랑을 돌아보게 했고, 앞으로의 사랑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 다시금 배우게 해준 책이었다. 이 소중한 이야기를 이 계절, 따뜻한 햇살 아래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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